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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박원희

"따뜻한 말 한 마디처럼 다가가는 시를 쓰고 싶어요"

소        개 삶의 현장에서 빛나는 시인
활동분야 문학, 시
활동지역 청주
주요활동 시창작, 충북작가회의. 엽서시동인
해시태그 #박원희 #문학 #시 #충북작가회의 #엽서시동인
인물소개

그는 길 위의 시인이다. 하루에도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며 삶의 현장 저편에서 시를 써 보낸다. 그가 2006년부터 동인으로 함께하며 달마다 시를 보내는 ‘엽서시’(통신문학 시 잡지로 분류)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시를 보내왔다. 길 위에서 시를 쓰고 퇴고하고 길 위에서 시를 받아보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세상이 그리우면 나를 본다/모두가 바뀌어/왼손 하면/오른손을/오른손하면/왼손을 드는/바보를 바라본다//세상이 그리우면 조용히/나 아닌/나를 본다’(<거울> 전문)이란 시를 두고 문학평론가 신경득 교수가, “시인의 <거울>속에는 즉자와 대자가 길항관계에 놓여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즉자와 대자가 모두가 ‘거짓’이라는 점이다. 시적자아가 왼손을 들면 거울 속에서는 바른손을 들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러한 거짓 의식에서부터 길 찾기를 시작한다.”고 했듯이 그는 천상 길 위의 시인으로 태어나 길 위에서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청주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청주를 떠나지 않은 토박이지만 그가 일과 노동으로 오고 간 거리는 지구 몇 바퀴를 돌고도 남을 만큼 길을 떠나고 돌아왔다.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민족문학>> 신인 추천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시를 배달하는 사람들’ 엽서시동인과 창작문학회 ‘문향’ 동인으로 충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나를 떠나면 그대가 보인다』가 있다.  

 

“그는 유목의 시인이다. 그의 언어 곳곳에서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해 떠다니는 씨앗의 목소리가 묻어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는 따뜻하다. 아니 그의 시는 동백처럼 붉다. 춥고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계절을 이기고 붉게 피는 꽃처럼 그의 시는 아름답다. 그의 시는 촛불처럼 빛나고 있다. “사랑이란 한 줌 녹슬지 않는 불빛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오늘도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궁핍한 생의 구석, 그 어두운 고을 밝히고 있다.”(도종환 시인)

 

이처럼 그의 시에서는 하찮게 여기는 돌이나 풀꽃, 바람 어디에도 하나같이 혼기가 있다고 믿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이 겨레 땅에서 터를 잡고 살림을 꾸리는 원귀 같은 시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일과 노동, 사람, 자연에서 거둬들이는 운율이자 의성어이자 의태어로 시 안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사를 꿈꾸며/다시 돌아오는 저녁 길/동백을 보았습니다/이파리는 말라 떨어지는데/아내처럼 동백꽃은 피어 있었습니다’(<동백> 중에서)에 나오듯 이사를 꿈꾸는 저녁길에 만난 동백으로 시작하여 ‘새벽’, ‘이사, 이후’, ‘가은에서’,‘협곡에서’,‘목포의 달밤’,‘고북을 지나며’,‘철원, 코스모스가 피었다’로 이어지는 시들이 그저 주마간산의 기념사진이 아니라 가정과 자신의 삶을 위해 오고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 위에서 깊은 한숨을 쉬고 바라보았던 ‘길을 찾는 영혼’의 기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입에서는 달디 달지만 꺼내놓으면 생물 올라오듯 오장육부까지 읽어낼 것 같은 시들이 고통의 등껍질을 째고 나오는 매미처럼, 매미허물에 남는 빛나는 눈처럼 몸으로 써 나간 울음과 슬픔으로 더 단단해진 경계가 보인다. 말 못했던 시절, 봄을 접으며 장롱 밑에서 눈 한 번 움켜쥐지 못한 벙어리장갑을 통해 오래된 사랑을 떠올리면서 그는 쉬지 않고 시를 쓰고 있다. 그래서 한 편 한 편이 삶이자 가족에게, 독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같은 절절함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떠나가고 없는 탓인지/잘 못 든 길을 탓하기엔 너무 늦어버려/나는 갈 길을 물을 수 없는 어둠을 향하여/노년기 다 빠진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산맥을 넘는다//사람들이 떠나고 없는 이 땅//나는 길 잘 못 들어 구룡령을 넘는다’(<구룡령을 넘다> 중에서)에서 보듯 일과 일 사이에 놓인 길 위에서 그는 몇 번이나 길을 잘 못 들어 헤매기도 하지만 슬픔과 고통 속에 침잠해 있지만은 않다. 장부다운 기개와 나라와 겨레를 염려하는 뜨거운 호흡이 있다고 평을 받는다. 

 

“창공을 향하여 높이 날아갔던 공은 다시 내려와 즉자의 언저리에 머물게 된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다. 담장 밑 하얗게 핀 <백작약>은 스무해 전에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환생찬가이다. 거품을 타고 해안선에 부서져 별이 되는 <물>은 풍찬노숙으로 세월을 산 아버지가 물로 돌아와 썩지 않은 소금이 되는 사부곡이다. 돌 끝에 매달린 아슬한 <석부작>은 못생긴 돌 틈으로 뿌리를 박고 사는 풍란과 같은 아내를 노래하고 있다.”(신경득 문학평론가)는 평처럼 길 위에서 다시 신들메를 고쳐 신고 떠나는 장부의 기개와 따뜻한 말 한마디처럼 다가오는 삶에 대한 사랑을 품은 시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거나 민중의 아픔을 대변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처럼 사상은 높은 곳으로 가슴은 현실로 내려와 있다.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걸어 나가는 진보의 역사법칙을 현실의 토대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을 살고 사랑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일은 있는 것이다. 아직도 길은 멀다. 집으로 오는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어쩌면 돌아올 곳이 없어 다시 가야 할 지도 모르는 여정이지만 그대로 일단은 와야 한다. 그러므로 거기가 떠나야 할 곳임을 알게 될 것이므로 나는 힘든 여정을 끝까지 갔다. 그러므로 나는 돌아오는 길이 먼 줄 알고, 어디까지 왔는지 아직 모르나 나는 돌아오는 중이다.”

 

그는 오늘도 먼 거리에서 타전하듯 시를 보내오고 있다. 그래도 돌아오고 있으므로 그의 시가 다시 독자들과 만나고 두 번째 시집을 위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이종수 서근원 2017.11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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