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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기록

김인경

'이기는 게 아니라 버티기일 뿐'

  • 인터뷰이 김인경(극작가)
  • 인터뷰어 조훈성(연극평론가, 《한국연극》 편집위원)
  • 2020년 11월 13일
  • 테미오래 문화예술인의집

“이기는 게 아니라 버티기일 뿐”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코로나19 문화예술현장기록 및 연구’를 위한 인터뷰어로 참여를 요청받았을 때, 나는 큰 망설임도 없이 진행해보겠다고 선뜻 나섰다. 사실, 인터뷰이가 친한 선배 극작가인 탓에 큰 이물감 없이 인터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팬데믹과 팬데믹 이후의 문화예술 현장기록에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나름의 작은 소명감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테미오래’(옛 충남도지사관사촌)에서 문화공동체 팀장으로 일한 지 갓 일 년이 좀 넘었다. 여기서 일하게 된 것이 어쩌면 거의 실직 상태나 다름없는 다른 동료예술인을 놓고 보았을 때 천운일 수도 있다. ‘테미오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주작가 활동 기간이 만료되어 평가회를 하는 자리에서 한 작가가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었던 사연을 이야기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앉아서 오선지만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야간에는 택배일이라도 해서 버텨야 했었다는 이야기였다. 새벽까지 일하고 돌아와서 느꼈던 그 먹먹한 감정을 옮기는데, 그 ‘버팀’에 대해 알 수 없는 미안함이 밀려들어왔다.


코로나19로 극심하게 빈궁해진 주변 지인들의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나는 꿀머거리가 된다. 수화기 너머의 숱한 한숨 소리에 귀가 금세 젖는다. 내가 그들에게 어떤 얕은 위로의 말을 건네다 실수할까 두려워 작은 여음으로 “다들 그렇게 힘들지 뭐...”라고 말하지만 그 사연에 선뜻 뭐를 돕겠다고 나서지는 못한다. 전염병으로 인한 세상의 변화, 무너져가는 일상의 사연을 어느덧 무덤덤하게 듣게 된다. 금세 괜찮아지겠지, 회복되겠지 하던 바람은 쉽게 좋아질 기미가 없다.


이곳저곳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앞으로 펼쳐질 예술과 공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공간의 제약을 없앤 스트리밍 서비스를 두고, 공연예술의 영상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요술방망이나 되는 것처럼,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뛰어든다. 그러한 시시각각의 일련의 변화들 속에서 문화예술 현장의 만화경은 광야에 길을 잃고 헤매는 유랑자들이 부지기수다. 앞으로는 무대의 권한이 연출자가 아닌 촬영감독이나 영상편집자에 가버릴 수도 있을 듯하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시작되었을 때만해도 오프라인 공연 현장을 녹화 기록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재원만 풍부하다면 수많은 테크니션들이 한 작품의 영상을 제작하는데 모여든다. 영상 장비와 첨단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공연 형태들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는 다른 관점에서 현장의 괴리, 분리, 차별, 불평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팬데믹을 겪은 우리는 팬데믹 이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만들고, 동시에 환경이 인간을 만든다.”는 말에서처럼 지금 펼쳐진 세계에 대한 돌아봄은 분명 내일의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재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인경 작가를 인터뷰하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어떤 사회적 질문에 대한 인식의 출발선이다. 독일의 역사학자 ‘하인리히 폰 지벨’의 말을 빌리자면, “문제의 해결 불가능성을 인식하고 출발하는 사람들에게서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처럼, 코로나19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쉽게 정복할 수 있는 것이라 판단했고, 그 문제에 대해 오만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 인터뷰 내용에서도 이전 ‘메르스’나 ‘사스’처럼 빨리 치료약이 나와서 멈췄던 사회가 금세 회복될 것이라 믿었던 것처럼, 나 역시 그러했다. 바다 건너 벌어진 일이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모두가 이렇게 고통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밥상에서 처음 들었던 바다 건너 먼 소식이 우리 곁으로 순식간에 다가와 우리 생활을 위태롭게 할지는 짐작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단 보름이면 그 병균의 침범을 막아내고 이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졌던 게 얼마나 우매한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얼마 전부터는 치료 백신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는 금세 이전 세계로 환원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는다. 우리는 소식을 너무 가볍게 듣는다. 언제 우리 손에 치료제가 쥐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코로나19에서 벗어나게 된 것처럼 벌써 활개 치는 무리가 있다. 작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상적인 것은 바로 코로나19에 대한 작가의 대응 방식이었다.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버텨내야’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충분히 내게 공감을 주었다. 작가의 생활 터전이 곧 연극 무대이기에 오로지 앞으로 달라질 그 무대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 속에 그 발 디딤이 사뭇 신중했다.

“연극이 사라질 지도 모르고 이 일을 더는 못 할 수도 있는 세상이 바로 문밖에 있는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연극에 대해 더 고민을 해본 거 같다. 연극의 본질에 대해서...” -<작가 인터뷰> 중에서

팬데믹 이후의 삶, 우리는 ‘불안’, ‘공포’에 대한 경험 속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현실공간에서 가상공간으로 옮겨가는 전환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전환에 대한 미지의 모험을 전통적 입장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염병’의 공포보다도 어쩌면 시시각각 바뀌고 달라져가는 새로운 예술행위, 즉 매체와 기술을 입힌 유통과 서비스에 대한 각자의 감당에 대한 불안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따라가야 하는지, 따라가지 않고 남게 된다면 이후에 따라잡지 못할 거리에서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앞으로 펼쳐질 어떤 미지에 대한 불안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오늘의 자리는 코로나19 이후에 각자 생존을 위한 경제적인 활동을 넘어, 이제 그러한 위기 속에서도 문화예술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다시 인식하게 되고 문화예술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비대면 시대의 경험 속에 우리는 예술의 힘과 역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었다고 믿으며, 그러한 예술행위가 한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공동체를 위한, 공동체를 잇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오늘, 이곳의 목소리,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는 예술인, 예술공간의 코로나19 현장기록을 통해 하나하나의 다른 삶이 한 공동체의 삶으로 잘 엮일 수 있길 바라마지 않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전국 곳곳에서 열정과 진심을 가진 현장예술인의 목소리가 위로와 공감의 기록으로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길 희망하면서, 나는 작가의 마지막 말을 적어본다.


“계속 힘들어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작가 김인경은 68년생, 쉰둘의 연극인이다. 1990년 창단한 ‘놀이패 우금치’의 단원으로, 창단작 농촌마당극 <호미풀이> 배우로 나선다. 본격적인 극작가로서의 이름은 1999년도 <북어가 끓이는 해장국>을 집필하면서다. 2000년도에 우금치 활동을 그만두고, 2003년 ‘마당극단 좋다’ 단체를 창단하면서 초대 대표를 역임하고 그곳에서 극작가, 배우, 연출 등 왕성한 활동을 한다. 이후 전문극작가로서 창작 작업을 중심으로 대학에서 극작 강의 등 연극 작업을 30년째 이어가고 있다.



조훈성 : 데뷔가 궁금하다


김인경 : 나를 소개할 때 극작가라고 하지 않고 연극 대본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연극 활동은 1990년부터 시작을 했다. 1999년도에 마당극 <북어가 끓이는 해장국>이라는 작품은 작가로서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다.


조훈성 : 극작가로서 활동력 20년이 넘는다. 굉장히 많은 작품을 썼다. 배우로서든, 극작가로서든 활동 기간에 단절이 있었는지.


김인경 : ‘마당극패 우금치’와 마당극단 ‘좋다’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기까지, 그 사이에 작품을 쓰긴 했지만 공연되지 않았고 소속 단체도 없었으니 그때가 공백 기간이라면 공백기다. 극단 활동을 오래 이어 하다 보니, 활동하고 있던 극단을 나오고 소속이 없어서 불안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어디에서 ‘나를 뭐라고 얘기해야 되나?’ 라는 소속감의 부재, 그런 불안함이 있었다.


조훈성 : 극단을 그만둔 이유가 극작에 대한 욕구인가? 극단 작품을 올리는 데 준비하는 시간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극작에 몰입할 시간이 적다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인경 : 처음에는 연출에 뜻이 있었으나, 갓 연극을 시작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연출을 할 수 없지 않나. 선배가 연출을 하려면 배우도 해야 되고 극작도 해야 된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연출이 될 수 있는 거고 더 훌륭한 작품을 연출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 배우를 할 때도 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작품을 쓰는 것이 더 재밌었다. 어쨌든 작품 쓰기를 전념하고 싶은 마음이 더했던 것 사실이다.


조훈성 : 배우, 연출 경험에, 극작가로서 활발한 창작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외에 다른 활동도 겸하고 있다면 뭐가 있나?


김인경 : 지금도 간간히 마당극 단체의 연출을 하고 있고, 배우를 구하지 못할 때는 직접 나서 배우가 된다. 2015년부터는 대전에서 문화예술교육 및 지원사업 모니터링도 맡아 했다.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내 식견과 안목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곳이 있다면 불러주는 곳에 가서 부여된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도부터 2010년도까지 대전대 문예창작학과에서 희곡 창작 관련 강의를 맡기도 했다.

1.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탐색 그리고 변화에 관하여

조훈성 : 다사다난했던 올해에 대해서 회고해 줄 수 있나?


김인경 : 초기엔 공연 일정이 취소되고 나중에는 온라인으로, 비대면, 무관중 공연을 한다고 한다. 작품 하나 올라가는데 참 많은 부침이 있다. 사실 나는 이미 작년에 약속한 대본 작업을 한 것이기 때문에 올해 큰 영향이랄 것은 없다. 하지만 대본 쓰는 일 이외의 일은 확실히 줄었다. 일단 행사 자체가 턱없이 줄었으니까.


조훈성 : 공연분야의 다른 예술가의 경우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확실히 위축된 거 같다. 상대적으로 극작가라는 점에서는 조금 여파가 덜 했던 건가?


김인경 : 그렇다. 하지만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고, 연극하는 단체가 공연을 올리지 않으면 대본이 필요 없는 셈이니, 대본 쓰는 나도 할 일이 없어지는 거다. 작가료를 받고 작품을 극단에 주는 입장인데 공연을 안 하고 관객들 없이 작품을 올리는 걸 뻔히 아니까 같은 고료를 받아도 미안하다.


조훈성 : 극작 이외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 활동도 한다고 들었다. 가령 리서치나 모니터링 사업도 많이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때문에 행사가 많이 취소돼서 생활에 영향이 있지 않나?


김인경 : 상당히 줄었다. 기본적으로 축제 모니터링하고 축제 기획이다. 그런데 지금 거의 축제가 없다. 그렇다보니까 올해는 거의 극작, 작품료만 수입원이 됐다.


조훈성 : 코로나 이후의 예술 활동에 변화가 있었는가? 가령 내가 쓴 작품들이 온라인 영상 콘텐츠로 제작됐다는 말도 많이 들었을 거고 거기에 대한 느낌도 있었을 거 같다. 극장 폐쇄라든지, 창작 프로세스 전반의 변화들도 있었을 거 같다. 어떤가?


김인경 : 나는 온라인 공연은 거의 안 본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연극은 극장에 가서 봐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 대개가 온라인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나는 그게 싫다. 연극을 영상으로 본다는 게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는 거 같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봐야할 때도 있다. 올해 ‘대전연극제’ 같은 경우는 온라인 상영을 했다. 자료 차원에서 찾아보는 거 아니면 거의 안 본다고 봐도 될 것이다.


조훈성 : 작품을 만드는 데서 그 시작은 극작이다. 온라인 영상으로 대체가 되고 프로세스가 달라지면서 작품도 거기에 맞춰서 쓰게 되진 않나?


김인경 : 맞다. 그게 지금 제일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연극의 본질은 뭘까?’하는. 영상매체에 딱 맞춰진 예술가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연극은 그렇지 않다. 우리 메커니즘에서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껏 찾아왔는데 이걸 갑자기 영상화한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게 연극배우들한테는 정말 곤욕스러운 거다. 당연히 극에 대한 집중력도 상당히 깨진다. 왠지 영상으로 담아놓으면 원래 작품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 힘이 고스란히 담기지를 못하는 것 같다. 영상을 촬영하는 과정도 너무 힘들고 나온 결과물도 보면 조금 민망한 부분들이 있다.


조훈성 : 협업 과정에서 동료들과 많이 소통하지 않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예술 활동이 바뀌었다. ‘지금 잠시 이럴 것이다. 앞으로 다시 회복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자.’라든지, 아니면 ‘이거 심상치가 않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갈 수도 있겠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테고.


김인경 : 코로나19 이후,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 바뀌는 수준과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른다. 어제도 소극장에서 연극을 봤는데, 입장 제한을 두고, 발열 체크에, 연락처, 방명록 다 적는데 코로나 전보다 관객이 많은 거다. 그걸 보면서 확실히 연극이 지금까지 계속 남아있었던 이유는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극장에 오고 싶었던 갈증. 코로나 이후에 모든 연극이 영상화되는 것은 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것보다는 극장의 구조라든지 기반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될 거 같다.


조훈성 : 공연 예술은 사람들이 모이고 대면하고 소통을 해야 한다. 코로나에 대한 영향을 예술인이, 아니면 일반 시민이 더 크게 받을까 궁금하다.


김인경 : 분야마다 다를 것이다. 그림 그리는 화가도 있고 글 쓰는 작가도 있을 테고, 그 분야의 사람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렇게 변화가 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속한 공연예술에 한정지어서 얘기하자면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분야만이 아니라 전사회적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주변 식당들이 수도 없이 문을 닫고 있다. 극단 후배들이 각 지역으로 순회공연을 많이 다니는데 작은 중소지역 같은 데는 식당들이 문을 닫은 데가 많아서 밥 먹을 것이 별로 없다는 거다. 그런 걸 보면 공연예술 뿐만 아니라 지금 전반적으로 너무 어렵다. 연극하는 모든 사람이. 특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극단 운영단체들의 불안감은 훨씬 더 클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 과정에서 아마 떠나는 사람도 많을 거다.


조훈성 : 지금 현재 예술인지원은 단기적이고 이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 한 작곡가에게 코로나19에 안부를 물었는데 생계 때문에 야간택배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활동이 많이 위축되고 힘들다는 것이다. 지원이 임시방편, 단기적이어서 앞으로 더 막막하다는 얘기였는데,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보자는 얘기가 공감된다. 코로나19 이후에 공공문화예술시설이 폐쇄되거나 관객이 급감하면서 많은 공연 행사들이 취소, 변경이 되었다.


김인경 : 내가 쓴 작품 중에 러닝 개런티를 받는 작품 몇 개가 있다. 그 중에 많은 부분이 대극장 공연이다. 원래 문예회관 공연이 네 군데인가 됐었는데 올 초에 그게 싹 다 취소가 됐다. 취소됐단 얘기를 들을 땐 정말 암울했다.


조훈성 : 취소, 변경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건가? 기관에서 통보를 하나?


김인경 : 문예회관에서 안한다고 한다. 문예회관은 1년 계획을 세우지 않나. 5월에 올리기로 했는데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이니까 싹 내려버렸다. 그냥 통보다. 그런데 다른 이유가 아니라 코로나 때문이니 그걸 뭐라 할 수가 없다. 정부 시책에 따라 공연장을 문 닫으라고 하면 공연이 취소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공연은 공연이 불가하니 계약이 파기되는 거다.


조훈성 : 계약 파기에 따른 보상은 없나?


김인경 : 없다. 거의 천재지변이지 않나. 후배 같은 경우는 국립국악원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계속 미뤄지다가 결국 내년에 1순위로 올리는 조건으로 연기됐다.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그런 약속으로 넘어가는 경우다. 연극하는 사람들은 판에 올라가기 위해서 많은 기간 동안 준비를 해야 한다. 모여서 연습도 해야 되고 연습하다 밥도 먹어야 되고 의상도 준비해야 되고 소품도 보완해야 된다. 이게 다 제작비의 일부다. 공연이 취소돼버리면 극단, 단체의 제 살 깎아먹는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공연을 못해 돈을 못 받는 것보다 그 과정 비용에 의한 타격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조훈성 : 작품준비를 하다 취소되면 다른 작품을 준비할 수 있는데 계속 연기돼버리면 다른 작품까지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거 같다.


김인경 : 그렇다. 내가 구미에 있는 극단, 진주에 있는 극단하고 작업을 하는데 이 두 팀은 전업 배우들을 데리고 있다. 그런데 올해 공연을 계속 못 했지 않나. 그러니까 두 극단 대표가 배우들이 불안한 멘탈을 관리한다고 초기엔 다 같이 등산을 하거나 선생님을 모셔서 트레이닝을 했다. 금세 사그라질 거라는 믿음으로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단기로 버틴다면 버텨내 수 있는데, 돈이 들어오는 데가 없는데 트레이닝을 할 수 없지 않나. 그리고 월급도 줘야 된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하려던 극단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조훈성 : 구조상 그런 것 같다. 프로젝트 형식의 극단이 아니라 상주 단원들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외부에서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 상황에서는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인경 : 유럽의 서커스팀이 극장 앞에 유리창을 만들어서 관객 두 명 앉혀놓고 서커스를 한다고 했다. 그렇게라도 하는 이유가 서커스를 하는 사람들은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몸을 안 움직이면 코로나가 끝난 다음에도 못 한다는 거다. 나는 연극도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든다.

2. 예술가 개인의 삶과, 코로나19 이후

조훈성 :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작가에게 크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로 활동 중단이 이뤄지지 않을까하는 공포가 있을 수 있고, 반대로 괜찮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김인경 : 금세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하다가 도저히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이니까 여름 직전부터는 너무 불안했다. 모든 극장이 다 폐쇄되고 모든 공연이 다 취소되니 이게 지속되면 연극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 ‘그러면 나는 이제 뭐를 하지?’하는 생각이었다. 잠을 못잘 정도로 굉장히 불안했다. 연극이 없어지면 영화시나리오나 방송드라마를 써야 될 텐데. 지금은 어쨌든 전업 희곡 작가로 먹고 살지 않나. 만약에 지금 내가 방송대본이나 영화시나리오를 쓴다고 바로 경제수단이 될 수 있는가. 거기에 대해서 확신이 없는 거다. 그러니 불안했다. 20년 동안 매뉴얼이나 시스템 안에서 관성으로 계속 작업을 했는데 연극이 사라질 지도 모르고 이 일을 더는 못 할 수도 있는 세상이 바로 문밖에 있는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연극에 대해 더 고민을 해본 거 같다.


조훈성 : 앞으로의 작품에 그것이 고스란히 투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인경 : 어떻게든 투사가 될 것이다. 다른 데서는 벌써 이런 팬데믹 상황을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하더라. 어쩔 수 없다. 연극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무대에 올려 같이 공유하고 고민해나가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전염이 퍼졌을 때 인간은 어때야 되는가? 인간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가? 전염병이 인간생활에 주는 것들에 대해 좀 더 철학적으로 고민을 해야 될 거고 그런 고민이 무대로 옮겨질 거다.


조훈성 : 생활에 관련된 질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긴급지원사업에 신청한 적이 있는가? 생활안전과 관련된 복지지원이라든지, 창작지원사업에 신청한 경험이 있는가?


김인경 : 전혀 없다.


조훈성 : 받은 경험이 없는 건가, 아예 신청을 하지 않은 건가?


김인경 : 신청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주어진 재원은 제한돼 있을 거고 나는 당장 굶진 않겠더라. 어쨌든 나는 당장 어렵지는 않았다. 재원이 무한정이라면 신청해서 받았겠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보다는 내가 상황이 나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사람, 저 사람, 다 예술가라고 지원금을 받아가는 것 보니까 생각을 잘 못한 거 같기도 하다. 물론 어떻게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정확하게 보고 지원을 하겠나. 진짜로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대전문화재단에서도 예술인 생계비 지원을 한 걸로 알고 있다. 분명 도움이 됐을 거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창작지원금 제도가 있다. 후배 한 명이 올해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연초에 대출 받을만한 거 다 받아선 시골에 땅을 사서 연습장을 지었다. 집도 그 옆으로 옮기고 열심히 다니려고 트럭도 샀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막막하게 돼버렸다. 패물이랑 아기 돌반지까지 다 팔려던 후배들은 이러한 생계지원금이나 창작지원금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좋았겠나. 주변에 너무 어려운 뉴스가 많다. 학교 예술강사 하는 분들이 많은데 학교도 문을 닫았지 않나. 그러니 정말 힘든 1년이었을 거다. 이런 지원조차 못 받은 사람들은 1년이 정말 지옥이었을 거다.


조훈성 : 공적지원이 한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김인경 :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내가 볼 때는 이런 식의 지원은 길게 못 갈 것 같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대부분의 지원 방식이 온라인, 비대면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임시방편인 것이다. 코로나를 이겨냈다는 말이 아니라 버티고 있다는 게 적절할 듯하다. 내게는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다. 동시대인들이 겪는 아픔이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다 작은 규모의 식당을 보면 얼마나 어려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다들 어렵게 지내니까 이 시대를 살면서 안 어려우면 반역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엇 때문이 아니라 누구나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거다.


조훈성 : 연극인으로서 ‘버팀’의 힘은 관객인가?


김인경 : 최근 진주에서 <염쟁이 유씨>를 했을 때도 같았다. 연극 좋아하는 사람들은 관객 받는다고 하면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에 연극은 연극쟁이들만의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의 힘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조훈성 : 한편으로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 세종에서 대한민국연극제를 하는데 지금 이 시기에 연극제를 하는 게 말이 되냐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민원인도 시민이지 않나. 바라본 관점에 따라 사람들이 다양한 사고를 한다는 건 당연한 건데, 내겐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김인경 : 올해 대전에서 진행한 ‘어린이연극축제’를 예로 들면 올해는 지원도 조금 받고 공공기관에서 전야제를 하기로 했는데 공공기간이 모두 휴관에 들어가는 바람에 못 하게 됐다. 결국은 자신들의 운영하는 공간 야외에 무대 두 개 만들어 놓고 축제를 열었다. 현장을 지켜보면서, 야외행사 통제가 쉽지가 않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 행사 내내 마스크 착용을 거듭 강조하고, 발열체크, 방문자기록,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문제없이 축제를 마무리 해냈다. 이제는 안전하고 즐겁게 공연을 보고 가는 데이터를 찾아서 모아야 된다.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공연장이나 야외에서 지켜야 될 지침과 데이터를 갖고 이후의 정책을 마련해야 된다.


조훈성 : 드라이브스루 콘서트나 행사 출입구 제한, 방역대책에 따른 행사 기획 등 멎어있는 것들을 움직이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 아닌가. 이런 부분들을 민간에서부터가 아니라 공공시설에서 먼저 조치하고 시행을 해서 민간에게 전달해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김인경 :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무엇이 안전하고 무엇이 위험한지에 대한 데이터들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일 년여의 경험이 있다. 내년을 준비할 때는 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디테일하게 만들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예 못하게 하는 게 있지 않나.


조훈성 : 우리가 제일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책임질 수 있어?’다. 또한 제일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하고. 처음에 코로나19가 유행이 되었을 때 아무도 그것에 대해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험이 생기면서 감당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범위나 정도가 생기지 않았나. 팬데믹 이후의 예술 활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으로 코로나 이후의 예술 활동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김인경 : 팬데믹이 지나고 나서 예술이든, 예술가로서의 나든, 전세계에 사는 사람이든 가장 큰 변화는 인식의 변화인 거 같다. 그것 말고 뭐가 그렇게 크게 변하겠나. 만약에 내일이라도 치료제가 나오면 걱정할 거 없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물적 기반이나 모든 시스템이 바뀐다는 것은 단기간에 해결 못한다는 것이다.


조훈성 : 환원되지 않을 무엇인가가 있다?


김인경 : 그렇다. 인식의 변화.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본인이 했던 예술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고민을 했을 것이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다. 사람들이 지금까지 불안과 공포, 좌절과 가난, 그리고 이 상황에서 고민을 하면서 바뀐 인식의 변화. 모두가 그러진 않겠지만 그런 식의 고민을 한 사람은 이전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거 같다.


조훈성 : 팬데믹 이후의 예술이 글로벌하고 초연결성으로 변할 것이라는 얘기도 한다. 언택트 시대에 새로이 생겨나고 만들어질 것. 처음에는 병균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했는데 이제는 사람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시대가 된 거 같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언제든 나한테 생명의 위험이나 생계의 위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괴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팬데믹 이후 작가의 예술 활동에 어떠한 변화가 올 거라는 생각이 드나?


김인경 : 연극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내 일을 할 것이다. 연극은 계속 이어져왔다. 예를 들면 옛날 미국에서 처음 텔레비전이 나왔을 때 대부분 브로드웨이 연극을 보여줬다. 아마 누군가는 연극이 곧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E-BOOK이 처음 나왔을 때 종이책 다 없어질 거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취향은 굉장히 다양하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시청하고 영화도 집에서 넷플릭스로 본다. TV 방송에서도 방청객을 못 앉히니까 ZOOM을 화상연결해서 보여준다. 그런데 내겐 그게 대단하게 보이지 않는다. 여러 가지 방식이 시도가 되겠지만 저마다의 예술활동이 천편일률적으로 통합되진 않을 것이다.


조훈성 : 언택트 시대에는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공개 될 것이고 사람들이 보고 거기에 맞춰 대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게 세계의 미래를 재단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이야기는 ‘연극은 연극의 길로 갈 것이다’라는 말인가.


김인경 : 그렇다. 아마 대규모 뮤지컬은 이런 것들이 힘들 거다. 무조건 관객을 받아야 유지가 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소극장 연극은 조금만 더 고민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해소해나간다면 분명히 살아나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훈성 : 사회적 거리두기가 ‘딥다이브’를 만들어낸다고 하더라. 아까 말한 인식의 틀들이 어떤 부분에서는 이전의 표면적이고 겉핥기식보다 좀 더 깊이가 있어진다고 들었다. 예술 활동에서도 팬데믹 이후의 그런 부분들을 기대해도 되나?


김인경 : 그렇다. 결국 모든 예술이 인간에 대한 고민이고 성찰이다. 병균 앞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오만이 많이 없어졌다. 인간에 대한 성찰은 훨씬 더 다각도로 심도 깊게 들어갈 수 있을 거다. 그 가운데서 예술을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이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할 것이고 문학이나 연극, 그림, 음악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글로벌은 랜선으로 연결된다. 서로가 오가지 않아도 가능한 인류가 만들어낸 성과임이 분명하다.


조훈성 :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와서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 있든, 누구든 그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변화다.


김인경 : 정말 경쟁력 있는 곳은 그렇게 해서 살아남을 것이다. 그 경쟁력이라는 것이 잘 만들어야 되는데 잘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모든 영세한 극단, 창작자들이 그걸 다 할 수 있나. 덧붙여 모두에게 연결되어 있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에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굉장한 폭력이 될 수 있다. 어떻게 거기에 나가서 다 성공을 하겠는가. 되는 것만 된다. 그러면 오히려 유명한 것만 더 유명해지는 것이다.


조훈성 : 팬데믹 이후, 문화 트렌드나 예술 활동의 트렌드라면, 변화된 세계에 모든 것들이 거기에 맞춰져서 획일화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과의 소통이나 만남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거라고 얘기를 했다.


김인경 : 관객의 소중함을 너무 확실히 알았다. 대전은 이전에 그다지 자리 잡지 못했던 예매문화가 이제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가 가고 또 올 수도 있지 않나. 이를 대비해서라도 공적인 소극장이 두어 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면서 전염병이 창궐할 때도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최적화된 공연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조훈성 : 온라인 제작 지원이나 온라인 상영, 온라인 유료화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는데 창작자와는 현재 뗄 수 없는 문제다. 온라인 제작 지원이나 상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김인경 : 온라인 제작을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봤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연극을 온라인으로 만들려면 많은 것이 바뀐다. 연출, 분장, 조명이 달라져야 되고 연기 스타일도 바뀌어야 된다. 비상시에는 그렇게라도 해야겠지만 연극은 기본적으로 그 공간 안에 가서 보는 거다. 배우도, 관객도 끊어 볼 수가 없다. 촬영은 끊어 볼 수가 있다. 연극은 시작하면 운명 공동체같이 끝까지 같이 가야 된다. 연극이라는 게 사실 앞부분이 지루하다가 마지막 3막에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느낀다. 극장 들어가면 그게 가능하다. 그런데 영상으로 보면 지루한데 누가 뒤까지 보겠나? 어떤 사람은 그 동안 기록되지 않았던 연극이 이제 기록화되는 거라고 얘기를 한다. 그 기록해 놓은 걸 ‘연극’이라고 보는 건 어폐가 있다. 오히려 기록되지 않은 천 번의 각기 다른 공연이 연극의 장점이고 매력이고 본질이다. 굳이 영상화해서 기록으로 남겨서 좋은 건가 다시 한 번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조훈성 : 마치 연기가 사그라지는 느낌이다. 영화는 어떤 부분이든지 계속 터지는 게 있어서 멈췄다 보든 다시 앞으로 건너가서 보든 리얼함이 있다. 연극은 그런 것이 아니다. 신기루처럼 앞에 있는 것들을 끊으면 사라져버린다. 김샌다고 하나? 그런 게 확실히 있다. 요새 포털에서는 작품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 유료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나?


김인경 : 만약에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실시간 스트리밍인 것 같다.


조훈성 : 시대에 위로와 공감을 주는 게 예술인데 그 예술이 없어지면 위로와 공감을 받을 데가 없어지는 거다. 코로나19로 우리는 오히려 ‘사람’을 더 잘 돌보게 된 것 같다. 세계를 보는 눈이 좀 달라진 것도 같다. 긴 시간 인터뷰 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다.



▲ 조훈성 인터뷰 워드 크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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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성 (연극평론가. 《한국연극》편집위원으로 있으며, 대전광역시 테미오래 문화공동체팀장으로 다양한 전시공연 행사 등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