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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제작, 거대인형 제작, 소품

박정길

"농사짓고 함께 무대를 만들어 공연하는 예술촌을 만들고 싶어요"

소        개 무대제작부터 거대인형제작까지 아우르는 공연기획자
활동분야 무대 제작, 거대인형 제작, 소품
활동지역 청주
주요활동 극단 꼭두광대 무대 연출 등
해시태그 #거대인형 #무대소품 #공연기획 #미술감독 #박정길
인물소개

무대제작에서 거대인형까지 만능제작자, 박정길

 

거대인형은 아직 생소한 분야라서 우리나라에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는 타고난 손재주로 뭐든지 한 번 보면 다 만들어낼 수 있다. 공장에 다니다가 우연히 극단과 인연이 닿아 무대제작자이자 기획자, 거대인형까지 만들어내는 무대 위의 맥가이버가 되었다.

 

“2008년쯤일 거예요. 서울에 걸판이라는 극단에 놀러 갔다가 연극하는데 소품이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어준 게 시작이었어요. 20대 초반쯤 목공을 좀 배우긴 했었어요. 직업전문학교에서 배운 목공이 무대 제작으로까지 이어졌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툭 뱉어내는 말에서 배우 못지않게 험난한 세월을 보낸 그의 무대 인생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는 극단 걸판에서 무대소품 제작을 시작으로 세계환경연구페스티벌에 제작자로 참여하면서 거대인형을 제작하는 등 활동반경을 넓혀갔다.

청주와의 인연은 3년 전인 2015년에 시작되었다. 민족극한마당을 통해 인연이 있었던 울림꼭두광대의 무대를 맡으면서 청주를 거점으로 한 활동이 시작되었다.

 

올해부터 프리랜서로 작업하고 있어요. 울림과는 김장이라는 작품을 했어요. 부뚜막과 함께 1m50cm 정도 되는 배추, 쥐탈, 돼지탈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충주세계소방관대회 개막공연에 올릴 5미터짜리 원앙 두 마리를 만들기도 했지요. 거대인형은 아직 생소한 분야라서 우리나라에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무대 위의 맥가이버 

그는 주문이 들어오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 인형 같은 경우는 이미지부터 제작자만의 예술성이 많이 들어간다고 이야기한다. 배우의 연기를 연출이 책임지듯이 무대 위에 올라오는 소품과 인형들에는 무대제작자만의 예술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경북 청송의 세계환경연구페스티벌에서 제작했던 거대새만 해도 남미에서는 흔한 것이라고 한다. 그때 남미 예술가들에게서 배워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국내 최고로 꼽힐 만큼 그만의 특제품이 되었다.

거대인형을 쓰는 이유는 퍼레이드 중간중간에 사람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예요. 주제의식도 부각이 되고 좀 더 강렬한 임팩트를 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예술성도 강하고요.”

거대인형을 만들 때는 중요한 것이 있다. 크면서도 가벼워야 한다.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이동이 어렵다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볍게 만든다고 해도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꼭두광대에서 만들었던 호랑이는 크기가 1m50cm인데 무게만 해도 3, 40킬로그램이 나간다고 한다. 그 무게와 크기를 사람 손으로 움직여야 하기에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크레인을 걸거나 바퀴를 달면 편하지만 그렇게 하면 무대극에 맞춰 움직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연기하는 사람이 버틸 수 있는 무게로 조종하기 쉽도록 만드는 게 핵심인 것이다.

 

인형이 커질수록 제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요. 4, 5m 같은 경우는 나무로 버틸 수 있는데 그 이상 올라가면 골조가 철로 바뀌어요. 그만큼 재료비가 올라가는 거죠. 그래서 저는 주로 대나무를 사용해요.”

 

손재주가 뛰어난 그는 무언가 만들고 있을 때 기분이 좋다고 한다. 일하던 공장에서 뛰쳐나온 이유도 똑같은 작업만 반복하는 것이 견디기 어려워서였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는 매번 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열악한 극단 사정에 맞춰 이른바 얼굴 보고 제작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극단 꼭두에서 만들었던 뱀탈도 제작비에 맞춰 그만의 특허기술로 만들어냈다. 10m가 넘는 뱀이지만 둘둘 말기만 하면 차 트렁크에 들어가도록 만들었으니 이곳저곳 이동하면서 무대를 꾸며야 하는 극단에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자산이 된 것이다.

 

“‘날아라 장수매라는 작품에서 구렁이와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 만든 건데, 관객 호응 면에서 굉장히 임팩트가 있었죠. 일본 고마나루연극제에서 상도 받았어요. 인형 제작으로 수상을 한 건 처음일 거예요.”

 


미술감독과 기획자로

무대에서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그는 이제 영화로 치면 미술감독과 기획자의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무대를 꾸밀 때 배경과 소품들 모두 넓은 안목이 없으면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로 임한다. 인터넷에 나오는 거대새부터 인물탈까지 보는 순간 무대와 어떻게 맞을지 연구하고 색깔을 고려하고 재창조해낸다. 극단 사정상 무대와 음향, 조명까지 모두 맡다 보니 연기 빼고는 다 하는 셈이다. 책임감이 큰 만큼 그는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한다.

 

소품은 오히려 실제와 똑같으면 안돼요. 소품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똑같은 물건이라도 새로운 색을 칠하거나 다른 재질로 만들어야 해요. 글자도 하나하나 다 오려 붙여야 하고 기존의 물건과는 다르게 만들어야 해요. 설계를 다시 해야 하죠.”

 

 
예술촌을 꿈꾸며

그는 요즘 고민이 깊다. 극단의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귀농을 꿈꾸고 있다.

 

무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나무가 있은 곳이면 좋을 것 같아요. 바다와 산이 붙어있어 풍요롭고 인심이 좋은 남해안 쪽을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은 함께할 구성원을 조직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1, 2년 정도는 기반을 잡는 게 문제고요. 제가 성공하면 오겠다는 사람도 많아요. 20년 안에는 자리를 잡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마을 자체를 예술촌으로 만들고 싶어요. 함께 농사도 지으면서.”

굳이 공동체라고 부르지 않아도 그저 함께 살면서 농사짓고 무대 만들고 공연하는 예술촌이 그의 꿈인 것이다. 농한기인 겨울에 작업해서 봄에 공연하면서 자신만의 무대를 제작하고 공연도 기획하는 그만의 예술촌이 조금이라도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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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염종현 2019.03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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