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기록

김정연 (b. 1980)

펴낸 기록
  • <부산 동구에서 삶을 오롯이 이바구 하다> (2017, 부산동구문화전문인력 기획사업)
  • <신발의 도시 부산, 그곳에 숨은 이야기> (2018, 부산진구청·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 <부산어묵이야기> - 구술채록부문 (2019,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 부산문화재단 예술교육총서 2권 <지역·문화예술교육> - 구술채록부문 (2020,부산문화재단)
대표 기록 활동
  • 부산의 근대사를 살아온 동구 주민 18인에 대한 구술 채록

    부산 동구 초량동·범일동·좌천동·수정동에 30~40년 살아온 거주민을 찾아 그들의 삶과 이야기에 대한 구술 채록을 통해 동네의 옛 모습을 재발견함

  • 1960~80년대 부산 신발 산업 노동자 20인에 대한 구술 채록

    1960~80년대 부산의 주요 산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신발 산업 노동자들의 삶, 근무환경, 애환 등을 담은 이야기로 지금은 사라졌으나 한때 부산의 대표 산업이었던 신발 산업의 현장 속 노동자들의 삶 속에서 당시의 산업 문화와 지역 문화를 발견한 기록. 사라진 신발산업의 메카 부산의 숨겨진 표상을 기록화함

  • 부산지역 초창기 어묵 기술자 6인에 대한 구술채록

    ‘부산 어묵’이라는 고유어가 생겨났듯, 지금은 부산의 대표 먹거리 문화가 된 ‘부산 어묵’ 의 옛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구술채록 함. 일제 강점기 속에서 일본의 ‘오뎅’을 어깨너머 배우며 어묵을 사업화로 이끈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묵의 변천사를 다루며 부산 어묵탕의 유래, 부산 지역에서 형성될 수 밖에 없었던 문화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다룸

  • 부산지역 문화예술교육 수혜자 17인의 구술채록

    문화예술교육 당사자들의 유년시절부터 예술교육을 접하기 전까지의 구술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문제점과 변화상과 지향점, 지역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들을 채록함. 예술교육을 접하지 못한 분들, 부모와 함께 참여하는 학생들, 학부모들, 기획자들을 만나 프로그램 체험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구술을 통해 기록함

인터뷰글

구술채록인 김정연

- 한국 근대사 중 전쟁의 역사에 관심
- 부산을 시작으로 구술 채록, 소시민들의 역사를 기록

프리랜서 구술채록인 김정연씨(41)는 지금까지 3권의 구술채록집을 엮었다. 모두 부산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첫 구술채록집은 2017년 발간한 <부산 동구에서 삶을 오롯이 이바구 하다>이다. 부산 동구에서 30~40년을 거주한 주민들이 구술로 그 지역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를 기록했다.
두 번째 작업은 부산의 대표 산업으로 호황을 누렸던 ‘신발’을 주제로 2018년 <신발의 도시 부산, 그곳에 숨은 이야기>를 출간했다. 한국근·현대를 살아온 분들의 증언과 신발공장 노무자들의 이야기를 2권의 구술생애사로 엮어 70년대 당시 신발산업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2019년에는 <부산어묵이야기>란 주제로 6인의 어묵기술자들의 삶과 어묵의 변천사를 기록했다. 어묵이 부산의 대표음식과 대표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구술을 통해 들려주었다.

이처럼 그녀의 구술 작업은 모두 부산과 관련되어 있다. 부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묻어나 고향이냐고 물으니 충남이 고향이란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전국이 작업장이라는 그녀는 부산이 구술채록에 대해 관심이 많아 여러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난히 활달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녀가 구술 채록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문득 궁금해진다.

“구술채록에 뛰어들기 전에는 예술분야에서 영상과 사진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 10년 전 문화전문인력 기획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게 되었는데, 그때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첫 구술채록 작업이었죠.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구술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알지 못했던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살아보지 못한 시간에 대한 궁금증이 구술채록인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을 잘 모르시는 어르신들을 위한대신 기록해 드리기. 채록 내용을 직접 읽어 드리며 구술책을 증정.

예술분야에서 문화라는 확장된 영역으로 진입한 그녀는 글이 가진 기록의 장점을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영상이나 사진 작업은 기술적 요소에 따라 변화가 심하지만, 텍스트로 남는 구술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술은 다양한 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살아온 시대의 경험은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으니까요.
영상이나 사진은 추상적일 수 있는 기록입니다. 반면 구술기록은 지난 역사를 다음세대 사람들에게 말과 글로 들려줌으로써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알고 이해하도록 해주죠.
시대를 멈추지 않게 이어주는 것이 구술이라면 구술자는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유독 한국근대사와 전쟁에 대해 관심이 많다. 경험하지 못한 시대이기도 하지만, 어둡고 암울한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 대한 애정과 뜨거운 인간애가 아닐까 싶다.

“6·25전쟁을 비롯한 근대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쟁에 관심을 두고 보니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월남전에도 참가하셨더라고요.
한국전쟁 후 국가정책으로 독일에 탄광광부나 간호사로 파견 간 한국인들의 이야기도 있고요.
그런데 기사나 연구 자료를 보면 시대의 역사적 증인 또는 경험자분들의 이야기가 많지 않았어요.
근대를 살아오신 분들의 귀한 경험을 이 시대의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저였던 거죠.”

관심 있는 일을 해야 재미있고 깊이 있게 오래 할 수 있다는 그녀는 지금도 어르신이 앉아계시면 질문하고 싶어진단다. 일에도 임자가 있듯이 구술채록이 그녀의 몫이지 싶다. 한 사람, 한사람 걸어온 삶의 여정을 단 몇 시간, 며칠로 압축해 들으려면 많이 듣고 그들이 많이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술채록은 많은 사람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게 일이죠. 구술자와는 1대 1로 만납니다.
주변이 산만하면 이야기 흐름이 바뀌거든요. 한 분만 집중해서 채록하는데, 질문지는 따로 없습니다.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요.
구술자가 경험한 일들을 잘 기록해 전달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

상처의 흔적은 시대를 반영한다. 피난촌 하꼬방에 드나들던 쥐가 손가락을 파먹은 흉터

구술채록을 하다보면 타인의 삶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따뜻해진다.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하는 간접 경험을 통해 내적 성장을 이루기도 하고, 구술의 결과물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바꾸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 작업인 <신발의 도시 부산, 그곳에 숨은 이야기>는 그런 작업이다.

“부산하면 신발이 떠오를 만큼 산업화에 성공했지만, 굵직한 신발회사가 파산하면서 사양 산업이 되었어요. 가까운 과거임에도 부산에서 잊혀졌죠.
이를 구술 작업을 통해 부산의 신발 산업을 부각시키고 역사적으로 조명했습니다. 공장 사람들의 생활사가 그려질 만큼 구술은 당시 신발공장의 일과가 퍼즐처럼 맞춰졌어요.
책으로 출간된 이후 부산시에서는 신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신발 전시관이 만들어지고, 외국으로 나갔던 신발기업들이 부산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죠.
이러한 파장은 그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시간이기도 해서 구술채록인으로 자긍심을 느낍니다.”

사진은 구술자의 상징적 의미의 사진을 담는다_수제화를 만드는 장인의 도구사진

그녀는 구술 작업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일을 마치고 나면 스스로 뿌듯하단다. 그러나 자긍심이 클수록 힘든 시간도 비례한다. 지난 시간과 기억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은 배가 된다. 구술 현장을 찾아다녀야 하다 보니 가장 힘든 건 역시 사람이다.

“가장 힘든 건 사람을 만나는 일이예요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을 찾는 일도 쉽지 않고요, 그렇게 사람을 만나도 신뢰를 쌓기란 더 어렵죠.
한 두 시간에 그 사람을 믿기란 쉽지 않은 거니까요. 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말 한마디 하는 것도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런 시대를 살았던 분들이기에 누군가를 쉽게 믿지 못하시죠.
구술비를 책정해 감사를 표할 때가 있는데 지원금의 경우 구술자의 통장사본과 주민등록증이 필요하잖아요, 어르신들 한데 통장사본과 주민등록증을 달라고 하면 사기당하는 것 아닌가 의심하고, 막상 주고 나서는 밤새 잠을 못 잤다는 분도 많고, 심지어는 경찰에 신고해 전화를 받은 적도 있어요.”

공신력 있는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을 누가 그리 쉽게 믿겠느냐는 게 그녀의 말이다. 하지만, 그조차 구술채록인이 넘어서야 할 산이다. 산을 넘기 버거워 포기하기에는 아직 그녀가 해야 할, 하고 싶은 작업이 너무 많다.

“전쟁이야기를 구술하고 싶어요, 일제 강제징용, 해방선을 탄 사람들, 제주 4·3사건, 여수반란사건, 6.25전쟁, 월남파병관련 참전·경험자 등등.
시급한 주제부터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구술기록을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근대화를 이끌었던 산업체나 기업 성장을 이끌어낸 노무자 분들의 지나온 삶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이야기가 기록이 되면 영원한 발자취로 남아 더 큰 문화콘텐츠로 확장되고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그녀는 요즘도 틈만 나면 산골짜기 외진 마을을 찾는다. 한 사람의 인생이야기를 가공하지 않고 오롯이 기록해 기록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녀의 바람처럼 정신과 가치가 살아있는 기록물들이 다음세대 사람들의 가슴에도 가 닿길 기대해본다.

글 | 연지민 충청타임즈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