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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박영학

“자기 세계에 빠져서 관철시키기보다 제 그림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소        개 자연을 새롭게 해석하는 화가
활동분야 회화
활동지역 청주, 전국
주요활동 해외 개인전, 해외 아트페어 참여
해시태그 #아트페어 #회화 #자연 #한국화 #목탄 #숯 #박영학
인물소개

자연을 새롭게 해석하는 화가, 박영학


자기 세계에 빠져서 관철시키기보다 제 그림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구석진 언덕에 한 폭 민들레/혼자서 노랑 꽃 피어났구나.//나비도 안 찾는 응달진 곳에/혼자서 고요히 피어났구나.//다시서 찾으니 한 폭 민들레/그 벌써 꽃 지고 늙어졌구나.//아무도 안 찾는 응달진 곳에/혼자서 고요히 늙어졌구나. (권태응, <민들레>)

 

권태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그렸던 민들레와 시는 마치 시인의 눈이 일부러 찾아 나선 그 자리처럼 아픈 현실과 희망의 교차된 모습으로 녹아있다.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인간 중심의 풍광이 아니라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 수 있는, ‘불통과 불화로 비쳐질 수도 있는 자연을 그리는 화가 박영학. 숯으로 그린 폐허더미와도 같은 자연에 핀 한 폭 민들레는 한 평론가의 말처럼 비움과 메움이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공간에 피어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가 주로 다루는 그림도구는 숯과 목탄, 돌가루다. 거친 자연에서 나와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를 선택한 것도 그가 추구하는 비움과 메움이라는 주제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림도구를 선택하게 되면서 그의 그림 세계도 바뀌었다. ‘검은 정원연작이 그동안 추구했던 먼 이상세계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화분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생성과 쇠락의 연결고리를 함께 담고 있는 자연의 발견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초음파로 들여다본 우리 몸속 같은 검은 정원들이다. 자연 속에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란 있지 않기에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때로는 무질서해 보이는 현상들이 검은 정원연작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만화로 시작한 미술

그는 처음 미술에 눈을 뜨게 될 무렵
, 만화방의 인기작가였던 이현세와 박봉성의 만화를 따라 그렸다고 한다.

중학교 때인가? 만화방 다니면서 이현세나 박봉성 만화를 보고 따라 그렸어요. A4용지에 그림 그린 후 코팅해서 책받침으로 쓰는 게 인기였거든요. 그러다가 미술학원 하는 친구 누나가 학원에 다녀보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미술학원은 여자들만 다니는 곳인 줄 알던 때였거든요.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서 아침 일찍 갔다가 사람들 오기 시작하면 나가곤 했어요.”

 

그렇게 만화방에서 그림에 눈을 뜬 소년은 그저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다. 미술학원을 거쳐 청주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하며 청주를 떠나지 않은 것도 좋은 선생님들, 친구들과 함께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였다.

 

그림이 아무리 혼자 그린다고 하지만 동기부여나 작업에 발전이라든지 모든 영향은 주변에 있는 친구들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팀별로 작업을 하고 동아리를 결성하는 얘기를 많이 해요. 공모전보다는 창작스튜디오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쳐서 작가들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곳에는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전국에서 모이는 친구들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작업하다 보면 일종의 시스템이 만들어지죠.”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같은 공간이 젊은 화가들에게 인지도가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좋은 시설에, 작업하기 좋은 환경까지 갖춰지니 타지에서 좋은 작가들이 내려오고, 자연스레 교류가 이루어지니 박영학 화가의 성정에 들어맞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동인 형태로 작업을 하고 문화재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새로운 분위기도 나타났다. 과감하게 미술시장에 뛰어들어 평가를 받아야겠다는 용기가 선 것도 그런 바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그리면서 놀자는 뜻으로 하다보니 지치지 않고 동인 속에도 자신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정북토성, 상당산성 등을 다니며 스케치하고 전시하고 국제교류전까지 기획할 수 있었던 것도 친구들과 같이 고민하고 작업한 결과였다.

 

자기 세계에 빠져서 관철시키기보다 제 그림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지금은 미술시장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학벌이니 파벌이니 하는 것이 깨져버렸거든요. 좋은 작가들이 갤러리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지다 보니 대학을 갓 졸업한 친구들도 열심히만 하면 뛰어들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진 것이죠.”



아트페어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다


2006
년부터 독일을 비롯한 유럽 아트페어로 눈을 돌린 것도 이러한 바탕 위에서 열린 기회였다. 관람객들이 흥미롭게 지켜봐주고 자신의 그림에 던지는 조언들을 들으면서 해외에서의 가능성을 느꼈고, 그만의 작업에 매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다.

 

검은 정원연작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업의 깊이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화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으나 일찍이 먹 작업만으로는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아트페어를 다녀보니 하나의 전공과 한 가지 재료에만 빠져있어서는 더 나은 작품 세계로 발전시킬 수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지필묵이라는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그가 찾은 것은 목탄과 숯이었다.

 

한국화 전공자들에게는 이라는 재료가 주는 굉장히 큰 산물이 있음에도 그걸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구가 항상 있거든요. 한국화와 서양화의 차이가 스며듦과 물감이 얹히는 것의 차이라면 이 주는 깊이는 서양화에 얹히는 강한 색을 따라가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목탄과 먹을 혼합해서 써보고 목탄만으로 그려보기도 하다가 숯을 찾아낸 거죠. 숯으로 그린 그림을 아트페어에 가져갔더니 확실히 반응이 다르더라고요. 판매도 잘 되고요.”

 

뿐만 아니라 작업 방식도 바뀌었다. 스케치를 바탕으로 큰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던 차에 과감하게 스케치를 버리고 숯을 써서 직접 작업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하나 있다. 직접 작은 정원을 가꾸면서 발견한 사실, 그동안 너무 넓은 풍경만을 그림에 담으려 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그동안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멀리 있는 풍경, 너무 많은 것들을 그려왔다면, 작은 정원에 얼크러진 풀이나 꽃들을 유심히 관찰해서 그려야겠다는 생각의 전환에 들어선 것이다.

해외 아트페어를 나가면 그림을 사는 사람들의 신중함에 놀라요. 내 집에 걸 작품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집의 구조나 벽지 등과 어울리는 작품들을 첫날 와서 골라놓고 신중하게 선택을 하더라고요. ‘작가의 가치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사는구나.’, ‘이런 사람들이 내 그림을 사니 잘 하고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가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믿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갤러리와 아트페어로 대표되는 그림 시장과 상생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변화시켜가는 것이야말로 작가의 생명력을 높이는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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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이종수 염종현 2019.03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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