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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민병인

“진실에서 벗어나면 작품 만들 수 없어요”

소        개 반세기 넘는 세월을 무대에 오른 연극배우
활동분야 연극
활동지역 충북 청주
주요활동 연극
해시태그 #민병인 #연극 #12대 충북연극협회장 #신파극 #청노연극봉사회
인물소개

“진실에서 벗어나면 작품 만들 수 없어요”

 

우연히 오른 무대가 어느덧 반세기 넘어


그는 1940년생이다. 70을 넘어 2017년 3월 인터뷰를 한 현재 80세를 바라보는, 3대째 청주 토박이다. 그 긴 세월 동안 남들 다 하는 직장 생활 한 번 안 해보고 오로지 ‘연극’이라는 한 장르에만 매달려왔다.지역 연극계 원로 민병인 씨의 얘기다. 보통 예술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면 대부분 어릴 때부터 해당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그 일을 시작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주성초등학교와 청주중학교, 세광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연극에 뜻을 두진 않았다고 한다.

 

“지금의 청주우체국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친구를 만났죠. 그런데 얘기하는 중에 그 친구가 연극을 하려는데 배우가 부족하다면서 저보고 출연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게 제 연극 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민 씨가 무대에 선 행사는 1961년 열린 충북예술제였다. 당시 처음으로 연극 분과의 공연 무대가 마련됐고 그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에 출연했다. 무대에 서긴 했지만 그때까지도 연극을 평생의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처음 연극을 하고 나서 1∼2년 정도는 집안일 등으로 인해 직장을 못 잡고 있다가 공연에서 연을 맺었던 연출자들이 부르고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그 바닥에 눌러있다 보니 슬슬 재미가 느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게 민 씨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연극인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1963년 해병대에 입대하고 3년 간 군 생활을 하면서도 1년에 한 번씩 휴가 때마다 조명이나 음향을 거들고 예술제에도 꼬박 꼬박 참여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오늘날까지 왔네요.”

 

 

 

“후배들, 머리 아닌 가슴으로 살고 작품하길”

 

6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해 온 민 씨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무대에 설 기회는 반비례로 줄어든다고 한다.

 

“요즘 후배들은 흥행을 목적으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나이 먹은 배우들은 출연할 기회가 적어요. 전국 연극판을 돌아다니며 무대 세팅, 연출 등을 하며 생활비 벌기를 15년 정도 했는데 지금은 그나마도 끊겼습니다. 20∼30대 위주의 공연에 저 같은 사람은 낄 자리가 없어요. 어쩌다 ‘홍도야 울지 마라’, ‘울고 넘는 박달재’ 같은 신파극을 할 때나 연륜 있는 우리가 필요해지죠.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으나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여자는 ‘화장’을 하고 배우는 ‘분장’을 하죠. 그 ‘분(扮)’이 꾸민다는 뜻이잖아요. 나이를 먹어도 그렇게 해서 무대에 오를

수 있는데 섭외가 안 오는 거죠.”

 

말 그대로 연극만 하고 살아온 민 씨이기에 본인 말마따나 그것 밖에는 얘기할 게 없다. 하지만 그만큼 민 씨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진실’이다.

 

“그나마 제가 터득한 건 진실에서 벗어나면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희곡의 진실성을 느끼고 작업을 해야죠. 자랑이 아니라 그래서 제 생활도 바른 길로만 가게 되고 어디 가서 나쁜 말 안 들으며 저 역시 나쁜 말 안 하고 삽니다.”

 

민 씨는 현재 청노연극봉사회의 감독을 맡고 있다. 청노연극봉사회는 청주시노인복지관 이용자 중 연극을 좋아하는 노인들이 2005년 모여 만든 단체다. 2007년 노인인권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으며 해마다 10회 이상 봉사 공연을 한다. 지난해에도 극단 시민극장의 무대를 빌려 작품을 올렸다.

 

“돈 받고 하는 일은 아닙니다. 전 한 번도 출연료 때문에 연극을 한 적이 없어요. 주면 받고 못 주면 말고죠. 그저 연극이 좋아서 할 뿐입니다. 한 번은 도지사를 만나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박물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만들어질지는 모르겠네요.”

 

인터뷰 말미 그는 연극계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했다.

 

“가식으로 세상을 살면 안 돼요. 그러면 오래 못 가요. 가슴으로, 진실로 세상을 살고 작품을 해야 합니다. 머리로 살지 말고. 선배를 잘 모시라는 말도 하고 싶은데 제 입장에서는 그 소리 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위에 선배가 없으니까 자칫하면 ‘날 잘 모셔라’고 하는 소리 밖에 안 되지 싶어서요. 하하.” 

 

사진 발행일 제작/출처
신홍균 이재복 2016.12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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