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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기록

천근성

문화예술기획 단체 피스오브피스 팀원

  • 인터뷰이 천근성(피스오브피스 대표, 작가)
  • 인터뷰어 조숙현(미술비평가, 아트북프레스 대표)
  • 2020년 11월 18일
  • 피스오브피스 사무실

천근성 작가와의 인터뷰는 문래동에서 이루어졌다. 문래동은 과거 철공 공업단지였던 곳이었는데 현재 문래예술공장 등을 비롯해 영등포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각종 시각예술 활동으로도 현대미술 씬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2015년 서울에서 자생적인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공간 47곳을 찾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서울 인디 예술 공간』(2015, 스타일북스)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문래동의 일부 장소에 대해서도 다룬 바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책에 실렸던 상당한 장소들이 없어졌다. 문래동은 그나마 성수동, 서촌 등 젠트리피케이션의 강도 높은 영향을 받았던 구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것으로 보여지지만, 그럼에도 문래동을 찾았을 때 일단 매우 달라진 모습에 놀랐다.


천근성 작가는 문래동에 ‘피스 오브 피스’라는 영리 공간이자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작업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이다. 경제적인 불안정 때문에 작업을 중단하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온 입장에서 작가가 영리 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일단 매우 영리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한 전시 인테리어 혹은 출판 같은 경우에는 작업에 대한 스타일을 잃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문래동 커뮤니티에 대한 쪽으로 심화 질문이 이어지게 되었다. 특이점은 코로나 상황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게 없었다고 강조한 점이었다. 그 이유로는 아무래도 운영하고 있는 ‘피스오브피스’의 영향이 크다고 이야기 했다. 이를테면 문화 재단이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가 올 초반에 취소되었다가 하반기에 다시 부활하게 됨으로써 경제적인 타격을 잃지 않았고, 더불어 더 중요한 포인트는 피스오브피스가 9년간 지속해오면서 구축한 자생적인 경제력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이 부분은 코로나 상황에서 예술 활동에 대해 고민하는 예술가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왜냐하면 코로나 이전 상황에서도 예술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 경제적인 불안정성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피스오브피스처럼 사업 수완을 발휘하거나 조직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특히 예술가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혼자서 작업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조직생활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코로나가 예술계에 미친 영향을 관찰하면 예술가들의 경제적인 취약성, 그리고 그로 인해 자연발생적으로 국가나 기관에서 운영하는 지원금에 의존하는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원금 제도 역시 안정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경쟁으로 예술가와 생태계에 큰 스트레스를 지우고 있다. 또한 지원금 제도는 심사라는 필터링을 통해 예술가 개개인의 예술적인 개성을 묵살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


인터뷰 중간에 드러난 피스오브피스는 흥미로운 예술 단체였는데, 일단 영리성 목적이 확실하고, 그럼에도 내부 커뮤니티와 그것이 문래동 커뮤니티와의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결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기관 프로젝트에 응모할 때와 마찬가지로 상업적인 목적의 프로젝트를 주문 받을 때, 내부의 정보력과 조직력으로 활동을 지속해 나가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작가의 코멘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코로나 이후의 예술 활동에 있어 영상의 위치이다. 작가는 온라인 소통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현재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예술 표현 방식의 매체라는데 동의하지만 영상이 실제 작업의 섬세함을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 반대의 예로 야외에서 소규모로 진행됐던 퍼포먼스 예술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앞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최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코로나 이후의 예술활동’이라는 주제로 포럼 토론을 맡았다. 비대면으로 진행 되었는데 마침 코로나 이후의 온라인과 영상 매체의 대체성에 대해서 토론하던 중 인터넷 연결이 끊겨서 토론이 강제 종료된 사례가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발제자와 토론자는 바로 이런 절묘한 상황이 온라인 활동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농담을 했던 적이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예술이라는 고도의 섬세한 기술을 다루면서 정작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에 있어서는 섬세한 감각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술이 가까운 것 같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전시기획자로서 예술이 무력하다고 느낄 때는 양의 적음이 아니라 뛰어난 예술이 없을 때 무력하다고 느낀다. 영상을 만들거나 접하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구동이 잘 되지 않아 곤란한 때도 많다. 온라인이나 영상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매체의 유효성을 물을 때는 퀄리티의 문제도 함께 거론되어야 하지 않을까?



천근성은 30대 중반의 작가이자 전시 인테리어업, 숙박업을 하고 동시에 문화예술기획 단체 피스오브피스 팀원이다. (남성) 조소과를 전공하고 2012년 졸업 후 현재까지 9년 동안 문래동에 작업실을 두고 시각예술작가로 활동 중이다. 피스오브피스는 문래동의 물리적인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회사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전시 설치, 인테리어, 플리마켓, 문화기획 출판 등 다양한 시각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조숙현 : 시각예술 설치 외 정기적인 활동 분야가 있으신 것 같은데 어떤 것인지 설명해달라.


천근성 : 개인전 단체전 등을 참여하다가 지금은 피스오피스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현재 정규 멤버는 한 7명이고, 협업하는 사람들까지 하면 10명 내외 정도 된다. 그중에 예술계통 분야 사람들이 2~3명이고, 나머지는 다 비전공자인데 그래도 문화예술 바운더리 안팎으로 있는 사람들이고, 예를 들어 마르쉐에서 일하는 사람,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축가, 독립출판 등이 있어 활동 분야가 다양해졌다. 주 수입원은 전시 설치 및 상업 인테리어업을 하고 그 외 팀원 들과 재미난 작당을 한다. 현재 프로젝트 메이커스 연-장 도서관과 서울아까워센타를 운영 중입니다.

1. 한 해 활동

조숙현 : 예술활동을 중심으로 소개를 부탁한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활동을 어떻게 소개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천근성 : 스스로 예술 자영업자라고 부르고 있다. 기존에 전시(개인전, 단체전)을 주로 했다. 레지던시도 경험했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장기(1년 4개월)로 해외여행을 다녀 오면서 생각이 좀 많이 달라졌다. 예술가라고 하는 게, 뭔가 발표하는 게 미술관, 갤러리뿐만 아니라 그냥 내가 활동하는 게 예술이라고 우기면 그게 예술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전 문래동 60평 크기의 게스트하우스를 인수받아서 작가 공동 작업실로 바꾸었다.


조숙현 : 작업활동은 어떤 걸 하나?


천근성 : 3년 전부터 공동체에 관심이 많아서 공동체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피스오브피스 활동 자체가 나에게 일종의 작업이다. 더욱 얇아지고 쪼개지는 관계 속에 가족 보다 크고 사회 보다 작은 공동체가 현대 사회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조숙현 : 이 인터뷰는 올해 코로나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지원이 있었으며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알아보는 인터뷰이다. 올 한 해 코로나 이후에 삶과 창작활동에서 어떤 주요한 경험이 있었는지 회고한다면.


천근성 : 코로나 상황이 터지면서 사실 일정 차질이 많이 있었다. 전시 인테리어를 생업으로 하는데 전시가 지연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면서 순차적으로 스케줄이 정해져 있던 게, 갑자기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갑자기 몰렸다가 해서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면 힘들었다. 하지만 예전부터 구축해 하나의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먹고 사는 기술 하나를 보유하지 않으면 작업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교 다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죽지 않을 방법을 하나를 마련해놓고 예술활동을 했다. 먹고 사는 게 아르바이트가 사업이 되고 이 영향이 너무 커지니까. 예술활동을 하기가 힘들었다. 사업을 미루고 예술활동에 전념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예술활동으로만 하는 게 조금 힘겹기도 하고 그래서 계속 이 사이클을 핑퐁하다가 지금 한 9년 정도 되니까. 어느 정도 안정화에 들어섰다. 그래서 지금 하는 일들도 완급 조절을 하면서 할 수 있게 되서 그래서 코로나 상황이 오더라도 거기에 대처를 할 수 있었어요. 일은 어차피 원래대로 했던 것들이었고. 그래서 만약에 제가 어디에 소속돼 있거나 그러면 거기에 대한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들었을 텐데, 그때그때 코로나로 인한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서 바로바로 즉각 반응하고 임기응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서인지 오히려 들어오는 일들이 굉장히 많았다. 또 하나가 코로나와 의도치 않게 3년 전부터 공동체에 대해서 연구를 해왔고 작년부터 실행해 옮겨서 올해 공동체를 계속 유지해하고 있는 입장인데. 공동체가 되었기 때문에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었다. 공동체는 7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작은 일이어도 다함께 움직이고, 일이 많으면 그 안에서 다시 팀으로 움직인다. 할게 없으면 없는 일도 만들어 낸다. 코로나 블루가 접근할 수 없었다.


조숙현 : 올해 맡았던 프로젝트가 몇 개인가?


천근성 : 지원사업 같은 경우는 단체로 하는 거는 크게는 4꼭지. 전시는 3개, 그 외 나머지는 다 커머셜한 일들이었다.


조숙현 : 본격적으로 코로나가 발발한 게 2월인데, 그 이후에 올해 했던 것이 다 그런 것들인가?


천근성 : 맞다.


조숙현 : 프로젝트는 기관 프로젝트인 건가? 전시나 이런 거?


천근성 : 중점을 둔 사업으로는 영등포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2020 예술활동 거점지역 활성화 사업 일환으로 ‘메이커스 연장-도서관’ 프로젝트다. 피스오브피스 공간 내 연장을 빌릴 수 있는 연장라이브러리, 창작자의 포트폴리오를 열람 할 수 있는 창작자 라이브러리가 있다. 창작자-창작자, 창작자-지역민간의 접촉면을 넓히고 제작 능력을 갖춘 사람(창작자)과 제작 능력이 필요한 사람(지역민/소상공인)을 연결하고 문래창작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 및 고유성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다. 또 하나는 서울문화재단 서울을바꾸는예술 지원사업 일환으로 <서울 아까워센타> 등이 있다.


조숙현 : 코로나 이후에 전시나 프로젝트가 연기되었던 것이 있나?


천근성 : 다 연기 됐다.


조숙현 : 다 연기 됐지만, 변화를 느끼지 못하셨다면 그 전에 구축해 온 유연성이나 융통성이라고 설명이 된 것 같다. 그렇다면 혹시 주변 동료들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느꼈는지, 그렇다면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일까?


천근성 : 전체는 잘 모르겠고, 여기 멤버들 같은 경우는 그닥 없었다. 일이나 프로젝트가 없으면 쪼개서 했다. 2명이 해도 충분할 일을 5명이 한다던가. 없던 일도 만들어서 했다.


조숙현 : 코로나 이후 변화가 있다면 예술활동의 변화가 더 클까? 생활의 변화가 클까? 지금 말씀하신 거로는 생활의 변화가 오히려 클 것 같다. 마스크도 쓰고 다녀야 하고.


천근성 : 마스크를 써서 나는 좋았다. 목재나 철제를 다루는 일을 주로 해도 귀찮아서 마스크를 잘 안썼다. 마스크가 생활화가 된 이후 나중에 집에 가서 보니까 마스크가 검더라. 앞으로는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가 건강을 선사했다.


조숙현 :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예술가로 더 크게 느끼는가 아니면 시민으로 더 크게 느끼는가?


천근성 : 시민으로서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조숙현 : 코로나 이후의 변화와 활동 형태가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예술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개인 활동도 좀 했나?


천근성 : 그렇다.


조숙현 : 올해 안에 전시나 이런 것도 했나?


천근성 : 그렇다.


조숙현 : 그러면 개인 활동도 하고 단체 활동도 하고 프로젝트 활동도 하고 영리성 활동도 하는데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 형태가 있다면 무엇일까?


천근성 : 아무래도 전시이다.


조숙현 : 개인전? 아니면 기관에서 하는 전시?


천근성 : 기관에서 전시 같은 경우가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 개인전은 내년으로 미뤘다. 단체프로젝트 중 하나가 ‘서울을 바꾸는 예술’ 지원 사업인데 전시나 내부 행사를 하지 않고 외부에서 퍼포먼스로 방향을 틀었다. 이거는 코로나로 영향을 받은 거다.


조숙현 : 그런 변화가 있었을 때 어떻게 결정이 이루어지나? 기관이 협의를 하는지, 통보를 하는지, 아니면 단체가 결정을 하는지?


천근성 : 복합적이다. 기관의 권고사항을 받기도하고, 단체에서 자체 검열하기도 했다.


조숙현 : 기관에서 취소나 연기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점을 뭘까? 예를 들어서 기관이 취소했을 때 결정의 근거 같은 거.


천근성 : 코로나19가 2.5단계로 격상돼서 정부지침에 따라. 협의가 아니라 통보로 무기한 연기라는 공지가 가장 컸다.


조숙현 : 그렇게 무기한 연기됐다가 다시 올해 안에 진행됐던 것도 있나?


천근성 : 다 진행됐다. 통보가 되었어도, 2월 전부터 준비했던 것은 형태를 아예 변화를 시켰다. 이후는, 예를 들면 공구 강의를 수요일마다 하는데 그 인원을 10명 받는다면 6명으로 받는다든지 취소 할 바에 내용 또는 참여 인원을 축소 시켜 진행 했다.


조숙현 : 그럼 그렇게 프로젝트가 연기되면 한꺼번에 몰려서 어려움이 있다든가 그렇진 않았나? 스케줄이 꼬이니까.


천근성 : 맞다. 그 부분이 제일 힘든 부분이다.


조숙현 : 코로나를 가장 심각하게 느꼈을 때는 예술활동을 했을 때, 아니면 일상생활인지, 아니면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컸다든지, 아니면 활동 중단에 공포가 컸다든지, 아니면 평이했다고 한다면 어떤 걸까?


천근성 : 해외여행 못 가는 거. 그거 정도다. 부연 설명을 하면, 이거는 자칫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까. 신혼여행 1년 4개월 정도 한 곳에 머문 게 아니라 계속 대륙을 횡단하면서 다녔다. 여행을 장기간 오래했고, 한국에 와서는 제자리 여행을 좀 하고 싶었다. 어디 안 나가고 주변을 돌아보고 관찰하고. 같이 공부 모임을 하는데 그 선생님이 들뢰즈 전공자여서 들뢰즈의 제자리 여행을 설명해줬는데 그게 되게 인상 깊었다. 주변을 계속 관찰하는 거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가 터져서 뭔가 당황스럽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조숙현 : 코로나로 인해 활동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수입, 작품경향, 활동방식, 인간관계?


천근성 : 활동방식인 거 같다.


조숙현 : 어떤 식으로?


천근성 : 퍼포먼스와 영상(미디어) 작업에 관심이 생겼다. 조소과 출신이라 물성을 다루는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이것들도 코로나에 영향을 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비물질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졌다.

2. 코로나 긴급지원

조숙현 : 코로나 발병 하고 나서 긴급지원이 있었는데 신청했나?


천근성 : 신청했다.


조숙현 : 선정이 되었나?


천근성 : 생활안정지원(프리랜서 지원)이 선정됐다.


조숙현 : 선정됐다면 그 이유가 뭘까.


천근성 : 선정 기준이 작년 대비 1, 2월에 수익이 있었느냐인데, 실제로 수익이 없었다.


조숙현 : 그 지원사업의 효과에 대해 묻고 있는데, 그 지원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나?


천근성 : 매우 도움이 됐다.


조숙현 : 시기의 적절성은 적절했나?


천근성 : 그렇다.


조숙현 : 받으신 지원금의 규모는 적절했나?


천근성 : 인간의 욕심이란 끝도 없으니까. 그런데 나는 굉장히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조숙현 : 지원방식은 어땠나? 정산 등등.


천근성 : 생각보다 간소해서 괜찮았다. 이거는 나만 해당되는 거고. 다른 분들의 경우는 다를 거다. 나는 사업체가 있으니까, 매출 매입을 계산하니까 수월했는데. 다른 분들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계약서를 쓰거나 만약에 현금으로 받았을 때는 증빙하기가 어려워서. 아마 대부분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조숙현 : 코로나 위기에서 자신의 생활과 창작활동에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생활 안정, 지속적 창작, 심리적 안정, 인적 네트워크, 공적 지원, 혹은 기타 중?


천근성 : 인적 네트워크가 거의 90%다.


조숙현 : 인적 네트워크라면 지금 같이 작업을 하는 분들 위주로?


천근성 : 그 친구들 뿐 아니라 주변의 동료 작가들도 포함이다.


조숙현 : 코로나 이후에 경제적 피해가 있었나?


천근성 : 초반에는 있었는데 2020년을 아우르면 그렇지 않다.


조숙현 : 크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취소됐던 것들이 복구가 되면서 그런 건가?


천근성 : 그렇기도 하고 오히려 코로나 때문에 다른 작가들도 전시가 딜레이 됐고, 그러다 갑자기 하게 되면 그때 인력 수급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대처할 수 있는 인력풀이 없었던 것 같다. 저를 포함한 저희 멤버들은 그걸 대비하고 있었다. 기동력으로 승부했다. 미리 대비된 시스템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았다.


조숙현 : 코로나 이후에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변화가 있었나? 특히 본인의 예술활동에 대한 주변인들의 인식 변화가 있었나?


천근성 : 코로나 전에는 직장을 다니는 아내가 바쁘고 내가 상대적으로 한가 했는데 코로나 이후 반대가 됐다.

3. 문래 기반 커뮤니티 활동

조숙현 : 뭐 입지가 좋아졌다. 이런 이야기인 것 같다. 주거지도 문래동인가?


천근성 : 그렇다.


조숙현 : 아까 얘기하신 지점에서 문래동이 유의미하니까. 문래동에서의 변화와 본인의 활동과 관련된 변화, 문래동에서의 코로나 이후에 의미있는 변화 같은 게 있으면 얘기해달라 .


천근성 : 비공개면 제가 할 말이 많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코로나가 일종의 쉼표를 찍어준 것 같다. 쉬려고 했다. 물론 문래동 같은 경우도 엄청난 변화가 일렁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코로나라는 게 일종의 쉼표를 찍어주고 호흡을 가다듬는 형태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조금만 풀려도 금・토・일요일에 사람들은 엄청 나게 몰리고. 그런 변화 때문에 지역 내 갈등이 어김없이 일어나고 있고. 아주 큰 부분에서 코로나가 쉼표가 되어줄 거라 생각했지만, 오늘, 내일은 바뀔 지언정 한 해는 바뀌지 않았던 것 같다.


조숙현 : 금・토・일요일에 사람이 몰리면 갈등이 발생한다고 했는데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요?


천근성 : 성수, 망원, 홍대 등은 상업지구가 이미 형성돼 있고 그 안에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상가의 변화라든가 이런 게 찾아와도 큰 저항이 없었던 것 같은데, 문래동 같은 경우는 공업지역이 유흥 시설 형태로 변하는, 내부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큰 변화로 느낀다. 사소한 걸로 치면 시끄럽게 음악을 튼다든가, 술집 앞에 담배 꽁초를 버린다든가, 주차 문제라든가, 갖가지 분진, 소음 이런 문제가 나온다.


조숙현 :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혼재돼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상업지역에 사람이 몰리면 주거지역 사람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갈등이 벌어진다는 이야기인가?


천근성 : 갈등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문래동의 갈등을 얘기했던 거다. 그게 코로나로 약간은, 한동안 코로나 규제 조치가 격상하면 주말에 오던 유흥 또는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여지없이 규제가 완화가 되면 사람들이 똑같이 오고 갈등은 계속 지속되고.

4. 팬데믹 이후 예술활동

조숙현 : 예술활동에서 펜데믹 이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천근성 : 브레이크다. 코로나 펜데믹이 다들 알지만 천재지변보다는 인재에 가깝고, 박쥐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그냥 여러 측면에서 여러 요인들이 섞여서 코로나가 창궐한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지구에서 거는 브레이크 같은 느낌이 들고. 예술 활동도 당연히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물성을 다룰 때, 예를 들면 전시회 인테리어를 하는데 전시가 3일만 한다거나 일주일만 하면 그걸 다시 갑자기 철거를 하고 이런 것들. 그 전에는 이것에 대해서 경각심이 없었다가 코로나 때문에 그것에 대한 각성을 한다고 해야 하나.


조숙현 : 펜데믹 이후에 예술활동에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예술작업에서 작품 경향, 작품 제작 환경, 관객 변화, 셋 중에 어떤 게 가장 큰 변화가 있었을까?


천근성 : 작품 경향이 바뀐 것 같다. 형식이 어쨌든 전시회를 할, 발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고, 그래서 작가는 무엇을, 생각을 공유하고 발표하는 사람인데 그것의 창구가 줄어들면 그것에 맞춰서 형식도 변화를 해야 하고. 예전에는 조각가, 설치미술 이런 식으로 저를 설명해 왔는데, 지금은 퍼포먼스도 하고. 굳이 발표 형식이 어떤 전시 기반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나누는, 일시적 행사를 한다든가, 온라인으로 뭔가를 한다든가, 그렇게 계속 변화에 맞춰가는 것 같다.


조숙현 : 예술활동에서 펜데믹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서 언택트 시대에도 작가가 발표와 공유를 할 수 있는 그런 접점들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인가?


천근성 : 그렇다.


조숙현 : 예술활동에서 펜데믹 이후를 준비한다고 할 때 무엇을 준비하겠는가?


천근성 :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


조숙현 : 예술활동으로?


천근성 : 그렇다. 예술활동으로.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 대도시에 살다보면 대량 소비에 길들여 질 수 밖에 없다. 인구 과밀화도 문제다. 펜데믹도 마찬가지로 밀집되어 있는 것 때문에 그런 거고, 이런 모든 것들은. 그전부터 귀농을 생각하고 있었다가 펜데믹을 통해서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숙현 : 펜데믹 이후에 관계와 소통, 만남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아까 퍼포먼스랑 영상 얘기했는데, 직접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보셨던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게 있고 그러면 그 변화를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될까? .


천근성 : 일단은 주변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다 끌어모은다. 그래서 지원금을 봤든 커머션을 받든 그거를 나눈다. 1/N로. 그 전에는 마진을 생각하고 했다면 지금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고. 그냥 나누는, 각자의 역할 맡고 같이 하자, 그런 거. 각자도생이 아니라 공존공생을, 상호공존의 법칙을 더 염두에 두었다.


조숙현 : 관객과의 소통과 만남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퍼포먼스 하셨을 때 어땠는가?


천근성 : 계획대로 라면 실내에서 했을 프로젝트를 실외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거리에서 우연적인 만남을 추구했다. 근데 그게 너무 좋았다. 우리가 하는 게 길거리에 나온 폐기물 딱지가 붙은 폐가구들을 고치는 퍼포먼스를 하는데. 고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시끄럽게 하면서 복장도 희한하게 입고, 퍼포먼스 방식을 취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내 퍼포먼스의 관객이 되었다.


조숙현 : 관객 수 같은 게 한정적이라든가 이렇진 않나?


천근성 : 아무래도 즉석 만남이니까. 그렇다. 그래서 그거를 되도록 미디어로 남기려고 한다.


조숙현 : 영상도 하셨다고 했는데, 줌이라든지 온라인 실시간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이번에 해보았나? 어땠나?


천근성 : 해봤다. 새로운 것을 하는건 항상 재밌다. 인스타 라이브도 해 보고, 당근마켓을 플랫폼을 작업 공유 방식으로 활용도 해보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 쏟아내고 있다.


조숙현 : 온라인으로 어떤 소통이 되고 있다라는 느낌이 있나?


천근성 : 소통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역량이 부족하여 부단히 노력 중이다.


조숙현 : 퍼포먼스랑 비교했을 때에는 온라인이나 영상이 확실히 커뮤니케이션 느낌이 적지 않나?


천근성 : 그렇다. 그래서 병행한다.


조숙현 : 펜데믹 이후를 준비할 때 정체성에 대해서 예술가, 공동체 구성원, 시민, 국민, 지구생태계 일원 중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 어떤 걸까?


천근성 : 지구생태계 일원. 나의 어떤 행동이 지구 반대편에 영향을 준다라는 것은 세계여행을 하며 느꼈기 때문에 그때부터 지구인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조숙현 : 지구생태계로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거를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실천할 수 있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천근성 : 그렇다.

5. 온라인 예술활동의 긍정성과 부정성

조숙현 : 펜데믹 이후에 온라인 활동이 엄청 다양해졌다. 거기에 대해서의 창작자의 생각을 묻는 건데, 온라인 제작 경험이 이번 펜데믹에 있었나?


천근성 : 있었는데 재미도 있고, 안 해본 거라서. 근데 이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활동하는 퍼포먼스처럼 관객 수가 많지 않더라도. 큰 행사나 발표회 장을 만들고 사람들을 크게 대동하는 형태가 아니라 곳곳에서 발현시키는 방법이 좋은 것 같다.


조숙현 : 어떤 꼬집어주는 어떤 그런 행사들?


천근성 : 그렇다.


조숙현 : 온라인 제작 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까?


천근성 : 안 해본 거니까.


조숙현 : 기술적인 거?


천근성 : 그렇다.


조숙현 : 온라인으로 화상 회의도 하고 온라인 영상으로 작품을 대체하기도 하고 하는데 이런 비대면 예술활동의 긍정적인 미래가 있다면 뭘까?


천근성 : 긍정적으로는 일단 탄소발자국을 덜 남긴다는. 아무래도 디지털이다보니.


조숙현 : 생각지 못한 긍정 효과이다. 그러면 비대면 예술활동의 부정적 미래는 뭘까?


천근성 : 부정적인 건 제가 시각예술을 하는 이유,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종의 돈오(頓悟, 단박에 깨달음)에 있다고 본다. 쉽게 말하면 책을 읽으면 일주일이나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하고, 영화를 보면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시를 읽으면 1분의 시간이 필요하고, 시각예술을 거의 3초, 5초면 된다. 그러나 그런 임팩트는 실물을 보지 않고서는 잘 안 오는 것 같다. 대중예술이나 BTS 퍼포먼스 같은 일종의 화려한 것들은 온라인으로 커버가 될 것 같긴 한데 섬세함을 추구하는 어떤 작업들은 어렵지 않을까.


조숙현 : 많이 동감한다. 온라인으로 섬세한 감상에 한계가 있다는 건가?


천근성 : 한계가 있다. 송승환 씨도 최근에 생선회를 통조림에 넣어 팔 수 있냐? 비대면 공연을 그렇게 비유했다. 그런 것 같다. 음악도 공연장 가서 들을 때 감흥이 다르니. 당연히 시각예술도 마찬가지이다.



▲ 천근성 인터뷰 워드 크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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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현
전시기획자. 미술비평가. 현대미술 전문 출판사 아트북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강원국제 비엔날레 2018> , <김기라x김형규 : x-사랑>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