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원
'많은 작가들이 선망하는 레지던시'
양지원 작가의 경우 올해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 기획자와 입주 작가로 함께 입주한 작가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시각예술의 경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성하게 되는, 많은 작가들이 선망하는 레지던시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코로나가 발발하고 레지던시의 제약들이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도 입주 기획자로서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창제작발표 전시를 열고 1단계 거리두기 정부지침에 따라 전시장을 폐쇄했던 타격을 받았었다. 다만 작가의 경우 레지던시에서 느끼는 영향이나 온도가 다를 것이라 생각되어 작가를 인터뷰에 추천하게 되었다.
양지원 작가는 설치와 드로잉, 사운드를 가지고 작업하는 시각예술 작가이며, 강사 활동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인 타격보다 생활에서 느끼는 감염의 공포가 가장 크다고 표현했다. 여기에는 작가로서 10년 동안 경력이 단절되었던 이유(건강상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레지던시 활동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진행됐다. 팬데믹 상황에서 레지던시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언급한 면이 흥미로웠는데, 예술가 개인으로 작업할 때보다 훨씬 고립감을 덜 느끼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인천아트플랫폼 역시 국공립기관이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정부지침에 따라 그룹전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되었던 점은 타격이었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레지던시는 예술가들이 예술계의 다양한 기획자나 갤러리스트 등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인데 그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시각예술가로서 코로나 전과 후의 예술 활동이나 방식의 변화로 ‘교류’를 언급한 것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시각 예술을 전시장 같은 물리적인 공간을 필수로 두었다면, 이제는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한(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매체) 소통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모두가 코로나 이후에 온라인 혹은 영상 같은 디지털 방식에 대해서 지적하는데 예술은 일부 매우 아날로그적인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예술가의 관점에서 지적했다는 것이 매우 신선했다.
또한 온라인 소통방식 (줌 화상회의)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지적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무용수의 안무 테스트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때 그것이 가능했다는 점, 줌 회의의 압축성, 집중도, 그리고 영상 작업이 송출될 때의 파급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더불어 갤러리나 미술관이 현재 예약제로 받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일반 시민들이 굳이 예약까지 해가면서 미술 감상을 할 것 같지 않고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올해 진행됐던 행사들은 온라인으로 전환되거나, 오프라인으로 제한적으로 강행하거나 둘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애석하게도 둘 다 기존의 방식을 완벽히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부산 비엔날레의 경우는 도시를 탐험하면서 예술 작품을 접하는 기획 의도 자체가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없는 콘텐츠이고,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올해 기획한 전시를 영상으로 찍은 기억이 있는데 영상 촬영이나 편집 퀄리티가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실제 감상했을 때의 미묘한 차이를 살리지는 못하였다. 그럼에도 앞으로 예술 활동이 지속될 때는 영상이나 온라인 대면 방식을 회피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예술이 실재와 남다른 감각을 유지하며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아마도 앞으로는 이 영역에 대해 먼저 사고하고 실천하는 예술가와 기획자가 주목을 받게 되지 않을까?
양지원은 40대 시각예술 작가이다.(여성) 2017년 개인전으로 데뷔했다. 건강상의 문제로 10년 간 경력단절 경험이 있다. 드로잉을 기반으로 하는 소리, 설치, 드로잉 작업을 한다. 5년 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이다.
1. 코로나로 인한 예술가 한 해의 변화
조숙현 : 올 한 해 활동을 회고한다면 먼저 코로나19 이후에 삶과 창작활동에서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양지원 : 일단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올해 입주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3월 입주인데 코로나로 입주시기가 한 달 연기 돼어 4월에 입주했다. 입주 기간이 11개월이고 내년 1월까지 거주하며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초반에, 코로나가 막 발발했을 때 전시 중이었는데, 조금 많이 위축됐던 경험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작품 활동 외에 대학에서 계약직 강사로 일하고 있어 일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심리적인 위축이 꽤 있었다.
조숙현 :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시점에 하셨던 예술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양지원 : 전시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진행이 순조롭지 않았다. 논의되는 과정이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외에는 외부의 어떤 작업 활동이나 그런 건 그 시기에 없었다.
조숙현 : 코로나19 이후에 예술 활동의 변화가 있었나? 이전과 비교해서. 아까 심리적인 위축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양지원 : 그렇다, 심리적인 위축은 영향이 컸다. 상반기까지는 입주해서도 레지던시 내에서 교류를 조금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내부적으로 있었고, 조심하는 추세였다. 한여름 전까지, 작가들 간의 교류 등 어려움이 있었고. 작업에 있어서 타 장르 전문가를 만나야 하는, 올해 만나서 작업의 그런 것들을 풀어나가려고 했던 계획이 있었는데, 대면의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 것들이 아쉬웠다.
조숙현 : 주변 예술가 동료들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다고 느끼고, 가장 큰 변화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양지원 : 작가들 얘기를 많이 들어보면 대출을 받는다는 얘기가 쉽게 들린다. 왜냐면 일단 미술 관련 일들(대부분 프리랜서)로 경제적인 것을 해결하는 것이 어려우니. 작가들이 프리랜서로 주로 많이 하는 게 미술학원 강사, 미술 수업 등인데, (작품 판매로 경제적 해결을 하는 신진작가들은 드물다) 코로나가 지금은 많이 안정화 됐지만, 초반에는 수업이 다 없어지니까 일거리가 끊기고. 또 미술 관련하여 번역, 통역하는 일, 예술 관련 강의 하는 동료들도 일거리가 끊기고 이렇게 연동돼서 이런 식으로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대출을 받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조숙현 : 예술 활동에서의 변화가 더 큰지? 생활에서의 변화가 더 큰지?
양지원 : 둘 다 같다고 본다. 나의 경우는 어쨌든 시간강사로 계약한 상태에서 일하기 때문에 당장의 타격은 없었지만. 강사 역시 한시적인 일이고 아무래도 작품 판매가 직전까지 갔다가 안 되는 경우나 작업 활동에서 원활하지 못한 것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조숙현 :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예술가로서 더 느끼는지, 시민으로서 더 느끼는지?
양지원 : 시민으로서 더 많이 느낀다.
2. 코로나와 레지던시활동
조숙현 : 코로나 이후에 변화와 활동 형태가 관계가 있냐는 질문을 드리겠다. 예술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양지원 : 예술 활동이라는 걸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조숙현 : 일테면 개인 작가로 전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고, 작업은 인천아트플랫폼과 작업실에서 하면서 외부적인 전시 기획들은 미팅을 통해 이루어지고. 부업으로 강사일을 하는? 그거 외에 또 있나?
양지원 : 아니다. 그게 전부다.
조숙현 : 그러면 코로나 이후에 그 활동들의 변화나 활동 형태나 그런 게 있을까?
양지원 : 레지던시에 들어가면 여러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고 전시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전시가 연기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작업도 거기 맞춰서 보여줄 수 있고 발표할 수 있는 것들이 예년보다 기간이 뒤로 넘어가는 상황이 즉각적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이전에는 몰랐는데 전시를 통해 작업을 알리는 과정에서 대면하는 만남, 교류 장소의 사적인 인간관계, 네트워킹이 꽤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작가들은 작업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작업한다. 또 레지던시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어쨌든 진행이 되니까 하게 되지만, 그 외의 교류는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조숙현 : 그 활동이 외부의 미팅이나 확장을 하는, 홍보하는 것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형태가 되고?
양지원 : 그렇다. 평소 느끼지 못했는데 만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조숙현 : 코로나 이후에 공공문화예술 3단계 되면서 인천아트플랫폼도 폐쇄가 됐었고, 관객도 급감하면서 예술활동 취소, 변경이 있었는데, 실제로 취소나 변경된 활동이 아까 있다고 했는데, 그룹전 이야기인가?
양지원 : 그것은 사실 전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상의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확고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그걸 공식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는데, 올해 안에 끝내야 하는 것이 연기가 되면서 내년 3월로 바뀌었다. 그만큼 해를 넘기는, 퇴실하고 나서 입주 기간 동안 전시를 하지 못하고 해를 넘겨 전시하게 된 것이다.
조숙현 : 그럴 때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양지원 : 기관과의 협의다.
조숙현 : 연기가 되었을 때 기관에서 결정의 근거로 얘기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양지원 : 기관도 코로나로 인한 정부 단위의 지침을 받았다. 그래서 계속 휴관이 되고, 할 수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 못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또 그걸 수행해야 하니 특수한 상황으로 거기에 대한 공지를 받아 해를 넘겼다고 알고 있다.
조숙현 : 그러니까, 일반적인 공문이 내려온 건가?.
양지원 : 그런 것으로 안다.
조숙현 : 계획을 변경했을 때 검토 과정이나 결정 근거들이 활동 형태와 연관이 없는 거 같다. 그냥 일방적으로 취소된 거니까.
양지원 : 그렇다.
조숙현 : 활동이 취소나 변경이 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양지원 :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하면 끝이 없다. 어쨌든 개인전이 한 5개월 정도 뒤로 넘어가면서 작업 진행에도 영향이 간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변경된 일정에 맞추어 작업을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하나의 전시가 일정이 변경되면 예정된 다른 전시도 조율이 필요하다.
조숙현 : 코로나 위기에서 작가의 생활과 창작활동에서 도움이 됐던 것은 어떤 게 있을까?
양지원 : 일단 나는 조금 특수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레지던시에 입주해서 처음에는 과연 이 안에서 활동이 가능할까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상반기 프로그램이 하반기에 타이트하게 진행되고 전시 일정이 해를 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레지던시에 입주한 상황이 혜택으로 다가왔다. 프로그램 중에 전시 참여도 있었고 또한 이런 상황에서도 입주한 작가들끼리 교류를 가질 수 있었고 기관에서도 예정된 프로그램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있어서 여러면으로 고마움이 있다. 어쨌든 이 상황에서 입주 작가로 활동을 하게 된 것에 대한 고마움 같은 것이다.
조숙현 : 구체적으로 그런 생각이 왜 들었는가?
양지원 : 여러 작가와 이 안에서 종종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팬데믹 안에 있는 상황이 익숙해지고 있으나 상반기에는 지금보다 더 심리적 위축이 컸고 경제활동도 수월치 않고 전시도 취소되는 등 코로나 블루가 쉽게 올 수 있었다. 그런데 레지던시 안에서 함께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교류하면서 우울감, 고립감이 다소 해소되는 것 같았다. 뭔가를 하고 있다는, 힘들지만 뭔가 하고 있다는 그런 것 말이다. 고민을 나눌 기회도 갖게 되고.
3. 코로나와 예술가의 일상생활
조숙현 : 그러면, 예술가 개인 삶으로 넘어가보자. 코로나를 가장 심각하게 느꼈을 때와 이유는 무엇인가?
양지원 : 일단은 처음 겪어보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다. 그리고 일을 하게 된다, 못 하게 된다, 활동의 지장이 있다, 이런 것보다 건강상의 문제라는 심리적인 공포가 크게 다가왔다.
조숙현 : 그러면 예술 활동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심각성을 느낀 건가?
양지원 : 그렇다.
조숙현 : 코로나가 활동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수입, 작품경향, 활동방식, 인간관계 중에 어떤 건가?
양지원 : 앞에서도 말했지만, 계약직 강사로 일하다 보니 당장의 큰 타격은 없었다. 왜냐면 대학에서 어떤 행정이나 코로나에 대응하는 것이 아직도, 수업 방식만 바뀌었지 역시나 당장의 변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동 방식에서는 인간관계가 축소되고 작품 같은 경우도 제작과정에 약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올해 공연 쪽에 있는 분들, 무용과 소리하는 분들과 네트워킹을 하려했고 작업의 중요한 부분인데 대면이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안무 워크숍에 참여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줌으로 하게 됐다.
조숙현 : 아무래도 영향이 크겠다.
양지원 : 아쉬움은 있지만,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으려고 한다. 온라인을 통해서 교류하는 것의 장점을 보게 됐다. 확실히 대면과는 다른 단점이 많긴 하다. 하지만, 거기에 다른 방식이나 방법, 뭔가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 경험했다. 예를 들어 무용수를 직접 만나서 같이 안무를 짜서 뭔가 테스트를 해보는 거였는데, 줌으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어느 정도 가능하더라. 그런 방식으로 준비하고 공연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엿본 것 같다. 생각할 부분이 많겠지만.
조숙현 : 엄청 편리하게 갈 수도 있겠다.
양지원 : 그렇다. 오히려 집중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토론한다든지 이야기할 때 집중할 수 있고 듣는 이들도 경청하게 된다. 대학에서 수업할 때에도 온라인으로 했을 때 같은 장점이 보이더라. 그런 것들을 겪으면서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지만, 다른 감각이 생기는 것 같다. 작업에서 타 장르 전문가들과 함께 시도하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온라인을 통해 테스트도 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가 장기적으로 갈 경우 대면이 계속 어려워진다면 작업에서 대면이 필요한 부분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냐 하는 큰 질문이 자연스레 생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글쓰기를 시작했다. 작업 진행에서 당장 막혀있는 부분들을 상황만 기다리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글을 하나의 매체로 간주하고 작업을 위한 글쓰기를 시작한 거였다. 그런데 그것이 작업을 위한 것이 아닌 글 자체가 작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하게 되었다.
조숙현 : 긴급 지원이 있었는데, 생활안정 복지지원, 창작지원도 있었는데 신청했나?
양지원 : 신청하지 않았는데 정보를 놓친 것도 있었고 고용보험이 되어 있으면 할 수 없다고 해서 혜택을 못 받은 것도 있다. 혹 창작지원금을 포함하는 건가?
조숙현 : 그렇다.
양지원 : 문화재단의 유망예술인 창작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조숙현 : 선정의 이유는 무엇인가?
양지원 : 글쎄... 선정 기준에 부합해서라는 어떤 이유가 있겠고(심사하는 입장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으나) 제가 알기로는 코로나로 인해서 예술가에게 지원금을 더 늘렸다고 해서 그런 것에서 혜택이지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조숙현 : 혹시 창작지원 기획서의 내용이 뭐였나? 주제는?
양지원 : 선정을 위한 특별한 주제를 염두하고 준비하지 않는다. 평소의 작업, 지원금이 아니어도 실행하고 싶은 계획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희망하는 내용이었다.
조숙현 : 그 지원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나?
양지원 :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나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조숙현 : 지원금 시기의 적절성, 예산 규모, 지원방식, 지원내용 등에서 다 적절했나? 시기도 적절했고, 예산 규모도 좋고. 지원 방식은 어땠나? 정산이랄까, 이런 게 까다롭지 않았나?
양지원 : 나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가 공감하는 것인데 지원금 지원방식에서는 예를 들어서 서울문화재단에서 올해 예술가 창작지원금에 아티스트 피가 있었다. 활동비가 있었는데 내가 받은 지역의 문화재단에서는 서울문화재단처럼 아티스트 피 책정이 없었다. 그리고 쓸 수 있는 물품에 있어서, 지출 카테고리에 있어서, 아직도 예술가들의 활동에 대해 조금 더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올해 예외적으로 지원 방식을 조금 자유롭게 풀어주기는 했다. 분류 항목마다 예산을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그러나 모든 문화재단에 해당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소모성 재료, 물감 같은 사용하여 없어지는 그런 것은 지출이 가능하지만, 장비는 대여만 되고, 인건비 기준도 현실과 갭이 있다. 어떤 작가한테는 이 기기가 주요한 매체인데 구입은 어렵고 대여비는 너무 비싸서 전시를 위한 잠깐의 대여 외에 작업을 위해 편히 사용은 어렵다. 사서 없어지는 그런 재료 같은 것만 할 수 있게끔 하는, 유연하지 못한 지출 방법이 통용되고 있다.
조숙현 : 코로나 긴급 지원인데도 그랬나?
양지원 : 내가 받은 거는 코로나 긴급지원은 아니다. 문화재단에서 매년 진행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조숙현 : 코로나 이후 경제적 피해가 있었나?
양지원 : 그렇다, 피해가 덜 컸다면 일단 계약직으로 강사일을 해서.
조숙현 : 코로나 이후 가족이나 친구들의 관계에서 변화가 있는지, 특히 본인의 예술 활동에 대한 주변인들의 인식 변화가 있는지?
양지원 : 건강상의 이유라 서로, 계속 발발하고 퍼지는 확산 때문에 친구, 지인, 동료 간의 교류가 줄어들었고 오히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류가 늘어났는데 결국 유지될 관계는 유지되고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관계는 정리가 자연스레 되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인들의 인식변화는 잘 모르겠다.
조숙현 :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의 변화가 있는지, 그리고 활동과 연관된 변화랄지 아니면 간접적이지만 의미 있는 변화랄지?
양지원 :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거의 대부분 여기, 인천에서 살다시피해서 인천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이 동네에 관광객이 끊기고, 그래서 굉장히 한산하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 동네는 평일은 한산했었는데 이제 주말까지 한산하니 마치 어떨 때는 요양지에 있는 것 같다고 할까. 사람간 전염의 위험성이 적다보니 이 동네에 있으면 보호 받는 느낌이 들더라. 그런데 가끔 집에 가게 되면 차도, 사람도 많으니 심적으로 위축감이 든다.
조숙현 : 그러면 인천에서의 한산함이 예술 활동과 관련이 있었을까?
양지원 : 정서적 안정감. 예를 들어 근처 공원, 동네를 걷고 뛴다던지 사람이 적으니 마음 편하게 외출을 할 수 있다, 동네 안에서. 이 지역 내에서 다니면서 큰 불편함이 적으니 편안함, 안정감이 들었다. 그런 것이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영향이 가지 않을까?
4. 코로나 이후 예술 활동의 변화
조숙현 : 예술 활동에 있어서 팬데믹 이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양지원 : 제가 질문을 제대로 파악을 못 한 것 같은데, 이 얘기가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고 비껴간 이야기이기도 하다. 팬데믹이 아니라 극한 비유로 전쟁이라면? 지금 나는 어떤 예술 활동을 할 것인가, 지금 작업실에서 뭔가를 작업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팬데믹이 기준이 되어 현재와 그 이후에 대해 생각하는 것, 나는 그렇게 팬데믹 그 자체만으로 보고 싶지 않기도 한 것 같다.
조숙현 :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하는 상황이라는 말인가?
양지원 : 이것을 하는 것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잠깐 했을 때, 일상의 삶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꼭 작업을 미술관, 갤러리, 어떤 미술 공간에서만 전시하고 보여주는 방법뿐일까 하는 질문이 생긴다. 그러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매체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것도 이어 생각하게 된다. 이 상황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뭘 해보겠다는 방법에 관한 질문이 아닌 ‘작업하는 것 자체’에 관한 것도 생각하게 된다.
조숙현 : 지속을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건가?
양지원 : 그렇기도 하고. 지속을 위해서라기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스레 예술가의 역할, 예술하는 것에 대해 평소 게을리했던 질문을 던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해 하고자 하는 뭔가, 드러내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공간에 의해서 크게 영향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계속 질문하고 있다.
조숙현 : 팬데믹 이후 예술활동의 가장 큰 변화가, 작품경향, 제작환경, 관객 변화 중에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양지원 : 나에게 있어서는 제작환경이다.
조숙현 : 어떻게 달라질까?
양지원 : 내 작업에서 공간에 대해 염두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보니 여러모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간을 고려한 작업만 하는 것은 아니라서 절대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조숙현 : 팬데믹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양지원 : 교류인 것 같다.
조숙현 : 팬데믹 이후 예술 활동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어떤 것을 준비할 예정인지?
양지원 : 이전 질문에서 얘기한 것처럼 매체 사용에 대한 고민이 좀 있을 것 같고 대안이 아닌 하나의 다른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풀어가고 싶다.
조숙현 : 팬데믹 이후 관객의 소통이나 만남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가. 어떤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면?
양지원 : 개인적으로 온라인 방식과 더불어 관심 있는 방식이 ‘책’의 형태, 책이라는 방식을 통한 것이다. 또 책 외에 우편을 통한 방법을 말해볼까. 예를 들어 작가가 관람객에게 작품을 직접 보내는 방식인데 지금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 같은 것처럼 가방 안에 작품을 담거나, 가방의 형식으로 담길 수 있는 작품, 형식을 염두하고 제작한 작품을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관람객에게 보내고 되돌아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기획, 진행된 프로젝트인데 현 상황에서 그 방식이 더 흥미롭게 여겨진다. 변화를 준비한다기보다 방식에 있어서 열어 놓고 생각해보려 하는데 대안으로 접근하고 싶지는 않다.
조숙현 : 매개나 매체를 통해 만나고 소통하는 예술에 관한 이야기인가?
양지원 : 그렇다. 위에서 예를 든 프로젝트, 책의 형태 등은 굳이 분류하자면 아날로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무엇이라고 얘기할 수 없지만 계속 고민하다 보면, 그러한 방법이 대안은 아니지만, 대안이라고도 볼 수 있긴 하겠다. 암튼 생활방식과 연관도 되어 있고 코로나로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이 지속한다면 생활방식에도 변화가 있듯이 작업을 보여주는 것, 매체 선택에서도 자연스레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반복해서 이야기하건대 대안으로서 택하는 것과 자연스러운 상황적 조건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조숙현 : 예술가, 공동체, 구성원, 시민, 국민, 지구생태계 일원 등등의 정체성에서 팬데믹 이후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활동은 무엇일까?
양지원 : 환경문제라고 생각한다. 팬데믹 초반에는 미디어에서 예를 들자면 티브이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팬데믹의 원인을 쫓는 그런 취지의 다큐멘터리라든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그런데 팬데믹이 계속되는 반면 환경오염을 막는, 팬데믹과의 연관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은 약해진 듯한 인상이다. 백신에 대한 희망, 팬데믹의 종식을 기다리며 언제 사그라질지 앞을 모르는 상황에 부딪혀 있지만, 원인을 살펴보는 포커스를 놓치는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유럽, 독일의 플룩샴(Flugscham)이란 신조어에 대해 들어보았다. 비행기를 탈 때 죄책감을 느낀다는 뜻인데 비행기 삵이 기차보다 저렴한데도 비행기를 안 타는 거다. 비행기가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기에 비행기로 교통수단을 선택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이다. 비행기뿐 아니라 다른 것에도 적용해서 소비할 때 환경오염에 대해 생각해보는 그런 본질적인 질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감염과 확산에만 집중된 것 같다.
조숙현 : 온라인에 관련된 질문인데, 온라인 제작 경험이 있는가?
양지원 : 있다. 동영상 수업을 반년 동안 진행했고 현재도 줌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조숙현 : 온라인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양지원 :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또한 프로그램을 익히는 것, 편집 등도 초반에 익숙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고.
조숙현 :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양지원 : 그렇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조숙현 : 비대면 예술 활동의 긍정적 미래가 있다면 무엇일까?
양지원 : 긍정적인 면은 집중력, 파급력이 대단한 것 같다. 온라인 플랫폼은 불특정 다수, 어떻게 보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오는 관객보다 더 많은 불특정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전시공간에서 작업을 보여주는 방식을 떠나서 미술관이나 그런 공간을 방문하지 않았던, 관심이 적었던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추상적이지만 만남이 가능해지는 접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활동하는 면에서는 시간 절약이 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불필요한 만남을 못 하게 되었다. 어떤 사교적인 만남이 없어서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모적인 만남을 안 하게 되는 거다. 정말 일이 필요하고 만남이 필요하다면 온라인상에서 만나 진행할 수 있다. 그게 집중력과도 연결이 되지만, 시간이 절약된다. 얘기할 것들만 하게 되는, 컴팩트하게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조숙현 : 비대면 예술 활동의 부정적인 미래는 어떤 측면이 있을까?
양지원 : 같이 연결돼 있긴 한데,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예약제로 관람객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갤러리 같은 경우는 예약 없이 관람이 가능하지만 미술관의 경우 사람들이 예약하면서까지 전시를 보러 올까? 다소 부정적으로 본다.
조숙현 :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양지원 : 그렇다. 소수를 위한 전시가 되지 않을까. 갤러리도 그렇고. 그래서 여러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만나서, 교류해서 되는 일들이 있다고 본다. 교감의 문제도 있고 경험의 문제도 있으니까. 그런 것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고 했을 때 물음표인 것 같다. 예상은 빗나가기도 하고 겪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양지원 인터뷰 워드 크라우드
조숙현 (전시기획자. 미술비평가. 현대미술 전문 출판사 아트북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강원국제 비엔날레 2018> , <김기라x김형규 : x-사랑>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