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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뜰리에

주        소 충청북도 청원군 오송읍 연제만수길 47
운영시간
연  락  처 010-4224-7333
해시태그 #화실 #미술학원 #여인영작가 #여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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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보물창고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청주역을 지나 약 15분 정도 달려 예술 공간 여뜰리에에 도착했다. 작가님과 인사하고 노트북을 켜니 두 명의 아이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반가운 인사가 오가고 아이들은 옆집 개대박이에게 간식을 주고 히죽대며 노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10분이 지났을까, 아이들이 돌아간다. ‘또 올게요.’, ‘그래, 잘 가.’ 다시 문이 열렸다. ‘여기 초등학생도 다닐 수 있어요?’

 

깜짝 놀랐다. 수강생도 아닌데 이렇게 자유롭게 놀다간다고?

 

저는 이 공간을 만들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요. ‘꿈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소제창작촌이라는 레지던시(residency)에서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나중에 저의 작업공간이 생기면, 자유롭게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 공간을 등록할 때에도 화실이 아니라 예술 공간으로 등록을 했거든요.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실제로 문이 열리면 종소리가 나잖아요? 그 종소리에 문 쪽을 보면 처음 보는 분들이 서 계실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럼 깜짝 놀라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 반가워요. 제 뜻을 알아주신 것 같아서.”

 

최근 문화 예술 공간의 키워드는 살롱(SALON)’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서울을 기점으로 직장인들이 저녁에 모이는 소모임이 많아지고 있다. 핫한 공간으로 떠오르는 곳은 아예 이름에 살롱이 들어가 있을 정도다. 살롱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나 공통적인 부분은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그 형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소통에 고픈 사람들이 늘어나서일 수도, 반복되는 삶 속에서 새로운 취미를 찾고 싶어서일 수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와 상관없이,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움직임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각기 다른 배경과 직업, 나이와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여뜰리에라는 한 공간에 모여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흡사 살롱같아 보였다.

 

오송은 약대, 식약처, 질병관리본부 등 이과 계열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인지 저도 함께 그림을 그리다보면 재미있는 일을 겪어요. 저는 몸에 익어서 그런지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한 분은 고흐의 모작을 하던 중에 저도 모르고 있던 숨겨진 색을 찾으시더라고요. 또 다른 한 분은 그림을 그리실 때, 종이를 나눠서 도면을 그리듯이 그리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런 다양한 모습이 재미있어요.”

 

여뜰리에의 한 쪽 벽은 그녀의 작품으로 가득하다. 여인영 작가는 지난 1127일 세 번째 개인전을 마쳤다. ‘기억의 틈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그녀의 가치관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여기 보시면 강남부동산이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가장 집중해서 그리기도 했고, 이 작품을 그리면서 이번 전시의 테마를 정하게 되었어요. 이 건물이 제가 매일 오가는 길에 있거든요. 동네 사람들은 다 이 건물을 일제 건물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저는 오송 이 동네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는데, 이 건물이 얼마 전에 제 눈에 확 들어왔어요.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부터 항상 이 자리를 지켜왔던 건데, 갑자기 내 눈에 들어온 순간 기분이 되게 이상했어요. 그래서 기억의 틈이라는 주제를 정했어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보면 무의식중에 제가 본 텍스트나 겪은 경험들이 저장되고 그 요소들이 어우러져 꿈이 된다고 해요. 그걸 실제로 느낀 것 같아서 너무 가슴이 뛰었죠.”

 

여인영 작가님의 작품은 대부분이 고()건물을 그린 작품이었다. 왜 건물을 그리는지, 작가님 작품의 특징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제 작품은 고리타분해요. 실제 존재하는 건물을 복사해서 종이 위에 붙여넣기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래서 작품마다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설명이 붙지 않으면 , 그냥 그림을 그렸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 작품이 많아요. 하지만 건물마다의 사연과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을 누군가는 기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제가 그림을 하는 이유를 또 한 가지 발견한 것 같아요. 여러 전시를 다니면서 그림의 트렌드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봤지만 그래도 아직은 제가 그리는 작품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온전한 제 것을 통해 무엇인가 이루고 싶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요. 노펜스(NOFFENS)라는 문화 기획 크루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제 작품을 청각적으로 해석해서 전시 개막 행사를 할 때 직접 라이브로 공연도 해주셨고 이후에 음원도 발매하기로 했거든요. 앨범 커버로는 제 작품이 들어가요. 너무 기대가 됩니다.(웃음)”

 

인터뷰 내내 유쾌했던 그녀는 이번만큼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 다짐만큼 앞으로 여뜰리에와 더불어 여인영 작가님의 미래가 기대됐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공간의 운영 방안을 물어보며 인터뷰를 마쳤다.

 

수강생들과 함께 전시를 하고 싶어요. 취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면 훨씬 더 성취감이 크잖아요. 그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요.”

 

, 이 공간은 제 작업과 미술 수업 외에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싶어요. 파티를 가장 먼저 하고 싶고요. (웃음) 인문학 강의 같은 콘텐츠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정말 화실을 뛰어 넘은 예술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송의 자그마한 골목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꿈의 공간이 있다. 옆집 개는 항상 꼬리를 치고, 동네 주민들이 마실을 오기도 하며, 음악과 빛이 가득한 여뜰리에. 지나가다가 문을 열어 종소리를 울리기를 바란다. 모두가 반갑게 맞이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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