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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이희영

“필압 따라 두께가 변하는 게 붓글씨 매력”

소        개 닥나무 길러 한지 뜨고, ‘솔뫼체’로 명성 얻은 서예가
활동분야 서예
활동지역 충북 청주
주요활동 농업회사법인 ‘방마루 주식회사’ 운영, 솔뫼공방 운영
해시태그 #방마루 #솔뫼공방 #연꽃축제 #캘리 멋글향
인물소개

“필압 따라 두께가 변하는 게 붓글씨 매력”
닥나무 길러 한지 뜨고, ‘솔뫼체’로 명성 얻은 서예가

 

경치 좋은 곳에서 시회를 열고 주안상에 술잔을 기울이는 ‘시인묵객(詩人墨客)’의 하얀 손이 아니다. 서예가 이희영(1972년생) 작가는 농부의 갈퀴손을 가지고 있다. 이희영 작가는 고향인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어암리에서 ‘연(蓮)농사’를 짓는다. 벼농사를 짓던 논 1500평에 연을 심기 시작했다. 연이야 여러해살이 식물이니 한 번 심어놓으면 더 이상 손 갈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2월에는 소똥퇴비를 주고 뿌리도 솎아줘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꽃이 작아지고 뿌리도 썩는단다. 6월 중순 이 작가의 연못에는 백련이 핀다. 꽃은 두 달 정도 연못을 장식한다. 그 이후에 물을 빼고 꽃과 연근을 수확한다. 그는 농업회사법인 ‘방마루 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방마루’는 그가 살고 있는 동네이름이다.

“연꽃은 급랭시켜서 차로 만들어요. 백련의 노란 수술은 ‘금술차’가 되는데 맛과 향도 좋지만 몸에도 좋지요. 연뿌리는 연근차, 연근조림, 장아찌 등으로 가공이 됩니다. 그런데 방마루는 식품회사가 아니에요. 이곳의 환경을 문화예술 콘텐츠와 결합시키는 거죠. 쑥체험 교육도 하고요. 8월에는 달 밝은 밤에 국악과 연꽃이 어우러지는 축제를 엽니다. 이름이 좀 길어요. ‘연꽃 은은한 우리 소리, 방마루 연꽃축제’입니다.”

 

연농사 짓고 한지 뜨느라 거친 ‘농부의 손’


손이 거친 것은 연농사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한지를 만드는 ‘솔뫼공방’을 운영한다. 이희영 작가는 한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닥나무와 딱풀을 재배한다. 한지재료를 수확해서 삶고, 껍질을 벗기고, 표백하고, 종이를 뜨는 과정이 겨울에서 봄까지 이뤄진다. 그러니 손이 성할 리 없다. 그는 이렇게 직접 공들여 만든 한지에 글씨를 쓴다. 그는 또 조각칼을 들고 ‘전각(篆刻)’에 취미를 붙인지도 20여 년이나 된다.
서예를 배우기 위해 붓을 잡은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서예가로 살아보자고 글씨공부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도자기에 빠졌다. 산으로 들어가 몇 년 동안 도자기를 빚는 법을 배웠다. 그러다가 1996년, 다소 늦깎이로 전북 익산시에 있는 원광대학교 서예학과에 입학한다. 그는 국내 최초로 개설된 원광대 서예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학교에 가서는 전통서예부터 시작해 다양한 서체를 배웠지요. 전공도 한문 쪽이었고요. 공부를 마치고 청주로 돌아와 작업실을 냈어요. 금천동 쪽에서 하다가 지금은 내덕동 안덕벌로 들어와서 개인작업도 하고, 서예나 현대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팀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붓이라는 게 참 묘하죠. 펜은 굵기 조절에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붓은 ‘필압(筆押)’ 즉 힘주기에 따라서 기묘하게 변해요.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캘리 문하생 늘어 ‘멋글향’은 정기전 가져


‘솔뫼’는 이희영의 호(號)다. 그는 작품에 직접 새긴 솔뫼 인장을 찍는다. 그의 독특한 한글 현대서예를 추구하는데, 솔뫼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만큼 호방하고 독특하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시민운동가인 고(故) 동범 최병준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든 ‘동범상’의 표창패는 그의 글씨로 제작된다.
2015년, 청주에서 ‘지속가능발전 전국대회’를 열 때는 각계 전문가 315명으로 조직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이들에 대한 위촉장을 연두색 천에 일일이 붓글씨로 쓰기도 했다. 2016년 10월, 청주MBC와 충주MBC를 통합해 MBC충북이 출범할 때는 큰 붓을 들어 걸개에 글씨를 쓰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의 글씨는 한동안 MBC충북 건물 외벽에 걸렸다.
이희영 작가는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 세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2011년에는 시인인 아내 박희선 씨의 시를 글씨로 쓰고 그림을 그려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그림이나 조각을 하는 작가들과 콜라보를 하기도 한다. 그 스스로도 칡·볏짚·억새 등 자연 소재 붓을 사용하거나 먹에 아크릴 등을 섞어 쓰고, 종이가 아닌 재료에 글씨를 쓰는 등 다양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간단한 그림을 그리거나 종이를 찢어 붙이고, 기상천외한 재료를 전시에 동원하기도 한다.
그의 솔뫼체에 반해 문하생이 되기를 자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 약 스무 명이 모여 만든 동아리가 ‘멋글향’이다. 이들은 모두 아마추어로 출발했지만 2016년까지 세 번의 정기전시회를 열면서 자신들만의 작품을 쓰고, 기획할 정도로 실력이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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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이재복 2016.12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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