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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김태덕

“평생 좋아하는 조각을 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소        개 돌 속에 새로운 세계를 재현해 나가는 조각가
활동분야 조각
활동지역 청주
주요활동 작품 활동, 전시
해시태그 #조각 #조각가 #인간군상 #돌팔매시리즈 #김태덕
인물소개

돌 속에 새로운 세계를 재현해 나가는 조각가 김태덕


평생 좋아하는 조각을 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미원면 금관숲 앞에 있는 금관초등학교 대문은 가위바위보를 형상하여 만들어졌다.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운 놀이를 형상화했기에 절로 정감이 간다. 바로 김태덕 조각가의 작품이다. 처음에는 그의 작업실 대문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는데 학교의 의뢰로 다시 만들게 되었다. 아이들은 한쪽만 이기는 가위바위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 다른 쪽에서 보면 서로 이기는 놀이라고 김태덕 조각가는 말한다. 거대한 대리석 작품만 볼 때는 미처 눈치 채기 어려운 그만의 작업 미학이 들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완벽하게 비어있는 돌 속에 그가 그린 세계가 통으로 들어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회화로 출발해서 가장 늦게 발견한 재능이 조각이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부터 수채화를 그리고 서양화를 그렸지만 대학입학 직전에야 조소과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뒤늦게 발견한 재능이지만 평생을 가더라고요.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이화여대 조소과에 다니던 어느 누나의 권유로 무작정 시작했어요. 겨울이었는데 진흙이 없어서 꽝꽝 언 논흙을 가져다가 녹여서 준비했었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조각


무의 세계에서 결과물을 건져내는 조각의 매력에 빠져 대학 시절을 보냈다
.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나와 입시미술학원을 6년간 운영하던 그는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 아카데미로 4년 동안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대리석이라는 훌륭한 재질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세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구현하고자 하는 추상적이고도 은유적인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대리석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보낸 유학 시절은 그의 작품 세계를 질적으로 발전시켰다. ()의 상태인 돌 속에 잠재된 눈()이 그가 가고자 하는 세계를 비추는 상징처럼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고, 그 눈은 다시 자유분방한 생기를 갖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작가의 눈인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단편을 보여주거나 심적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세계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같다. 눈 주위에 몰려든 파리를 보면 섬뜩하리만치 충격적인 부패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에서는 한없이 서정적이면서도 활력 있는 선을 느끼게도 한다.

 

미원면 운암리 물가에 있는 그의 작업실 겸 전시실에서 발견한 작품들은 대부분 그렇게 조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예술작품이 아름다운 조화의 세계뿐 아니라 고통과 절망, 고뇌를 통한 불편한 시선을 보여주기도 하듯이 인간이라는 유한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운명과 순환의 세계를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돌팔매 시리즈로 대표되는 섬세한 대리석 조각을 보면 인간의 운명을 직감하게 된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처음 만들었다는 돌팔매 시리즈는 아름다운 조형물로서만 기능하지 않는 날카로운 인간군상의 탐구 정신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던진 돌멩이가 매끈하면서도 아름다운 얼굴의 한 부분을 깎아내듯 상처를 내고 박힌 테라코다를 보고 있으면 우리의 정신을 좀먹고 육체를 갉아먹는 절망의 세계를 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양한 인간군상에서는 동양적인 명상과 깨달음 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야말로 공()으로 윤회하는 듯한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머릿속에 투각되어 보이는 동전과 파리의 모습(대리석이라는 물질 자체가 기계화된 작업으로 대치될 수 없어서 사포로 몇 달에 걸쳐 갈아내어 파리 다리를 표현했듯이)이 근접할 수 없는 조형미학의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평론가의 평가에 따르면 눈은 지향점이어서 눈을 뜨고 있든 감고 있든 작가의 의식으로 판단되는 상징이며, 그와 대척점에 있는 파리는 더럽고 혐오스러운 거세점이어서 사라져야 할 대상이면서 어떤 의미로든 승화될 수 없는 것이기에 반복적으로 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 사는 모양을 빚어내다

김태덕 조각가는 한동안 자신의 작업실 마당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하였다. 20여 년이 넘는 동안 한 동네를 지키며 마을주민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난 해 수해를 입고 여러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받아 작업실을 복구한 고마움을 더 많은 수해를 입은 동네 주민들을 돕고, 마을의 표지석을 만들어주기도 하면서 보답하고 있다. 그의 평소 소신대로 사람 사는 모양을 빚어내고자 하는 작품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럴수록 권력에 의한 파괴적인 위협과 억압을 상징하는 파리의 이미지가 작가의 비판적인 눈으로 생생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의 작품은 섬세하면서도 경쾌한 동작으로 우리 곁을 지킨다. 해마다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는 사직동 분수대의 활발한 이미지도 그의 작품이고, 아산 신정호 조각공원, 대전 동물원의 거대한 다윈 흉상이나 충주 중앙탑 조각공원에서 만나는 거대한 얼굴상도 그의 작품이다. 1991년 국제조각심포지움 ‘NANTO PIETRA91’에 참가하고 94‘GAP국제조각심포지움’, 95년 몽브리성 국제조각심포지움에서 선보인 거대한 대리석 작품들 또한 대중적이면서도 심오한 사유 세계가 혼재한 창작의 결과인 것이다. 1993년 이탈리아 피렌체 시에서 주는 “Eco darte modema’ 특별상과 1995년 프랑스 몽브리성에서 주는 국제조각 심포지움 시민상을 받은 것도 그의 작품성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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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염종현 2019.03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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