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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속도의 시대에 더욱 느리게 가기'

  • 인터뷰이 박혜강(예술공간 돈키호테 공동대표)
    이명훈(예술공간 돈키호테 공동대표)
  • 인터뷰어 신헌창(책과생활 대표)
  • 2020년 11월 27일
  • 예술공간 돈키호테(전라남도 순천시)

속도의 시대에 더욱 느리게 가기


순천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실시간 확진자 현황을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열었다. 습관적이다. 올해만큼 숫자가 우리 생활을 압도한 적이 있었을까? 많은 이가 매일 확진자 수치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인가 또 한편으로 많은 이가 주식 시세를 확인한다는 현상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확진자 현황도 주식 시세도 모두 ‘시간’에 따라 뭔가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추이를 비교할 수 있는 꺾은선그래프로 표현된다.


계획은 그래프의 선이 어느 날 치솟을 때 취소된다. 계획은 한참 동안 지연되다 잠깐 틈을 타서 실행을 하려던 찰나에 또다시 취소된다. 순간적으로 시간을 멈춰 세우는 무언가에 의해 계획의 직선적 시간성은 붕괴된다.


2020년 11월 27일, 예술공간 돈키호테(이하 돈키호테)가 위치한 순천문화의거리는 을씨년스러웠다. 이 거리에 세 번째 방문이다. 2017년 방문 때에는 이 거리에 대여섯 명이 있었다. 2019년 방문 때에는 열 명가량이 있었다. 이번에는 한두 명 정도 보인다. 대개의 상점도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인구 28만의 지방 소도시의 구도심은 특별한 행사가 있지 않은 한 방문객이 많지 않으므로 펜데믹 이전과 이후의 풍경에서 변화의 격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돈키호테는 이곳에서 소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예술을 다룬다. 2020년 돈키호테에서 진행한 실험영화 상영회의 관객은 코로나19 이전에도 10명이었고, 이후에도 10명이다. 이와 같은 분야에서 코로나19와 수치의 상관성을 따져보는 일은 무의미하다.


올해 돈키호테는 실험음악가들을 불러 모아 액자 퍼포먼스 ‘음속허구: 리듬과 믿음과 리듬’을 열기로 했다. 돈키호테가 201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동시대 비음악(Contemporary Non-music) 시리즈의 일환으로서 국내외 노이즈/전자/즉흥 음악가들을 초대하여 여는 연주회이다. 특히 이번에는 연구 발표와 공연이 함께 이루어지는 형식으로서 음악가는 물론 사운드를 발생시키는 장비까지 현장성이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계획됐다.


연주회는 그래프의 선이 등락에 따라 지연과 취소를 반복해오다 12월 4일로 다시 날짜가 잡혔고, 결국은 2021년을 기약하며 잠정 연기되었다. 지연과 취소에는 바로 이곳의 사정(순천의 확진자 발생 상황)보다는 대체로 초청된 아티스트들이 사는 지역의 사정이 나비 효과처럼 영향을 준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면서 살아왔듯이 바이러스 대유행의 상황에서도 ‘언택트’ 장치를 꺼내 들고 계획의 붕괴된 시간성을 복구하려고 한다. 사실 거의 모든 일의 해결책이 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적 트렌드는 팬데믹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유행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 전반에 걸쳐 ‘숏케팅’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할 정도다. 기획에서 실행까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완성도와 성공률을 높이는 마케팅보다는 변화의 속도에 발맞춰 빨리 기획해서 치고 빠진다는 것이다.


현재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온라인과 영상매체는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결과물을 뽑아내고 증빙하는 해결책으로 대접받고 있다. 돈키호테의 박혜강 씨는 예술활동의 결과물을 영상매체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작가성이 실종되고 업체의 문법이 입혀지는 상황을 맞닥뜨릴 때 난처했다고 말한다. 그가 계획한 ‘음속허구’ 연주회도 지자체의 지원금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연내에 가닥을 잡아야 하는 것이었지만, 온라인 연주회를 선택하지 않았다. 현재는 잠정 연기지만 어쩌면 지원금을 포기하고 자체 예산으로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돈키호테의 두 운영자는 그럴 마음이 더 큰 듯 보였다.)


대체로 실험예술은 태도의 변질이나 다른 세계로의 편입을 용납하지 않는다. (실험)예술에 있어서 ‘대세’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거스르거나 비껴가야 하는 흐름이다. 따라서 탈장르와 탈매체는 (실험)예술의 신체가 갖는 속성이기도 하다. 돈키호테의 선택은 그런 의미에서 비대면 시대의 예술이 고수해야 하는 어떤 태도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돈키호테의 실험영화 상영회의 관객은 코로나19 이전에도 10명이었고, 이후에도 10명이다.’ 이 말에 포함된 수치는 돌려말하기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대중이 아닌 소수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예술은 관객이 줄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10명 남짓의 관객과 함께하는 기획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속도’를 강요하는 사회 트렌드를 비껴가는 것. 인터뷰 중 박혜강 씨가 말한바, 온라인보다 서신을 주고받는 것으로써 관객과 얼굴 없이 만난다는 아이디어처럼 느리게 가는 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예술이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삼키는 형상으로 원형을 이루고 있는 우로보로스라는 상징이 떠오른다. 시작과 끝이 구분되지 않는 무한의 시간성을 상상하고 기나긴 과정을 행위하는 것으로서 앞으로도 계속될지도 모르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를 떠올려본다.


돈키호테는 한 해에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 1년에 두 가지 정도의 프로젝트만 진행하는 것을 원칙처럼 세워놓고 있는 듯했다. 여러 프로젝트를 바쁘게 진행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놓고 또 그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이클을 꺼려 한다고 말한다. ‘자기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언가 하지 못한 것 같으면서도 시간에 허덕여왔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예술공간 돈키호테에서 느낀 호젓함이 위로로 다가온다.



예술공간 돈키호테(Artspace Donquixote)는 2009년 12월, 전라남도 순천에서 박혜강과 이명훈이 설립한 독립예술공간이다. 장르와 매체를 특정하지 않고 동시대 예술지형에서 실험적이고 대안적인 활동에 관심을 두고 프로그램 기획과 연구를 진행한다. 또한, 순천의 지역사 연구를 바탕으로 아카이브 구축, 예술가와 협업 프로젝트, 세미나, 출판, 강연 등을 지속하고 있다.



1. 이동의 위축

신헌창: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올해를 회고를 해주셨으면 한다.


돈키호테(이) : 보통 연초에 각종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뜨지 않나. 전남문화재단도 떴었고 순천시도 보조금 활동이라든지, 여기는 문화의거리 지구여서 관련 지원사업이 별도로 있다. 그런 것들을 예상하고 연초에 한 해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제출한다. 올해는 국제교류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중국, 일본의 실험 음악가를 초대해서 한국의 실험 음악가와 교류하는 행사를 신청했는데 지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2~3월에 코로나가 심각해졌고, 선정도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국내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 공연이 원래는 (다음 주인) 12월 4일에 하기로 일정을 잡았는데 일주일 전부터 2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순천도 심각해지면서 행사를 진행해야 할지 논의 중이다.


신헌창: 노이즈 음악 하시는 류한길 작가와 진행하는 프로그램인가?


돈키호테(이) : 그렇다. 류한길 작가와 서울 쪽 아티스트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계획했는데 이게 지역 내 예술가들이면 괜찮은데 타 지역에서 이동을 해야 하니 고민이다. 현재 작가와 잠정 연기로 결론을 내고 있는데, 행정적으로 어떻게 정리를 할지 고심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가 다년간 진행해오는 ‘플레이 포 투데이’라는 실험영화 상영회는 코로나 예방 요건을 갖추고 있어서 일정대로 진행했다. 그렇게 관객이 많이 오지 않고, 어느 정도 거리가 유지되고, 조용히 영화 감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신헌창: 공연이나 상영회 이외에 다른 프로그램은 어땠나?


돈키호테(이) : 지역연구 과제는 대면 접촉이 많지 않아서 크게 영향 받지는 않았다.


돈키호테(박) : 홈페이지를 아예 아카이브 페이지로 구축하려고 연말에 예정하고 있었는데 마침 9월인가 전남문화재단에서 온라인 예술 활동 지원 공모가 갑자기 생겨서 그 사업으로 진행하는 게 있다. 공연 예술이나 이쪽에서 실행에 어려움이 있으니까 그걸 통해서 아티스트 지원을 하는 게 주요 내용인데, 그중에 관객 개발 분야에 아카이브형에 있더라. 거기에 우리가 계획한 일과 맞아서 지원했다.


돈키호테(이) : 순천 시청각 아카이브를 온라인상에서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 연구를 하다 보니 자료들이 쌓이지 않나. 이것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작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홈페이지가 공간의 포트폴리오라든지, 행사를 알리는 정도였다면, 이번을 계기로 온라인 활동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하게 됐고 적극적으로 홈페이지를 활용하기로 했다.


돈키호테(박) : 지금까지 이명훈 씨가 혼자 습득해서 홈피를 운영했는데 확실히 역부족이었다. 이번 지원사업으로 프로그래머에게 기술적인 도움을 얻었다.


신헌창: 지역 연구 아카이브가 제대로 된 게 별로 없는데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돈키호테(박) : 작년부터 그런 문제인식이 있더라. 지역연구를 하고 나면, 자료를 더 이상 우리가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자료는 어떤 개인에게 있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에 공유재로 구축해놓는 게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까지는 순천예술사를 주제로 연구했는데 이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작년에 1차로 1945년까지 정리했다. 물론 그 앞 시대, 고전으로 들어가는 시대는 우리가 시기를 두고 더 하려고 하고 있고 일단 근대기 이후를 다루고 있다. 지방의 근대기는 향토라는 개념 안에서만 있지, 예술에 있어서 근대적 개념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우리는 거기에 포커스를 맞췄던 거고 우리가 차근차근 저작권을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 특히 공공누리(공공저작물 자유이용 허락 표시제도)를 통해 가져오고 있다.


돈키호테(이) : 얘기하다 놓친 게 있었는데 올해 우리가 하는 지원사업 중에 전남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연구사업이 있다. 거기서 순천 출신 국악인 벽소(碧笑) 이영민(李榮珉·1882~1964)의 사진 아카이브 연구사업을 지원받았다. 올해 1년 동안 하는 건데 팬데믹이 심해지면서 출장을 가는 것이 굉장히 꺼려지더라. 서울도 한 번 가봤는데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문의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위험요소들 때문에 일정이 좀 위축된다.


돈키호테(박) : 그래서 계속 웹 서치하고 비교해서 문의 사항이 생기면 전화로 해결하고 있다. 12월 중순에 발표회를 잡아놨는데 그건 다행히 문화재단에 얘기해서 자료집 보고서 형태로 일단 정리하기로 했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내년에 안정기로 들어서면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돈키호테(이) : 그러고 보니까 되게 복잡했다, 올해가. 초반에는 올해 안에 잡히겠지 생각했다.

2. 소규모 공간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신헌창: 올해 하셨던 프로그램을 살펴봤는데, 실험영화 상영회는 지속했지만 포럼이나 대담은 취소나 연기된 게 많다. 돈키호테 같이 동시대 예술이나 실험예술을 다루는 곳은 관객이 많지 않은데도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돈키호테(박) : 많이 오면 어떨 때는 열 명 넘게 온다. 실험영화는 2010년부터 상영해왔다. 꾸준히 오는 사람들이 있다. 고정관객들이 한때 커뮤니티를 이뤘다. 우리가 그런 분위기를 조성한 건 아닌데 그런 유의 영화를 보고 이해가 되든, 안 되든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이 앉아서 얘기도 하고 그런다. 실험영화는 사실 요즘보다 더 심한 버전으로도 많이 했었다. 아예 필름 원판이 일본으로 갔다가 배급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한국을 거칠 때 순천에서도 상영하면 안 되겠냐고 해서 부산의 모퉁이 극장이랑 같이 상영하고 그랬다. 서로 조금씩 돈을 부담해서. 그러다 국내에서는 한 번도 상영된 적이 없는 <플럭서스 에디션>도 부산에서 상영할 수 있었다. 그런 프로그램들은 즉흥적으로 자체 예산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필름이 한국을 잠깐 거치는 잠깐의 시간을 포착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시 예산을 만들고 할 시간도 없고 머리도 아프고 하니까. 점점 더 순천시는 실험예술에 대해 지역민들 누가 보겠나, 그런 얘기를 하니까 기운도 빠진다. 우리도 이번에 실험음악 프로그램은 8년 만에 지원을 받은 거다. 그동안은 연구로만 지원을 받았지 이런 데는 거의 지원 안 해준다. 자체적으로 하는 게 더 속 편하긴 한데 아티스트들한테 충분한 예산을 줄 수 없으니까 너무 미안한 일이다.


신헌창: 돈키호테는 소규모 관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나.


돈키호테(박) : 이번에 어떤 회차(실험영화 상영회)에는 국내 코로나 상황이 좀 심했는데, 평균보다 더 많이 왔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한다. 코로나 상황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우리 같은 공간은 크게 느끼지 않는 거 같다고.


돈키호테(이) :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코로나19의 영향이 강화된다는 느낌을 받다 보니 10인 정도의 행사를 주최하는 것도 기획자로서는 고민이 된다. 초기에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분명히 영향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외부에서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프로그램 같은 경우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 초청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반대로 우리가 외부 현장 조사 나가는 활동도 조금 위축이 되는 것 같다.

3. 영상화, 전환이 아닌 병행이어야

신헌창: 온라인 상영회 같은 건 해본 적이 있나?


돈키호테(박) : 우리는 원치 않는다.


돈키호테(이) : 이번에 류한길 씨(‘음속허구’ 연구자 모임) 공연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었겠지만, 아티스트들도 그건 아니다고 얘기하고 우리 입장도 그렇다.


돈키호테(박) : 그리고 그게 공연 형태라기보다 연구 발표의 성격이 크다. 각자 퍼포먼스 형태로 발표자마다 시청각을 자기의 형식 안에서 사용할 거다. 온라인으로 하면, 우리가 운영 장비를 다 갖춰야 한다. 퍼포먼스에 따른 피드백이 현장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온라인으로는 불가하다. 또한 포럼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싫다. 우리까지 온라인으로 뭘 했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현장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단이 그거에 대해서 동의를 해주고 행정 협의하는 게 지금 남긴 했다.


신헌창: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 많은 프로그램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전환된다. 그게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린 것도 같다.


돈키호테(박) : 나도 초반에는 온라인 공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는 기획자이자 관객이기도 하다. 가서 보고 싶은 거다. 광주도 그렇지만 소도시에서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보고 싶은 걸 여기서 많이 볼 수가 없으니. 그런데 온라인 상영을 해주는 거다. 이게 나에게는 코로나의 역설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으로 다 전환하는 것엔 동의하지 않는다. 서서히 뭔가 패러다임이나 관점들에 있어서 서로 이 방향의 가능성을 타진해볼 필요는 있겠지만. 이번에 DMZ 영화제는 현장 상영에 아예 관계자들만 예매를 받았다, 30명 한정으로. 일반 관객은 아예 예매도 할 수 없었다. 거기 집행위원으로 활동하시는 분도 굉장히 신랄하게 비판을 하시더라. 그러면서 좌담회 같은 온라인 프로그램만 유튜브에만 올리더라. 모여서 ‘팬데믹 상황에서의 DMZ 영화제가 어떻고 저떻고’ 그런 얘기 백날 하면 뭐하나. 그래서 꺼버렸다. 이 상황에서 일반 관객을 못 받는다면, 특별 초이스 프로그램을 하루 정도라도 틀어준다든지 했으면 어땠겠나 싶다. 그런 안배도 없이 그냥 좌담 프로그램만 있었던 거다. 온라인도 적절하게 선택을 하면 좋은데 그것이 마치 모든 것의 해결책인양 하고 거기로만 귀결되는 건 문제가 있다. 비대면이라고 하는 게 온라인만 있을까? 다른 것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온라인이라는 게 시각적인 것들을, 일단 사람 얼굴을 보여주지 않나? 얼굴 없이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라디오 아니면 서신? 느리지만 오고가는 서신? 왜 우리가 항상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열어야만 하나?


신헌창: 온라인 상영회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유료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거 같다.


돈키호테(이) : 그런 것도 콘텐츠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유튜브는 클릭수라든지 이런 것에 의해서 보상받는 체계인데, 창작집단들이 그런 체계에서 수익을 만드는 걸 전문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돈키호테(박) : 전주영화제가 OTT 플랫폼 웨이브와 계약을 하고 유료 상영을 했다.


돈키호테(이) : 영화계에 계신 분들이 온라인 상영회를 뭘 그렇게 비싸게 받느냐고 하시더라. 팬데믹 상황에서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기 보다는 실행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허점들이 발견되는 것 같다. 교육도 그렇고, 복지도 그렇고.

4. 기술에 대한 적응이 아닌 기술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

신헌창: 영상 촬영하는 업체들이 전 분야에 걸쳐서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렸다고 하더라.


돈키호테(이) : 침체되는 분야가 있고 역으로 특수를 누리는 분야가 있다. 전남문화재단 온라인 예술 활동에 대한 사업 컨설팅 내용을 보면 다 영화 제작자가 와서 교육하는 거다. 연출하는 법, 촬영에 대한 프로세스를 예술가들이 이해하면 좋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영상으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느냐 이런 걸 강의하는 거다. 그게 온라인 예술 활동의 전부인 것처럼 가는 것도 좀 문제인 거 같다.


신헌창: 인간의 신체에 영상 촬영하는 기계까지 장착하는 게 강요되는 상황이다.


돈키호테(박) : 맞다. 올해 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 심사부터 비평까지 참여했는데 안무 영역이었다. 그분들이 아웃풋으로 최종적으로 선택한 형식이 영상이다. 무용에서 비디오 댄스라는 장르도 있으니 영상을 취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역시나 코로나 상황을 얘기하면서 결과물로 이어진다. 종국에는 그 영상을 거칠게 자기네들 방식대로 찍은 것이 아니었다. 업체에서 찍은 드론씬이 있는 거다. 그러면 나는 물었다. 여기에 안무가들이 얼마만큼 디렉션을 줬느냐? 몇 가지 얘기는 했지만 편집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마지막에 나온 작품은 뭐냐는 거다. 영상을 찍는 누군가가 임의적으로 기록을 한 거다. 어떻게 해서든지 결과물로, 전시물로 나왔을 때 마지막 매체는 최종적으로 작가의 책임이다. 이 영상을 본인들이 촬영하지 않았다고 피해갈 수는 없다. 이렇게 쉽게 영상이라는 형태로 옮겨지는 것에 대해서 예술계는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고가장비들이 등장한다. 나는 엄청 싫다, 그런 거.


신헌창: 외주 영상 제작하는 사람들의 문법인지 모르겠는데 대체로 결과물에 우리가 원하는 그림이 없다. 전문가들이 만들었으니까 잘 만들었는데 사실 우리의 색깔이 싹 다 소거된 것을 보게 된다.


돈키호테(박) : 공연 예술 창작자들이 자기들이 다루지 않는 그러나 일상에서는 굉장히 대중화된 이런 매체를 접근할 때 그것을 내가 다루지 않기 때문에 내 책임이 없다는 생각을 바꿔야 된다. 안무가가 다른 매체를 하나 했으니까 그것이 다원예술, 통섭이다, 이게 아니라 그 매체에 내가 안무적으로 어떻게 다가가느냐를 사유해야 되는 거다. 촬영방식이나 기자재 부분이 완전히 바뀌는 건데, 저거는 타 장르 예술이 취하는 거고 그거를 내가 살짝 빌릴 뿐이야,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접근을 한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자칫 영화의 기술이 여타 다른 예술분야에 무책임하게 접목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돈키호테(이) : 영상 아티스트가 결합한 것도 아니고 주로 업체 스타일, 홍보 영상 같은 이미지만 난무한다. 대중에게 보여주지 않더라도 기록의 성격으로 영상을 쌓아 놓는다는 식으로 하면, 그러니까 예술가들에게 영상의 완성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 오히려 영상을 만지고 놀면서 어떤 흥미를 발견할 수가 있을 텐데 지금은 외부 업체를 끼고 급조해서 만드는 것들이다.

5. 코로나19의 영향을 막은 건 작은 살림과 쉼

신헌창: 코로나 상황에서 작업 활동이나 일상은 전반적으로 어떠셨나?


돈키호테(박) : 우리가 프로그램을 많이 하지 않는 이유가 이런 소도시에 있다는 조건도 있지만 사실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자들이 바쁘게 진행하는 것에 대해 둘 다 동의하지 않아서이다. 이를 테면 A라는 프로그램 하고 나서 책, 도록 만들어서 탁 내놓고, 또 다음 거 만들어서 탁 내놓고 이런 거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체질화돼 있지도 않고 일정 기간 자기에게 시간을 줘야 되는 것이 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생활이 충분히 여유롭지 않다. 당연히 부족한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그게 약간 익숙해서 그런지 코로나 이후 상황을 물을 때 우리는 코로나 전이나 후나 별 상관이 없습니다, 말한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도 거기에 익숙해져 있는 거다. 이를테면 춘궁기가 늘 있다. 1월부터 뭐가 시작하는 게 아니면 긴 시간 춘궁기가 온다. 그러면 그걸 넘기는 방법을 계속 강구했던 거다. 그 기간에는 뭔가를 많이 줄이고 자체 작업을 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자체에서 조금씩 돈을 주는 거다. 30만원. 그것만이라도 나는 굉장히 고마웠고 그런 것들이 작동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이게 예술영역뿐 아니라 다른 영역도 그런 생각을 할 거다. 예술영역만 힘들다고 얘기할 수 없다. 다른 영역에서 더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이 많다. 노인들이나 못 살았던 분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분들은 더 심해지게 되는 상황이지 않나.


신헌창: 코로나 긴급자금 신청해서 받은 건가?


돈키호테(박) : 그렇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주는 방식이 있지 않나. 그것이 작게 도움이 된다. 우리가 소상공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상공인 지원으로 전기요금을 조금 감면한다든지, 이런 게 있다 보니 오히려 춘궁기가 왜 이렇게 풍족해? 이런 생각도 했다. 쉼이라는 말을 추상적으로 할 게 아니라 그것이 적극적으로 나에게 실천될 필요가 있다. ‘쉰다’고 하는 게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줘야 되는 거다. 예술이라는 영역은 자기에게서 뭔가 빠져나간 것이 들어오기까지의 시간을 줘야 되고, 앞선 작업과 그 이후 작업이 성찰이 돼야만 발전하는데, 그렇게 봤을 때 나는 코로나 상황이 그런 걸 생각하게끔 하는 시간이었다고 본다. 이것이 전쟁 상황이 아니라 인간이 저지른 것에 대한 자연의 반격이지 않나. 그렇게 지구 전체적인 영역으로 봤을 때 생각하게 된 부분이 꽤 많다. 연구자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느껴지는 거 같다. 다만, 부정적인 부분에 있어서 아까 영상 얘기했듯이 내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쉽게 선택해버리는 것 같다. 행정 시스템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매뉴얼을 만들도록 요청해야 된다, 현장에서. 그런데 그것이 단순히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지원해 달라, 예술 우리 너무 힘들다, 이런 말은 보편성을 가지기 힘들다고 본다. 오히려 좀 더 화각을 열어 조금 더 사회 전반으로 보는 거, 코로나 이전으로 빨리 복귀한다거나 지금 현재를 모면하는 게 아니라 달라져야 하는 것을 분명히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헌창: 코로나 긴급지원금도 소득 불평등이 굉장히 극심한 것 같다. 마치 손실보전 하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하다. 또한 이 기간에 전반적인 속도도 확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비대면을 강조하면서 전반적인 패러다임을 순식간에 바꾸면서 시간이 더 빨라졌다. 사업 연기를 할 때 돈키호테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되는가?


돈키호테(박) : 이번에 전남문화재단에서 하는 연구는 발표를 하는 것으로 종료가 되는 건데 재단에 얘기를 했더니 그러면 보고서로 하잖다. 잘 됐다, 우리도 자료집 하나 만들어놓자, 했다. 그리고 실험음악 관련 공연은 사실 어제 내부적으로 취소가 아니라 연기로 하자고 결정했다. 대신에 행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타진을 해보겠다, 했는데 얘기 들어보니까 행정은 축소 실행 아니면 온라인 실행을 자기네들이 양보할 수 있는 최대치로 본다는 거다. 그래서 플랜A, B, C를 만들어놨는데, 정말 마지막 단계는 일단 다 집행하고 그다음에 경위서를 우리가 써서 내고 그거에 대해서 알아서 결정해라, 그리고 내년도에 이 부분에 대해서 행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니 반납하라고 하면 돈키호테가 책임을 지자, 여기까지가 플랜C 마지막이다. 반납하라면 하고 우리는 별도로 실행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행정적으로는 타진이 안 된 거다. 지역의 문화예술은 팀장급도 아니고 주무관이 담당을 맡고 있는데 그 사람이 어떤 매뉴얼을 갖고 있겠나.

6.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역지원

신헌창: 그렇다면, 코로나19 위기에서 공간 운영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돈키호테(박) : 가장 절실하고 필요했던 것은 우리가 독립 운영공간이지만 공공 방역 인프라가 조금 더 세밀한 곳까지 제공되면 좋겠다. 예를 들면 열 체크라든지 이런 것과 관련해서도 공공재원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한다. 우리가 열 체크기가 없다. 우리도 마련을 해야 되지 않나 싶은데 그만큼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은 또 아니니. 그런데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그런 장치가 있으면 관객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것 같다. 진짜 절실한 곳은 공연비 지원이다. 특히 공연으로 수익을 얻어야 되는 영역들은 가장 힘들 것이다.


신헌창: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줬으면 좋겠다. 우리도 서점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건 아닌데, 적은 방문자라도 안심을 하시게 하려고 체온계를 알아보는데 뭘 사야 될지 모르겠더라. 사긴 샀는데 기계가 약간 오락가락하더라.


돈키호테(박) : 카페나 슈퍼마켓에서 최근에 많이 세워져 있는 열 체크기가 있던데 오작동이 계속 나더라. 사실 지자체가 그런 부분 수요를 생각하고 정확한 기계를 공간에 대여하고 관리하면 어떨까 싶다.


신헌창: 코로나19 위기에서 공적 지원 이외에 공간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돈키호테(박) :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 순천시사편찬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게 2023년에 한 열권 정도를 30여년 만에 발간을 하는 거다. 나는 예술 분야 기획위원으로 그쪽 일을 하다 보니까 오히려 이 상황에서 이게 불이 더 붙었다. 물론 찾아다녀야 되는 것은 올해 많이 못했다. 그래도 예술 프로그램 말고 지역 연구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익구조는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힘들다고 얘기하는 건 거짓말이다. 어느 정도 운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는 올해 일을 했고 그것에서 조금 남는 부분들을 프로그램에 투자를 하자 이렇게 얘기가 된 거다.


신헌창: 순천은 한때 집단감염이 확산될 위기를 잘 대응하기도 했고, 수도권에 비하면 지방소도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덜하긴 한데 그렇다고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돈키호테(박) : 우리가 타격을 받은 게 있긴 하다. 그건 정말 명확하다. 원래는 여름에, 8월 안에 끝내는 게 있었는데, 사실 전국적으로 중지가 된 상태가 많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이미 수도권에서 올 사람들의 일정 연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왔고 그래서 9월 말, 10월 말이 되고, 또 그쪽에서 연기가 된 거다. 공연, 전시 이런 게 수도권에서 밀려버리니까 우리 일정까지 영향을 받는 거다. 하지만 어쩌겠나.

7. 코로나19 이후, 예술 스스로의 성찰

신헌창: 문화예술 활동에서 팬데믹 이후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돈키호테(박) : 여기저기서 하는 질문이다. 역시나 코로나가 전 지구적으로 인간이 굉장히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소비하고, 침범하지 말아야 될 영역까지 침범한 결과라고 우리가 이해하고 있지 않나. 그랬을 때 전환이나 이런 것을 얘기했을 때 분명히 성찰이 우선해야 되는 거라면 예술도 그런 각자의 생태 안에서 지금까지 문제라고 얘기됐던 것들이 코로나 상황에서 어떻게 발견되는지를 잘 봐야 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예술계도 지금까지 문제 제기했던 것들에 대해서 단순히 정책에만 돌리거나 사람들이 예술을 몰라준다고 하는 그런 감성적인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예술 자체 내에서 행위자들 간에 그리고 스스로도 성찰하고 전환에 대해 생각을 한다면 좋겠다. 또한 추상적으로 전환을 얘기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같이 필요한 게 뭔가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존재하기는 분명히 어렵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다들 예감하고 있지 않나.


신헌창: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많을 텐데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에 문화예술계에서 어떤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돈키호테(박) : 코로나 이전에도 가지고 있었던 문제의식인데, 이를테면 전시물의 쓰레기에 대해서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 배너 홍보물 같은 것. 어느 날 중앙동을 나가봤는데 모든 가게 앞에 그 재료의 배너가 놓여있는 걸 보고 명훈 씨한테 우리는 앞으로 배너를 만들지 않는다, 홍보물 최소화한다, 이런 얘기를 했었다. 이게 단순히 내가 환경론자라거나 환경운동가가 아니더라도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문제들을 느끼는 것 같다.


신헌창: 전시할 때마다 화이트큐브를 조성한답시고 가벽을 세우는데, 그 쓰레기도 엄청 많이 나온다.


돈키호테(박) : 한 번 전시하고 나면 굉장히 다양하고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나온다. 예술 행위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굉장히 많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연극의 무대 장치도 그렇고. 별 수 없지 않냐는 것보다는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신헌창: 플라스틱 배너는 예산을 짜는 곳에서 습관적으로 넣는 거 같다. 기실 홍보 효과도 그리 없어 보인다. 나중에 결과보고서의 사진 한 장으로 남는 거다.


돈키호테(박) : 맞다. 오히려 차별성이 없다. 예산 짤 때 홍보를 몇 프로, 인건비를 몇 프로 하는 규정이 바뀔 필요는 있겠다. 오히려 아티스트 피를 좀 높이고 디자이너가 애를 썼다면 그 디자이너 비용을 주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신헌창: 문화예술 기획 할 때 인건비가 많다고 하면 반려가 되지 않나.


돈키호테(박) : 그게 진짜 불만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통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티 안에서 공유를 하지 않나. 그러면 홍보물을 만들고 제작하는 것이 어떻든 다음에 다 파기될 텐데 그걸 오히려 인력노동에 더 주는 방식으로 편성을 해야 되는데 이 관료사회가 그런 게 잘 안 바뀐다. 재단이나 이런 데서 피티할 때 놀라운 걸 많이 본다. 아티스트 피가 없는 지원도 있다. 체류비만 줘라. 황당한 거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예산을 돌린다거나 이런 걸 하게 된다.


신헌창: 미술기획자는 기획료를 못 받으니까 그걸 원고비로 받지 않나. 그런데 원고비 책정도 그렇게 많이 못한다. 원고료도 사실 좀 올려야 된다. 그런 변화가 와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전부 다 유튜버가 되라 하지 말고.


돈키호테(박) : 어쩌면 예술은 코로나 이전부터 문제 제기됐던 것들만이라도 조금씩 개선을 하면 된다. 코로나 상황이어서 지원금을, 복지를 더 해주는 게 아니라, 물론 그것도 필요하겠지만,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기획예산 지원보조금 안에 인건비에 대해 실질적인 프로테이지를 설정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에서 이런 거 채택해야 한다. 조달청 예술계 단가도 올려야 한다. 왜냐하면 정신노동이기도 하고 디자인도 손만 움직여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사람도 만나고 사후 소통도 해야 되고 그런 거 다 예산에 포함해야 되는 거 아닌가. 우리가 기획을 하고 공간을 운영하지만 우리도 다른 사람한테 제안을 받아서 예산을 받고 이런 걸 경험하다 보니까 당연히 아티스트 피가 너무나 작게 책정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디자이너 비용도 그렇고.


신헌창: 작년에는 지역연구 포럼을 계속 하셨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하셨던 건가?


돈키호테(박) : 굿이브닝 예술 포럼을 말하는 것인가? 굿이브닝 예술 포럼은 리서치를 바탕으로 하는 예술 포럼이었다. 그러다 보니 발굴도 하고 그런 게 있었는데 순천문화도시에서 공간 지원을 하는데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한 거다. 예를 들면 문화도시라고 하는 게 뭔가를 떠벌리는 게 아니라 서로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냐. 그러면 분명히 담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해서 지역 내에서 주제적 이야기를 좀 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에서 뭔가를 발굴해 낼 수 있는 것들, 우리가 얘기는 하지만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갈 수 없었던 거를 해보자 했는데 올해는 기존에 동시대 프로그램을 포커스로 하다 보니 담론 프로그램을 조금 약화시킨 거다. 할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오면서 이번에 지원신청을 받기도 했지만 일부러 하지 않았다. 우리는 할 생각은 있다. 필요하기도 하고. 그런데 지역에서도 주제가 어렵다고 얘기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관심이 없는데 뭔가를 대중화시키기 위한 주제를 만들 수는 없지 않나. 예를 들어 지역에 있는 기념비, 공덕비가 많다.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이기도 해서 그걸 가지고 한 번 해봤다. 역시나 지리산권에서는 오는데 순천에서는 한두 명 오는 거다. 광주에서도 오고 부산에서도 오고 많이들 오셨는데.


신헌창: 기념비가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지레짐작을 했던 것 같다.


돈키호테(박) : 그렇다. 사실 연구자 분이 거의 3시간 가까이 진행을 하셨다. 우리가 시간 조정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분이 분기탱천해서 하신 거다. 왜냐하면 지리산에서 온 예술가들이 말할 때마다 리액션을 하고 질문도 하고 하니까 이분이 예정에 없던 자료도 꺼내시고 에너지가 넘쳤다. 아, 이런 자리였나? 그런데 이분이 무슨 예술계가 이런 데 관심을 가지냐고 그러셨다. 내가 다 끝나고 그랬다. 선생님, 예술계가 이런 데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어디에서 관심을 가지겠냐, 그랬더니 어, 그렇군요, 그러셨다.



박혜강
2009년부터 순천에서 예술공간 돈키호테 디렉터와 <묘책>의 대표를 맡고 있다.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실천에 주목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 순천시사편찬위원회 기획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순천의 문화예술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명훈
2009년부터 순천에서 박혜강과 함께 예술공간 돈키호테를 운영하고 있다. 순천 지방사 연구에 집중하면서 다른 지역과의 비교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관련 기획, 강연, 집필, 전시물 디자인, 출판물의 편집 디자인 등을 수행하고 있다.

신헌창
서점인. 신문사, 잡지사, 출판사, 공공기관 등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2016년 광주에 독립서점 ‘책과생활’을 열고 책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일을 해오고 있다. 2018년 함께읽는책의해 ‘심야책방의 날’ ‘캣왕성 유랑책방’ 등을 기획하기도 했다.



▲ 돈키호테 인터뷰 워드 크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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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강
2009년부터 순천에서 예술공간 돈키호테 디렉터와 <묘책>의 대표를 맡고 있다.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실천에 주목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 순천시사편찬위원회 기획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순천의 문화예술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명훈
2009년부터 순천에서 박혜강과 함께 예술공간 돈키호테를 운영하고 있다. 순천 지방사 연구에 집중하면서 다른 지역과의 비교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관련 기획, 강연, 집필, 전시물 디자인, 출판물의 편집 디자인 등을 수행하고 있다.


신헌창
서점인. 신문사, 잡지사, 출판사, 공공기관 등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2016년 광주에 독립서점 ‘책과생활’을 열고 책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일을 해오고 있다. 2018년 함께읽는책의해 ‘심야책방의 날’ ‘캣왕성 유랑책방’ 등을 기획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