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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교육

김병기

사회와 벗들에 도움 된다면 계속 이 일 할 것

소        개 밥·절·길·말 문화 운동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시인이자 교사
활동분야 문학, 시, 교육
활동지역 청주, 증평
주요활동 새날문화운동, 어려운 이웃 위한 모금, 헌혈증 모으기, 시·명상 글 배포
해시태그 #문학 #시 #김병기 #새날문화운동 #섬동 #밥 #이웃 #나마스테
인물소개

“사회와 벗들에 도움 된다면 계속 이 일 할 것”

 

취학 전에는 역사 쪽으로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한문 외우기에 재미가 들렸다. 부친은 약주 한 잔 하시고 집에 돌아오시면 “뭐 하나 외워봐라”고 시키시고, 거기에 제대로 응해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더란다. 지역에서 특이하게 ‘밥’을 소재로 시를 쓰며 예술·철학·사상이 있는 ‘새날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김병기 시인(54)의 이야기다.

 

 

‘제대로 밥 먹기’에 관심… 많은 이들에 시·명상 글 보내

 

경기도 이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청주대 한문교육과에서 수학했다. 하지만 졸업한지 7년 뒤에 국어 전공 청주대 학부생으로 재입학했다. “원래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하루에 두 권은 꼭 읽었죠. 그러다가 관념에 가까운 한문 보다는 글을 써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글쓰기에 대해 어떤 공부를 하는 가 궁금하기도 했어요. 동양일보를 통해 등단한 후 전국 중앙지 신문 신춘문예에 최종심까지 여러 차례 올라가고 그랬는데 제 글이 너무 관념적으로 흐르더라고요. 그래서 국어과에 재입학했죠. 당시까지 읽은 책만 1만여 권이어서 글도 써볼까 했던 건데 스승이 없었어요. 게다가 글에 삶을 담아야 하는데 자꾸 목적 화된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평소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시인은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밥’을 먹을 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왜 그런지를 알기 위해 공부했다. “‘밥’이 나오는 시집을 4천권은 읽었어요. 그 속의 서평까지도. 밥이 어떤 것이라는 걸 느끼기 위해서죠. 밥의 종류는 어마어마합니다. ‘먹는다’는 말만 해도 표현이 엄청나게 많아요. 가령 뭘 어떻게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고 하잖아요. 그럼 생각하는 거죠. ‘마음은 무슨 밥일까’ 하고요. 앞서 말했듯이 먹는다는 표현도 얻어먹고 팔아먹고 나눠먹고 욕먹고 애먹고 귀먹고 등등 무척 다양합니다.”

 

그는 문학이든 예술이든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10여 년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시나 짧은 명상 글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밴드에 글을 올려요. 예전에 포털 카페까지 하면 강산이 적어도 한 번은 변했겠네요. 한 5천편 정도 쓴 것 같아요. 문학사에 남을 그런 글들이 아니라 잡글이 대부분이지만.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게 구체화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새날문화운동’으로 지역사회 밝혀… 청렴 관련 글 등 배포 계속

 

형석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그가 1991년 교직에 몸을 담은 이후 2004년부터 학교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는 게 예술·철학·사상이 있는 ‘새날문화운동’이다. 글을 보내는 일도 이 운동의 일환이다. 이 운동은 ‘밥·절·길·말 문화 운동’으로도 불린다. ‘밥 문화’ 운동은 다른 생명에서 오는 밥을 고마운 마음으로 먹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 빈 그릇 실천이다. ‘절 문화’ 운동은 단전(생명)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혀 나에게로 오는 절(인사)을 해 생명과 자기를 존중하는 겸손한 마음을 기르자는 의미다. ‘길 문화’ 운동은 우측 보행을 통해 바른 길로 나아가 깨달으며 ‘나답게 살자’는 정신을 가르친다. ‘말 문화’ 운동은 언어가 곧 자신의 인격이기 때문에 고운 말을 써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묵자의 사상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밥을 먹고 나에게 하듯 남에게 겸손하게 절하며 바른 길을 걷고 고운 말을 쓰면 새로운 날이 열린다는 믿음의 운동입니다. 내가 귀하듯 남도 귀하게 여기자는 겸손한 마음의 실천이지요. 우측 보행은 생명의 길, 산 자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오른쪽은 생명, 왼쪽은 죽음의 방향이에요. 가운데는 신의 길이고요. 특히 절은 인사의 뜻도 있지만 저의 얼을 당신에게 보낸다는 뜻도 있지요.” 새날문화운동 때문에 그의 수업에서는 “차렷, 선생님께 경례”라는 구호가 없다. 대신 그가 “내 안의 평화”라고 하면 학생들은 “그대와 함께”라고 답한 뒤 손을 모으고 당신을 존중한다는 인도말 ‘나마스테’로 맺는다.

 

교사이기도 한 그를 제자들은 이름이 아니라 ‘섬동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섬동은 ‘두꺼비 아이’라는 뜻이다. 2003년부터 이어진 청주 산남동 두꺼비 서식지 보존 운동에 참여하고 시집 ‘얼음두꺼비의 노래’를 펴내면서 자신의 호를 섬동이라고 지었다. 그는 자신이 사는 청주의 여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도 시와 명상 글에 그림을 곁들인 시화 작품을 설치해 주민들과 나누고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의 시민 단체 소식지에도 10년 이상 글을 써 보내주고 있다. 이들 시화는 일주일마다 위치를 바꿔 새로움을 더한다. 2012년에는 신동호 화백, 박양준 서예가, 오근석 화백 등 예인 친구 10여 명과 함께 액자·엽서·시계·접시 형태의 시화 750여 점을 만들어 증평지역 학교 10곳에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리고 지역교육청, 지역 관청, 충청북도교육청 등에도 청렴에 관한 글을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도 하였다.

 

그는 같은 해 형석고 학생들과 함께 올해까지 5년 기간으로 헌혈증서 1천장 모으기 운동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모은 헌혈증 600여 장을 대한적십자사와 백혈병 환우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형편이 어려운 북한이탈 여고생의 교내·외 활동을 도와주고 장학금 7000만 원 이상을 전달했다. 이듬해엔 희귀병을 앓는 이웃의 한 살 배기를 도우려고 형석고학생자치회, 자신의 SNS 등을 통해 2000만원을 모아 전했다.

 

“지금까지 엽서만 해도 6만장 가까이 학교·식당 등에 배포하고 SNS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모금을 1억 원 이상을 전달하기도 했어요. 이것도 ‘밥’과 관련된다고 봅니다.” 앞으론 청렴에 관련된 글과 그림, 사자성어를 많이 퍼뜨리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엽서, 족자 작품, 시계 등을 만들었고 보급도 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네요. 전시를 해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엽서를 16장 1세트로 500세트를 만들면 70만 원 정도가 들어요. 그러니까 1세트를 주면 적어도 5천원에서 1만원은 받아야 수지가 맞죠. 그런데 이제 와서 돈을 받자니 그렇고, 버리기도 그렇고 해요. 아이들 가르치기도 바쁜 게 사실이지만 이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건이 되는 한 계속 하고 싶어요. 그게 사회와 벗들에 도움이 된다면.”

 

지금까지 시집 ‘오래된 밥상’ 외 4권을 펴내며 생명과 명상의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그리고 고향과 어머님에 대한 ‘꽃따기, 보름다리’, 청주 원흥이 생명평화운동의 자연문화시편 ‘얼음두꺼비의 노래’, 밥에 대한 시편 ‘오래된 밥상’, 명상과 평화의 시를 시민들이 헌정한 ‘내 안의 평화 그대와 함께’ 등이 있다.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신홍균 서근원 2017.10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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