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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기록

작은극장 다함

'우리를 지켜보기만 하던 사람들을 만났다'

  • 인터뷰이 김영태(작은극장다함협동조합 이사장),
    김수진(예술인공동체 창작집단 쟁이 대표)
  • 인터뷰어 김소연(연극평론가,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 2020년 11월 20일
  • 작은극장 다함(대전광역시 동구 가오동)

우리를 지켜보기만 하던 사람들을 만났다

작은극장다함은 대전 동구 가오동에 있다. 가오동은 대전의 끄트머리 경계에 있는 마을이다. 새롭게 개발되는 시가지의 풍경처럼 네모 반듯한 도로들이 가로지르고 아파트와 상가들이 쭉쭉 뻗어 올라가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 나대지가 있고 조금만 벗어나도 야트막한 산과 들판이 펼쳐진다. 대전시 끄트머리인 이곳에는 장애인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아동보호시설 등등이 가깝게 있다. 작은극장다함은 가오도서관이었던, 그러나 지금은 민간소유의 건물이 된, 이곳 1층에 소극장을 열었다. 2016년 2월이다.

이곳에 극장을 열고 여러 활동들을 벌여왔다. 극장 운영만을 고집하지 않고 동네에서 할 수 있는 문화예술활동을 찾았다. 버스킹공연축제인 거리만가, 공연예술축제 가오페스타, 플리마켓 등등은 극장 밖에서 만든 동네문화예술프로그램이다. 작은극장다함은 소극장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창작센터세움으로 확장되었다. 소극장 외에 갤러리, 연습실, 공유주방 그리고 사무실을 예술공유공간으로 열었다. 공간이 확장되면서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다. 엄마들이 함께 모여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그림책을 만드는 맘스수다방, 공연예술가들의 작품개발 레지던시 등등. 맘스수다방의 인연으로 육아로 경력이 단절을 겪고 있던 김지영 작가의 개인전을 갤러리에서 열었다. 플리마켓에서 만난 한정훈 작가의 개인전도 열었다. 가오동은 문화의 불모지라고 하지만 가오동에도 꿈과 열정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동네극장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던 이들이다. 동네극장을 운영하는만큼 동네 일도 한다. 동구마을넷에도 참여한다.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인사다니는 넉살은 없지만 동네일은 열심히 하고 있다. 동네극장을 운영하려면 극장에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극장을 열고 4년 차인 올해는 여러 계획이 있었다. 지난 해 적은 인원으로 너무 많은 일을 벌이느라 어려웠던 만큼 올해는 함께 일할 동료들도 미리 섭외해두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은 취소되었다. 소극장은 기획공연이 주를 이룬다. 어린이와 가족이 주관객이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이들이다. 가족동반 관객들도 있지만, 유치원 학교 등 단체 관람을 꾸준히 만들어왔는데, 아예 교육청에서는 유치원과 학교의 외부활동을 금지한다. 하긴 학교도 열지 못하는데 문화활동을 하겠는가. 계획이 취소되었지만 그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극장과 공연단체의 몫이다. 계약서나 취소에 대한 위약금 관행이 없으니 극장도 공연단체에 보상할 도리가 없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종종 단체관람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경우들이 있다. 계약서 관행도 없고 일방적 취소가 피해를 낳는다는 인식도 없다.

2월 모든 계획들이 줄줄이 취소되던 와중에 작은극장다함에서는 동네주민들과 함께 마스크만들기를 했다. 갑작스러운 전염병 확산으로 마스크 구하기도 어려울 때였다. 평소 참여하고 있던 대전시 주민자치네트워크 활동가모임에서 재료 등 마중물을 대었다. 근처 노인복지회관에서 할아버지 할머들에게 드릴 마스크를 부탁하면서 재료비와 일손을 보탰다. 노숙인 식당에서 마스크가 없으면 식사를 할 수 없다는 규칙이 생기자 마스크를 구할 수 없던 노숙인들이 마스크를 돌려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극장에 모여서 함께 만들기도 하고, 육아 때문에 혹은 전염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료를 보내고 완성된 마스크를 받아왔다. 소문이 나자 재료를 보내고 재봉틀을 빌려주고 일손으로 나서는 이들이 생겼다. 하지만 마스크 만들기만 한 건 아니다. 이곳은 마스크 공장이 아니다. 이곳은 극장이다. 마스크를 만드는 것이 즐겁고 보람된 일이면서 관계가 만들어지길 바랬다. 이를 위해 일을 나누고 진행하는 것도 중요했다. 비록 프로그램은 줄줄이 취소되었지만 마스크만들기로 동네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직접 극장을 찾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이곳을 지켜보아왔던 이들이 있었던 거다. 보이지 않던 이들을 만나는 계기였다.

사실 2월은 계속 기획서를 쓰는 때다. 온통 마스크만들기로 꼬박 보내면서도 다른 일을 미뤄둘 수도 없다. 일주일을 8일처럼 일했다. 그렇게 고되게 일해도 생존의 위협이 느껴졌다. 겨울엔 워낙 일이 없지만 봄이 되면 공연도 하고 교육도 하면서 생활을 꾸렸지만 봄이 되어도 모든 일이 막혔다. 4월에 대전문화재단의 예술인 긴급지원은 비록 소액이지만 도움이 되었다. 6월 이후 조금씩 일을 하고 있지만 생존은 여전히 막막하다. 공연을 만들고 공연을 올리고, 축제를 여는 것은 창작활동이자 생존을 이어가는 ‘일’이다.

행정기관의 지침은 사실상 극장문을 닫으라는 것이었다. 거리두기를 하라고 해서 객석을 포기하더라도 공연을 올리자 했는데, 확진자가 나오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니 열 수가 없었다. 내내 극장을 못 열다가 전염병 확산세가 안정되자 아이들이 연극 보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가 동네에서 나왔다. 몇 명이나 극장을 찾을지 알 수 없었지만, 공연팀에 연락을 했다. 몇 명이라도 관객이 있다면 공연하겠다는 단체와 함께 공연을 올렸다. 아이들과 가족들이 극장에 찾아왔다. 대전어린이연극축제는 다른 극장들이 다 닫혀서 작은극장다함 앞 야외에서 진행했다. 창작집단 쟁이 <은어송>은 야외극으로 준비하다가 비가 갑자기 내리는 바람에 극장에서 올렸다.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했다. 무조건 극장을 닫고 공연을 취소하기보다는 안전한 방법을 찾아 활동을 지속했으면 한다. 관객들은 마스크 쓰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극장에 온다.

극장은 열 수 없었지만 교육활동은 제한적으로나마 했다. 활동 키트를 만들고 교육영상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집에서 가족들과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기술이 발전해도 현장예술은 현장예술만의 고유한 경험이 있다. 밀폐된 공간이 위험하다고 해서 그럼 개방적 극장을 만들자, 이동하는 극장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아트트럭을 만들고 있다. 트럭을 개조해 무대를 올리고 관객들을 찾아가는 거다. 관객들이 우리를 보고 싶다고 하니 관객을 만날 방법을 우리가 찾아야 하지 않겠나.



작은극장다함은 대전 동구 가오동에 위치한 ‘동네극장’이다. 가오동은 동구 끄트머리로 대전광역시 경계에 있는 곳이다. 택지 개발로 조성된 아파트와 상가가 이어지는 마을이다. 작은극장다함은 가오도서관이 이전하면서 민간소유가 된 건물 1층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가오도서관 시청각실이 있던 공간이다. 2016년 2월 처음 이곳에 극장을 열 때는 소극장만 운영하던 것이 갤러리, 연습실, 공유주방, 사무공간 등으로 확장되어 창작센터 세움으로 운영하고 있다. 소극장은 가족극 등 기획공연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갤러리, 연습실, 공유주방에서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주민 커뮤니티(맘스수다방), 꿈다락토요문화학교 등을 운영한다. 극장 운영 외에 가오페스타(공연예술축제), 거리만가(버스킹 공연), 플리마켓 등 가오동에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왔다. 작은극장다함협동조합이 운영한다.


1. 동네극장 운영하기


김소연 : 가오동에 극장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소극장에서 시작해서 공간을 점점 늘려갔는데 이유나 계기가 있었나.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가오동은 대전시 외곽으로 문화예술시설이 부족하다. 또 주변에는 보육원, 장애인복지관 등 복지시설이 있다. 처음부터 이곳 주민들과 함께 하는 ‘동네극장’ 콘셉트로 시작했다. 완성된 공연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좀 비싼 연습실을 쓴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예술가들도 쓰고 주민들도 무대에 서보고 그런 공간 되길 바랬다. 공연자들과 시민들을 맺어주는 매개체가 무대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생각들이 청년거점공간조성사업, 문화특화사업 등을 하면서 ‘예술공유공간’으로 구체화되었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무대는 접근하기 힘든 공간의 아우라가 있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을 생각했다. 연습실은 무대와는 또 다르다. 대전문화재단에서 지역별 문화거점공간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2019년 문화특화사업에 선정되면서 갤러리, 연습실, 공유주방을 열게 되었다. 공간조성만 지원하고 임대료 등은 우리가 부담하는 것이었다. 이 사업은 처음 시작할 때 5개년 사업이라고 했는데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공간조성도 다 마무리가 안 되었는데, 코로나19까지 터졌다. 그래도 이렇게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생각한다.


김소연 : 작은극장다함협동조합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조합원은 다섯 명이고 함께 작업해왔던 예술가들이다. 작은극장다함협동조합은 예비사회적기업인데 올해로 지정 만료된다. 극장 운영 외 다양한 사업들을 함께 결정한다. 운영위원회 체제다. 사업을 진행할 때 스탭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김수진 대표는 협동조합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가족이라 둘의 지분율이 너무 높아진다. 작은극장다함(소극장) 대표를 맡고 있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창작집단쟁이 대표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작은극장다함과 함께 작업한다.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나를 비롯해 협동조합 이사들은 비상근이고, 고정된 상근인력은 한 명이다. 이외 인력지원사업으로 상근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는 네 명이 상근으로 일했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일자리지원사업 등으로 아홉 명을 세팅해놨는데 갑자기 코로나19가 터진 거다. 지금은 방역인력지원 등으로 13명이 상근한다.


김소연 : 레지던시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지난해 지원사업으로 운영했는데 올해 사업이 없어졌다. ‘대전에서 예술하기’라는 주제로 스토리텔링(김인경 작가), 기획제작(오준석 PD), 대전학(안여종) 세 분을 멘토로 모시고 세미나부터 쇼케이스 발표까지 진행했다. 장르 구분 없이 진행하려고 했는데 지원사업이 장르로 구획되어 있어서 연극으로 신청해서 선정되었다. 진행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연극분야 지원인데 왜 안무가, 뮤지션, 희곡작가가 있냐는 지적도 있었고, 참여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을 주려고 했더니 인건비는 전체 사업비 20% 이내여야 한다는 규정에 걸리고 그랬다. 그래도 이 프로그램에서 시작해서 5편이 완성된 공연으로 올라갔다. 이 사업이 미술, 문학 쪽에서만 운영되었는데 공연 장르에도 필요한 사업이었고 재밌게 했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지역은 인형극, 거리예술 등 비주류 장르들은 지원에서 소외되어 있다. 그런 분야의 창작작업도 소중하다. 레지던시 사업을 우리가 기획해서 비주류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을 돕고 싶었던 목적도 있었다.


김소연 : 극장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많고 극장을 거점으로 공연예술축제(가오페스타), 버스킹(거리만가), 플리마켓 등 마을문화예술프로그램이 많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비중으로 보면 공연은 기획과 대관이 7:3정도고 행사나 커뮤니티 프로그램, 교육까지 합하면 6:4정도다. 기획 중심이고 매년 우리 단체 제작 공연을 한 편씩 올렸다. 갤러리는 지역예술가들의 전시공간으로 시작했다. 그림책만들기 프로그램에서 만난 김지영 작가는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는데 프로그램 이후에 개인전을 했다. 또 플리마켓에서 만난 장애예술가인 한정훈 작가의 도예 전시를 했다. 이외 청년작가들의 개인전 등이 있었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엄마들하고 마을공동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엄마들이 강사가 되어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거다. 돌봄과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를 결합한 거다. 가오동에 82년생 김지영 씨가 많다.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연습실은 기획공연, 자체 제작 공연 등 예술가들도 사용하고 동호회 대관도 있다. 문화원 등 공공기관이나 시설이 있지만 사용 시간에 제약이 있는 반면 여기는 그런 제약이 없다. 새벽까지 연습하는 분들도 있다. 또 교강습 위주인 반면 여기는 교류가 중심이다. 공식적인 휴일은 월요일이지만, 사실은 휴일 없이 일 년 내내 상시운영되고 있다.


2. 주민과 함께 극장에서 마스크만들기


김소연 : 지난 2월 대구에서 폭발적인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사회적으로 공황상태였다. 그때 페이스북에 작은극장다함의 마스크만들기가 계속 올라왔다.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각 구마다 마을네트워크가 있고 대표 모임이 있다. 내가 동구마을넷 부대표이다보니 대표자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서구에서 마스크를 만드는 것을 보고 우리도 공간이 있고 함께 마을활동해온 네트워크가 있으니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 서구에서 재료 등 도움을 줬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부산에 있는 친구가 의상 작업을 하는데, 자기가 쓰던 공업용 재봉틀을 수리해서 보내줬다. 차비가 없어서 가지러 갈 수도 없었다. 천도 보내주고. 천도 필요하고 부자재도 필요한데, 주변에서 얼마씩 보태줬다. 그렇게 처음 200개 만들었다. 당시는 마스크 구하는 것도 어려울 때였는데,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릴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재료비도 보태고 일손도 보탰다. 그렇게 동네에서 일손이 모이기 시작해서 400갠가 500갠가 만들었다. 동구는 복지관이 많다. 독거노인도 많고.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에 드렸다. 그리고 이런 일도 있었다. 노숙자들에게 식사나눔을 하는데 마스크를 안 하면 식사를 받을 수 없다고 하니 마스크 쓰고 밥 받고 그 마스크를 뒤에 서 있던 분에게 빌려준다는 거다. 마스크가 없으니 그런 식으로 돌려쓴다고 하더라. 그래서 각 구에서 서로 할당량을 정해서 모아서 노숙자들에게도 보냈다.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우리는 거의 두 달 가까이 알음알음 돕고 보태서 1500개 정도 만들었다. 나중에 구에서 관심을 갖게 되면서 10만 개를 만들어서 배포하겠다는 계획이 나오더니 정말 공업용 재봉틀 50개를 놓고 하루에 몇 백 개씩 만들어내더라.


김소연 : 동네극장을 표방하고 마을에서 여러 활동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이일을 계기로 극장도 지역 네트워크가 더 단단해졌을 것 같다. 공연예술에 관심이 없으면 열심히 해도 지역에서 눈에 잘 띠지 않는다. 이렇게 지역사회의 문제에 참여함으로써 공연예술에 관심이 크지 않았던 주민들에게도 공간과 활동이 노출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재봉질이 익숙한 것도 아니고 배워서 하려다보니 힘들었다. 거기다가 극장의 다른 일도 해야 하고. 일주일에 8일을 일하는 것 같았다. 또 마스크를 만들기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일만하고 가면 무슨 의미가 있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떻게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마라톤 동호회 청년들이 왔는데, 잘 할 수 있게 역할을 나누고, 또 영상을 잘 찍는 청년이 있길래 영상을 만들어보고 그랬다. 여기는 일만 하는 공장이 아니다. 마음을 써서 왔는데, 그걸 좀 더 재미있게, 왔을 때 같이 으쌰 으쌰 하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걸 궁리하는 것이 힘들었다. 재미있었던 건 마스크만들기를 하면서 그동안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그러지 않았지만 우리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있었고 이일로 만날 수 있었다는 거다.


김소연 : 공공극장들도 다 문 닫고 있는데 도리어 작은 동네극장이 극장을 열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동네극장이라 가능했다. 코로나19 감염이 폭발하던 때였다. 공공시설에서는 사람들 모이는 걸 막았다. 여기서 모여서 만든 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재료를 준비해서 보내면 집에서 만들어서 주고 가는 분도 있었다. 감염 위험 때문에 그런 분도 있고 아기를 돌봐야 해서 나오는 것이 어려운 분도 있고.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3. 판데믹 시절의 극장운영


김소연 : 마스크만들기로 한해를 시작한 셈이다. 올해 극장 운영은 어땠나.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모든 공연이 다 취소되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시작하는 공연이 있었는데 그것부터 취소되었다. 4월에 대전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행정지침이 내려왔는데 극장 내에서 거리두기 1.5m 준수하라는 거다. 한 줄 씩 비우고 진행하려고 했는데, 확진자 나오면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단서가 있었다. 그러니 공연을 할 수가 없다. 권고사항으로 안 하면 더 좋겠다는 것도 있었다. 극장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극장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극장 외부에서 진행하는 행사도 다 취소되었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여러 곳에서 방역 지원을 하는데, 방역 물품을 보내기도 하고 직접 소독을 하기도 하고, 근데 극장은 열지도 못하게 하는 상황이어서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어린이 가족 대상 프로그램이 많다.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공연도 많은데 아예 기획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단체예약이 다 취소되었다. 일 년 라인업짰는데, 매달 공연팀들에게 취소 연락을 했다. 그러다가 6,7월 약간 주춤할 때 마을에서 먼저 아이들이 공연보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달에 예정되어 있던 공연팀한테 얘기했더니 아이들이 몇 명이라도 좋으니 공연비랑 상관없이 공연하겠다고 하더라. 관객이 적으면 공연팀 차비도 안 나온다. 그래서 하루 열었다. 선착순 30명만 받았다. 거리두기 하고. 코로나19가 우리극장의 관객들을 확인하게 해줬다. 단체 관람은 한 건도 못했다. 교육청에서 못 나가게 해놨다.


김소연 : 단체관람을 취소할 때 위약금은 있나.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없다. 불합리하다. 이번만이 아니다. 단체관람 예약을 했다가 당일에 연락도 없이 안 오는 경우도 있다. 계약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면서 예약하는 곳이 없다. 유치원 등은 더 심하고 심지어 학교도 그렇다. 요즘 식당도 예약을 갑자기 취소하면 위약금이 있는데 공연은 아직 그런 관행이 정착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우리도 공연팀과 계약서를 쓰고 있지 못하다. 아직은 관계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김소연 : 가오페스타 거리만가 플리마켓 등도 못했을 것 같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전혀 못했다. 코로나가 잠깐 주춤해졌을 때 엄마들하고 중간 중간 모여서 작업했다. 마스크 목걸이 키트 만들고 엄마 강사와 함께 교육영상을 만들었다. 드라이브쓰루로 재료 키트 나눠주고 집에서 영상 보면서 아이들이랑 같이 만드는 거다. 마을 지도 만들기 이런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가을에는 대전어린이연극축제를 했다. 원래는 대전 여러 극장에서 단체관객도 받고 개인 티켓도 팔고 그렇게 운영했다. 그런데 학교도 안 보내는데 극장에 오겠나. 다행이 우리 극장에 야외공간이 있어서 야외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야외공연이지만 유료로 했다. 실시간 공연중계도 했다.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작은극장다함 <은어송>은 실경연극으로 처음부터 야외에서 공연하는 것으로 계획이 되어 있었다. 사전예약제로 회당 50명만 받았다. 예약이 금방 찼다. 거기에 지인들도 오고 100명으로 관객 수를 제한했다. 그런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더니 비가 오는 거다. 결국 극장으로 들어왔는데, 노쇼가 거의 없었다. 90명이 봤다. 사람들이 이만큼 갈망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


김소연 : 거의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 시기를 도대체 어떻게 넘긴 건가? 코로나 관련 긴급지원들이 있었는데 극장에 도움이 되었나. 공공지원 외 현재의 위기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대전문화재단에서 4월 긴급지원사업으로 ‘기초예술 창작활동비 지원’이 있었다. 예술인들에게 백 만원씩 지원하는 것이었다. 몇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 예술인을 어떻게 정할거냐 같은 문제다.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활동증명을 기준으로 했는데, 비판도 있었지만 긴급지원의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임대료 지원이 있었다. 전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운영이 증빙되면 임대료의 80%를 지원하는 거였다. 두 달정도 임대료 지원이었는데 도움이되었다. 특성화극장지원사업이 코로나 긴급지원사업의 성격을 갖게 되면서 2차, 3차 공모를 했다. 제작, 임차, 운영 비용으로 단체가 예산을 운영할 수 있다.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긴급지원보다도 활동을 무조건 막지 않는 것,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드는 것이 실질적인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장이 밀폐된 공간이긴 해도 공연장에서 전염된 사례가 없다. 앞으로도 전염병이 다시 올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무조건 문을 닫는 방식이 굳어질까봐 걱정이다. 어떻게든 활동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닫아라 하면 어떻게 하나. 우리에게는 생계문제다. 폭력적이고 무책임하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아트트럭을 만들고 있다. 트럭에 극장을 올리고 있다. 공연장을 이동을 시키는 거다. 바깥으로 나가자. 베란다콘서트처럼 소규모로 찾아가는 극장을 만드는 거다.


김소연 : 올해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가장 버팀목이 된 것이 뭔가. 공적 지원인지 친구들인지 가족의 격려인지. 꼭 예산만 버팀목이 되는 건 아닐 것 같다.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동료다. 올해 저희가 작품을 두 개를 만들었는데, 그리고 앞으로 창작할 게 세 개가 더 있는데, 지금 당장 만드는 일은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지만 같이 하고 있는 동료들이 힘이 된다. 어렵다고 창작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


4. 코로나19가 준 질문들


김소연 :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현장예술만의 독특한 경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가 발전해도 연극이 지속되지 않나. 새로운 기술을 찾는 것보다 극장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린이연극축제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지만 방역수칙 지키면서 공연했고 전염 없었다. 감염을 백퍼센트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혹시라도 감염이 있다면 2차 3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팬데믹 이후에 공연장이 닫히는 것이 안타깝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대한 순기능은 분명히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공간이 주는 힘이 있다. 활동은 더 다양해지겠지만 창작의 거점, 활동의 거점으로서 공간은 필요하다.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방역을 위해서 객석거리두기를 하는데 그만큼 객석이 줄어들고 수익이 줄어든다.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감염병에 대비하는 보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역을 위해 객석을 줄인 것이니 그에 대해 티켓값을 보전해주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회성, 감성이 인간의 기본 욕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관계가 많이 차단되어 있고 더욱 예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끝이 올 것이다. 어떻게든 해결할 거라고 믿는다. 영혼의 치유자인 예술가들은 역량을 쌓으면서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형식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거다. 동호인이라면 힘든 상황이면 안 하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예술활동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서로를 지켜주면서 계속 활동해야 한다.


김소연 : 코로나 상황에서 작은극장다함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과 이 힘든 과정에서도 가장 보람찼던 일은 무엇인가.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공간은 모이는 곳이다. 공연은 모이라고 하는 거다. 그런데 너희들 하지 마라, 모이지 마라 라고 하는 게 올해는 가장 많이 힘든 점이다. 그래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힘들 때도 같이하는 거다. 당장 이 공연이 수익을 낼 수 없어도, 내년을 준비할 겁니다, 내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하면서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힘이다. 2016년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하는 사람들이 힘이었고 이후에 같이 갈 수 있는 것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먹고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수입이 없으니까. 돈이 들어오면 극장 운영하는데 다 썼다. 재난지원금 100만원 받았고 양육수당 20만원 나왔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있는데 그것도 감당이 안 된다. 그 기간이 너무 길었다. 10월에 코로나 잠깐 풀리면서 밀렸던 수업하면서 처음 수입이 생겼다. 수업 밀렸던 거 한꺼번에 막 하면서, 10월에 수입생긴 게 처음이다. 여기저기서 돈도 빌려야 했는데 난 여유가 있으니 너가 먼저 써라 하고 선뜻 이야기 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버텼다. 나에게는 생존이 1순위였다. 극장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좋은 건 당연히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있어서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그 자체가 어떤 희망이다. 코로나 시대이고 떨어져 있지만 작업을 계속 해나가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 이게 가장 큰 힘이다. 그리고 관객들도 우리를 보고 싶다고 한다는 것, 마스크만들기처럼 지역에서 뭔가를 하려고 할 때 그간 우리가 뿌리내리려고 노력한 것들이 드러나는 순간들, 그런 것들이 코로나 상황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났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서 더 확신이 들었다. 이때까지 헛살지는 않았구나 한다.


김소연 : 위기의 시간에 관객들과 단절되기도 하고 위기에 시간에 눈앞에 보이지 않던 관계가 드러나기도 했던 것 같다.


작은극장다함(김수진) : 그게 가장 제일 행복한 거다.


작은극장다함(김영태) : 극장 회계를 맡아주고 계신 분이 우리보고 미쳤다고 한다. 도대체 이런 손해에 이 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런다. 우리는 돈 못 벌 거 같다면서 돈도 아니고 사람 보고서 이런 걸 하는 게 맞아? 미친것 같다 그런다.



▲ 작은극장 다함 인터뷰 워드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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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작은극장 다함 협동조합 이사장. 마당극단 좋다에서 배우, 기획으로 연극을 시작했다. 작은극장 다함을 운영하면서 대전 동구청 문화예술 2기 명예구청장, 마을공동체 연합 동구마을넷 대표, 동구 사회적경제 연합회 부대표 , 한국소극장협회 대전지회 부회장 등 공연예술과 마을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문화예술과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가오 festa>, 버스킹 <거리滿歌>, <소소한 아트프리마켓> <라디오 극장> 등을 기획했다.

김수진
창작집단 쟁이 대표. 작은극장 다함 초대 대표.부산 극단 자갈치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지역 문화예술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고 대전의 스토리로 연극을 제작, 연출하고 있으며 마을공동체와 함께 엄마들과 재미난 작당모의 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을공동체활성화사업 <우리동네 신사임당>을 기획 진행했다. 구)대전 형무소 터를 소재로한 연극<달정이와 버들이>,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은어송 이야기> 등을 연출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커뮤니티와 아트’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