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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각미술

유영복

"몸이 기억해야만 어떤 생각이나 행동도 간결해지고 작품 속에 녹아드는 것"

소        개 언어와 시각미술의 경계를 찾는 화가
활동분야 미술, 시각미술
활동지역 충주, 청주
주요활동 민예총
해시태그 #유영복 #미술 #새끼꼬기 #사과 #시각미술 #설치미술
인물소개

초등학교 3학년 때 미술 하는 동네 친구 따라 그림 그리던 소년은 지금까지 미술 활동을 하는 자신을 달팽이에 비유한다. 한남대학교 미술학과에 진학하여 공부하는 동안 고향을 떠난 것 말고는 줄곧 충주에서 성장하고 활동하면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사유를 바탕으로 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미술부를 뽑는 시간에 자신의 그림을 뽑아주는 않는 선생님한테 적극적으로 자신의 그림을 피력한 것 외에는 조용하게 자신만의 작업을 하고 있다. 함께 미술활동을 하고 있는 아내와 조력과 경쟁적인 관계임에도 자신만의 작업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일상적인 것을 알기 쉽게 표현하는 아내와 달리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림에 쏟아 붓고 싶다는 의지가 앞서 드러내지 않고 기호처럼 감추어놓는 위주로 작업하고 있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작품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소통하는 방법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단체 활동도 접고 혼자만의 작업을 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미술이라는 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런 부문에서는 약했던 것 같아요. 조형적으로든 내용적으로든 깊이 있게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마땅한데 그러지 못했어요. 작업실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나만의 고집이 강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언어에 대한 생각이 그림에 영향을 많이 주었어요. 천국이란 말도 있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언어란 것도 언어 이상을 뛰어 넘을 것 같아요. 수메르 문자가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갈수록 발전하다 보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거나 마음을 읽는 것도 발전하면 더 이상 언어에 얽매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의 내향적인 성격이 그렇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세우거나 정보력을 동원하는 것보다 툭 던져놓으면서 그림 안에서 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그림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언어의 과잉보다는 애매모호한 문자와 시각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선호하는 소재는 원고지와 화선지가 우선이었다. 글을 쓰다 만 화선지나 온갖 정보와 기사로 넘치는 신문지를 새끼로 꼬아 입체적으로 만들고 그 위에 자신만의 메시지를 던져 넣는 작업이었다. 캔버스에 성경책을 필사하거나 책의 문구, 생각 등 우리가 잊기 쉬운 언어들의 잔상 위에 빈 원고지를 그려 넣은 것도 몸이 기억하는 행위만을 표현하겠다는 의지였다.

 

 

“나무 사이에 야구공을 그린 것도 그래요. 야구가 9회말에 끝나듯 다시는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였어요. 한 번은 전시회를 하는데 작품을 싼 포장지도 벗기지 않은 채 전시를 하기도 했어요. 시각미술이 디자인, 공예, 설치미술 등으로 나뉘어 부정적인 것으로 비춰질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가치로 통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개인마다 갈등하고 미묘하게 갈리는 부분을 선택하는 데서 자유롭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9번째 전시를 끝으로 중단했던 작업의 변화가 새롭다. 사과가 그림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아담스 애플>, <너, 사람들>이란 주제로 정해놓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과로 작업하기 위해 사과 농사까지 짓고 있다. 평면 작업도 하지만 흙으로 사과를 빚어 굽기 위해 가마까지 만들었다. 사과는 지식의 사과, 선악의 사과이지만 하나님이 사과나무를 심은 것은 종교적인 것을 떠나 인간 스스로 바람직하게 지식의 사과를 먹고 나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과가 굳은 믿음의 조약돌일 수 있고 소년 소녀들의 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땅의 기운을 읽고 사과를 생산해내고 사과를 받아보는 대상들과의 관계 속에서 건져낼 수 있는 언어 이전의 사과에 꽂혔기 때문이다.

 

 

“사과농사를 직접 해보니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사과를 그리고 굽는 일보다 어려워요. 개념적인 사과보다는 직접 땅의 기운을 읽어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2천 평 농사를 혼자 하기 힘들어요. 첫 농사는 자기가 짓는 게 아니래요. 땅, 나무, 기후가 만들어내는 사과가 5년은 지어야 내가 만들어내는 사과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요. 전에 농사를 지었던 사람들이 만들었던 것이 지금 나타나는 것이지 내가 스스로 거름을 주고 정성을 들인 것이 5년 뒤에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그것까지 다 해내야 진짜 사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봐요. 첫 농사야 잘 지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내가 지은 농사라기보다는 앞선 사람들의 농사인 거지요. 내가 만들어낸 사과로 <아담스 애플> 시리즈를 해나가는 것이 목표죠. 그동안 새끼 꼬기, 원고지, 신풍나무, 벽돌이 소재였다면 이번에는 내가 만들어낸 사과가 언어와 시각미술의 경계를 말해주는 소재인 셈이죠.”

 

외골수와도 같은 그의 작업은 더 이상 화려한 작품 경향과 흐름 속에서 뒤처지는 콤플렉스가 아니다. 사과농사를 짓는 것도 언어처럼 명멸하는 것과는 달리 몸이 기억해야만 어떤 생각이나 행동도 간결해지고 작품 속에 녹아드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저절로 몸이 기억해야만 땅의 기운이 하나의 사과로 만들어지듯이 온전한 사과를 받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해 사과 농사가 햇빛과 바람과 비, 흙의 기운으로 자신만의 얼굴을 만들어낸다는 농부의 믿음과 우직하게 그림 속에 감추고 대화를 시도하는 작가 의식의 만남이 있는 그의 열 번째 작품전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이종수 서근원 2017.11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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