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다큐페스티발
'관객, 참여자가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찾는 것은 훨씬 빠르다'
관객, 참여자가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찾는 것은 훨씬 빠르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은 1998년 창립한 독립영화단체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2001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이다. 매년 새롭게 제작한 국내외 독립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 국내외 독립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이 서로 교류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영화제를 개최하지 않는 기간에도 인디다큐페스티발은 다양한 행사를 병행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봄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독립다큐멘터리 창작 지원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SIDOF 발견과 주목’, ‘인디다큐 시간여행’이라는 정기 상영회를 진행하는 한편 매년 영화제 상영작 및 수상작을 수록한 DVD도 발매 중이다.
이렇게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영화제 이외에도 여러 사업을 병행하는 ‘독립다큐멘터리 중심 플랫폼’이지만, 여전히 플랫폼의 중심은 영화제라는 것 역시 분명하다.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서 열리던 영화제는 개최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최민아 사무국장을 만나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가 급속도로 퍼지는 상황에서 원래 예정되어 있던 3월 말 개최는 불가능했다. 다행히도 실무는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었다. 영화제를 위해 임시로 고용한 단기 스태프와 자원활동가들은 물론, 감독들에게 양해를 구해 6월로 행사를 변경하였다. 오프라인 개최냐, 전면적인 온라인 전환이냐를 놓고 고민한 끝에 일부 작품의 온라인 상영, 포럼 중계 정도를 제외하고 오프라인 개최를 선택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제는 영화만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서 대화하고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이뤄지니까요.”
물론 쉬운 것은 아니었다. 영화진흥위원회나 서울문화재단을 비롯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유행 상황에서 어떻게 세부적으로 대처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QR 체크인 등도 없던 상황에서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스스로 지금의 상황에 적합한 방식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며 구축하여야 했다. 다행히도 영화제는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오히려 코로나19 유행이 더욱 악화되어 오프라인 행사를 여는 게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최민아 사무국장은 회고했다.
하지만 영화제가 끝났다고 하여 모든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봄프로젝트’와 정기 상영회 프로그램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였다. 다행히 봄프로젝트는 주로 멘토링 프로그램인 관계로 기존에는 대면으로 진행하던 회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선에서 끝났지만, 정기 상영회가 문제였다. 영화제와 다르게 정기 상영회는 결국 온라인 상영으로 모두 전환되었다. 기존에 같이 정기 상영회를 진행하던 국가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 산하의 공공 상영 공간 ‘시네마테크 KOFA’의 운영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공적인 예술 공간의 운영이 중단되는 것과 함께 발생한 문제적 상황이었다.
최민아 사무국장은 지원기관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 체계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동시에 이전부터 지적되었던 인건비 지원의 필요성, 지원비용 일부를 코로나 방역 비용으로 전환하는 등의 유연한 지원 정책 변화 등이 함께 병행되어야 함을 말했다. 이들 기관이 계속 간담회 등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의견 수렴을 넘어 실질적으로 다음 시기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언급하였다.
최민아 국장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온라인 상영은 이전부터 고민하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단지 코로나19의 유행이 기존의 추진 논의를 더욱 앞당긴 측면이 있다고 하였다. 동시에 최민아 국장은 앞으로 코로나의 유행이 빠른 시일내 종식되기에는 어려운 상황에서, 오프라인에서 가능한 요소들을 계속 취하되 온라인으로의 변화 역시 양립하여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 변화는 단순히 영화 상영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꾼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체계를 바꾸는 등 ‘새로운 소통 방식’을 고민할 때 비로소 이뤄진다고 보았다. 또 온라인 상영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온라인을 통해 대화에 필요한 일종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봐요. 면대면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을 좀 더 쉽게 말을 건넬 수 있게 된다거나요.” 그러나 그러면서도 오프라인을 완전히 버릴 수 없다면, 어떻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양립을 시도할 수 있을지는 아직 정리가 완벽하게 된 것은 아니라며 고민의 어려움을 밝혔다.
최민아 국장은 올해 문화예술 활동 전반을 회고하며 한국에서 문화예술 자체가 생활에 직결되지 않고, 후순위로 인식되는 경향이 부각된 지점을 이야기했다. 지원 제도나, 코로나19를 이유로 행사가 쉽게 취소되는 문제도 이러한 인식에 있음을 언급했다. 문화예술이 사람들에게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문화예술 활동 전반도 ‘다른 세계’에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전통적인 방식을 더이상 있는 그대로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기존의 의미를 취하면서 유연하게 움직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동시에 이미 관객, 참여자가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플랫폼은 어떻게 이 변화를 졸속적이지 않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바뀔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했다. 이미 영화제를 비롯한 모든 문화예술 활동이 변화의 한가운데 놓인 가운데 어떠한 자세를 지녀야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2001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이다. 국내 다큐멘터리 신작과 그해 주목하는 이슈별 작품을 소개하고 해외 작품들도 소개한다. 국내외 작품을 포함해 약 50편 정도 상영된다. 이외 포럼,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3월 말 4월 초 일주일 정도 열린다. 영화제 개최 외에 2009년부터는 ‘봄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3명을 선정하여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있다. 영화제 개최 기간 이외에는 ‘SIDOF 발견과 주목’, ‘인디다큐 시간여행’ 등의 정기 상영회를 열거나 매년 영화제 수상작을 수록한 DVD를 발매하는 등 독립다큐멘터리를 지속적으로 보급,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1. 영화제 개최 직전 발생한 코로나19 대유행
성상민 : 인디다큐페스티발은 매년 봄에 개최되어왔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여러 결정들이 이루어졌을 텐데 그 과정이 어땠나.
최민아 : 원래 올해 행사가 3월 말에 예정돼 있었다. 2월 말쯤이 지역감염이 크게 확산되는 때였다. 확산세가 빠르고 규모가 커서 사실상 예정된 시기에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 한 달 남았기 때문에 빠르게 판단을 해야 했다. 업무상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단기 스태프와 자원활동가들이었다. 단기스태프는 계약 기간을 연장해서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고 자원활동가도 염려를 많이 했는데 대부분 인원이 연기되더라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감독들도 자신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취소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해서 할 수 있게 되는 것에 지지를 보여줬다. 행사가 어떻게 되는지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했다.
성상민 : 어떤 것을 다시 준비했는지?
최민아 : 한 달 전에 연기가 결정된 것이어서 실무는 이미 꽤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했던 일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해당 일정에 맞춰 업무 계획을 다시 짜야겠다. 실무를 다시 해야 했다. 그리고 예정됐던 프로그램을 못하게 된 것이 꽤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해외 교류 목적의 프로그램으로 해외 게스트를 초대해서 진행할 예정인 포럼이 있었다. 게스트가 해외에서 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상영만 해서는 의미가 많이 약해진다는 판단이 있어서 그 프로그램은 아예 다음으로 미뤘다.
대체로 사전 프로그램을 포함해서 영화제 기간에 진행되는 인적 교류 프로그램은 아무 것도 진행되지 못했다.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기이다 보니까. 영화제에서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인적 네트워크다. 참여하는 사람들도 그것을 많이 기대하는데 사실상 그런 프로그램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컸다.
성상민 : 정부나 서울시 같은 지자체의 지원은 특정 기간에 행사를 마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조율은 어떻게 됐나.
최민아 : 지원은 기존에 받던 기관들에서 동일하게 받았고 행사가 원래 3월이다 보니까 공모사업의 초기에 진행되는 식이었다. 그래서 항상 어려움이 많기는 했는데, 특히 올해는 코로나 상황에 대해 각 기관에서 현장의 실태 파악이라든지 대응 방침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현장에 대한 실태 파악은 꼭 지원사업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문화를 지원하는 기관들에서 특수한 상황에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실태가 파악돼야 하고 그에 해당하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시간이 필요한데, 워낙 특수한 상황이었다 보니까 그런 만큼 빠른 움직임이 모두에게 필요했다. 기관 측에서 그런 움직임이 없다 보니 독립영화계에서는 4월 쯤에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현장 측에서 현재 어떤 상태인지 자발적인 설문조사를 해서 기관에 보내기도 했다.
공공정책에서 코로나에 대한 대응이 빠르게 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지원금에서 방역에 필요한 항목 같은 것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변경한다는 등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여 지원사업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 지원사업 자체는 이미 시작해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한참 지난 후에 그런 것들이 결정되는 일들이 많았다.
성상민 : 행사 진행 과정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최민아 : 오프라인 행사를 예정대로, 기존의 형태대로 대부분 진행하기로 한 상태였다. 어떻게 안전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했다. 여러 고민이 있었으나 본래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가지는 목적이 있고,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도 가능한 것이 분명 있다는 판단이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안전하게 방문할 수 있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때는 방역 초기단계여서 이를 테면 지금하고 있는 QR 체크인 같은 것도 아예 없을 때였다. 나름대로 자체 체계를 세팅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당시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가 민간에서 운영하면서 휴관 없이 나름의 방법을 찾아서 극장을 운영해나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인디스페이스의 내용을 조언받고 참고했다. 현장 운영이라든지 극장 거리두기나 이런 것들을 통해 체계를 두는 것이 우선이 되었다. 관객들이 평년처럼 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니까 그것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성상민 : 온라인 오프라인을 병행하면서 영화제가 개최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최민아 : 영화제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영화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품을 보내고 상영한다는 것을 결정한 사람들이 다 연결되어 있고, 가장 중심에 놓여 있다. 그런 장을 아예 없애는 것은 맞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코로나19에 대한 예측과 개최에 적당한 시기를 고려한 다음에 연기하는 것을 발표했다. 동시에 영화제가 영화를 상영하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영화를 통해서 대화가 이뤄지고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이뤄진다. 올해는 이러한 공식 프로그램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영화제가 취소되지 않고 개최됨으로써 만남이 이루어졌다. 영화제가 갖고 있는 전통적인 기능을 생각했을 때 오프라인 행사 자체를 전면 달리하는 것은 사실상 선택지 안에 크게 있지 않았다.
물론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계속 상황이 안 좋아 지다보니까 이대로 괜찮을까 염려가 있었고, 온라인으로 많이 전환하는 방안, 일부 전환하는 방안 또한 논의했다. 일부 행사는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본래의 기능을 살리고자 오프라인을 고수하는 선에서 선택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주어진 시간 안에 이 예산을 가지고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두 달 정도 연기를 했고 그 사이에 추이를 보면서 계속 준비해나가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이것을 다 온라인으로 전환해서 준비한다는 것은 일정이든 비용이든 불가능했다. 비용은 이미 많이 집행되어 있기도 했다. 극히 일부를 온라인 상영으로 했고 포럼을 온라인 생중계했다.
성상민 : 평년에 비해 영화제 방문자의 변화는 어떤가.
최민아 : 객석 규모를 줄였으니 당연히 그만큼 줄었다. 하지만 염려했던 바에 비해 전체적 비율로는 크게 차이나지는 않았다. 내부적으로 평가했던 것은 어쨌든 이 영화제가 단점으로 보자면 관객 수가 아주 많지는 않다는 것이고 장점으로 보자면 고정 관객이 꾸준하게 있다는 것이다. 고정 관객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계속해서 찾아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율상으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고정 관객층이 계속 유지된다는 점, 이런 가운데서도 워낙에 다 취소되다보니까 이런 것들을 찾는 사람들의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성상민 : 기존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일부 작품 상영이나 포럼 진행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운영할 때 쉽지 않았던 점이나,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온라인 영화제를 평가해 본다면?
최민아 : 일단은 온라인 작품 상영은 일부 작품에 불과했으며, 영화제 마치고 며칠 후에 한 것이었다. 영화제와 같은 기간에 한 건 아니었다. 온라인 상영은 코로나19 대응만은 아니다. 계속 해볼까 하던 참에 이번에 시도한 것이다. 신생 다큐멘터리 OTT 플랫폼 ‘디옵트’와 했다. 하지만 온라인 영화제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 상영작에 대한 등급심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당시 기관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갖추지 않아서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와 계속 조율한 끝에 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다.
성상민 : 정기상영회나 봄프로젝트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최민아 : 봄프로젝트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멘토링이 대면이 아닌 온라인 화상회의로 바뀌었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정기 상영회가 좀 어려움이 있었다. 상영회는 영화제를 좀 다르게 진행하는 것이다. 주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를 비롯한 공공극장을 빌렸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미술관이나 전시장은 모두 닫았다. 처음에는 극장 상영을 계획하다가 결국 온라인 상영으로 아예 전환했다. 영화제도 부분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는 했지만, 전면 온라인 상영은 처음이라 작품 섭외 과정부터 진행 방식이 사실상 다 달라지는 것이어서 우리로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2. 가이드라인 부재에서 오는 혼란
성상민 :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최민아 :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영화제는 한시적인 기간동안 하는 건데 당장 다음 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웠다. 한시적 기간에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교류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인데 이런 방식이 코로나19 상황과 안 맞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영화인들의 네트워킹이 중요한 데 그러한 부분이 흔들리는 것이 어려움이자 고민되는 점이었다. 앞으로를 생각했을 때도 그렇다. 이미 많이 달라졌고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영화제를 어떤 모양새로 가져갈 수 있을까. 이전에 영화제가 했던 기능들을 어떻게 다른 모양새로 가져갈 수 있을까. 그런 점이 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성상민 : 영화제나 영화 플랫폼에 대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최민아 : 영화 쪽 지원을 보면 영화제는 사실상 이어져 온 역사나 기능에 비해서 되게 개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로 아직은 정착되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영화제가 어떤 기능을 하는 건지, 영화 발전에 어떤 순기능을 하는 건지를 지원기관이 잘 인지했으면 한다. 특히 인력지원에 대한 인식이 늘기를 바란다. 인력지원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행사라는 것이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인력 확보에 따라 행사 운영의 안정성도 달라진다. 그런 부분에서 지원이 너무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확장돼야 한다.
성상민 : 영화진흥위원회나 서울문화재단 같은 유관 기관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관심이 있나.
최민아 : 각 지원기관마다 이를테면 중간 간담회 같은 것을 열어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의견 수렴을 간간히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아직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태인데, 지원이 이미 확정되었던 사업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다음 시기에 잘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
성상민 : 정기상영회에 관련된 답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상영관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참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민아 : 맞다.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런 것 자체가 없어서 되게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특히 이번에 영화제를 열 때는 가이드라인이 지금보다도 훨씬 구축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혼란이었다. 예를 들면 롯데시네마에서 어떤 행사를 한다고 할 때, 기관에서 롯데시네마를 비롯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자체를 지원하긴 했지만 멀티플렉스에 들어가는 영화제에는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식으로 섬세하게 가지를 뻗어나가는 식은 아니다 보니까 각각의 필요한 지원이 따로 있는 건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하다.
3. 온라인 플랫폼 활용에 대해
성상민 : 올해 전반적인 행사운영이라든가 다른 사업들을 정리해본다면?
최민아 : 오히려 우리 행사가 코로나 유행 초기에 진행되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잘 열 수 있었다고 말하더라. 지금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 2.5단계 올라가면서 더 상황이 심각해졌다. 초반에 나름의 고민을 가지고 체계를 구축하면서 할 수 있었던 게 오히려 잘 지나갈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너무 막연하고 너무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니 영화제의 세부적인 요소들이 어떤 기능과 의미를 지녔는지를 오히려 반증하는 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제에 어떻게 참여하는지, 반응은 어떤지를 다시 읽게 되었다. 왜 영화제가 있어야 하는지, 어떻게 가능한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 상황을 겪으면서 일상이 소중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성상민 : 앞으로의 영화제 진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최민아 : 아직 향후 계획이 구체적으로 세워져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유행이 빨리 끝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전염병이 끝난다 하더라도 얼마간 변화한 환경은 유지될 거라고 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 했던 것처럼 오프라인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나면서 또 어떤 것들이 바뀌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게 되리라 본다. 생각보다 빠르게 온라인으로 공연하고 공연을 보고 하는 것들이 본격화되었다. 벌써 익숙해졌다. 온라인은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인 것 같다. 이미 많이 들어와 있는 상태고 그렇다면 그런 가운데서 어떻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함께 갈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성상민 : 온라인 오프라인 병행에 어떤 것이 필요할까?
최민아 : 오프라인은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 있다. 오프라인에서 가능한 경험적인 측면이 있는 거다. 그런 것을 어떻게 잘 살릴 것인가가 앞으로 더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참여자에게 더 고유한 경험이 될 수 있게 할 것인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프라인에 나올 이유가 없다.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을 어떻게, 안전을 더해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온라인은 단지 플랫폼이 바뀌는 것이 다는 아니라 본다. 접근성의 차원에서 온라인에 맞는 다른 기획이 필요한 것 같다. 결국에는 양쪽 모두 큐레이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상민 : 온라인에 맞는 기획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민아 : 온라인이어서 가능한 것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영화제는 기간이나 공간이 한정적이다. 참여라는 측면에서 상상력이 더 발휘되는 것 같다. 꼭 사람이 모여서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흔드는 것들이 나오는 것 같고, 그런 부분이 사실상 좀 더 상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물론 이는 단지 영화를 상영하던 것을 극장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다는 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영화제에서 상영되던 한정적인 콘텐츠가 제공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성상민 : 그렇다면 앞으로의 영화제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갖추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
최민아 : 온라인을 통해 대화에 필요한 일종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면대면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을 좀 더 쉽게 말을 건넬 수 있게 된다. 한편으로는 더 가깝게 라고 해야 되나. 온라인을 활용한다면 그렇게 해야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운영관리를 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점이 더 노출되기 쉬울 수 있고 또 문제가 더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 더 신경을 많이 써야 된다. 다만 갑자기 답을 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조차도 새로운 시도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뭔가 말로 정리가 잘 안 된다. 막연하다.
4. 판데믹이 문화예술에 미칠 변화들
성상민 : 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영화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전반적으로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의 유행은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가?
최민아 : 상황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문화예술 자체가 일반적으로 생활에 직결되는 것이 아닌 일종의 후순위, 필수적이지 않아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어도 된다는 인식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 점이 지원이나 행사 취소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영향받는다. 지탄받기도 쉽다. 이러한 환경이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이 위축되면 그만큼 창작 자체가 위축된다. 인식 개선의 문제는 너무 크고 어려운 문제다. 사람들의 삶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성상민 : 기후위기 같이 사회전반을 뒤흔들 것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코로나19로 생각보다 빨리 왔다. 인디다큐페스티발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 공간, 플랫폼들이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면?
최민아 : 말 그대로 다른 세계가 온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방식, 기존의 방식, 본래 이런 말들을 많이 썼는데 그런 것들을 그대로 가져갈 수 없는 시대다. 여러 가지 것들이 변해야 하고 그럼에도 기존의 것들이 가지는 의미를 취하면서 다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달라질 수밖에 없는 시대고 달라져야 하는데 어떻게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콘텐츠들이 나올텐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말 그대로 같이 움직여야 한다. 플랫폼에 담길 콘텐츠도 내용적인 측면이나, 형식도 많이 달라질텐데, 그런 변화에 어떻게 발 맞춰 같이 갈 것인지 훨씬 더 유연한 사고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사실 현장이 움직이는 것보다 관객, 참여자가 움직이고 변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찾는 것은 훨씬 빠른 것 같아서.
성상민 : 어떤 순간에서 ‘빠르다’고 생각했는가?
최민아 : 온라인 상영을 보더라도 사람들이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됐다. 지속되어온 방식과 형태에서 벗어나 달리 가져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일처리 시간뿐만 아니라, 매우 깊이 고민하고 숙고해야 하는 것들이 있고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관객이나 참여자들은 변화를 되게 많이 빠르게 받아들이고 그 다음 콘텐츠가 변하는 듯싶다. 플랫폼 역시 늦지 않게 변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졸속하게 변하면 안 되지만. 변하는 상황에 발맞춰 가는 것이 앞으로 점점 중요해진다. 훨씬 더 유연하게, 빠르게 변화를 흡수할 수 있도록, 너무 무겁지 않게 플랫폼이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인디다큐페스티발 인터뷰 워드 클라우드
최민아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장. 2006년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팀을 시작으로 이후 영화제와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2010년부터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영화제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상근활동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지털문화정책 석사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