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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기록

최석규

'프로듀서와 드라마투루기로 활발한 활동.'

  • 인터뷰이 최석규 (아시아나우(AsiaNow) 대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 인터뷰어 민경은 (문화기획자, 여러가지연구소 대표)
  • 2020년 11월 17일
  • 대학로 공공그라운드

“국제 이동성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한다면, 예술적 영감을 교류하고 투어를 하면서 새롭게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업의 방식도 그에 맞춰서 변화하고 있다. 신뢰가 쌓여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올해 상반기에는 밀도 있는 온라인 회의를 이어나갔다. 2020년 상반기 내내 진행한 리서치 결과는 <아시아 ‘그래도’ 만나기> 아시아공동리서치 프로젝트와 문화예술교육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공유하는 온라인 컨퍼런스로 공개되었다. (새로운 연결 New Connections 바로 가기. https://newconnections.tistory.com/)

“새로운 변화는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에요. 사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직접 보고, 직접 선택할 수 없으니, 신뢰하고 함께 소통해나갈 수 있는 사람의 관점을 통해서 인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요. 앞으로는 더욱 더 이러한 관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예술은 무엇이어야 할지, 예술의 역할에 대해 정의 내리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해야 되는 예술은 무엇인지 질문을 점점 구체화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많은 프로그램을 했던 방식에서 ‘좀 더 작게, 좀 더 깊게’ 해나가는 방식을 지향하게 된다는 것. 신뢰하는 동료의 관점을 통해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눠 교류하는 방식과 맥을 같이한다.

최석규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의 경험을 기반으로 단기 처방이 아니라 백신이 되는 시스템을 상상하고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석규 대표가 상상하는 다중 협력체는 자기주체성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자기 주체, 색깔, 예술 철학과 방향성과 더불어 재정적인 기반을 갖추면서 지속가능하게 작동하는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스스로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으로서의 리서치를 일상에서 지속하고 있는 최석규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질문하며 발견해가는 겨울을 맞이한다.



최석규는 50대 초반으로 2005년 아시아나우(AsiaNow)를 창립하여, 한국연극의 국제교류, 다양한 국제 공동창작, 국제 레지던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프로듀서와 드라마투루기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우 자체 기획으로 호주와 현대 서커스음악극 <사물이야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장소특정형 공연 를 일본, 영국과 공동 제작 하였다. 또한 2014년부터 시작한 아시아 프로듀서들의 다양한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인 ‘Asian Producer's Platform(APP)’과 APP Camp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3년 춘천국제연극제를 인연으로, 춘천마임축제 부예술감독,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영국문화원이 주관한 한영예술교류의 해 예술감독으로 공연예술축제의 현장에서 축제 프로그램 기획과 공연예술축제 기획 경영 작업을 하였다. 2019년부터 동시대 중요한 화두 중, “예술과 도시”, “예술의 다양성, 접근성, 포용성” 그리고 “예술과 테크놀로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창작 리서치 및 프로젝트 개발을 하고 있다. 빠른 도시의 변화를 일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술을 통해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도시 예술 프로젝트인 커넥티드 시티(Conneted City)를 한영상호교류의 해 프로젝트로 기획하였고, 예술의 다양성, 접근성, 포용성 프로젝트로 남산예술센터와 제주문화재단과 2019 국제포럼 <극장 공간의 접근성과 장애 관객 서비스>, 제주 국제 컨퍼런스 <포용적 접근의 장애예술•창작개발과 창작 공간 만들기>를 공동기획하였다. 또한 <영국 그레이아이 극단의 미학적 접근 창작 워크숍>과 <무용 오디오 디스크립션 창작 워크숍>을 스코트랜드 출신의 엠마 제인 맥핸리와 기획하였다.



민경은 : 데뷔는 언제며, 무엇으로 했나.


최석규 : 축제 기획, 축제 감독 일과 국제 교류 쪽의 작업을 하고 있다. 1993년도에 아주 우연한 계기로 춘천마임축제의 통역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 다음해부터 춘천마임축제가 국제 축제로 바뀌면서 해외파트 일을 맡게 됐다. 20대, 30대에는 축제 쪽에서 작업을 했다. 40대에도 축제일을 했지만 40대부터 지금까지는 거의 국제교류 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민경은 : 1993년도에 자원봉사를 시작한 이례로 지금까지 작업을 쭉 진행해 온 것인가, 휴식 또는 단절 기간이 있었나.


최석규 : 쉰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약간 다른데, 중간에 몸이 아파서 8개월 동안 쉰 적이 있었고 두 번의 휴직이 있었다. 휴직이라고 하면 런던에 공부를 하러 갔던 1년 8개월, 거의 2년이라는 시간동안 연극 학교를 간 것이니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본다. 그 다음에 박사과정을 한 6개월 정도 갔다가 그만 두고 다시 돌아와서 영국문화원에서 일을 하게 됐으니까 일을 안 하지는 않았다. 살아가면서 어떤 걸 뒤돌아봐야 되고 정리해야 되고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볼 단계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휴식이나 단절보다는 내가 했던 걸 다시 돌아보면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고민하는 시간을 중간에 두 번 정도를 가졌었다.


민경은 : 뒤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선택하면서 공부와 연구를 하셨던 것 같다. 그 때마다 어떤 문제의식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최석규 : 서른다섯에 유학을 갈 때 가장 큰 고민은 기획자의 창의력은 무엇인가, 예술가의 창의력과 기획자의 창의력이라는 것은 어떤 차별성이 있고 어떤 것이 다른가에 대한 질문이 컸다. 그러다 보니까 예술 경영을 공부하기 보다는 영국 런던에 있는 왕립중앙연극담화원(Royal Central School Speech & Drama)라고 연극학교를 가서 드라마 과정을 경험했다. 아카데미 내에서 공부한다기보다는 현장에서 갖게 된 질문에 스스로가 답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살아가면서 일을 하다보면 생기는 질문을 통해서 더 알아나가야 할 것들을 발견하고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다고 본다. 두 번 다 공부라고 표현하면 공부라 할 수도 있고 리서치 혹은 질문에 대한 본인의 정리와 같은 시간이었다.

1. 2020년 리서치의 시작

민경은 : 코로나 펜데믹으로 혼란스러웠던 올해, 작업은 어떻게 시작했는가.


최석규 : 미국에 있다가 3월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코로나가 한창이었고, 2주간 자가 격리 기간을 보냈다. 쉽게 표현하면, 나의 일상은 집-온라인-걷기, 다시 온라인-등반, 하이킹-온라인, 그리고 아주 가까운 사람과 가족을 만나기로 정리된다. 국제교류를 많이 하다 보니까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서울의 도시 공간을 탐색하고 알 수 있는 시간이 그동안 내게 없었다. 특히 내 이웃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일상의 큰 변화로는 걷기와 등반을 많이 했다. 그리고 자전거도 많이 탔다. 그 동안 한 번도 안 해본 일들이다. 이것들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양평, 춘천을 동료들과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 도로가 잘 돼있어 놀랐고 우리나라의 풍경에 새삼 놀랐다. 가까이 있었던 것들을 다시 보게 되고 내가 못 봤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시간을 가졌다는 게 가장 강렬하다. 걷다 보니까 처음에는 내가 몰랐던 일상을 보게 되고 일상 속에서 이걸 어떻게 다시 봐야 될까 생각하게 된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지금 그렇게 보고 생각하고 있다.


민경은 : 대부분의 작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진 것인가. 온라인을 통해 어떠한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석규 : 그렇다. 상반기에는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작업을 했다. 온라인으로 동료들과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나를 포함해서 세 사람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뉴 커넥션즈’ 리서치는 열다섯 명의 해외 아티스트, 프로듀서, 극장장, 네트워킹 기관 등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세계는 어떻게 변하고 있고 동료들은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누고 정리하고 있다. 6월까지는 모든 게 정지되고 연기될지 몰랐으니까 주로 ‘뉴 커넥션즈’ 리서치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경험은 6월말에 다쳐서 한 달 동안 거의 바깥출입이 불가능했다. 망막 파열이 일어나서 자세를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잠을 잘 때도 고정적인 자세로 자야 했다.


민경은 : 긴 시간 치료를 받으며 고생하였을 텐데,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말해주니 궁금해진다. ‘뉴 커넥션즈’ 리서치 작업 혹은 다른 리서치와 연관이 있는가.


최석규 : 동료들과 함께한 ‘뉴 커넥션즈’ 리서치 작업은 곧 끝이 난다. 올해 많 예술의 다양성, 포용성, 접근성 장애예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리서치를 하고 있다. 그간 이 주제와 관련된 리서치를 많이 해왔었는데, 실제 내가 망막 파열로 눈이 안보이게 되니까 예술에서의 접근성에 대한 조금 더 깊이 있는 고민들이 생겼다. 그리고 어떤 실천을 해야 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상반기는 온라인으로 대화를 하면서 리서치 작업을 주로 했고 6월이 지나 하반기로 접어들면서는 실제 프로젝트들이 진행될 수 있는 방향을 그려보았다.


민경은 : 8.15 이후로 비대면으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많이 일어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 개인 리서치를 기반으로 해서 하반기에는 동료들하고 같이 함께하는 작업으로 전체적인 흐름이 만들어졌다.


최석규 : 그렇다. 서울아트마켓과 무용 오디오 디스크립션 관련 작업을 하면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었고 리서치 작업도 실제 프로젝트가 운영이 돼서 상반기는 집에서 온라인 대화와 개별 리서치를 했다면 하반기는 그래도 동료들과 맞대고 프로젝트를 만들고 실행하는 시간으로 극명하게 나눠졌다.

2. 리서치 작업을 통해 연결되는 질문들

민경은 : 올해 활동을 해오면서 눈여겨보게 되는 것, 주목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최석규 : 모든 것이 불확실성이 있고 안전 문제가 최우선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모든 예술 활동이 디지털 혹은 온라인으로의 변화가 가장 큰 핵심 고리인 것 같다. 예술 정책에서 보면 펜데믹 이후의 긴급 지원 프로젝트가 나오고 그에 따라 예술가들 지원 형태들이 만들어 지고 예술가들도 디지털로 이동하는 일들이 보인다.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아시아가 예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 어떠한 구조 변경이 필요한가이다. 어떻게 독립적으로 예술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민경은 :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의 독립적이고 지속가능한 활동 구조에 대한 것 말인가.


최석규 : 그렇다. 국공립은 프로그램과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인건비 부분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작은 규모로 운영하는 예술단체, 민간에서 운영하는 공간과 극장, 독립적으로 작업하는 예술가들에게는 굉장히 큰 타격이다. 이러한 생태계 불균형, 소득 불평등이 굉장히 절실한 문제로 보인다. 그래서 나 개인을 포함해서 민간영역에서 계속 활동한다면 어떤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되고 어떤 구조가 바뀌어야 되는가 하는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구조 변경이 절실하다.


민경은 : 공공 극장과 공간이 폐쇄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민간 영역의 극장과 공간은 계속 운영하는 사례를 꽤 보았다. 그러나 공공지원에 대한 의존은 높은 상황이다. 구조변경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고 싶다.


최석규 : 축제든, 예술가의 작업이든, 공간 운영이든 민간 영역 쪽은 관객들과 혹은 사람들과 만나는 작업들을 하고 창의적인 방안들을 제안하고 있는 반면에 공공의 경우는 정부 정책이니까 모든 게 문을 닫고 아카이브 했던 것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방어적이었다. 국공립 단체들도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이다. 정부 정책이나 시의 정책에 있어서 책임의 소지가 따르다 보니까 당연히 못 한다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공기관도 어떤 식으로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기관도 공공기금의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보니 공공 기관의 지침에 따르게 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영역, 공공 영역이 독립성을 가지기 위해서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해보아야 한다. 자기 결정권, 주체권, 자기 책임권이라는 권한을 가치로 두고 지원 시스템이 단기 프로젝트 지원이 아니고 3년~5년간의 중기 지원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또 프로젝트 개별 지원이 아니라 아티스트, 사람에 대한 지원으로서 그 사람이 3년 동안 작업을 할 수 있고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게 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을 상상한다. 프로젝트, 프로덕션 지원에서 사람,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으로 바뀌어야 되고 공공기관들도 독립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 체계가 돼야 한다. 단기 처방이 아니라 백신이 되려고 하면 구조 변경, 시스템 변경이 되지 않고는 올해 우리가 겪는 코로나와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났을 때 또 다시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본다.


민경은 : 민간 영역, 공공 영역이 독립성을 가지기 위해서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최석규 : 다중들이 많이 생겨야 할 것 같다. 다중은 대중과 다른, 자기 주체성을 가진 다양한 주체들의 모임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공공의 의존도가 높고 일반적인 자본 노동력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은 떨어지는 예술계에서 다중을 어떻게 생겨날 수 있을까. 서울아트마켓을 오래 하면서 어셈블리를 그 목적으로 기획을 했다. 다중의 주체들이 모여서 국제 교류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같이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는 목적으로. 그런데, 민간영역이 다중으로 서있지 않은 것 같았다. A와 B가 동등한 위치에 있을 때 다중이 형성이 되는데 대부분 민간영역은 의존도가 높다. 기금 의존도도 높다. 만약 3년이나 5년 동안에 나의 주체와 색깔을 가지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기본 구조가 갖춰져 있다면 협력의 구조가 가능하지 않을까. 자기 주체, 색깔, 아티스트의 철학, 방향성도 있고 더불어서 재정적인 기반도 주체적으로 갈 수 있도록 조건이 형성될 때 지속하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에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네 명의 젊은 기획자들과 같이 그들의 색깔을 내기 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점점 민간 영역의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같이 협력 시스템으로 만들어져야 될 것 같다. 다양한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들, 예술단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지만 상호의존적인(interdependent) 관계가 만들어질 것 같다. 사회 속에서 독립된(independent) 상태로만 있고 그렇게 작업 할 수는 없다. 또 어떻게 100% 상호의존적인(interdependent) 관계가 형성 될 수 있겠나. 그렇지만, 상호의존적인 관계는 협력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거버넌스 강조하지만, 공공권력과 민간 간 거버넌스는 공공권력이 뭐든 내놨을 때, 제안했을 때만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구조들이 많이 바뀌고 다중 협력체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민경은 : 다중 협력체를 만드는 데 있어서 어떤 액션을 할 계획인가.


최석규 : 민간 영역에 있는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서 파워를 어떻게 나눠줘야 될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내가 크레이티브 디렉터로 있을 때 내가 프로그램을 다 할 수도 있지만 볼 수 있는 것과 내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가 한정 될 수밖에 없다. 관련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권한을 나누고 그들이 프로그램을 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실행되면 좋겠다. 실천이 중요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해야 될 것 같다.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달라지는 것 같다.


민경은 : 다중 협력체의 전제조건은 무엇일까.최석규: 지향점이 무엇이냐이다. 지향점이 다 같을 수는 없지만 다 달라도 우리가 이것을 통해서 무엇을 공유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토론과 논쟁을 거친다고 하면 함께 할 목표와 목적이 모여질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문화 권력이 조금씩 많이 나눠져야 한다. 권한을 하부로 이양시키거나 분산(empowerment)을 시키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권력을 나눠야 된다고 말하는 동료가 한 명 있다. 그래서 내가 권력을 가지고 있나라는 의문이 생겼었다. 최근에 느낀 것은 나이가 점점 들다보니까 어떤 식으로든 내가 그러고 싶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가 문화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안산 거리 축제를 인터뷰를 하면서 갖게 된 통찰로, 경험이 많고 풍부한 일을 했던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선경험 때문에 새로운 방향에 방해도 굉장히 많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대가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존중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나이가 들면서 했다. 그게 참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문화 권력이 된다는 건 내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내가 한 말이 어떤 사람한테는 문화 권력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내가 하는 행동들이 그럴 수도 있다. 내 스스로도.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된다는 것, 말을 한다는 것과 내가 말을 하는 것에 대한 실천을 일치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순간 순간 많이 한게 된다.


민경은 : 이번 코로나 펜데믹의 경험을 기반으로 단기 처방이 아니라 백신이 되는 시스템을 상상하고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최석규 : 교훈 속에서 변화해야 된다. 예술계의 변화 중에서 내가 주목해서 봐왔던 것은 예술 단체들이 독립성을 갖는 과정들과 독립성을 가졌을 때 서로 상호연계 구조를 구축해나가는 움직임과 그에 대한 가능성이다. 그리고 또, 그 동안 축제를 많이 해오다보니까 도시와 예술의 관계가 변화해야할 방향에 대해 생각한다. 걷기를 많이 한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걸으면서 도시와 예술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가야 될 것인지 질문을 이어나갔다. 예를 들면, 거리 축제도 광장을 중심으로 보여 지는 형태이다.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서울을 다중보다는 대중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을 통해 거리와 커뮤니티, 사람들이 도시와의 관계 맺기를 해나갈 수 있을지 질문을 이어나가고 있다.


민경은 : 도시와 예술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발전시키기 위해 걷기의 방식은 어떻게 기획 했는가.


최석규 : 다섯 구역을 나눠서 걸어봤다. 내가 명륜동이 집이어서 대학로가 출발지이다. 대학로에서 청계천, 대학로에서 을지로 지역, 대학로에서 방산 시장, 중부 시장, 광장 시장을 연결하는 시장 구역, 대학로에서 출발해서 낙산을 지나 창신동까지 한 구역, 대학로에서 종로까지 가서 인사동, 익산동 그리고 서울역까지 가서 서울역 뒤에 서계동, 전파동 그 부분들까지 구역을 나눠서 걸었다. 집이 강북이다 보니 강북을 중심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걸으면서 느낀 것은 모든 게 소비 도시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물을 보면 잘 나타난다. 소상공인들의 생산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점점 사라지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도심을 중심의 생산구조도 변하고 온라인으로 산업구조가 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도시가 여전히 생산하면서 소비하는 도시가 공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시작, 위치 그리고 걷기를 통해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예술이 도시와의 관계 맺기는 어떤 것일까 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그 전에 축제를 춘천에서 할 때는 예술의 장르에서 출발해서 춘천이 갖고 있는 공간성에 토대를 해서 메이저 광장이나 큰 거리를 기반으로 프로그래밍을 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골목, 삶 속의 공간들에 녹아있는 시간성을 보면서 도시와 예술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가야 되는가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민경은 : 올해 서울을 다섯 갈래로 지역을 나눠서 리서치를 하면서 코로나 펜데믹의 조건에서 실행해나갈 작업들이 궁금하다.


최석규 : 축제 감독을 하고 프로듀서를 하고 기획자의 역할을 하니까 발견되는 지점이 있다. 예를 들면, 3년 전에 영국 문화원에 있을 때 ‘커넥티드 시티’라고 도시, 장소, 사람, 테크놀로지, 예술을 연계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공간을 탐험하는 프로그램도 했다. 그 때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이전에 ‘크게, 많이’ 했던 부분들에서 ‘작게, 깊게’의 방식으로 전환이 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책을 되게 많이 샀었다.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게 있고 글을 보면서 알게 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서울의 역사나 서울의 구조 같은 것들을 감각하는 것은 수행했었던 것이라 본다. 앞으로는 인지를 통해서 뭔가를 하지 않겠는가. 다가오는 겨울에 내가 본 것, 내가 감각한 것과 내가 서적이나 자료를 통해서 인지해야 할 것들을 보면서 예술과 도시의 관계 맺기에 대한 뭔가를 다시 찾아 나갈 것이다. 그게 뭔지, 뭘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큰 경험 보다는 다중의, 개인의 경험을 더 많이 생산하는 예술에 대해 질문이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간다. 예술의 역할은 이래야 된다가 아니라, 팬데믹 이후의 예술은 무엇이어야 되지? 내가 할 수 있는 예술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되지? 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다.


민경은 : 2019년부터 동시대 중요한 화두 중, “예술과 도시”, “예술의 다양성, 접근성, 포용성” 그리고 “예술과 테크놀로지”에 관심을 가지고 창작 리서치 및 프로젝트 개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펜데믹이 진행됨에 따라 현장에서도 라이브 스트리밍에 대한 시도가 많아지고 예술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는데, 진행해오고 있는 리서치를 통해 이야기 듣고 싶다.

최석규 :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글을 썼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숙제라기보다는 나한테 이것은 무엇이고 내가 하는 예술과 어떤 방향으로 앞으로 함께 나아가야 하는 건지 계속해서 고민해오고 있는 주제이다. 내가 중심으로 고민하고 봤던 것은 예술 영역에서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에 대한 것이다. 라이브 아트를 대체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하나의 흐름이라고도 볼 수 없을 만큼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서 이미 같이 살고 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24시간 사용하고 있고 집에 있으면서 tv나 다른 매체도 활용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테크놀로지를 도구로서 이용하는 부분이 아니라 테크놀로지에 기반 한 예술은 뭘까, 테크놀로지의 특성에 따른 예술은 뭘까에 주목한다. 예술을 하기 위해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것도 있지만, 테크놀로지의 특성에 주목해서 몰입감을 강화하고(immersive) 상호적이고(interactive) 참여적인(participative) 특징을 토대로 한 예술은 어떤 것인지 고민해왔다. 이에 대한 고민들이 더욱 필요하고, 창의적인 솔루션도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현상을 보면 라이브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좀 더 온라인 언어 중에 시각이나 청각을 이용해서 구현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음악 같은 경우 음원을 활용해서 새로운 온라인 디지털 콘서트가 된다. 장르들이 변형을 이뤄서 가는 형태를 보여주기도 하고 진화하는 데도 있기도 하다. 테크놀로지를 토대로 진화를 하는 다양한 형태들이 나타나고 있듯이 앞으로 우리가 해야 될 접근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관점으로 봐라봐야 되지 않겠나.

3. 국제 교류와 국제이동성

민경은 : 국제교류를 많이 해왔다. 코로나 이후의 국제교류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최석규 : 내가 국제교류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까, 국경이 문을 닫고 이동이 불가능 해진 상황에서의 국제교류의 방법에 대한 걱정보다는 ‘왜?’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한 거 같다. 어떻게 방법을 바꾸지가 아니라 왜 국제교류가 나한테 의미 있는지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이렇게 할 때 방법이 찾아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국제교류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했었다. 창작 레지던스도 했고 공동제작도 했고 또 투어링도 많이 했다. 이제는 이러한 방식이 유효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백신이 개발이 되고 있고 어느 정도 우리가 생각했던 정상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또 어떤 바이러스든 함께 살아야 되고 올해와 같은 상황이 다시 생긴다고 하면 국제 이동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이 질문을 다시 하는 계기가 된 거 같다. 서울아트마켓에서 ‘어셈블리(ASSMBLY)’란 프로그램을 하면서 거기의 핵심주제가 ‘국제이동성의 미래’였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1년 중에 6 ~ 7개월 해외 투어나 창작으로 이동이 있었고 당장 회의를 하려고 대만을 갔다 오고기도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고 그래서도 안 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제 이동성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한다면 예술적 영감을 교류하고, 투어를 하면서 새롭게 자리매김 될 수 있게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본다. 기존의 것을 다 부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당장 답이 없지만 생각의 가지를 치고 있다. 국제 이동성은 환경 문제와 연관이 있다.


민경은 : 환경문제, 기후위기는 나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예술가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올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질문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에게도 심각하게 여겨지는 이슈일 것이라고 본다.


최석규 : 그렇다. 3월에 한국에 들어와서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내가 만들어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자가 격리가 끝나고 장바구니를 가지고 텀블러도 가지고 다녀도 1주일에 한 번 내가 생산해내는 플라스틱이 상당하더라. 집에 있다 보니까 더 많이 보이더라. 한 번 실험을 해봤다. 인사동에 있는 디저트 가게에서 디저트를 사왔다. 디저트 하나에 포장지 다섯 개를 사용하더라.


민경은 : 국제이동성에 대해서 앞서 말해주었지만 국제교류 작업을 할 때 탄소발자국을 선명하게 남기게 되지 않나. 이에 대한 생각과 실천을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있다. 앞으로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최석규 : 그렇다. 국제 교류 동료들과 이야기하는데 가장 핵심 사항 중에 하나가 그린 모빌리티(green mobility)였다. 내가 비행기를 타고 화물 가지고 다니면서 투어를 할 때 만들어내는 탄소발자국을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투어를 계속 할 것인가 라는 질문과 대화가 오갔다. 동료 중에 한 예술가는 이제 투어 안하고 창작자들과 같이 국내에 있는 오디션을 온라인으로 보고 현지 안무가랑 같이 의논하면서 하고 있다. 여러 가지 형태의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 물론 뭘 하든 간에 탄소 발자국을 만들어낸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축산업, 농산물 온실재배, 데이터 사용 등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이 관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한 정보를 알고는 있었지만 심각성을 덜 느꼈었는데 코로나가 던진 가장 큰 질문 중의 하나가 환경에 대한 것이었다. 예술 한다 면서 뭘 해야 되지? 내가 해야 할 실천은 뭐지? 이런 부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진 것 같다. 코로나 펜데믹을 통해 내가 가져야 될 질문 그리고 예술계가 가져야 될 질문이 무엇인지에 생각이 많아졌다.


민경은 : 코로나 펜데믹 이후 국제 교류 파트에서 느끼는 다른 변화는 무엇인가.


최석규 :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국제 교류 활동을 보자면, 내가 가고 내가 보고 나의 눈으로 결정을 했다. 이제 몸이 갈 수가 없으니까 내가 믿는 동료의 눈을 통해서 즉, 그들의 관점을 통해서 인지할 수밖에 없다. 앞서 내가 추구하게 되는 활동방식이 ‘좀 더 작고, 깊게’라고 얘기했듯이 신뢰가 쌓여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하게 된다. 내가 직접 거기에 안 가더라도 나의 눈이 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점점 더 국제 이동에 제한이 있다고 하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 비전과 방향을 공감할 수 있는 동료가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4. 코로나19, 그리고 이후

민경은 :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의 방식이 달라지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나.


최석규 : 사람 관계가 변화했다 보다는 어떤 동료와 내가 밀도 있는 파트너십으로 가야될 건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개인 활동을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에 대한 나의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민경은 : 코로나의 영향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선생님의 다양한 활동이 쌓이고 쌓여서 생긴 질문이 아닐까.


최석규 :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코로나가 좀 더 그걸 생각하게 만들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민경은 : 비자발적으로 멈춤의 시간을 보낸 상황에서 많은 질문들을 생산하였다. 멈춤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가.


최석규 : 그 동안 바빠서 연락을 잘 나누지 못했던 친구들이랑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나눴다 ‘우리 줌 1시간 할래?’ 해서 일상의 이야기를 가볍게 나눴다. 가족 모임도 그렇게 했다. 누가 내게 물었었다. 사람들이 좀 더 친절해 지는 건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본인이 외로워서 그런 건가? 라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간이 멈춘다는 것을 살펴볼 때, 동작을 하다가 잠시 멈추는 ‘pause' 와 하던 것을 중단하고 그만두는 ’stop' 은 다른데, 그만뒀을 때 다른 게 보이게 되는 때도 있고 멈추다 보니까 동료들을 돌아보고 내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중단하고 그만두는 건 더 이상 안 되겠구나, 이런 식으로 못 살겠구나, 정지를 해야 겠구나 할 때인데 그렇게도 다른 것을 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말이 있나보다. 시간이 정지됐다는 표현이든 멈췄다는 표현을 쓰던 그렇게 되니까 뭔가를 다시 보게 되고 진짜 정지하게 되니까 뭔가를 다르게 하게 되었다. 이번 코로나 펜데믹은 강요된 정지와 강요된 멈춤 앞에서 스스로 그 강요라는 걸 안 받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걸 강요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우울하더라. 특히,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면서 못 나간다고 생각을 하게 되면 더 우울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베란다에 있는 책 정리를 하고 가족사진도 다시 정리하고 어쨌든 뭔가를 한 번도 안 했던 것들을 찾아서 했다. 강요받기 싫어하는 내 마음을 살펴서 주어진 시간으로 어떻게든 내 것으로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민경은 : 코로나 펜데믹 이후 예술은 무엇이어야 할까. 예술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


최석규 : 어떤 이에게 예술은 엔터테인먼트 엔진일 수도 있고 그것이 산업으로 가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오락도 된다. 어떤 사람에게 예술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활동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에게 예술은 작가가 고민하는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안이나 질문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예술이 맞고 어떤 예술은 틀리다. 예를 들면, 도시 재생을 하면서 모든 문화와 예술은 도구로만 사용하느냐 라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이 사회의 통합과 사회의 구조나 도시를 바꾸는데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의 역할인지는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술이 이래야 돼. 예술의 역할은 이거야. 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해야 되는 나의 세계에서 예술은 이러하다, 그래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되겠다 라는 식으로 귀착이 돼 가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까 나도 개인적으로 일에 대한 욕심이 되게 많았고 많은 프로젝트들을 했었는데, 펜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경은 :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진다. 그렇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가.


최석규 : 어떤 것이 우선순위 인지 집중해서 생각해보고 있다. 내가 해야 할 것과 나의 역할과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것에 대해서 말이다. 생각하다 보니까, 예술과 예술의 역할에 관한 질문과 그래서 내가 해야 하는 것 중에 무엇이 우선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는 것 같다. 이번 겨울에 남은 숙제이다. 당장 내년은 모든 게 우리가 전에 생각했던 ‘노멀’로 돌아가기는 힘들 거라고 본다. 그렇다고 하면 지금 시간 속에서 그 과정은 차곡차곡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질문을 많이 던졌고 그 질문 속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면 이제는 남은 부분은 어떻게 실천하는가의 문제인 거 같다. 남은 숙제라는 것들은 그 고민을 정리하고 그 속에서 어떤 실천과 어떤 액션을 할 것인지 도출할 일이다. 이 겨울에 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민경은 : 예술가나 시민이나 지구 생태계의 내적 존재로서 팬데믹 이후에 준비하는 중요한 활동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할까.


최석규 : 이제는, 나의 문제가 너의 문제가 아니고, 너의 문제가 내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같이 가야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더이상 나, 시민, 한국 국민 같은 게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나만을 혹은 한국만을 위해서는 교류를 할 수 없다. 그런 의미라고 한다면 지구 생태계의 관점에서 같이 봐야하고, 그러한 시선과 태도가 중요하다. 절대적으로.


민경은 : 오늘 다양한 질문들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하다.



▲ 최석규 인터뷰 워드 크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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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은
문화기획자. 여러가지연구소 대표. 2010년 부천시 원미동에 여러가지연구소를 열고, 예술적 삶의 경험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지역문화생태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의 표현이 소통되는 삶의 문화를 생산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만들어가기 위한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