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부터 명상, 과거로의 여행
#문상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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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고 나에게 다가갑니다
소 개 | 피사체 쫓는 헌터 아닌 경작자의 자세로 작업하는 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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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분야 | 사진 |
활동지역 | 청주, 충북, 전국 |
주요활동 | 전시, 작업 |
해시태그 | #사진 #사진작가 #전시 #심명희 |
“사진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고 나에게 다가갑니다”
- 피사체 쫓는 헌터 아닌 경작자의 자세로 작업하는 심명희 사진작가
전통의 사진은 공간을 발견하고, 시간을 정지시키는 기술이었다. 그래서 ‘순간 포착’이 중요했다. 시간과 공간, 역사가 담겨야 좋은 사진으로 대접을 받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부정이 아니다. 다만 꼭 그래야한다는 제약이 사라진 것은 분명하다. 사진을 통해서 나를 표현하고 심지어 나를 찾아간다는 작가들이 생겨났다. 회화에만 추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에도 추상의 세계가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 심명희 작가는 사진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 심지어는 상상의 세계를 찍으려한다.
1958년생인 심명희 작가는 서울이 고향이다. 미술과 역사를 좋아해, 고민하다가 역사를 택했다. 이화여대 사회생활과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서강대 대학원에서는 동양사 전공을 수학했다. 대학원에서 남편을 만났고, 대학강단에 서게 된 남편을 따라 청주로 내려왔다. 그게 1984년이니 고향인 서울에 산 세월보다 청주에 산 세월이 더 길다. 청주에 정이 담뿍 들었다. 청주에 와서는 어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도 했지만 ‘나만의 세계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이 슬슬 자라나 가슴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1995년이었어요. 사진을 도구로 나를 표현하고 싶어졌죠. 지인들 중에서는 ‘사진을 해보라’고 권유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서원대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을 배웠어요. 그 다음에는 대전에 있는 포토클래스 사진아카데미로 갔고요. 서울 갤러리인덱스에 이르기까지 사진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실기와 이론을 익혔죠.”
카르페 디엠(Carpe Diem), 그리고 변화
심명희 작가의 학창시절에는 ‘사진전공’의 희귀학과였다. 심 작가는 역사를 전공함으로 인해 오히려 세상과 사물을 보는 관점이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2006년 그의 첫 개인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이때도 심 작가는 자연숲과 인공숲(아파트단지)이 대치하는 지점을 찍었다. 개발과 보존이 벌이는 소리 없는 어깨싸움을 철학적인 메시지로 앵글에 담았다.
그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단체전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여러 차례지만 2014년 ‘사라예보 윈터 페스티벌’에 참여한 것과 인도 델리문화원에서 열린 ‘혜초 이후, 한국-인도 문화의 소통’전이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라예보올림픽조직위원회와 중국 하얼빈의 태양도미술관, 청주 쉐마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50대 초반, 심 작가는 사진의 세계를 떠날 뻔한 삶의 굴곡을 넘기더 했다. 건강상의 문제로 사진기를 놓고 흑백사진을 작업하던 암실도 문을 닫았던 것이다. 하지만 ‘끝’이라고 시작했던 그 지점이 새로운 시작이었다.
2012년, 심명희 작가는 필름카메라 대신 디지털카메라를 든다. 암실 대신 후(後) 보정을 통해 무궁무진한 표현의 세계로 나아간다. 2011년, 심 작가는 카르페 디엠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카르페 디엠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의 한 구절로 ‘오늘을 즐기라’는 뜻이다. 건강문제로 위축돼 있던 그때 그는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자신의 일상을 찍었다. 비로소 숨을 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겨냈다.
크리에이티브 Post Photo…평면과 입체만 있을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심명희 작가는 이제 시간과 공간을 사냥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으러 현장에 나가는 ‘출사(出寫)’는 없다. 좋은 풍경은 여행으로 족하단다. 눈으로 찍는다. 그리고 에너지를 얻어올 뿐이다. “사진가는 헌터(hunter) 스타일과 파머(farmer) 스타일이 있답니다. 물론 두 세계는 영원히 같이 가는 거죠. 저는 먼저 생각하고 생각에 따라 일정한 공간에서 시간을 두고 경작을 하듯 작업하는 농부 형이에요. 예술에는 평면과 입체만 있을 뿐이죠. 사진은 회화와 함께 평면예술이잖아요. 그런데 앞으로는 평면예술인 사진이 설치예술과 만나는 날도 올 겁니다.”
심명희 작가는 종이 위에 식물이나 리본 테이프를 올려놓고 촬영하는 작업을 자신의 경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여러 가지 오브제를 활용해 메마른 땅을 표현하고 민들레 잎을 거꾸로 놓아 강우(降雨)에 대한 바람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름 모를 풀이 ‘작가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는 느낌이 더 깊어졌고, 사람들과의 교제도 더 성숙해졌다고 말한다.
글 | 사진 | 발행일 | 제작/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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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 서근원 | 2017.12 |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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