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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

'신속하게, 상식적으로, 직업윤리를 지키면서'

  • 인터뷰이 허지혜(연극열전 대표)
  • 인터뷰어 최샘이 (프리랜서 기획)
  • 2020년 11월 16일(월)
  • 연극열전 사무실

신속하게, 상식적으로, 직업윤리를 지키면서

2020년은 지구 역사에 기록될 해이다. 코로나19 판데믹 10개월은 우리의 일상을 전혀 다르게 바꿔 놓았다. 매일 뉴스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숫자들이 나열되고, 안전에 취약한 환경과 지역을 매일 확인하면서 고립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국가의 방역정책에 따라 모든 동선이 관리되고 통제 받는다. 문진표, 체온, 동선 보고, 휴대폰 추적, 재난안내 문자. 요원해 보였던 재택근무와 자율 출퇴근, 온라인 화상회의가 성큼 다가왔다 여가를 누릴 수 없어 찾아온 코로나블루를 타파하기 위해 다양한 언택트 콘텐츠가 개발, 발견, 소비된다. 언택트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전화기 너머, 모니터 뒤로 숨었다. 비대면. 우리는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다.

“대면” 예술인 연극 시장은 일찌감치 코로나19를 각오했다. 지난 몇 번의 전염병 사태를 겪었던 바, 일찌감치 체온과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관람, 50% 축소된 거리두기 객석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창작자와 관객의 대면이라는 약속은 종종 깨뜨려졌다. 공공극장은 2월부터 문을 닫아걸었고, 온라인 비대면 콘텐츠 제작을 전제로 한 긴급지원사업들이 만들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개막이 가능할지, 개막을 하더라도 객석은 얼마나 비워야 할지, 2개월 이상의 프로덕션 기간 동안 제작자들은 불안과 초조함으로 매일 같이 코로나19 기사를 검색했다. 10월이면 불빛이 찬란하고 인파로 후끈해야 할 대학로의 밤거리는 너무나 한산하다. 관객과의 대화나 팬서비스 차원에서 진행하는 배우들의 퇴근길 등 다양한 형태로 관객들을 직접 만나온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들이 없어졌다. 창작자들 또한 종종 얼굴을 맞대던 스터디나 토론회, 기관과의 간담회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관심과 참여가 줄었다. 무대에서 관객을 만날 수 없을 때, 우리는 연극의 본질을 묻는다. 연극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연극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004년부터 시작된 연극열전은 대학로 대표 브랜드다. 5명 이상의 정규직원이 있는 민간제작사에서 1년에 4~5편 정도의 연극을 티켓 수익으로 운영한다.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일 것이다. 민간 축제를 잠깐 운영해본 필자로서는 이에 대한 선망이 있었다. 어쩌면 현장 선배를 통해 답을 구하고 싶었던 마음도. 하지만 막상 연극열전의 허지혜 대표와의 인터뷰로 들은 실상은 문서상에서 확인한 숫자 뒤에 가려진 이면을 발견하는 자리였다. 제작자들의 열정과 수고를 전제로 한 운영, 지원사업의 공정성에 대한 고민, 예술연극과 대중연극의 차이, 예술의 자생. 연극열전이 마주치는 선입견과 벽이 꽤나 두터운 것 같다.

한편, 연극열전이 겪어온 코로나19의 시간을 상기하면서 현장의 여러 문제를 통찰해볼 수 있었다. 지원정책, 방향성, 권리보장, 프로그램 설계, 재정 마련. 한번 이야기가 시작하면 답변이 길어지곤 했는데, 지난 10개월 동안 민간제작사 대표로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떠안고 해결해왔는지가 느껴졌다. 인터뷰는 종종 정부의 정책과 공적지원에 대한 검토로 넘어갔는데, 쉽게 대답을 끊을 수 없었던 이유는 현장의 당사자의 성찰과 자답이 온전히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렇게 구구절절, 자세하게, 근거를 들어 사유해도 정책에서는 많은 부분이 소모되곤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민간 제작사가 무너지면 연극이 무너진다는 말이었다. 공적 지원금이 예술연극을 향해 있고, 연극의 실험과 시도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민간제작사들이 대학로에 연극 시장을 형성하여 한 축을 꾸준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제작사가 없다면, 연극이 무너진다.

코로나19 이후의 연극과 비대면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는 현장인 특유의 감각이 느껴졌다. 미래 관객이 될 미래 세대, 온라인 수업이 익숙하고, 비대면 콘텐츠로 여가 생활을 하는 세대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찾아올 수 있는 이유를 알려주는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은, 팬데믹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공연영상화, 온라인 상영 등등의 정책이 꼭 상기해야 할 지적이다. 허지혜 대표는 인터뷰 당시 기사화 됐던 송승환 배우의 인터뷰 중 “회를 먹는 것과 통조림에 들어있는 생선을 먹는 것의 차이”라는 부분을 예로 들었다. “그런데 통조림만 먹고 자란 애들이 굳이 회를 먹어야 하는 이유를 모를 거 아닌가. 이 친구들한테 회를 먹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거다. 비대면에서 대면예술로의 브릿지 같은”. 연극은 본질을 지키면서 기술과 조우하여 현재까지 외연을 확장해 왔고, 또 그 기로에 놓였다. 연극은 기술 중심의 비대면의 세상으로 들어갈 것인가, 대면과 비대면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것인가.

훗날, 미래 세대가 당시 최선을 다했냐고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연극의 미래 관객에게 할 수 있는 말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왜 극장에서 마스크를 쓰게 되었는지, 좌석의 넓이가 왜 넓어졌는지, 비대면 온라인 콘텐츠의 시작은 어떤 이유로 시작이 되었으며, 2020년 코로나19가 연극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지. 극장에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함께 있을 때 느끼던 체온, 공간을 타고 넘어오는 분위기, 숨결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 눈앞에서 떨어지는 배우의 땀방울, 종종 마주치던 관객의 인상, 연극이 끝나고 난 후 극장 문을 나설 때의 세상의 풍경, “대면”이 갖는 절대적인 감동들이 무엇인지. 다시 극장에서 이 감동을 전달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극열전은 2004년 개별프로젝트로 시작하여 2007년 연극제작 전문법인 주식회사 연극열전이 운영하는 연극 브랜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신작 초연과 레퍼토리를 격년제로 상연하는 시즌제로 홀수 년도에는 레퍼토리, 짝수 년도에는 신작이 상연된다. 올해는 신작을 소개하는 2020년 <연극열전8>이 공연되고 있다. 1년에 4~5개의 작품을 올리는데,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평균 3개월, 100회 정도의 공연을 진행한다. 관객들이 지불하는 관람료 수입으로 대부분의 제작비와 운영비를 조달하고 있다. 17년째 꾸준한 공연제작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왔다.


최샘이 : 연극열전 운영기간은 얼마나 됐나?


허지혜 : 연극열전이라는 브랜드는 2004년에 시작되었다. 연극열전이라는 별도의 회사가 설립된 것은 2007년이다.


최샘이 : 연극열전의 성격과 운영 인력은 어떻게 되나?


허지혜 : 민간운영체이다. 상시 출근하는 직원은 제일 적을 때가 5명 정도고, 많아도 10명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5~10명 사이의 정규직원들이 있고, 공연 진행에 필요한 추가적인 인원들은 단기 충원한다.


최샘이 : 연극열전의 관객층과 제작규모는 어떻게 되나?


허지혜 : 주요 관객층은 2,30대 여성관객이다. 보통 1년에 4~5편 정도의 연극을 제작한다. 극장 대관 상황이나 시즌에 따른 영향이 조금씩 있기는 하지만, 회사에서 지향하는 것은 한 기간에 한 작품씩만 올리는 것이다. 한 편당 보통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3개월 100회 정도 공연한다. 전 회차 만석이라면 관객이 한 작품에 20,000명이 되는 거고, 객석점유율이 30%면 6,000명이 된다. 다양한 목적의 초대 관객도 포함된 수치이다. 물론 작품별로 회당 200명의 관객이 올 수도 있고 10~20명도 될 수도 있다.


1. 대학로에서 티켓수익만으로 연극을 제작한다는 것


최샘이 : 티켓수익으로만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허지혜 : 공적지원이나 기업 후원은 받고 싶은데 받지 못하는 거다. 티켓수익만으로 단체 운영이 가능한 형태라고 하면, 소위 기관에서 말하는 자립이 가능한, 긍정적인 모델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연극 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립도가 높은 편이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더불어 외부에서 보기엔 연극단체 치고 규모가 있어 보이지만 비례해서 리스크 또한 크다. 연극 한 편당 제작비는 거의 동일하고 요즘은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제작비 역시 크게 상승되었는데 티켓수입은 일정하지 않을뿐더러, 최근 몇 년 동안은 다른 문화콘텐츠들에 밀려 유료관객 수치가 더 떨어지는 느낌이다. 올해 코로나19 같은 불가항력적인 이슈라도 터지면 제작비는 감소하지 않은 채 매출은 급락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최샘이 : 지원사업을 계속 두드리고 있는데 지원이 안 되는 건가.


허지혜 : 각종 지원사업은 매해 거르지 않고 지원한다. 4,5년에 한 번씩 선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연출이 누군지 확인하는 등, 연극열전 혹은 작품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지원사업이 선정되는 것이라는 식의 연락을 받기도 했다. 몇 년 전엔 공공극장에 대관 신청을 했는데 탈락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대관 결과발표를 보니 해당 기간에 선정된 대관단체가 없는 거다. 그래서 해당 극장에 대관단체 선정 기준을 공개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다른 단체가 선정됐다면 그 단체가 연극열전보다 그 극장에 더 적합한 단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선정단체가 없으니 연극열전이 어떤 부분에서 자격이 미달이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이유를 모르겠다, 그걸 알아야 다음에 자격을 갖춰서 대관 신청을 하지 않겠냐는 내용이었다. 극장에서 연락이 와서 따로 만났더니 솔직하게 얘기하겠다면서 심사위원들이 연극열전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더라. 연극열전이기 때문에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말씀은 못하시고 그냥 죄송하다고만 하시더라. 그런 현실에 살고 있다.


최샘이 : 조금 혼란스럽다. 연극열전에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허지혜 :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스탭들이나, 관객들에게는 연극열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간 연극계를 이끌어 오신 분들에게는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간혹 국공립 혹은 극단 작업을 주로 하는 배우들이나 연출과 작업할 때, 그분들이 지인들로부터 연극열전과 작업하다니 이제 상업극하는 거냐, 순수함이 사라졌다는 식의 얘기를 듣는다고 들었다. 그리고 작업하는 당사자들 역시 막연하게, 연극열전은 돈을 잘 버니 개런티가 높지 않을까, 연극열전은 공연을 올리기만 하면 관객이 많지 않나, 라는 막연한 기대를 대부분 갖고 있다.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관객도 적고 어려워 보이는 것보다야, 어떤 작품을 해도 항상 사랑받고 성공하는 이미지를 주는 건 당연히 감사하다. 문제는 이런 이미지 때문에 실제 회사가 지원에서도 배제되고, 각종 계약 진행 시 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연극열전에 꾸준한 관심을 주는 관객들이 있다. 우리의 자랑이고 경쟁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숫자가 모두가 아는 것과 달리 턱없이 적다. 연극열전이라고 다른 단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극열전이 부유하다는 이미지는 아마 회사 설립 초기에 두 분 프로그래머의 인맥으로 스타 캐스팅이 활발했던 이유가 큰 것 같다. 연극이 배우예술이라 불리기도 하는만큼 스타 배우의 출연은 여러모로 훌륭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도 있고 또 한 두 편의 성공으로, 전체 프로젝트가 성공한 듯한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7년간 연극열전의 행보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좋은 배우와 스태프의 참여가 당연히 큰 도움이 되지만, 성공한 작품의 핵심요인은 대본, 그러니까 작품 그 자체였다는 걸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연극열전의 레퍼토리가 된 작품들의 상당수는 배우들조차 흥행이 되겠나, 국공립이나 극단에서 올릴 법한 작품인데 괜찮겠나, 하는 걱정을 들었던 작품들이다. 당장 올해 올린 신작들만 봐도 <렁스>는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장치장식의 도움 없이 배우 두 사람의 연기만으로 풀어낸 지극히 연극적인 작품이었고, <마우스피스>는 계층에 따른 문화자본을 배경으로 예술의 역할과 진정성에 그리고 예술가의 자기검열과 책임 등에 이르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독특한 메타씨어터 구조로 전개하는 작품이다. 지금 상연 중인 <아들>은 청소년 우울에 대한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이 작품들이 상업적이고 대중적이라 단정되는지, 연극열전은 잘 팔리는 작품을 하는 회사니 지원을 해줄 필요가 없다고 하는지, 이런 평가를 내리는 분들과 진솔하게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2. 전염병 상황에서 공연 제작하기


최샘이 : 올해는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전반적으로 힘들었다. 연극열전은 어땠나.


허지혜 : 당연히 힘들었다. 올해가 신작을 올리는 해인데, 신작 올리는 해는 그 자체로 리스크가 크다.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1년 내내 노심초사하는 해인데, 여기에 코로나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티켓 수입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관객 감소와 그에 따른 수입 감소가 가장 어려운 점이다. 그런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염병이라는 재해와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부재 역시 힘들었다. 지금은 그래도 큰 선에서의 예측이 되는데, 여름까지는 코로나가 어떤 환경에서 전염되는지,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공연의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지, 확진자 발생 시 공연의 진행 기준은 무엇인지 아무 기준이 없었다. 관계부처나 정부 역시 모두 처음 겪는 일이라 이해가 가면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과 공연 강행에 대한 사회적 비난까지 오롯이 제작사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혼란과 절망감이 지배한 한 해였다.

바이러스라는 것이 일시적인 통제로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멈춰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계획한 공연들을 최선을 다해서 올리겠다는 원칙으로 움직였다. 더불어 변화하는 상황에 최대한 신속하게, 상식적으로, 직업윤리를 지키면서 우리의 생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 원칙대로 운영 중이다. 발생한 손실과 내년 사업에 대한 고민은 올해 마지막 작품 <킹스스피치>까지 최선을 다해서 올리고 난 뒤로 살짝 미뤄뒀다. 대표로써 무책임한 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의 목표는 어떻게든 내가 해온 일과 터전을 지킨다는 것이다.


최샘이 : 구체적인 여러 문제들이 있었을텐데


허지혜 :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당연히 관객과 매출의 감소이다. 현재 단계별 객석 띄어앉기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연을 진행 중인데, 전체 비용의 대부분이 공연 시작 전에 이미 집행되고, 1주일에 단 8번만 상연되며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폐기되는, 재고 개념도 없는 공연업의 특성상 거리두기 객석제는 실질적으로 공연 중단 지침과 유사한 가이드라인이다. 물론 방역당국의 지침은 준수되어야 한다. 우리만 유난히 어렵다는 얘기도 아니다. 다만, 언급한 공연업의 특성을 고려하고 공연장 환경이 방역당국조차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상황에서 좀 더 실질적인 방안과 기준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연장 대관료, 인건비, 각종 장치장식비 등 지출 부분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방역 지침 안내와 준수를 위한 물품 구비와 인력 충원 등으로 제작비는 오히려 상승했고 드물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중단 시 연습을 포함한 참여비용 보상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일을 했으니까. 국공립 단체의 경우 해당 상황에 대한 구제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연극열전처럼 재원이 관객수입인 단체의 경우는 공연 중단만으로 이미 막대한 손실이라 미처 이에 대한 보상까지 마련할 여력이 안 된다. 요구하는 쪽과 양해를 구하는 쪽 모두가 미안하고 민망한 상황인 것이다. 단체의 잘못이 아닌 상황에서 공연이 중단되는 경우, 노동을 제공한 이들에 대해 합리적인 보상이 제공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다.

배우 캐스팅도 쉽지 않았다. 요즘은 상당수의 연극배우들이 소속사에 속해 있는데, 소속사에서 배우들의 연극 참여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공연 중에 관객이나 동료 중 확진자 발생 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거나 요즘 같은 시기에 굳이 사람들 모으는 연극에 참여할 필요가 있겠냐는 인식이 팽배했다. 특히 8월 광화문 집회 이후 드라마 촬영장에서 연극배우 출연자들의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연극을 할 경우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 섭외를 꺼려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계약 얘기가 오가던 배우들도 출연을 고사했다.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업계 특수성을 단적으로 반영하는 사례는 연습실 폐쇄다. 지금 공연 중인 연극 <아들>은 7주간의 연습기간 동안 연습실만 5번을 바꿨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연습실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연습실이 닫혔다. 하지만 우리 공연의 시작일은 바뀌지 않는다. 공연을 올리는 시점에는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공연 중단을 결정할 수는 없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연습실을 폐쇄해도 제작단체는 연습을 중단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더 좁고 열악한 환경의 연습실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늘 불안한 상태로 연습을 진행하게 된다. 작업환경은 더 열악해졌고 안전에 대한 위협도 더 커지게 된 셈이다.


최샘이 : 코로나19 이후 관객의 변화가 있는가.


허지혜 : 초반에는 관객도 제작사도 공연을 올리고 보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여름까지는, 코로나 확산 기간에는 평균 100~200장의 티켓이 매일 취소됐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 집합 자제 권고 등의 지침에 민감했다. 예매처에서는 티켓이 팔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팔린 수량보다 취소 수량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생활 속 방역’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무엇보다 관객 중 확진자가 있었음에도 공연장에서 전염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례, 방역당국이 공연장 관람 환경이 전염 위험이 낮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관객들 역시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관극 활동을 재개하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관객들 자체의 변화는 방역지침준수에 굉장히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됐다는 정도일 것 같다. 너무 당연하고 지엽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관객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코로나 시국에 대학로 공연들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방역준수를 위한 다양한 지침들과 불편함들에 대해 관객들이 더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지침도 철저하게 따르고 공연을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이 어려운 시국에 어떻게든 공연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관객들의 의지가 있었기에 2020년 대한민국은 여전히 공연 중인 것이라 생각한다.


3. 코로나19 긴급지원 사업에 대해


최샘이 : 코로나19 긴급지원사업 중 선정이 된 것이 있나.


허지혜 : 우리가 제일 큰 혜택을 본 지원사업은 대관료 지원사업이었다. 분기별로 다 받지는 못했지만 혜택을 받았다. 부분적인 인력지원도 받은 적이 있다. 메르스 때도 그렇고, 이런 위기 상황 발생 시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식은 대부분 사용자 중심의 지원이다. 그래서 긴급지원이 생겨도 우리처럼 제작사나 단체보다는 관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관객들에게 관람료를 지원하는 ‘소소티켓’도 그런 방식이었는데 제작사 입장에서는 관객이 우리 작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해당 지원을 못 받게 되는 거다. 그런데 대관료지원 사업은 정확하게 그 기간에 공연을 제작한 곳에, 공연을 한 만큼 비례해서 지원이 됐다. 그것도 상당히 빠르게. 최근 지원금 중에 가장 도움 되는 지원금이었다.


최샘이 : 그밖에 코로나19 긴급지원 사업에 대한 의견은?


허지혜 : 전체 사업이나 집행규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공연계만 어려운 건 아닐 테니까. 코로나19 지원금에 한정해서라기보다 통상 우리 컴플레인은 순수예술지원 분야에서 기준이 되는 ‘공정’과 ‘순수’라는 개념에 대한 것 같다. 1년 내내 공연을 하는 팀에 대한 지원과 1년에 2주 공연하는 팀에 대한 지원이 금액이나 빈도에서 동일한 것이 과연 공평한 것인지, 연극이라는 장르에서 예술적 순수성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같은 작품을 극단이 제작하면 순수예술이 되고, 연극열전이 제작하면 상업예술이 되는 기준은 무엇인지. 관객들의 소비 증진을 통한 간접제작이 결코 제작자들의 직접 손실을 효과적으로 보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해결책을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질문들이 있다.

인력지원에 대해서도 다른 간담회에서 어필한 적이 있는데, 현재 지원사업은 단기 인력 채용 지원이거나 코로나19로 인해 휴직하는 직원들의 급여를 지원하는 방식인데, 막상 이 어려운 상황에서 배우, 스탭 그리고 관객과의 약속을, 터전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는 단체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는 것 같다. 형편이 나아서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공연을 올리는 게 아닌데 마치 똑같이 사흘 간 굶은 사람들에게, 아 당신은 식량 구하러 바삐 움직이는 걸 보니 배가 덜 고픈 것 같소, 하고 식량을 주지 않는 느낌이다.


최샘이 : 공감이 된다. 혹시 신청을 했는데 선정되지 않았거나 신청을 아예 할 수 없었던 지원사업이 있었나.


허지혜 : 얼마 전 비대면 공연 관련 지원사업이 있었다. 사업공고에서 결과발표까지 굉장히 신속하게 이뤄져서 코로나19로 힘든 공연계에 대한 긴급지원인가 생각했었다. 평소 준비하던 사업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손실이 너무 컸고 다들 비슷한 입장일거라 생각해서 짧은 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신청을 했는데, 예상과 달리 탈락했다. 선정된 사업들을 보니 정말 신기한 프로젝트가 많이 됐더라. 미리 준비한 팀들이 사업 취지에 맞게 선정된 것이라 당연히 수긍이 가면서도 아쉬웠다. 사업목적을 오해할 만큼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공연단체들은 당장의 구제책이 시급했다. 당장 먹을 게 없어 굶고 있는 사람에게 씨앗을 건네준 느낌이랄까? 내년까지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수확도 할 텐데.


4. 지금 공연계에 필요한 것


최샘이 : 코로나19 위기에서 운영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인가? 운영진의 안정, 방역 당국의 가이드, 운영 예산 안정, 관람객 확보, 중단 없는 프로그램 운영, 온라인 콘텐츠 개발 등등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허지혜 : 방역당국 가이드가 1번인 것 같다. 특히 혼란과 손실을 최소화하고 실효성 있는, 현실적인 가이드. 민간제작임에도 국공립 공연장을 대관한 팀은 공연을 중단해야 했고 민간 극장을 대관한 팀은 공연을 강행했다. 거리두기 객석제나 공연장 폐쇄에 따른 대관료 환불 규정 역시 당연히 공연장 운영주체마다 달랐다. 공통점이 있다면 어쨌든 모든 손실은 제작사가 떠안았다는 것이다. 국공립극장에서 대관료를 환불해준다 해도, 제작비 투입도 매출발생도 단기간에 이뤄지는 공연의 특성상 환불된 대관료는 절대 손실을 보전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거리두기 객석제 운영이나 국가권고로 정상적인 공연진행을 못하더라도 민간 극장은 법적으로 대관료에 대한 책임이 없다. 배우, 스텝들의 인건비 역시 행정명령이 아닌 이상 제작사의 의무로 남는다. 매출이 바닥을 쳐도 제작비는 동일하게 유지된다.

국가에서는 개별 예술가들의 실업과 생활비는 걱정하지만, 이들이 작업으로 연결되어 있는 제작사는 기업, 상업단체로 생각하고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는 것 같다. 200석 규모의 연극 프로덕션조차 최소 70~80명의 인력이 계약관계로 얽혀 있다. 70명의 개인에게 보상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프로덕션이 해당 공연을 무사히, 원활하게 수행하게 함으로써 이들에게 약속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것이 더 건강하고 효율적인 방법 아닐까? 코로나19 같은 공동의 위기 상황에서 개별 예술인만 예술가라 생각하지 말고, 이걸 만드는 사람들 역시 예술분야 인력으로 인정하고 지원해줬으면 한다. 건강하게 버텨온 팀들이 이 위기에 사라지지 않고 버텨내야 생태계도 건강하게 남을 수 있다.


최샘이 : 피해가 큰데 복구되고 있나?


허지혜 :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리고 지금은 피해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서 복구보다는 당장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언급했던 대관료 지원사업이 분기별로 있어서 열심히 지원하고 있고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대출을 했다. 20년 가까이 거래해 온 은행에 대출 신청을 했는데 대출 한도가 허망할 정도로 적었다. 대학로에서는 그래도 제법 탄탄하게 꾸준히 버텨왔다 생각했는데, 은행의 기준은 공연예술업의 특성을 굳이 반영해 주지 않는다는 현실만 체감했달까? 국가의 지원금도, 은행의 대출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회사, 이게 연극열전의 현실이다. 다행히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기술보증기금 대출이 신속하게 진행되서 급한 불은 껐지만 어떻게 상환할지 막막하다. 200석 규모 연극 한 편이 대박이 나봤자 해당 시기를 잘 넘어가는 것이지 이전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남겨진 빚 청산에 마음이 무겁다.


5. 팬데믹 이후 예술활동 전망


최샘이 : 문화예술 활동에서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고 어떤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나?


허지혜 : 전통적인 문화예술의 개념이나 향유 범위, 방식 등이 이미 상당히 달라진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더 종잡을 수 없게 된 느낌이다. 가장 큰 변화는 전통적인 공연예술제작 방식과 향유 방식 모두에 대한 대안을 찾는 작업들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시기 뮤지컬을 중심으로 유료 온라인 스트리밍, VOD 서비스 등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게 대표적이다. 개별예술가와 제작단체 모두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본인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이뤄지는 것 같다. 이 경우, 기본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배려,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지원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앞으로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자연재해 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공연예술에서 이미 멀어졌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활동에 훨씬 적극적으로 적응하게 된 미래세대들에게 어떻게 공연예술이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공연예술만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 어떻게 그것에 정반대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최샘이 : 최근 많아진 공연계 비대면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허지혜 : 공연계 온라인 콘텐츠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 방향에서는 긍정적이다. 특히 다들 라이브가 가장 핵심 요소인 공연예술에 온라인을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지, 실제 수요가 있을지, 수익실현은 가능할지, 기술적인 뒷받침이 되는지 등등 수많은 물음표에 신중히 접근하느라 속도를 못 내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코로나19 덕에 이 모든 질문을 제치고 결과물을 내게 된 것 같다. 코로나19가 문화예술의 비대면 콘텐츠 생산과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에 일정 부분 기여한 셈이다. 특히 창작뮤지컬이나 콘서트 등은 캐스팅에 따라서 꽤 훌륭한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검증도 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코로나 이전에도 비교적 가능성 있을 것으로 예상된 부분을 좀 빨리 실행하고 검증해봤다는 의미지 그 동안의 고민에 대한 해결을 제시하진 못한다. 특히 마치 비대면이 공연예술의 현 위기에 대한 직접적인 대안이 되는 듯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비전인 것처럼 접근하는 태도나 관점은 우려된다. 그동안 끊임없이 얘기되어 온, 라이브 공연예술의 매력이 없는 공연예술은, 물론 그 또한 공연예술일 수 있겠으나, 우리가 향유해 온 그것은 아닐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과 세대 속에서 공연예술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기술을 이용하는 접근이 맞지 않을까. 기술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공연예술은 그 자체로 지금처럼 혹은 더 치열하게 그 본질적 속성을 지키고 부각시키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다만, 온라인 세계에서 모든 것을 다 충족시키는 세대들에게, 혹은 대면활동에 제약이 점점 커지는 환경에서, 그 매력적인 속성을 어필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온라인 콘텐츠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에는 당연히 동의한다. 나아가, 누군가는 공연예술을 활용해서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콘텐츠를 생산할 것이고, 그 결과물이 또 다른 형태의 예술창작물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물론, 시대적 흐름 속에 이런 방향의 예술 활동이 기존의 전통적인 공연예술보다 더 활발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최샘이 : 공연에 도움이 되는 비대면 시스템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허지혜 : 연극 제작자가 비대면 시스템에 대해서 갖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해당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장비와 전문인력 부족이다. 물론 재원이 충분하면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까. 우리나라 국립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국의 NT Live를 보면, 연극 자체도 훌륭하지만 그것을 담아낸 영상물 또한 훌륭하다. 객석에서 보지 못했던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까지 담아내니 어떤 부분은 연극보다 전달이 훨씬 효과적이다. 전 세계 관객들에게 서비스 가능하니 부가수익 또한 클 것이다. 다만, 이 정도 퀄리티의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큰돈이 든다. 이렇게까지 대단하게 제작하지 않더라도 이미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영상을 촬영하고, 콘텐츠를 만들어서 자유롭게 송출까지 하는 상황에서, 공연예술의 매력을 오롯이 담아내고 그걸 엄청난 특수효과에 익숙해진, 지금의 영상세대에게 돈을 지불하게 할 정도로 담아내려면 상당한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 연극의 경우 당장 이 정도의 재원을 조성할만한 여건을 갖춘 곳이 드물다. 물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면 과감하게 투자를 하겠지만, 당장은 수요가 많지 않다. 최근 연극으로 드물게 공연영상을 제작해서 스트리밍 유료 서비스를 한 회사가 있다. 일정 정도 수익이 발생했다고 들었는데, 판매상품구성이 연극 영상에 대본집이 포함되어 있다. 순수한 영상 관람만으로 제작비에 상응하는 수요가 발생할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당장 나만 해도 아직은 회의적이라서 당장 수익을 바라는 유료화 모델보다는, 일단은 공연실황을 비롯한 공연 관련 다양한 콘텐츠 제작 및 운영 노하우를 키우고 이를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해서 피드백을 받는 단계적인 접근이 더 필요하다. 이런 시도를 하려면 관련 장비와 전문인력에 대한 지원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직은 영상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의 지원이 필요한지조차 잘 모르겠다. 가령 올해 지역문예회관 공연들을 급하게 라이브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진행하게 됐는데 해당 영상을 유저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녹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작가와 열심히 온라인 상영에 대한 저작권 협의를 했는데, 굉장히 민망했다. 본격적인 비대면 콘텐츠 생산과 유통이 시작되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수없이 쏟아질 것 같다. 그야말로 신기술에 대한 부분들일 텐데, 공연 만들던 사람들이 문제를 미리 예견하고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끝으로 아직까지는 연극분야에서는 비대면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이 홍보개념으로 접근됐는데, 최근 공연 자체를 송출하거나 유료서비스화 되면서 배우나 스텝들의 개런티와 로열티 요구도 조금씩 발생하고 있다. 아마 빠른 시간 안에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 같은데, 수익도 불분명한 이 모델에, 최소 20~30여 명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과의 권리분배를 어떻게 해야 서로 만족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돈을 떠나서, 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정선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계약서를 쓰는 시간과 과정, 그리고 쏟을 에너지를 생각하면 솔직히 시작할 엄두가 나진 않는다. 이런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공공기관에서 마련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연극열전 인터뷰 워드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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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혜
(주)연극열전 대표이사. 개별 프로젝트였던 2004년 ‘연극열전’ 마케팅 담당으로 공연 일을 시작, 2007년 ㈜연극열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신작 초연과 레퍼토리를 격년제로 상연하는 ‘시즌제’를 도입 및 정착시켜, 2020년 현재 8번째 시즌인 <연극열전8>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사)한국공연퓨로듀서협회 올해의 프로듀서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장 등을 수상했다.

최샘이
프리랜서 기획자. 권리장전 연극제 총괄기획. 연극 , <동물 없는 연극>, <아버지들> 등의 기획을 했다.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