문화도시청주

청주시 성안길에 호기심 가득한 카페가 있다.

성안길 골목 미장원 2층에 마치 도장을 찍은 것 같이 하얀 바탕에 빨간색으로 각인(刻印)이라고 쓰여 있는데 간판에서 홍콩 거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카페는 2층인데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목부터 심상치 않다. 전혀 카페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은 얼핏 보면 게임장 같기도 한 출입문을 밀고 들어가니 예상대로 어두웠다.

빈티지스러운 카페

각인 커피는 당구장을 카페로 개조했다는데 참, 독특한 느낌이 든다. 입구 벽면에 어두움과 빛이 만나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는 종 오브제는 형형색색의 조명을 비추어 이곳의 메인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카운터 앞에는 80년대 스탠드바에 있던 의자가 놓여 있고 카운터도 손님과 마주치지 않도록 사선으로 되어있다. 이곳에서는 프리마켓도 열리는데 각인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는 옷과 메모지, 양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카페 대표의 스타일을 알 것 같은 운동화와 힙합 한 가방도 놓여 있다.

구석구석에 편안하게 세워 놓은 옷걸이와 옛날 달력, 스탠드 조명 상표에 적어 놓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발견하고 그 기발한 발상에 깜짝 놀랐다. 벽마다 각기 다른 물건들을 놓아 가게 전체가 작품 같다.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나 볼 수 있는 자개 화장대가 놓여 있는 구석도 빈티지스럽다.

무심한 듯 편안한 공간

이곳은 각인 커피 문 대표가 직접 만드는 커피와 음료, 쿠키, 에그 타르트, 치즈케이크 등 수제 디저트도 인기 메뉴다. 분위기를 보면 커피 맛도 무심할 것 같지만, 이곳은 정말 커피와 디저트 쿠키가 맛있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메뉴판도 얇은 한지를 아무렇게나 찢어 펜으로 쓴 글씨체라 빈티지 느낌이 난다. 노 키즈존이라 조용하고 옆에 있는 사람이나 카페지기마저도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이 각인 커피만의 스타일이다.

각인카페의 특징은 무심한 듯하지만, 편안함을 추구한다. 카페 내부 전체 조명은 사람들을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어둡고 테이블마다 조명이 하나씩 달려있다. 큰 종이컵에 전구를 담아 놓은 것도 예쁘다. 사람과의 시선이 닿지 않도록 동선을 넓게 테이블을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각인카페 문 대표는 일부로 후미진 장소를 찾아다니다가 이곳을 발견하고 카페를 열었다고 하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힐링하거나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젊은 층이 주로 찾는 곳이다.
 

스크린이 있는 카페

카페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한쪽 벽면에 크게 만든 스크린이다. 스크린에는 영상을 틀어주는데 노래에 맞는 그림이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그리고 인스타 각인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벽면도 만들어 손님들이 남긴 사진으로 가득하다.

요즘 핫한 갤러리 카페나 내부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에 가면 구경하는 사람들 때문에 성가실 수 있는데 각인커피는 상대방과 커피에만 신경 쓸 수 있는 분위기라 좋다. 어찌 보면 프라이빗하면서도 편안한 공간인 각인카페에서 자기만의 시간에 빠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