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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염색

연방희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관심이 있어야 해요"

소        개 자연 염색에 빠진 회계사
활동분야 자연염색
활동지역 청주, 진천
주요활동 자연염색, 기초교육
해시태그 #자연염색 #천연염색 #고래실 #회계사 #연방희
인물소개
자연 염색에 빠진 회계사,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관심이 있어야 해요."

 

시민운동가, 환경운동가, 회계사. 그를 수식하는 말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어떤 날은 예술가 조직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하니 딱히 직업과 하는 일로만 그를 넘겨짚을 수 없다. 그래도 그의 가장 아름다운 직업은 자연 염색이다.

 

“90년대 초반에 염색을 시작했어요. 옛날부터 시골에는 기본적으로 염색을 조금씩 했죠. 내가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아요. 대목도 잠깐 배웠어요. 매듭에 문화재 보수기술자 교육도 받고. 저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목수 공부를 할 때일 거예요. 경복궁 향원정 뒤에 일제 강점기 때 지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걸 다시 뜯어서 복원하는 날 자수와 염색 전시회를 했어요. 그 때 제가 전통염색에 쓰이는 자초를 구해다주게 되면서 인연이 되었죠. 그 일을 시작으로 염료에 빠지게 되었어요.”

 

염색이라 하면 보통 치자물 들이는 것만 알던 그에게 자초와 쪽으로 대표되는 염료야말로 신세계였던 것이다.

쪽도 전라도나 경상도 쪽 하굿둑에서 하던 거예요. 여뀌과라 물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곳에서 하거든요. 다른 작물에 비해서 장마에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흔히 염색장이라고 하면 쪽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무척 매력 있어요.”

 


모든 일의 시작은 관심으로부터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무엇보다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같은 걸 보더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만이 기억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렇게 자연 염색의 세계에 뛰어든 후 그가 줄곧 가져온 신념은 돈을 받지 않고 재미있게 가르치고 배우자는 것이었다. 이렇다 할 교육 시설도 없고, 가르치는 사람조차 없던 현실에 그가 터득한 것은 돈을 주고 배우게 되면 그 배움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제가 8남매 중에 막내예요. 우리 집이 대농이어서 일거리도 많아 어릴 적부터 일을 많이 했어요. 내가 늦둥이라 고등학교 다닐 때 어머니 환갑이 지났거든요. 내가 지금도 재미나게 일을 할 줄 아는 것도 어릴 적 영향 때문일 거예요. 전통공예건축학교에 1기로 다닐 때도 이걸 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오직 관심이 있기 때문에 시작했죠.”

 

뭐든지 돈을 받고 하면 노동이 되는데 돈을 쓰면서 하면 운동이 되고 즐거워요. 돈을 받고 팔거나 가르치면 사람마다 설득을 해야 하고 그 과정이 힘들죠. 돈을 받지 않으니까 상대방 눈치 볼 필요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거예요.”

 


염색 교육의 시작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가 배운 자연 염색을 사람들에게 가르치게 된 계기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 모 대학 사회교육원에서 염색을 가르쳐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나 사회교육원에서 염색을 가르치려면 가스 사용 문제부터 안전 문제까지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수강료를 돌려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도안면에 있는 자신의 집에 꾸려놓은 작업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돈을 받지 않고 교육을 시작했다.

 

염색은 재료를 사는 방법부터가 경쟁력이에요. 봄 재료와 가을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전반에 네 명, 후반에 네 명씩 뽑아서 1년을 하기로 했어요. 쪽 농사를 짓고 한여름에 감 염색을 하면서 10개월씩 쉬지 않고 했죠. 어느 날엔 동네 할머니가 지나가면서 , 서방님 저 신나무로 염색해봤냐고하더라고요. 그걸로 하면 새까맣게 된다더라고요.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는데 계속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지금은 전국적으로 염색을 해요. 그동안 별 걸 다 해봤어요. 자리공 씨를 받아서 해보기도 하고 쪽 농사도 200평씩이나 지었죠. 그 정도면 전국에서 10위 안에 들 거예요. 칡이나 등나무로도 해보면서 재미있게 배우는 것이 최고죠. 사실 염색이란 게 색소와 천과 궁합이 잘 맞아야 해요. 치자는 모시에 하면 염색이 잘 안 돼요. 모시도 식물성이니 실크 같은 동물성에 잘 붙죠. 먼저 그런 이론들을 알고 시작해야 해요. 그리고 염색을 했다고 해도 98%는 빠져요. 매염제가 충분히 빠지지 않으면 색이 날아가요. 게다가 개어놓으면 보이는 데만 색이 날아가기도 해요. 전체가 똑같이 날아가면 괜찮은데 한쪽만 날아가니까 보기 좋지 않죠. 그래서 천연염색한 천은 세탁을 잘 해야 해요. 그래서 염색한 건 집에다 모셔두면 안 된다고 그러는 거예요. 주면 똥 된다는 말도 있어요. 그러니까 세제로 닦지 말고 물로만 빨아서 두세 번 입고, 널면 비누칠을 해도 색상이 변하지 않아요. 쪽 염색을 할 때도 생쪽으로 해야 해요. 파란 잎을 쪄서 바로 염색하는 게 생쪽 염색인데 그건 명주에 쓰죠. 발효 쪽에 명주를 넣으면 염색이 된다 해도 색이 날아가요.”

 


시행착오로 얻은 가치



이 모든 것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쌓아온 노하우라니 믿기지 않는다
. 2000년 중반부터 천연염색이 유행을 하면서 대학마다 염색 교육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이론적으로 정립이 된 것은 없었다고 한다. 뒤늦게 돈 된다니까 시작했지만 그처럼 직접 재료를 연구하고 염색을 해가면서 하나하나 터득한 것이 아니었기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감물 염색의 본고장인 제주도민보다 먼저 상을 받은 것도 그가 갖춰온 이론과 실기의 산 경험 때문이었다. 종이 염색 부문에서 도토리 염색으로 상을 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염색을 잘 했다는 평을 들으려면 먼저 물이 잘 빠지지 않아야 해요. 세탁이나 햇빛에도 빠지지 않아야 하죠. 두 번째는 색이 고와야 해요. 그리고 세 번째는 얼룩이 없어야 해요. 홀치기니 문양이니 해도 의도적으로 한 거면 모르겠지만 얼룩이 지면 폐기물이 되잖아요. 우리 천연염색은 본래 문양을 넣지 않고 고르게 하잖아요. 염색하는 사람들 얘기를 해보면 기본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무조건 따라하기만 하죠. 예를 들어 집을 지을 때에 콘크리트부터 시작해서 탄탄히 진행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따라잡으려고 하니 과부하가 생겨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사람은 오래 하지도 못해요. 저는 기본을 가르치는 사람이에요. 홍화에 먹물, 황토 같은 것도 가르쳐요. 흙도 자기가 파보지 않으면 그 사람은 영원히 흙을 사다가 해야 하잖아요. 물에다 넣어서 염색하는 건 누구나 해요. 염색은 그 물을 만드는 게 기술이거든요. 염색물을 만들지 못 하면 염색을 못 한다고 봐야죠. 돈을 받고 가르치면 그것까지 못 하죠. 쪽 염색을 하려면 풀부터 뽑아야 하는데 누가 그걸 하겠어요.”

 

그의 염색 철학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진실하다. 그는 현재 고래실이라는 염색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졸업생을 32기까지 배출했다. 염색하며 인생 이야기도 나누고 개개인의 가치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곳이니 인생학교이기도 하다.

 

돈도 처음에 벌 때가 좋은 거지, 노숙자가 소주 한 병 얻으면 그 날이 행복한 것처럼 사람이 있으면 계속 할 거예요. 한 명만 와도 할 거예요.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재미로 하는 거니까 한 명이면 충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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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정상민 2019.03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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