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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공예

권여진

도전하는 창작 아티스트

소        개 끝없이 옻을 올리는 여자
활동분야 옻칠공예
활동지역 청주
주요활동 생활공예
해시태그 #권여진 옻칠공방 #새활용공예작가 #
인물소개

 

옻칠공예 작가, 하면 장인 정신과 지긋한 연세를 연상하게 된다.

그런데 작업실에서 만난 그녀는 너무 앳되고 곱다. 그녀의 공방은 청원구 주성동에 위치한 새활용시민센터’ 3층에 있다. 수도 없이 손이 갔을 작품들이 즐비하다. 옻칠 그림인지 아크릴물감 그림인지 분간이 안 되는, 섬세함과 현란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들에 시선이 머문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고독하고 외로운 길, 그러나 스스로 택했기에 주어지는 휴식시간마저 걱정으로 일관했던 날들이 있었단다.

옻칠공예의 백미는 자개장이다. 조개껍질을 곱게 갈아 재료로 쓰는 나전칠기 자개장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성황이었다. 소중한 우리 것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젊은 옻칠공예 작가를 대하니 눈이 시큼하다. 권여진 작가는 채화칠 기법으로 한다. 아리따운 청년이 낯선 길을 씩씩하게 걸을 수 있는 용기가 가상하다. 그녀가 맑게 웃는다. 무엇이든 즐거움에 이르는 것이 최고의 경지라 했다. 연신 맑게 웃는 걸 보니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는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나 보다.

 

그림과 박물관을 좋아하던 소녀

 

어려서부터 유난히 미술 시간이 좋았습니다. 특히 민화를 좋아하여 호랑이 그림을 보면 가슴이 뛰어 한참씩 바라보곤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님과 놀이기구 타러 가는 게 아니고 박물관 가는 걸 좋아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민화에 관심이 생겨 순수미술을 하고 싶은 꿈을 가지게 됐다.

청주 중앙여고 2학년 때 부모님을 설득하여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진학하여 졸업했다. 대학교에 가서 옻칠공예를 접했고, 3년간 배웠다. 지금은 석사과정 중이다. 원하던 길이어서인지 할수록 너무 재미있다는 말을 반복한다. 너무 재미있다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처음엔 기법만 알면 되겠거니 했으나 알아갈수록 나무를 재단하거나 자르거나 힘이 필요한 일도 있단다.

권 작가 옻칠기법은 천마총 채화칠기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옻칠 제품은 수천 년을 견디고도 그 빛이 변함없다. 채화칠기는 오래된 전통공예 기능이다. 옻은 수천 년 전부터 공예 칠감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동기시대 옻칠 유물이 출토되기도 했다. 옻칠 그릇에 음식물을 담아 먹으면 배탈이 나지 않는다. 강한 방충, 방습 효과로 곰팡이 습기에 항균 작용이 있다는 증거다. 옻칠 그릇을 써서 전염병을 예방한 일본 사람들이 옻칠 기술을 발달시킨 것도 같은 이유다.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작가

 

청주에서는 외롭게 하고 있지만 채화칠 기법은 수도권으로 올라가면 많이들 한다. 변하는 현대에 호응하면서 전통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권 작가는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 옻칠을 나무에만 올리지 않고 종이에도 올려보니 잘 올라가고 유리에도 금속에도 잘 올라간다. 젊다는 건 가능성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권 작가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데 도전했다. 깨진 도자기나 버려진 금속품에 덧칠하여 옻칠을 올린다. 붓끝이 지나며 옻칠을 올리니 깨진 도자기가 너무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하는 요술을 부렸다. 재활용이 아닌 창작도 꾸준히 한다. 목판에 밑그림을 그린 후, 각양 색상의 옻칠을 올려 옻칠 판화작품을 완성한다. 사람들은 한편의 서양 미술작품을 감상하듯이 옻칠 평면 벽화작품을 감상한다.

 

끝없이 옻을 올리는 여자

 

붓으로 물감을 찍어 그림을 그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옻칠은 그린다고 하지 않고 올린다고 한다. 권작가는 끝없이 옻칠을 올리고 올린다. 옛날 선조들은 옻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여 도료로 사용했다. 원래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은 암갈색이다. 그녀의 채화칠기는 이 천연 도료에 광물성 천연 안료를 배합하여 자신이 원하는 색깔을 만든다. 옻칠은 광택이 고급스럽고 색깔의 아름다움이 빼어난다. 방부, 방충, 방수, 효과를 가지고 있어 반영구적 보존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값이 비싸다는 거다. 아크릴물감보다 10배는 비싸다. 세계적으로 옻나무는 수백 종이 분포하지만, 옻 진액을 사용할 수 있는 옻나무는 많지 않다. 옻은 한번 굳으면 산이나 알칼리에도 안전하고 수분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옻칠 제품은 명품 중의 명품이다. 진귀한 칠이다 보니 예로부터 부유층만 보유했다. 찾는 층이 적어 생활고로 옻칠 장인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나전칠기 공예 몰락을 재촉했다. 옥천서 특화로 하기는 하나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이 얼마 되지 않는다.

아직은 사람들이 다가올 때 편하게 오도록 눈높이에 맞는 크기만 하고 있다. 평면벽화작품을 넘어 조형물처럼 사방에서 감상하는 작품도 해보고 싶고, 대형작품도 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역시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녀는 옻칠공예가 발현할 예술적 아우라를 꿈꾸며 끝없이 옻을 올리고 올린다. 한 겹씩 칠하고 덧칠을 하여 건조하기를 반복하여 완성한 작품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언제나 일하고 일해야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휴식은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이지만 내게 휴식은 단지 혼자 있는 시간일 뿐이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

 

2015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에서 특선을 했다.

2016대한황실공예대전에서도 특선을 했다. 고베대학교 한일금속교류 에 두 차례 출품하는 걸 시작으로 각종 단체전에 20여회 선을 보였다. 그리고 개인전도 두 차례 가졌다. 의미 있는 전시로 ‘2017년 공예비엔날레아트페어관 전시를 든다. 당시까지는 규모가 큰 무대라 설렘도 컸다. 세계인들이 그녀의 작품들에 관심을 보였다. 서양 미술 하는 미국 작가가 특이한 물감을 쓴다면서 유난히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옻칠의 특성은 시간이 갈수록 색이 진하게 변한다. 칠을 해놓고 6개월쯤 지나면 더 좋은 색으로 변하는 것이 큰 매력이다. 이 현상을 피어오른다고 표현한다.

 

차별화를 주는 게 고민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는 너무 많다. 잘 그리는 건 기본이고 차별화를 두어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한 건 4년 차인 젊은 작가다.

아직은 개척해 나가는 시작단계다. 하지만 젊다는 것은 축복이다. 욕심도 있다. 생각한 그대로 해보지만, 막상 해놓고 보면 충족이 안 되는 부분도 있으나 참신함이란 장점으로 스스로 위로한단다. 창작의 고통을 넘어서 나온 작품들을 모아 해외 전시계획 문턱도 조심스럽게 두드리고 있단다. 그녀의 예술세계는 어디까지 확장될까.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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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유현덕 2021.01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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