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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조소

장백순

"작품에 자신의 철학을 담아야 한다"

소        개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살고 싶은 조각가
활동분야 미술, 조소
활동지역 청주 포함 전국, 중국
주요활동 조각가, 전시, 작품 활동
해시태그 #장백순 #미술 #조각 #조각가 #조소
인물소개

작품은 작가의 철학을 표현하는 언어다

 

의자, 전화기, 옷걸이, 침대 등 익숙한 일상용품들이 허공에 매달려 있다. 고정되어 있지 않음이 의아해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니 필수품이라 여겼던 물건들이 저토록 가벼운 존재였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麻)’를 소재로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장백순(51) 조각가의 전시회 이야기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전시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 장 작가의 ‘부유하는 삶’ 전시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인간의 삶은 떠도는 구름과 같다

 

작업실 한 켠에 수북이 쌓여있는 누런 실타래들. 장 작가가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마(麻)’가 틀림없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곳이 없어 난감하던 그가 고급침대의 매트리스 속에 ‘마’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그는 전국을 다니며 버려진 매트리스, 아니 ‘마’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일상에 쓰여 지는 물건을 오브제로 선택한 그는 석고나 스티로폼을 이용해 형태를 만든 후 실 같이 잘게 쪼갠 마를 붙이고, 속에 있던 재료들은 깨끗이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제작된 그의 작품은 마로 만든 형태만 남기 때문에 ‘가벼울’ 수밖에 없다.

 

“물욕, 명예욕 등 사람들의 욕심이 끝이 없는 세상이잖아요. 하늘을 찌를 듯 했던 인간의 탐욕도 마지막에 삼베로 된 수의를 입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욕망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예술 작품에는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장 작가는 ‘마’의 의미, 작품이 갖는 최소한의 무게, 부유(浮游)하는 전시형태 등으로 사람들에게 당신은 정말 잘 살아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자연&가족, 고향이 조각가를 길러내다

 

옛 청원이었던 청주에서 나고 자란 장 작가는 주변의 자연환경이 그의 친구였다고 이야기 한다. 땅을 파면 나오는 황토 흙은 찰흙놀이 재료요, 흔한 돌과 나뭇가지들은 만들기 준비물이 되어준 것. “어릴 적부터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주변 자연환경이 모두 제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재료였죠. 방학 숙제 중 다른 과목을 몰라도 미술 숙제만은 꼭 해가는 학생이었습니다. 하하하”

 

한편, 조각가의 길로 들어서는 데 있어 아버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목수이셨던 아버지는 큰 나무를 다듬을 때면 아들에게 도와달라고 하셨고, 자연스레 아버지의 기술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큰 통나무였던 것이 아버지의 손길에 따라 기둥이 되고 서까래가 되어 그 소임을 다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들이 홍익대학교 조소과에 진학하겠다고 할 때도 아버지는 아들의 선택을 믿고 묵묵히 바라봐 주셨다.

 

“아버지는 미대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도 미리 염려하고 못하게 하시기보다 제 결정을 듣고 허락해 주셨어요. 단, 제 결정이니 책임도 제가 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내 길을 벗어나니 내 길이 보이더라

 

흙을 반죽하고 돌을 조각하는 것이 그저 좋았던 그가 남들처럼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밀레니엄을 기다리던 2000년, 그는 커피숍을 열었다. 예술적 감각을 가미한 그의 커피숍은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며 입소문이 났고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주머니는 그득해졌지만 마음은 비어가던 시절이었다고 말한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생각한 대로 돈은 벌고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점점 더 작업실에 가 있는 거죠. 그 시기에 깨달았습니다. 제가 가장 기쁘고 보람 있을 때는 작품 활동을 하는 때라는 것을요. 그 후로 커피숍을 접고 지금까지 작품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술작품은 언어를 넘어 감성으로 소통한다

 

이후로 장 작가는 ‘발아(發芽)’를 비롯해, ‘꿈꾸는 새’, ‘소통(communication)’, ‘부유하는 삶’을 주제로 쉬지 않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청주, 서울, 뉴욕 등에서 꾸준히 전시회를 열었던 그가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전시를 갖고 있다. 중국 베이징 ‘이리미술관’의 전시 초청을 받아들여 ‘부유하는 삶’ 전시회를 열었던 것을 시작으로 오는 8월 20일부터 25일 간 베이징 송좡예술지구에서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중국에서 제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보니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은 그들에게도 화두인거죠. 당분간 중국내 여러 지역에서 전시하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마’를 이용해 세계 지도자들의 얼굴을 크게 만들어볼까 합니다. 아직 ‘마’를 가지고 나눌 이야기가 많습니다.”

 

어느 날 ‘마(麻)’가 작가의 마음에 강하게 와 닿았던 것처럼, 또 어떤 소재가 작가의 시선을 사로잡고 생각을 이끌어 작품으로 탄생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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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미 서근원 2017.08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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