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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 수필, 동화

옥근아

"미호천을 사랑하는 일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하면서 늙어가고 싶어요."

소        개 욕망과의 이별이 우선될 때 글도 더 투명해질 것 같다는 시인, 옥근아
활동분야 문학, 시 , 수필, 동화
활동지역 충북
주요활동 충북작가회의, 시인 통신, 시천 동인, 환경교육활동가
해시태그 #작가 #환경교육활동가 #미호천 #충북작가회의 #시천동인 #시인통신 #옥근아
인물소개

욕망과의 이별이 우선될 때 글도 더 투명해질 것 같다는 시인, 옥근아

미호천을 사랑하는 일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하면서 늙어가고 싶어요


초여름 더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뜨거운 햇빛이 쏟아져 내리던 날, 마음속에 불을 품고 산다는 옥근아 시인을 만났다.

그녀는 거제가 고향인 경상도 여자다. 특수교육 교사로 25년간 재직하면서 청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까지 여러 곳을 거쳤지만, 청주를 제2의 고향이라 말하는 그녀의 모습 속에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슬픔은 시가 되고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지요? 글 쓴 지는 참 오래됐어요. 이십 대 초반부터 동화를 썼으니까요. 정부에서 산아 제한 캠페인을 벌이던 때였어요. 나는 그게 이해되지 않았죠. 출산은 여자의 특권이고 모성애의 출발이잖아요. 그래서 산아 제한을 반대하는 누나와 피리라는 동화를 썼는데 여성 중앙 공모전에 당선됐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부산 MBC 라디오 공모전, 여성신문사 제4회 여성 문학상에 제 작품이 당선되고, 첫 동화집 바람을 삼킨 풀잎을 서른 살에 출간했어요. 그대로 계속 동화를 썼으면 지금쯤 이름께나 알리는 동화작가가 되었을 텐데 한 눈 판 것이 아쉽죠.”

 

그녀는 두 번째 동화집 새들이 지키는 마을을 출간하고 나서 주변을 기웃거리게 되었다고 전한다. 갑작스럽게 떠나신 친정어머니 때문이었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맞닥뜨린 어머니와의 이별은 그녀에게 마치 형벌 같았다.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슬픔과 고뇌로 허우적거리던 그녀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시에는 우울과 상처, 자책과 회한이 묻어있다.

 

시는 업을 다스리기 위해 업을 짓는, 마치 내가 진 십자가 같은 거죠

 

나는 복 없고 센 것 때문에 글을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따지고 보면 글 쓰는 것도 업이에요. 얼마나 복종시킬 곳이 없었으면 무형의 예술에 내가 제압당했겠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허무주의에 빠졌어요. 인생이 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 때 시가 나를 찾아왔죠. 시 창작 교실에 등록해서 오세영 교수님한테 시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풀어내지 못해 내 안에 갇힌 언어들을 마구 쏟아냈어요. 속에서는 뜨겁게 웅성거리지만, 할 수 없는 말 같은 것을 시로는 표현할 수가 있잖아요. 안 쓰려고 해도 업을 다스리기 위해 업을 짓는, 마치 내가 진 십자가 같은 거죠. 글이 아니고 달리 나를 풀어낼 방법도 없었으니까요.

 

그녀에게 글은 치유의 묘약이고 그녀를 지탱하게 하는 힘이다. 그녀는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달래려고 글을 쓴다. 그녀의 시집 내 마음의 패스워드의 발문을 쓴 평론가는 그녀를 글을 통해 자신을 불사르는 한 송이 꽃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요즘 미호 아라리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다. 유튜브에서는 미호강을 홍보하는 생태 관련 콘텐츠를 방송 중이다. 생태를 지키며 글 쓰는 일이 그녀의 마지막 존재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 전 이름도 바꾸었다. 이제껏 불리던 순원을 버리고 다시 본명인 근아로 돌아왔다. 그녀는 근아의 의미를 아이의 근본이라고 이야기한다. 때 묻지 않고 욕심 없는 아이의 심성으로 돌아가 순수하게 늙고 싶어 옥근아로 불리고 싶단다.

 

욕망과의 이별 연습이 가장 우선돼야 하는데 잘 안 돼요
 

나이 들면 욕망과의 이별이 가장 우선돼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철이 없는 건지 잘 안 돼요. 언제나 정신이 먼저 나가고 육체가 늦게 따라가요. 그러나 더는 무엇도 벌이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내게 주어진 몫만큼만 잘 지키며 살려고요. 미호 강변을 사랑하는 일과 상처받은 영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민생 상담도 하면서요. 어딘가에서 상처 받아 멍들어 있는 사람들의 삶을 늙은이가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싶어요.“

 

글은 짊어진 업이라 앞으로도 계속 써야 한다는 그녀는 자신이 쓴 시 한 편, 문장 한 줄이 지쳐있는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고 웃을 수 있게 해 주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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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희 문호영 2019.08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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