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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서예

이종집

“붓으로 종이를 째고 깔려있는 모포까지도 쨀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해요.”

소        개 붓의 맛을 알면 재미있다는 서예가, 이종집
활동분야 미술, 서예
활동지역 청주
주요활동 충북민예총 서예위원회, 서실운영, 서예 강사
해시태그 #서예 #충북민예총 #붓의맛 #이종집
인물소개

붓의 맛을 알면 재미있다는 서예가, 이종집

붓으로 종이를 째고 깔려있는 모포까지도 쨀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해요


단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이종집 서예가를 만났다. 누구든 자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민다방은 낯선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빗속에서 짙어지는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그가 들려주는 서예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청주 출생인 그는 중학교 때부터 붓글씨에 관심이 많았다. 특별활동 시간에도 서예반에 들어가 붓글씨를 썼던 그는 아마도 지필묵을 끼고 사시던 할아버지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할아버지께 한문을 배우며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자랐다. 그러나 그가 본격적으로 붓글씨를 쓴 것은 스물다섯 살 때부터다.

 

발판이 되었던 수련 과정

 

저는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함산 정제도 선생님을 만나 본격적으로 서예를 시작했어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저한테 선생님은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사사해주셨어요. 글씨뿐만 아니라 서예 이론과 문자학, 역사, 한시까지 개인적으로 공부하라고 하셨어요. 해서가 끝나고 나면 스승님 글씨를 모방해 출품하는데 스승님은 기본을 모르고서는 누굴 가르칠 수 없다고 하셨어요그때 선생님께 배운 것이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필강 홍신표 선생님(문인화)과 함산 정제도 선생님(서예) 두 분께 사사한 그는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 한국서가협회 충북지회 초대작가, 고불서화협회 초대작가, 백제 세종예술협회 초대작가로 데뷔하며 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전(예술의 전당), 충북서가협회초대작가전(청주예술의 전당), 중 교류전(제남, 낙양, 석가장, 청도), 청주국제비엔날레 초대작가전 등, 개인전(2014, 2017)과 단체전을 열었다. 서실을 운영하면서 문화센터 강사이기도 한 그는 대한민국 서예전람회 심사위원, 충북 서예전람회 심사위원, 충북민예총 서예위원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붓으로 종이를 째고 모포까지도 꿰뚫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해요

 

공부할 때 선생님은 붓으로 종이를 째고 모포까지도 꿰뚫어 내는 듯한 선으로 윤기가 뚝뚝 떨어지는 글씨를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먹을 갈아요. 그러면 마음속에 있는 모든 근심이 사라지면서 잡생각 없이 글씨에만 몰입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서예는 붓으로 쓰는 예술이니 서예 전시회에서 글씨를 봐야 하는데 글씨를 읽으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을 보면 한문으로 쓴 작품을 읽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여요. 사실 어려운 한문 글씨는 작가들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거든요. 서예 작품도 그림처럼 감상하고 봐야 해요.“

 

서예에서는 점, 획의 무게를 나타내는 선의 질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 나아가 진정한 서예가라면 기교의 수련 완성을 넘어 시인 기질, 철학적 사유까지도 갖추어야 한다. 서예가 예술로서 평가받는 중요한 까닭은 미적 기법과 사람의 인격, 사상이 결합하여 그 시대의 사회적 과제와 정서까지도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는 전통서예의 투철한 천착을 버리고 한글 서예와 문인화를 바탕으로 보편성을 융합하는 이상적인 현대 서화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만에 한 명이라도 글씨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하셨어요.

 

해방 전 서예는 선비들이 하는 고급 예술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취미로 하거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배우는 정도예요. 청주에 서실이 10개 정도인데 주로 은퇴한 사람들이 배우러 와요. 청주에도 몇 분이 서예를 예술로 승화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어려운 일이에요. 서예가 교양 수준에 머무는 장르가 돼버렸으니까요. 사사할 때 선생님께서 항상 말씀하셨어요. ‘만에 한 명이라도 글씨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요. 시일이 걸리더라도 기초부터 탄탄히 오랜 시간 숙련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저는 선생님의 그 말씀을 명심하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는 법 첩(명인들이 남긴 글씨)을 바탕으로 공부해서 우리 시대에 맞는 서예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러려면 서예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 첫 번째는 구도를 바꾸고 공간에 맞는 작업을 하는 일이다. 한옥에 어울리게 쓰던 글씨와 크기를 아파트나 카페에 어울릴 수 있도록 공간에 맞는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대로 된 한글 필법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그는 오래전 중국인들과 같이 작업하며 한문을 많이 썼는데 서예는 왜 우리글을 놔두고 한문을 써야하는지에 대해 고심했다고 한다.

붓의 맛을 알면 재미있다.”, “획을 그을 때마다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하는 그는 서화동원(書畵同源)에 내재되어 있는 뜻을 깨우치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쓰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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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박종희 문호영 2019.08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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