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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 사진

김태경

불의 남자

소        개 그 아름다운 상머슴
활동분야 발명가, 사진
활동지역 청주, 전국
주요활동 난로발명가
해시태그 #작은 세상 미소난로 #시민운동가 #민주화운동가 #환경운동가
인물소개


아 브라질 남미 한가운데서도 다 찾아다니는데 여길 못 찾고 돌았다는 건 욕심 때문이지요. 팻말을 봤어야지요.”
 

밀짚모자에 작업복 차림을 한 김태경 발명가의 말이다.
겨우 만났는데 이렇게 말한다. 내비게이션은 멈추었는데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한참 맴돌다 숨바꼭질하듯 겨우 만났다. 천천히 살펴보니 길가에 작은 세상이란 팻말이 정말 작게 길가에 세워져 있다. 작은 세상이니 팻말도 작아야 맞다. 그랬다. 빨리 찾으려는 욕심 때문에 더디게 찾았다는 말이 맞는다. 빨리빨리 시대에 편승하여 눈에 확 뜨이는 커다란 간판만 찾느라 작은 팻말을 놓친 거다.
 

작은 세상에서 사는 따뜻한 남자, 그가 꿈꾸는 세상은 언제 도래할까.


청원구 오창면 두릉유리로 935-17번지, 여기저기 쌓여있는 고철들, 겉보기에는 어수선한 이 공간이 작은 세상이다. 허름한 창고지만 모두가 보석들이다. 난로 제조공장이다. 이곳에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초유의 환경 난로를 연구하여 개발했고, 이곳에서 극찬을 받으며 잘 팔리는 발명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언뜻 보면 세상과 단절된 그만의 동떨어진 세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세상과 잘 소통하는 그의 삶임을 알 수 있다. 그의 명성은 이미 대한민국을 넘었다. 김태경 발명가가 만든 미소 난로들은 일반 난로들처럼 나무를 땔 때, 연기가 나지 않는다. 작은 세상에서 만드는 미소 난로가 발명 특허를 받은 것은, 기류 공학적 원리로 개발한지라 연기가 안 나고 난방비용을 극 절감할 수 있어서다.

 

어려서부터 불 때는 걸 좋아했다. 난로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천만 원짜리 독일 난로를 사다 때려 부수며 분해하기도 했다. 그 결과 미소 1호 난로는 국제시장을 넘어 중국 유럽까지 애호가들이 생겼다. 그는 환경운동가다. 굴뚝 연기가 안 나게 태우면 환경을 보호하게 될 것이고, 그래야 자연에게 덜 미안하다는 것이 지론이다. 작은 세상에서 나온 미소 난로들 중, 미소 9호 휴대용 난로는 나무젓가락 몇 개 정도 분량의 땔감만 있으면 성인 몇 명 먹을 수 있는 국을 끓인다. 중국 등으로 많이 나간 이 작은 난로는 야영문화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폭발이다.


젊은 날 한때는 패러글라이딩에 빠져
20여 년을 보냈다. 공중에서 내려와 땅에 정착하여 난로를 연구하기 시작할 때, 공기의 흐름을 타고 날던 패러글라이딩을 떠올렸단다. 그리고 뜨거운 공기는 올라가고 찬 공기는 아래로 흐르는 자연 기류 원리를 이용한 연료를 극 절감하는 난로연구에 돌입했다.

자신을 발명가로 부르는 것에 손사래 한다. 발명가가 아니라 실용주의 상머슴으로 발견가라는 거다.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발견했을 뿐이라는 거다. 자연이 내준 재료를 발견해서 많은 사람이 쓰도록 만들었을 뿐이라는 거다. 엑스레이를 발명하신 분도 발견이라 표현했다면서, 그가 기술을 기업에 팔면 우리가 어찌 마음 놓고 혜택을 보겠느냐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발견가라는 거다. 작은 세상 미소 난로는 우리의 아궁이를 방안으로 들여왔다. ‘환경 대상을 받은 작은 세상 미소 난로에 대해 MBC CJB 등에서 특집으로 방영하기도 했다.

 

불이 전하는 온정의 문화를 꿈꾸는 남자

 

그의 보금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두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오래된 기타 두 개가 세워져 있고 소품들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노래를 신청하자 기타를 잡더니 눈을 지그시 감고 부른다. 따듯했던 추억이라도 그리는가 보다. 도심 속 변두리에서 홀로 난로만 연구하는 남자, 그는 어떤 그리움을 품고 사는 걸까.

미소 난로 온도는 600도 고열을 낸다. 그처럼 뜨겁던 그의 가슴이 얼음장이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화 운동가로 도종환 등과 젊은 혈을 불태웠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찍은 스냅사진 한 장이 현 정부 출범에 힘을 보탰음을 상징한다. 지금은 난로를 만든다. 정계로 가는 이가 있어야, 서민 속에 남는 이도 있는 법이다.

중년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손을 호호 불던 난로 하나 가슴에 품고 산다. 따뜻함의 추억을 가지고 산다. 아랫목이 주었던 따뜻함을 알고, 교실에 활활 타오르던 난로에 양은도시락 탑을 쌓고 점심시간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산업화에 밀려 체험하기 힘들어졌지만, 온돌문화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럴 때야말로 마소 난로는 제격이다. 그는 따뜻함을 목말라 했던 추억을 지니고 살면서 그 따뜻함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가슴 뜨거운 불의 남자다.

 

난로는 깡통이다. 써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깡통 가격이 100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른다.”

깡통을 들고 제대로 된 난로를 홍보한다. 그가 만든 미소 난로는 땔감이 기존 난로의 5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이 난로는 참나무든 건축 폐기물 합판이든 나뭇가지든 뭐든 땔 수 있다. 일반 화목난로는 잘 마른 참나무를 때야 한다. 참나무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120만 원에서 130만 원은 있어야 한겨울을 날 땔감을 장만할 수 있다. 그런데 미소 난로는 20만 원만 가지면 된다.

주변에서 땔감을 모을 수 있는 곳에서 살면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미소 난로 특징은 난방과 음식 조리, 그리고 온돌 축열 등 3가지 기능을 갖췄다. “남과의 약속은 별거 아니지요. 자신과 약속이 진짜지요”. 라고 말하는 그가 꿈꾸던 세상은 도래했을까. 관점에 따라 더 추운 세상이라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과정이라는 이도 있고, 이만하면 따뜻하다는 이도 있다. 분명한 건, 불편함이 아름다움으로 느껴질 때까지, 세상을 뜻하게 할 그의 연구는 계속될 거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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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유현덕 2021.01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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