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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전통복식공예

김아람

"한복은 우리가 입던 옷이에요, 생활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누려야 해요"

소        개 한복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연구하는 한복작가
활동분야 공예, 전통복식공예
활동지역 청주
주요활동 한복 수업, 한국복식 제작
해시태그 #김아람 #한복 #전통복식 #한복작가 #공예
인물소개

“어릴 때부터 한복이 좋았어요. 명절 내내 한복을 입고도 모자라 하루만 더 입으면 안되냐고 말할 정도로 좋았어요. 중, 고등학교 때 연극을 할 때도 한복을 입고 연습할 정도로 그냥 좋았어요. 어디 잘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도 한복 입고 싶어서 연극한다고 했어요. 한복이 어때서 좋다는 게 아니라 마냥 좋았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이기기 어렵다는 말처럼 김아람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한복과 하나인 삶을 살았다. 한복집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길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먼 길을 돌아 한복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복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학과가 없어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직장을 다녔다.  

 

그럼에도 한복에 대한 열정을 잠재우기 어려워서 뒤늦게 의상디자인 공부를 하다가 여성회관 한복반을 다니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었다. 단순하게 한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한복을 연구하고 싶었다. 장기적으로 기술자가 되는 것보다 한복에 대한 탄탄한 지식과 함께 삶 속에서 한복의 멋과 아름다움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무형문화재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서른한 살에 단국대 대학원 전통의상학과에 들어갔다. 

 

 

“3년 동안 바느질하면서 한계에 부딪혔어요. 저고리는 왜 이렇게 생겼고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물음표가 너무 많았어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원래 그런 거라고 하셨지만 원래라는 말은 없잖아요. 6년 동안 박사과정까지 마치면서 다양한 복식사에 대해서 끊임없이 공부했어요.”

 

좋아하고 즐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궁금증을 가지고 배우려는 자세였다. 전통복식사에 우리 민족이 누려온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한 생활방식과 형태가 담겨져 있듯이 끊임없는 그의 호기심과 실천력을 어디 한 군데에 가두어두기는 어려웠다. 치마와 바지저고리처럼 일상적으로 입는 옷만을 가지고 고급스럽게 잘 입을 수 있냐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옷이라는 것은 의식주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우리가 누려온 다양한 옷을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좀 더 줄여서 보여줄 수 있는 길을 찾았어요. 작품으로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 복식사를 한 곳에서 보여준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때로는 한복의 원형을 유지하며 과감하게 생략하기도 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에 대한 연구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캔버스와 같은 평면에 6분의 1로 줄인 치마와 저고리를 만들어 부조 형태로 입체감을 주는 방식이거나 인형에 한복을 입힌 형태로 만들어보기도 했다. 한복을 평면화 해서 우리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줄 수만 있어도 좋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시도해보게 된 것은 그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한 철저한 고증작업에 있기도 하다. 매장 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복식사에서 우리 조상들이 입어온 삶의 방식으로서의 옷에 대한 연구 작업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느질 하나에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아직은 옷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싶어요. 시기별로 보여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거예요. 조선 전기만 해도 저고리가 길었다가 후기에 오면서 짧아진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고리가 길면 개량 한복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거든요. 그만큼 시기별로 우리가 입어 온 옷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요. 무엇보다 그것을 한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꼭 필요하고요.”

 

복식사를 한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으려면 지금의 박물관이나 전시장으로 부족하기에 작은 한복으로 만들어 보여주고자 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했던 것이다. 다른 나라 민속인형에 비해 우리나라 민속인형이 단순하고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도 그가 입히려는 한복을 연구하는 연장선상에서 맞닥뜨린 한계이기도 하다. 일본의 나무인형처럼 다양한 재료로 복식문화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는 점에 눈뜬 것도 포함된다. 포인트를 잘 살려서 상품으로도 개발해보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복을 어떻게 만드는 것부터 어떻게 입는지까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임금이 입는 곤룡포처럼 단순하게 겉옷만이 아니라 속옷부터 어떻게 입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복은 편하면서 예뻐야 한다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한복은 입고 생활하기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서양의 드레스도 불편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코르셋이나 턱시도도 역시 입고 생활하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모노도 입으면 종종걸음을 걷고 무릎을 꿇게 만들 만큼 불편하지만 예부터 입어온 옷이기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입는 것이 복식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한복의 대중화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개량 한복도 편하게 입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10년 반짝하다가 말았잖아요. 대중화와 고급화에 모두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고급화 되려면 더 비싸야 한다고 믿어요. 한복이 특별한 날 입는 옷이니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것에 신경 쓰는 것이라면 좀 더 고급화되는 것과 함께 전통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조선시대의 풍속화를 보더라도 옷이란 생활 그 자체였어요. 소재가 더 고급화 되거나 다양해져야 하는 것도 필요하죠.”

 

서양 복식이 섞여 있어서 무엇이 전통인지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의 기모노가 5백만 원이라는 고가인데도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구입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제대로 갖춘 전통 옷에 대한 자부심과 그에 맞는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져 한다고 믿는다. 좋아하는 사람이 입을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전통이 되었을 때 다양한 변화가 따른다는 생각인 것이다. 

 

 

“한복을 흉내 내는 것에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생활 속에서 입을 수 있는 한복의 변화는 당연하다고 봐요. 전통을 고집할 때는 속옷부터 제대로 갖춰 입을 수 있고 21세기에 맞는 변화된 한복도 필요해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가면서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좋아할 수 있는 의식주의 하나로 자리 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그가 고집하는 것과 원대한 꿈은 소박할 수밖에 없다. 우리 민족이 입어온 옷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와 함께 실제로 입어볼 수 있도록 하여 생활사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은 편하게 입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현재의 고정관념으로 한복을 재단하고자 하는 생각을 고치는 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손목에서 소매가 끝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복식사를 이해하려는 짧은 생각을 버려야 가능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박물관에서 복식사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와 체험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본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삼국시대에서 고려로, 다시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옷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옷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만족하면서 그가 자신을 한복작가로 불러달라고 하는 까닭도 그러하다.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이종수 서근원 2017.11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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