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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회화

김윤섭

“자기 모습을 변화시켜가면서 현혹시키는 마괴와도 같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

소        개 현대미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화가
활동분야 현대미술, 회화
활동지역 서울, 천안, 청주
주요활동 전시, 작품 활동
해시태그 #현대미술 #회화 #애니메이션 #언어의시각화 #화가 #김윤섭
인물소개

현대미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작가, 김윤섭

자기 모습을 변화시켜가면서 현혹시키는 마괴와도 같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던 소년은 골목마다 낙서를 하고 다녔다. 수업시간에도 교과서나 시험지에 낙서를 하거나 만화를 그렸다. 그렇게 그는 만화과에 입학하였다.

 

학창시절 내내 주변에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반에 보면 한두 명씩 있잖아요. 저도 그 중 하나였죠. 제가 공주대 만화과 01학번인데 공주대학교에 만화과가 처음 생겼을 때였어요. 투니버스라는 케이블 채널을 시작으로 해서 만화 붐이 일었었죠. 인력은 많은데 산업이 없다고 해서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과였어요.”

 

골목 낙서를 거쳐 지루한 교과서와 시험지에서 탄생한 만화가의 꿈이 그를 자연스레 만화과로 불러들인 셈이다. ‘슬램덩크’, ‘드래곤볼’, ‘에반게리온을 좋아하던 소년 시절을 지나 대학 진학을 고민하던 시절에 만화과를 지원하게 된 것은 취업이 잘 될 것이라 생각했던 탓도 있다. 만화과가 만들어진 첫 세대이기 때문에 졸업하면 게임 회사나 인터넷 회사로 바로 취직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화과 동기들 대부분이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회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만화과에서 전향을 하게 된다. 바로 취직할 수 있는 쉬운 길을 두고 일생일대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만화와 현대미술 사이

 

당시 교수님 말씀을 너무 재미있게 들었어요. 현대미술을 하시는 조각가셨는데 2학년 때 철학에 대해 많이 알려주셨어요. 그게 제가 전향한 이유였던 것 같아요.”

 

만화가 대신 현대미술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현대미술에 활용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써보기로 했다. 스토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움직이는 나뭇잎이나 지나가는 고양이처럼 움직임 자체를 그림처럼 볼 수 있는, 한마디로 모니터를 캔버스처럼 보는 작품을 했다. 초창기 만화과의 열악한 상황이 오히려 그에게 만화를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의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그때는 말들이 많았어요. 미술 하는 선생님들이 왜 만화를 가르치냐, 만화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르칠 수 있느냐는 얘기들이 되게 많았지만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원래 저는 만화도 언더그라운드 카툰이나 유럽 쪽, 특히 프랑스 예술만화를 좋아했었거든요. 매니악한 면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넘어간 것 같아요.”

 


다시 배우는 자세

 

졸업 후 그는 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돌아다녔다. 거의 7년간 레지던시 프로그램만 돌아다녔다. 부산, 광주를 거쳐 경기도, 대구를 거쳐 천안에서 레지던시 작업을 했다. 취업을 포기하고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찾아다닌 것은 여러 작가들이 모여 함께 작업하며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에 청주창작스튜디오에 정착해서 10년이나 있었어요. 시설은 전국 최고였고 당시에는 굉장히 경쟁력 있고, 공신력 있었죠. 서울 작가들도 많이 내려오고 싶어 했으니까요. 그렇게 레지던스를 돌아다니며 실제 작가들에게 기술적인 것도 많이 배웠어요. 만화과를 나오다 보니까 컴퓨터나 애니메이션 쪽으로는 적응이 되어 있었는데, 캔버스 짜는 방법이나 유화 물감 다루는 건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만화를 전공했으니 드로잉에는 강하지만 캔버스와 물감에는 취약했으니 레지던시 과정을 통해 그는 현대미술의 토대를 다시 배웠다. 현대미술을 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미술 학원을 거쳐 미술 대학에 간 친구들과는 경로가 다르다 보니 경계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미술 자체를 불신하는 마음도 있었다. 많은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불신, 덮어놓고 고고한 척 한다거나 그림값이 비싸다거나 하는, 그러면서도 만화를 무시하는 경향에도 반발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라기보다 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

 

마괴같은 예술가를 꿈꾸다

 

졸업 작품은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했어요. 일상의 단편적인 움직임들 있잖아요. 다리를 떠는 것이나 이상한 데 있는 털을 뽑는다거나 하는 것들만 28가지를 모아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어요. 첫 번째 개인전은 <들은 얘기>라고 해서 남한테 들은 얘기 중 인상 깊은 얘기들을 재현해서 캔버스에 그렸어요."

"
또 한 번의 개인전은 <마괴, 근방위>였어요. 뭔가 집중하면 삼매경에 빠진다고 하는데, 그 반대를 생각해 본 거죠. 제가 워낙에 산만해서 어릴 적부터 마괴라고 불렀거든요. 삼매에 빠져야 하는데 잘못하다가 다른 길로 가면 마괴에 빠진다는 말이 꽤 인상 깊었어요. 혹세무민하는 무당을 진짜 도인 같은 사람이 가서 혼내주는 장자의 이야기에도 나오는데 저는 그 무당이 자기의 모습을 변화시켜가면서 현혹시키는 마괴라고 봤어요. 이 사람도 수행을 하던 중에 그런 능력을 얻게 되었으니 사람들을 현혹할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흥미로운 경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소 엉뚱하지만 명쾌한 설명이다. 미술도 오래 하다보면 재미가 없어지고 다른 방식을 찾아야겠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기기 때문일까.

 

 

무의미의 고리

 

잘 놀아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던 것 같아요. 책을 읽거나 시를 써보기도 해요. 언어를 시각화시켜서 튀어나오게 한다거나 끝없이 내뱉는 말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는 걸 작품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해요. 애니메이션 작업과 함께 설치 작업이나 회화 작업도 하고요. 버려진 오브제들을 가지고 장난식으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부정문을 만들어보는 거죠. 일종의 무의미라고 할 수 있는 문장을 쓰는 거죠. ‘파인애플은 맛있을 수도 있고 안 맛있을 수도 있다같이 쓸데없는 말들을 주워서 검게 칠해서 조합하는 식이죠. 언어를 물질로 대응시킨 다음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들로 만들고 그걸 퍼포먼스로 찍고 영상을 돌리면 재밌어요.”

 

무의미의 무의미의 무의미의 고리가 계속 되기도 하는 작업들을 많이 해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2016년도에 금호미술관에서 지원하는 레지던시에서 회화만을 활용하는 작업으로 넘어왔다. 문학도 마찬가지이듯이 세상에 없는 양식을 만들어내는 것들과 단순히 명사형으로 규정하는 것들이 아닌 것들에 꽂혀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제가 아직까지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신기한 일이에요. 10년째거든요. 이제는 저만의 태도를 정립해가는 시기인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시기인 건 확실해요.”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이종수 염종현 2019.03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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