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선택한 연극… 이젠 ‘내 작품’을"
#이동섭 #연극 #창작 #극단 #두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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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최고의 배우보다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좋아요”
소 개 | 무대 위와 아래, 어디서든 빛나는 연극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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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분야 | 연극 |
활동지역 | 충북 청주시 |
주요활동 | 공연, 연극, 수업 |
해시태그 | #진유리 #연극 #마중물 |
무대 위와 아래, 어디서든 빛나는 연극인
“최고의 배우보다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좋아요”
8살 동구는 친구들이 입학선물로 받은 새 고무신을 바라보다 시무룩해진다. 일을 끝내고 저녁에 돌아온 엄마에게 새 고무신을 사달라고 떼쓰는 동구, 가난한 엄마는 동구를 혼내고 눈물을 삼킨다. 지난 12월에 공연한 연극 ‘동구의 고무신’의 한 장면이다. 동구의 엄마 역할을 맡은 연극배우 진유리(38)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 역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이야기 한다. 연기· 무용 ·탈춤· 악기 연주 등 좋은 연극인이 되기 위해 실력을 다져온 그는 이제 ‘삶’에서 배운 것을 연기에 녹여내려 힘쓰고 있다.
다양한 연극 장르를 넘나드는 연극인
“예전에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어요. 나름 배역에 맞게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부족했어요. 그때는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아가씨였으니 감정에 깊이가 없었던 거죠.” 배우로서 역할에 충분히 공감하고 나서 연기해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는 말로 들린다. 그는 현재 전통연희단 ‘마중물(대표 서동율)’과 극단 ‘배꼽(대표 이성희)’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판소리마당극 ‘놀보VS흥보 맞고소전’을 비롯해 노래극 ‘별똥 떨어진 곳’, 퓨전인형극 ‘동구의 고무신’, 연극 ‘서울촌놈 길들이기’ 등 여러 장르의 연극을 넘나들고 있어 연기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연극인 중 한명이다. 하이힐을 신은 새침한 아가씨였다가 손자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할머니가 되기도 하고, 장구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재인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줄을 맨 인형이 그의 목소리로 연기를 하고 있다. 좋은 연극인이 되기 위해 하나씩 배우고 실력을 쌓아가는 동안 무대에서 그가 보여주는 연기의 폭은 어느덧 경계를 허물고 제한이 없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손재주가 좋아 무대의 소품 제작을 맡아달라는 요청도 많은 편이어서 무대 위와 아래 구분 없이 연극을 빛내주는 ‘연극인’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연극에 필요한 건 열정과 노력, 그리고 인내심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유치원 교사가 될 때까지 고향을 벗어나지 않았다.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유치원교사로 근무하기도 했지만 1년 만에 접고 서울로 간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던 중에 떠오른 것은 인형극. “수업을 재밌게 하기 위해 교구를 직접 만들고,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책을 읽어줬던 것들이 생각났어요. 그런 능력이 필요하고 발휘될 수 있는 분야가 인형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KBS-TV 개국과 함께 창단된 ‘현대인형극회’에 찾아가 오디션에 응시하고 합격통지를 받은 그는 소품 제작부터 배우며 연극배우로서의 기초를 닦기 시작했다. 이후, 마임을 전문으로 하는 극단에서 몸짓, 동선, 섬세한 극의 흐름 등을 배우며 배우로서 실력을 쌓던 그가 본격적으로 마당극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마당극을 봤는데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사람들의 아픈 곳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스토리와 관객과 하나가 되는 마당극 특유의 구성을 보고 이거구나 했던 거죠.” 바로 마당극을 할 수 있는 극단을 찾았고, 청주에 있는 예술공장 ‘두레’와 인연을 맺게 된 이유가 됐다. 마당극, 창작 춤극 등을 전문으로 하는 두레에서의 활동은 한국무용, 탈춤, 악기 연주 등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기회이면서 ‘연극인 진유리’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무대, 떨리지만 폭풍처럼 큰 기쁨을 주는 곳
그는 학창시절에 연극배우가 되겠다고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수업교구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면 그 어느 때보다 수업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고, 고등학교 때 댄스 동아리의 대표를 맡아 활동했던 것도 신나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연극배우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보다는 참고 견디면서 무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배우로서 최고로 빛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거죠.” 그는 연극 한편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관객에게 선보이고 무대 인사를 하는 그 순간에 느끼는 성취감과 기쁨이 커서 그 에너지로 다음 작품을 또 준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연극인으로 사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연극을 했던 힘은 아마도 ‘무대가 주는 큰 기쁨’ 때문인 것 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재 충북민족예술제 추진위원으로 2년째 활동 중이다. 연극인으로 내공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북의 연극발전을 위해 힘쓰는 것도 그의 몫이라는 생각에서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무대의 위와 아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그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글 | 사진 | 발행일 | 제작/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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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미 | 염종현 | 2016.12 |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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