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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수필, 평론

김혜경

내 글은 파르라니 깎은 머리

소        개 커피를 마시듯 글을 마시는 삶
활동분야 시, 수필, 평론
활동지역 청주, 전국
주요활동 작품창작, 교육, 편집
해시태그 #사창동시창작교실 #남청주신협 시창작교실 #1인1책 사창동주민센타
인물소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조지훈의 승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 글이 파르라니 깎은 머리 같았습니다. 박사 고깔에 감춘 여승의 신비로움이 아니라 나를 숨길 무엇이 필요했다는 말이기도 했지요. 속이 훤히 보이는 얇은 비단이라도 나를 숨겨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숨고 싶었습니다. 마치 내 글이 파랗게 깎은 대머리라도 되는 양 감추고 싶기만 했습니다.”

 

시인, 수필가, 평론가, 김혜경 작가를 서술하는 명칭이 여러 개다. 그녀가 글을 쓰게 된 건, 젊은 날 고단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글이 아닌 글을 습관처럼 썼다고 회고한다. 글이 친구이고 의사였고 와인이기도 했고 애인이 되기도 했단다. 글밭을 헤맨 지 어느새 20년에 가까워지건만 아직 글을 쓰는 일에 회의를 느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보면 지독하게 중독이 된 듯도 하다.

 

“2005년도에 응모한 청풍명월 도민백일장과 CJB TV 백일장에서 각각 장원을 차지 했습니다. 그때부터 남의 글을 필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글의 구조와 기초를 다지기 위함이었지요.”

 

이렇게 말하는 김 작가는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는 말에 적극 반기를 드는 사람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동안 구조라는 것이 없이 괴발개발 생각이 나는 대로 지면을 채워봤지만 어수선한 잡기에 지나지 않더라는 거다. 열심히 남의 글을 필사하면서 좋은 글이란 일단 구조가 탄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순간을 글에 입문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내 책이 꽂혀있는 호텔커피숍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내게도 꿈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꿈도 잊었고 시간도 잊고 살았다. 하루하루 가족의 배를 채워야 하는 일 앞에서 꿈이라는 단어는 곰팡이 핀 인절미 덩어리보다 못한 것이었다. 열심히 밥벌이했다는 것이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고 자랑스럽지도 않다. 수학을 배우러 몰려온 학원생들 교육을 마치고 밤 늦게 퇴근하면 내 시간과 공허가 하늘에서 흥부네 박처럼 떨어졌다.

좋기도 했고 남는 시간과 햇살을 주체하지 못해서 안절부절 한동안 공황장애를 앓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써온 일기장을 어느 날 마당에 산처럼 쌓아 놓고 불을 지른 적이 있다.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의 기억이 소지처럼 훨훨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내게만 소중했던 먼지처럼 가벼운 추억은 아니었을까. 그 후로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꺼내 보지 않았다가 첫 시집을 내고 나서 번쩍 스치고 지나갔다.

내 생애 안에서 세 권의 책을 내고 호텔 하나를 짓고 그 커피숍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거나 책을 읽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것이 내 소망이었다는 것을. 내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우선 세 권의 책을 집필해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호텔을 져야 하고 커피를 마실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다섯 권의 책을 냈으니 권수로는 만족하고 커피는 눈을 뜨는 순간 마시기 시작하여 잠들기 전까지 마시고 있으니 문제가 없고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호텔을 짓지 못했으니 커피를 마실 장소를 마련하지 못했다. 길을 가는 많은 사람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꿈을 향해 맹진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절반의 꿈을 이루었으니 이만하면 만족한 생은 아닌지.

 

팬데믹 시대에 문학은 어디로 가야 하나
 

실은 코로나가 오기 전부터 불안하긴 했다. 문학의 설 자리가 자꾸만 좁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코로나가 작가를 더 옥죄고 있다. 작가는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펴내도 책을 사 가는 사람도 없고 독자도 없다. 책을 펴낸 사람이 독자이고 작가인 셈이다. 문학회가 활발히 이루어질 때는 동인들이 독자의 역할을 해줬지만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 책의 독자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작가는 문자가 필요하고 지면이 필요하다. 지면을 잃어버린 지는 오래다. 코로나 이전에 이미 지면을 잃었고 이제 문자를 잃어가고 있다. 컴퓨터와 핸드폰이면 책보다 더 흥미 있는 것들을 볼 수 있는데 굳이 책을 사러 책방에 가겠는가.

청주시에서 하는 예술과 기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몇 개월간 zoom을 이용한 교육을 받았다. 점점 사라져가는 지면과 독자에 대한 불안으로 문학도 새로운 변화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IT에 문외한인 내가 수업을 듣기에는 참으로 벅찬 일이었다. 그러나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작가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도 작가와 예술가들이 팬데믹과 급변하는 첨단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문학도 혼자의 힘으로 영광을 누리기는 어렵다.
다른 예술과의 만남을 꾀하여 읽기 좋아야 하고, 보기도 좋아야 하고, 듣기도 좋고, 냄새도 좋은 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박남철 시인의독자놈들 길들이기라는 시가 있다. 나도 배짱 좋게 독자놈들이라고 호통 한번 쳐보고 싶다. 이 시는 80년대의 혼란한 시대에 쓰였지만, 책이 잘 팔리던 시절의 시이다. ‘독자놈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뱃심 있는 작가가 아직 있을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독자에게 길들기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작가라는 족속들이 참으로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지식의 폭을 넓히려 노력한다

 

김혜경 작가는 공부하는 작가다. 안주해서는 안 되기에 끊임없이 공부하고 지식의 폭을 넓히려 한다고 말한다. 다른 예술의 장점을 받아들여 문학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핸드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독자를 원망하지 말고 그들의 구미에 맞는 책을 내야 한다.

작가라는 캄캄한 미래에 대해 생각하다가 실낱같은 희망으로 복고라는 단어를 꺼내 본다. 세상의 일은 언제나 돌고 도는 것이고 정통의 책 읽기가 품위 있는 삶의 모습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어느 시대가 되건 잘 쓰인 책은 잘 팔리고 많이 읽히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청주가 낳은 문학인 김혜경

 

김혜경 작가는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여고를 거쳐 청주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했다. 이과 출신의 장점이 한껏 보이는 글을 쓰는 작가다. 김혜경 작가의 책은 읽히는 책이다. 시나 수필이 군더더기 없이 문맥이 단출하나 깊다. 내포한 유의미한 언어들과 번뜩이는 문장력이 독자로 하여금 책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2006년도에 한국문인에서 시로 등단 했고, 같은 해에 한국수필에서 수필로 등단을 했다. 그리고 2014년도에 푸른솔문학에서 평론으로 등단을 했다. 김혜경 작가는 사창동 시창작교실, 남청주신협 시창작교실. 두 군데서 시를 강의한다. 그리고 사창동주민센타에서 11책 펴내기 강사를 한다.

수상경력은 2012년도에 올해의 여성문학상, 2016년 한국지역연합방송 문학인부문 대상 수상, 2018년 푸른솔문학상을 수상했다. 2019년도에 제21회 청주문학상을 수상했고, 2020년도에 제2회 청주시인상을 수상했다푸른솔문인협회원, 우리시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청주시인협회 부회장, 창문학회고문,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작품집은 시집으로 아침에’, ‘비꽃 듣는 소리’, ‘따뜻한 날’ 3권을 냈고, 수필집 바람이 조금 불었다’ ‘사이에서’ 2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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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유현덕 2021.01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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