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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한국화, 시각예술

이은정

“ ‘흐릿한 초상’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에 대한 이야기죠.”

소        개 여성의 기록을 붓질하는 한국화가
활동분야 미술, 한국화, 시각예술
활동지역 청주
주요활동 개인전 11회, 단체전 200여회 이상
해시태그 #흐릿한 초상 #종부도 #한국화
인물소개

“ ‘흐릿한 초상’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에 대한 이야기죠.”

여성의 기록을 붓질하는 한국화가

 

이은정 한국화가(41)는 경남 마산 출생으로 대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했고, 결혼한 뒤 4년간 프랑스에 체류하며 재불 청년작가회에서 활동했다. 2008년부터 청주 미술창작 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Hive Camp 입주 작가로 그 활동무대를 옮겼다. 현재 지역 작가들과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충남대학교에 출강한다. 이은정 작가는 근 10년간 일필의 가는 선에 주목하여 머리칼, 피부의 표면 등을 연구하고 표현해왔다. 자신이 천착하고 있는 소재와 주제에 대해 고집스러울 정도로 반복과 훈련을 실천해온 작가의 세밀한 붓질은 고도의 관찰력과 집중을 요한다. 초기 자신 초상의 작업을 이용하여 여성의 내면적 공감성을 표출했는데, 그 표현은 현실 속에 자리한 일상적인 모습이 아닌 공상적이거나 부유하는 몽환적 형상으로 현실의 굴레에서 도피할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창조공간이다.

 

“그림을 그리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정서적인 것에도 영향을 끼쳤어요. 마음속의 공간을 채워주는 대상이자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여 가치관에도 영향을 주어 계속 그리고 있어요.” 이후에는 구체적인 여성의 기록을 화폭에 담아 그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을 작품화한다. 이은정 작가가 흐릿한 여인들의 초상을 그리는 것은 역으로 그 내면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릿한 이야기로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을 발견한다. 작품의 주제는 주로 사회 안의 여성의 모습에 대한 기록으로 자신이라는 대상에서 종부, 다문화 가정의 엄마와 딸, 화교 등등 변화를 보인다. 2001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회 이상의 단체전을 가졌다.

 

 

‘흐릿한 초상’ - 연약한 삶의 기록


“첫 개인전은 신진작가의 실험정신을 담아보려 여성형상과 한국화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여백의 미에 관심이 많아졌죠. 그런데 몇 회의 개인전을 가지면서 한국화라는 틀에 갇힌 자신의 고정관념에 의문이 생겼어요. 그래서 작가이기도 한 남편과 프랑스행을 결정했죠.” 이은정 작가는 국내로 돌아와서 작업의 변화를 보였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신이 느낀 여성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특히 여성과 모계에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모계’, ‘지폐 속 여인들’, ‘종부이야기’ 등으로 이어진 작품을 통해 자신이 고안한 작품형식과 여기에 보다 어울리는 내용적 관심사를 효과적으로 잘 조합했다.

 

이은정 작가의 엷은 붓질은 눈에 보이는 명확함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이고 기억감정을 구체화하는 형상으로 도리어 내적으로 명확해지며 역으로 시각을 자극한다. 그래서 작품은 시선의 일정한 거리를 요구한다. 다시 말해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이미지가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이 작가는 해를 거듭하며 한층 강화된 이미지로 여성의 기록들을 표현한다. 그 중심에 ‘흐릿한 초상-종부이야기' 시리즈가 있다. 이를 필두로 사회적 구속력 앞에 지워진 여성의 이야기를 은유적 아름다움으로 담아낸다. 화려하지 않은 수묵담채를 이용한 인물상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보이지 않는 힘을 탐구하고 발견하는 작가정신이 엿보인다. “흐릿한 여인들의 초상을 그리는 것은 관객과 그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제가 선택한 방법이에요. 관람객들을 억압시키는 듯한 표현을 막기 위한 것인데, 내 그림의 억제로 관람객들에게 자유로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인물화를 그리던 중 아주 친숙한 인물들을 찾고자 했고, 또 그 인물들을 현재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었죠.”

 

 

여성의 기록 - 변하고 변화되는


“여자였다가 여인으로 그리고 엄마로 변화되는 여성은 스스로에 의한 변화와 사회 요구에 의한 변화로 존재해요. 종부와 이주여성들, 여성활동가 등등 가계 속에 속할 수밖에 없는 여인과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보려던 여인모습을 통해 사회에서 강요받았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어요.”

 

이은정 작가는 2009년 개인전 ‘흐릿한 초상 -종부도’는 ‘족보에는 지워지고 없는 어머니를 보다.’ 라는 주제로 사회적 폭력을 강요당한 여성에 대한 기록이다. 이 작가는 종부들의 보이지 않았던, 주목 받지 못했던 행위를 재조명하기 위해 순수관찰자로서 다가갔다. 그 시작은 어머니들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이었고 이후 심층적인 자료연구를 토대로 했다. “충북에 산재되어 있는 대표적인 종부들을 찾아 나섰고,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종부들과의 만남에 일정한 패턴이 생기면서 그녀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었어요.”

 

이후 2013년 ‘연약한 삶의 기록’이란 주제로 청주지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화교의 작은 역사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열 번째 개인전은 2016년 ‘여성의 기록 - 변하고 변화되는’를 주제로 사회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인, 종부와 여성 활동가들을 그렸다. 이은정 작가의 특징이기도 한 먹물이 흐릿하게 번지는 그림의 표현은 수정이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그녀는 고집스럽게 사회에서 희미해지는 여성의 기억을 흐릿하게 담아낸다. 이 기법은 잊혀지고 잘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사회적 상황을 명확하게 담고자 하는 작가의 숨은 의도에서 발현된 방식이다. 이은정 작가의 작품은 흐릿하기에 대상의 구체적인 형이 부각되지 않아 감상자가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때 물리적 거리에서 심리적 거리가 확보되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져가는 것과 가려져 있던 것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인물상으로 미시적 담론을 담는 작가의 독특한 표현기법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문제를 요구한다.

 

“저만의 독창적 그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을 美라는 대상으로 남기고 싶어요. 그림은 대상의 표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고민의 시간과 과정을 담고 있죠. 나이가 들어가도 다양한 장르의 예술 활동을 느끼고 얘기 할 수 있는 안목과 예술정신을 키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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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김영미 염종현 2016.12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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