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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황해경

서각(書刻)과 함께 하는 삶은 즐거운 여행길

소        개 서각가
활동분야 미술
활동지역 청주, 전국
주요활동 미술, 서예, 서각
해시태그 #밝은솔서각공방 #나무와 나눈 이야기 #
인물소개


내 나이 마흔다섯 오십 줄을 향한 고갯길 내리막이다

 

이 시를 쓴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제 꺾어진 환갑, 가파르니 속도가 더 나겠다. 인터넷 교육사업으로 사회 경험을 하며 적당히 돈도 벌어보고는, 그 일을 접고 이제 내가 행복한 걸 하며 살아야지 했는데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을 찾고자 사진, 글쓰기, 동화구연, 책 읽어주기 등등 닥치는 대로 배우러 다녔다.

 

그중 목공예가 있었다. 나무로 인형을 깎기도 하고 나무판에 그림도 새기는 일이었다. 이때 만난 인형 조각가 한명철 선생님은 늘 감사하다. 2년 목공예를 하면서 나무가 참 좋았다. 그래서 나무와 관련된 전문적인 일을 하자고 마음먹고 목공예를 그만두고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서각(書刻)이었다. 서각이 뭔지도 모를 때 보는 순간바로 이것이구나!’ 싶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며 배우는 데 집중했다. 그냥 행복했다. 나무를 만지작거리며 자르고 파내고 색칠하고 하여 마침내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때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였다.

 

조형예술과 서각(書刻)의 만남,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어

 

이 일을 평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공방을 차렸다.

공방이라기보다는 회원 하나 없는 내 작업실이었다. 차츰 회원도 생겨 가르치는 일이 늘어나니 서각의 바탕이 되는 붓글씨도 전문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 서예를 배우기 시작해서, 캘리, 신영복체 등을 익혀 나갔다. 이때 만난 분이 서각가 소석 조명웅 선생이었다. 선생께서는 무엇보다 채색과 구성력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기회가 있으면 작품을 출품했다. 대한민국 서예대전, 한양 예술대전, 서각회원전을 경험하며 예술인협회에도 회원전에도 열심을 냈다. 한중국제서화교류전에도 참여하여 중국 작가들과 작품을 교환하며 시야를 넓히기도 했다. 그렇게 한 5년 배움에 몰입하며 작품을 생산해 쌓아가는 참에 개인전 의뢰가 들어왔다. 그리하여 미동산 수목원에서 첫 개인전인 <나무와 나눈 이야기>를 열었다. 많은 지인이 도와주고 응원하여 성황리에 전시회를 마치고 나니 비로소 작가가 되어 있었다.

 

개인전 중에도 오랫동안 생각만 해오던 대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서각(書刻)을 하면서는 예술 방면의 바탕 교육이 부족함이 늘 아쉬웠다. 초등시절 조소부를 했었는데, 그 길로 계속 갔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충북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나이 오십에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힘들었지만 서각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조형예술과 서각의 만남은 그녀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는 졸업 작품전에서 평면으로 드러누워 있는 문자를 입체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시도했다. 최초 문자들이 대부분 상형이어서 조형성을 갖추고 있어 가능했다. 그리하여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나무와 나눈 이야기2>로 두 번째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이어 KBS 청주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지고 나니 어느덧 대학원 졸업이 다가왔다.

졸업 논문은 <<문자를 중심으로 한 서각과 문자조형>>으로 통과했다. 이때 나와 비슷한 생각을 앞서 한, 유장식 서각가의 작품이 많은 참고가 되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달려온 세월이 어느덧 10년을 넘기고 있다. 비로소 기본이 잡혔다는 생각이 들고,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새로운 도전 의지가 샘솟는다. 내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인물 각은 선물용으로 심심찮게 주문을 받는데 더 발전시켜야 하고, 문자조형도 더 탐구하고 싶다. 그리고 청주의 상징인 <직지>에 대한 서각 작품을 꾸준히 준비해 왔는데, 내년쯤에는 완성하여 발표할 계획이다.

 

서각(書刻)과 함께 하는 삶은 즐거운 여행길

 

서각(書刻)과 함께 하는 나의 삶은 즐거운 여행길이다. 그 여행을 가족과 함께하니 더욱 만족스럽다. 특히 시작부터 지금까지 항상 도와주는 남편에게 참 감사하다. 작가인 남편과 나누는 예술적 대화에서 많은 소재를 얻고, 더불어 비평도 받으니 든든한 배경을 가진 셈이다. 두 아들도 전시회 때마다 일꾼이 되어 도와주고 응원하니 큰 힘이 된다.”

 

서각(書刻)을 하기 전에는 종종 삶이 공허했다. 사업을 하고 돈을 벌어 봐도 내적 충족감이 없었다. 여러 가지를 배워보았으나 그 역시 한때의 만족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예술적 삶이 가장 큰 행복을 준다는 걸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것이 어떤 장르이든 사람은 창조의 본성이 있고, 그 일을 일상과 병행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는 걸 서각을 통해 깨달았다.

 

짧은 인생에 그나마 보람되고 인생을 걸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예술적 창작활동에 많은 분과 함께하고 싶다. 그래서 2014년 출범한 밝은 <>서각회는 서각을 함께하려는 회원들의 예술창작에 행복을 더하고자 만든 모임이다. 회원들과 함께 공방에서 들려주는 망치 소리는 오늘도 즐거움을 더한다.

앞으로도 서각(書刻)을 통해 삶의 행복을 이웃과 두루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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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례 구연길 2021.01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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