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청주

창으로 부서지는 가을빛이 고운 날, 핑크뮬리와 사진관 카페로 소문 난 ‘다게르’를 다녀왔다.

청주 서원구 남이면에 위치한 ‘다게르’ 카페는 핑크뮬리 재배 때문인지 언덕같이 높은 곳에 있었는데 속 시원하게 사방으로 보이는 뷰가 정말 좋은 곳이다. 어딜 가나 주차 공간이 부족한 요즘 주차장이 넓은 것도 마음에 들었고 요정들이 살 것만 같은 비밀스러운 숲 속 공간이 많은 것도 좋다.

이곳저곳에 마련된 포토존의 유혹을 뒤로하고 카페에 들어서자 그윽한 커피 향과 시간이 멈춘 듯한 흑백사진 갤러리가 반긴다. 감미롭고 매혹적인 커피 향에서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데 세월이 쌓인 흑백사진에서는 레트로 감성이 느껴져 추억여행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코로나 이후 더 유명해진 카페

남녀노소 세대를 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마치 숲 속 놀이터 같은 공간 때문에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카페가 문을 여는 11시에 도착했는데 그 시간에 이미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여자가 흑백사진이 걸려있는 포토존에서 분주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카페 내부도 예쁘지만, 이곳은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서 구석구석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공간을 놓치지 않는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데 정원 구석진 곳에는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한옥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다. 건물의 2, 3층은 사진관으로 이용하는데 요즘 핫한 셀프 사진관도 운영한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공간을 잘 꾸며 놓아 포토존이 많은 곳도 특징이다. 루프탑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여러 디자인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 요즘 같이 좋은 날 핑크뮬리 길을 산책하고 루프탑을 즐기는 것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이상준 대표는 이곳은 오히려 코로나 덕을 봤다며 해맑게 웃었다. 코로나 때문에 꽉 막힌 공간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야외 공간과 숲 속 공간을 즐기고 핑크뮬리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진정한 카렌시아가 될 수 있는 곳

전문 포토그래퍼라 그런지 언뜻 보기에도 남다른 카리스카가 느껴지는 이상준 대표는 “스튜디오를 10년 운영했는데 작년부터 카페를 같이 하고 있어요. 내가 커피를 좋아하니까 이곳에는 고객의 기호에 맞게 커피를 골라서 마실 수 있게 로스팅하고 있어요.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로 로스팅하는데 불에 직접 닿게 직화로 로스팅을 하고 있어 커피가 맛있어요. '카렌시아’가 투우 경기장에서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른다는 장소라는 뜻이잖아요?"라며 "마찬가지로 이곳도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잠시 자신을 돌아보면서 누군가도 의식하지 않은 체 온전한 휴식을 취한다는 그런 공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나만의 안식처 같은 공간

커피와 음료 그리고 쿠키와 머핀이 있는 다게르 카페는 다양한 포토존들과 루프탑에서 즐기는 여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지만, 밤에는 청주의 멋진 야경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상준 대표의 주문처럼 삶에 지치고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