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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기록

김지영

'삶 속에서 판을 만드는 판소리꾼'

  • 인터뷰이 김지영(극단 꼭두광대 공동대표, 판소리)
  • 인터뷰어 민경은 (문화기획자, 여러가지연구소 대표)
  • 2020년 11월 16일
  • 청주 가경동

삶 속에서 판을 만드는 판소리꾼

11월을 딱 반절 보내버린 날, 신규 확진자 수가 꾸준히 1백 명 대를 유지해 오다가 이틀 연속으로 200명대로 오름세를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 며칠 간 마음이 조금은 평온했었다. 1.5단계로 격상되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넘치는 가운데 소리꾼 김지영을 만나기 위해 청주로 향했다. 약 3년 간 충북에서 문화예술교육 관련 연구와 실험, 컨설팅을 하면서 김지영 선생님을 알게 되었는데, 안부가 궁금하던 차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직하고도 진한 목소리의 그녀와 묵직하고도 진한 포옹을 나눴다. 참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새롭게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인터뷰가 끝나면 바로 영어 학원을 가야한다고 했다. 아침 일찍부터 세 자녀를 챙기고, 극단 살림과 곧 무대에 올라갈 창작 작업을 하면서 바쁘게 일과를 보냈을 터였다. 그런데, 저녁 뉴스 시간에 영어학원이라니, 샘솟는 열정 에너지의 근원이 궁금하고 놀라웠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소극장을 만들었어요.”

올해 초, 소극장을 만들고 등록했다. 이름은 ‘꼭두 판타지 극장’이다. 6년 전 청암탈출골(대표 김지영)을 조성하고 극단 꼭두광대(대표 정철기)가 외부 초청공연에 응답하느라 미뤄왔던 것을 비자발적 멈춤 속에서 열게 되었다. 손수 실측을 하고 자재를 고르고 날라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에너지 덕분이었을까. 코로나로 인해 멈출 수 밖 에 없었던 판소리 모임이 소극장을 달구고 있다.

“목요일마다 모였던 판소리 모임(목판)이 화요일 판소리 모임(화판)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어요.”

소극장 운영을 유유히 흘러가는 대로 해보고자 힘을 내려놓아서였을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상황에서도 판소리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 사람들에게 응답하며 판이 새롭게 꾸려졌다. 화판은 새로운 구성원들이 대다수이다. 기존에 목판에 모였던 지역 사람들은 다른 취미를 향해 흩어졌다. 매주 화요일마다 거창, 오창, 충주 등 각지에서 ‘꼭두 판타지 극장’에 모여 걸쭉한 소리판을 벌인다. 소극장이 등록을 마친 5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극단 꼭두광대는 인근 동네 증평에도 자주 오간다. 증평 문화회관에서 상주단체로 활동하고 있고 그 외에도 다년간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공공기관이 폐쇄되면서 대부분 청암탈출골과 그 내부에 있는 소극장을 활용하고 있다. 그 덕분에 그 동안 미뤄놓았던 소품전시도 열고 있다. 김지영 선생님은 오랜 시간 비워져 있었던 갤러리 공간이 채워졌다며 웃는다. 전시를 시작하고 나니, 잇달아 전시 기획도 진행된다는 김지영 선생님의 목소리가 밝다.


계속되는 변경과 취소에 매우 힘이 들고 빠지기도 했을 것이다. 올해처럼 예산 변경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비대면 콘텐츠 제작을 요구하는 터에 촬영 비용을 조정하며 촬영과 스트리밍 작업을 했다. 하다 보니, 촬영 기술과 디지털 환경에 대한 관심을 안가질 수가 없다고 한다. 전통연희를 잘 담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탈과 무대 제작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대한 열망으로 뻗어나갔다. 관객을 만나는 방식이 변할 것이기에 무대와 소품도 변해야한다며 새롭게 시도할 작업 계획을 차근차근 세우고 있다. 이전부터 고민했던 무대와 소품에 대한 고민이 멈춤의 시간을 맞이하며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 10월에 올리려 했던 창작 공연이 있어요. 일정에 계속 변경이 일어나서 결국에 12월로 옮겼어요. 갑자기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무대를 세팅하고 촬영하는 시간도 겨우 만들어 냈어요. 코로나와 관련이 있는 극인데, 이름은 <바람을 먹는 아이>예요. ”

김지영 선생님은 코로나 상황에 비추어 <바람을 먹는 아이>라는 창작극의 극작을 하고 극단 식구들과 함께 연습하고 있다. 사람의 곁을 이야기하는 극, 사람 간의 정을 감각한다는 것에 대해 관객과 함께 사유하는 극, 그리고 팬데믹 상황에서 김지영 선생님과 극단 꼭두 광대의 바람을 담은 극이라고 한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닫혀있던 공공극장에 무대를 만들고 리허설을 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기나 긴 시간과 과정, 끊질긴 설득 끝에 시간과 공간을 겨우 마련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는 텅 빈 극장에서 촬영을 한다. 관객석이 비어있는 극장에서 촬영을 하면서 관객과의 만남, 창작의 방식에 대해 다시금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는 김지영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공극장이 우리 일상 안에 굳건히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과 당장, 크리스마스에 극단 꼭두광대의 창작극 <바람을 먹는 아이>의 1인 관객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김지영은 40대 초반의 소리꾼이다. 전통연희를 연구하고 창작하고 있는 극단 꼭두광대의 공동대표이며 청암탈출골의 대표이다. 어린 시절부터 명창 고 한농선 선생님의 제자로 판소리를 시작하였고 탈춤을 추는 남편과 함께 부부극단을 시작하여 지금의 극단 꼭두광대를 만들었다. 탈춤과 판소리를 접목시킨 공연을 전통기법을 중심으로 창작하고 탈과 인형 그리고 우리의 춤사위와 지역의 내용을 담은 다양한 작품을 만들며 창작 공간인 청암 탈춤골을 충북 청주에서 운영하고 있다. 탈춤, 탈, 인형, 전통연희, 창작 판소리 등이 어우러진 전통 창작극인 <왼손이>, <우주이야기>, <떡보> 등 을 만들었다. 2020년 현재는 <바람을 먹는 아이>를 창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극장인 ‘꼭두광대 판타지 극장’을 개관하며 판소리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그 밖에 문화예술교육 기획 및 국악 예술 강사 활동을 하고 있다.



민경은 : 꽤 어린 시절에 판소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데뷔는 언제며, 무엇으로 했나


김지영 : 데뷔를 말하기가 애매하다. 판소리 외에 예술 활동이라고 한다면 2001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려서부터 판소리를 해서 고등학교 때도 무대 위에 많이 섰다. 대학 재학 중에도 계속 공연을 했다. 판소리 공연에서 필요한 어떤 대목에 대한 요청이나 한 두곡 정도 공연 의뢰가 있으면 객원으로 참여하는 일을 했다. 대학교 졸업 하자마자 2001년도부터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예술 강사를 시작했다.


민경은 : 어린 시절부터 예술 활동을 해오면서 단절 기간이 있었나?


김지영 : 나는 단절 기간이 없다. 현재 자녀가 셋인데, 첫째 낳고 한 달 반, 둘째 낳고 한 달 반, 셋째 낳고 한 달 반 산후조리차 쉰 것 외에는 공백기가 없다. 출산 바로 전날까지 공연을 했다. 첫째를 12월 말에 완창을 하고 2월 초에 출산했다. 둘째 낳기 한 달 전에도 완창을 했다. 셋째도 마찬가지다. 12월에 있는 공연을 다 끝내고 보름 후에 출산했다. 그래서 세 자녀 모두 병원이 아닌 조산원에서 낳았다.


민경은 : 만삭의 몸으로 완창을 했다니 놀랍다. 그렇다면, 올해 코로나 19 팬데믹이 그 동안의 예술 활동 중에 가장 긴 단절이 되었을 것 같다.


김지영 : 그렇다. 2020년 한해를 돌아보면 중간 중간 멈춤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들을 평소와는 다르게 메우려고 작은 시도들을 해본 것 같다.

1. 극단 운영

민경은 : 코로나 19를 겪으며 극단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김지영 : 올해 초에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2월부터 두 달 반 동안 소공연장을 만들었다. 이름은 ‘꼭두광대 판타지 극장’이라고 지었다. 극단 식구들과 직접 설계하고 재료를 구하고 우리 손으로 공사를 했다. 허가는 5월에 나왔다. 그리고 6월부터 11월 지금까지 매달 두 번째 주 금요일에 ‘맞섬’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로 지치고 만남의 기회를 잃은 사람들과 맞대보고 싶고 이 상황 앞에 맞서보고 싶어서 만든 일이다. 나에게 소리를 배우는 분들의 공연과 초청 공연 등 매 달 공연을 기획해서 올렸다. 그리고 학교 예술 강사를 오랫동안 하고 있는데, 4월 중순경에는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라는 안내가 내려왔었다. 내 주변 국악 예술강사 중에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청암탈춤골에 10여명 정도 국악 예술강사들이 모여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민경은 : 청암탈춤골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면서 소극장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김지영 : 우리 극단의 공간이 있는데 공연은 외부 초청 공연을 주로 해왔다. 그동안은 보유하고 있는 공간을 활성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있지 않았고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에 부지런히 응답해왔다. 그러다가 코로나 19로 멈추는 시간이 주어졌다. 잡생각이 많아지고 불안감이 커지니까 몸이라도 움직이자며 노동을 시작했다. 이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우리들의 활동을 사람들이 직접 보러 오도록 하는 기반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탈과 인형, 소품 모두 손수 제작하는데 이를 전시하면서 전시실로도 활성화시킬 생각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경은 : 올해 극단 활동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고, 연습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김지영 : 꼭두광대가 증평 문화회관에서 상주단체로 2019년부터 작업하고 있고 올해 2년차다. 5월부터 공연이 올라갈 계획이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아서 증평 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지 못했다. 공연장은 전면 폐쇄에 들어갔다. 연습은 우리 공간인 청암탈춤골에서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출 때 마스크를 착용하기가 매우 힘들어서 가끔 뺄 때도 있었다.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배우들과 약속을 만들었다. 외부공연 다녀올 때 휴게소에서 식사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귀가하기로 했다. 연습으로 모일 때는 철저하게 소독하고, 발열체크를 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커서 코로나 19에 대처하기 위한 약속들은 불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무리하게 연습을 잡지 않으려고 마음을 내려놓기도 했다. 우리 극단 구성원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전방 10km내외에 모여 살기에 되도록 만났고 줌은 활용하지 않았다. 악보와 대본, 무대 점검 사항, 소품 제작 상황에 대한 것은 카카오톡과 메일을 활용했다. 연습을 무리하게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내려놓았지만, 역시 연습 시간을 맞추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예전에는 약속을 어길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구성원 중에 누군가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거나, 외부 공연 및 업무를 하고 다녀왔는데 확진자 동선과 겹친다거나 하는 불안 요소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연습을 취소해야했다.

2. 공연 활동

민경은 : 소극장을 만들면서 판소리 중심의 공연을 시작했다. 올해 공연 활동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김지영 : 올해는 매우 소극적이긴 하지만 공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상주단체 지원사업과 영•유아문화예술교육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활동들이 아니었다면 상반기 공연이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꼭두광대는 축제와 학교로부터 의뢰받아 진행하는 외부 초청 공연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학교 초청은 한 건도 없다. 8월에 오래 전부터 관계를 맺어 오면서 여름에 연극수업을 진행해왔던 강릉의 용현사에서 한 공연이 첫 외부 공연이었다. 판소리 중심의 공연은 ‘화판’이라는 이름으로 4년 전부터 내게 판소리를 배우기 위해 모였던 화요일 판소리 수업 모임이 있다. 코로나 19를 맞이하면서 ‘목판’으로 바뀌어서 ‘목요 판소리’ 수업을 하고 있다. 두 시간 정도 판소리를 수업하는데 서울에서도 오고 거창에서도 오고 충주에서도 오고 각지에서 모인다. 소극장이 마련되면서 이들과 함께한 수업이 공연으로 연결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초청공연을 하기도 한다. 나 스스로도 판소리에 조금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민경은 : 초청공연이 많이 줄은 가운데 올해 기억나는 초청공연이 있는가


김지영 : 어제, 11월 15일 일요일 <왼손이> 공연을 야외에서 했다. 과수원이었고 완전히 비탈길에서 했다. 등산 공연이었다. 엄청 힘들었는데, 8월 이후로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었고 또 야외에서 바람을 느끼면서 하니까 너무 힘이 났다. 100여명 정도 모인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디. 우리의 공연은 계속해서 관객들과 주거니 받거니 한다. 그것이 잘 되니 참 재미있었다. 현장성과 관객의 호응을 받아서 진행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다시 새롭게 하게 된다. 힘을 많이 받고 돌아왔다.


민경은 : 극단 꼭두광대가 소극장을 만들면서 자체 기획 공연을 이어가고 있듯이 민간극장은 계속 운영되고 있지만 공공극장은 계속해서 문을 닫고 있다. 상주단체로 있는 공공극장과 그 밖에 관계하고 있는 공공극장과는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어떻게 대응해왔나.


김지영 : 충북 영•유아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준비했던 공연은 증평문화회관을 공간 기반으로 기획했던 것이다. 결국에는 증평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한 번도 못했다. 참여 유아들을 청암탈출골로 초대해서 진행했다. 8.15 광복절 이후에 코로나 19가 극심해지기 전에 서둘러서 마무리를 했다. 회차를 줄이는 대신 시간을 늘렸고 옷, 도구 모두 방역을 철저히 해서 진행했다. 상주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증평문화회관에서는 다가오는 12월에 <바람을 먹는 아이>라고 하는 작품을 올린다. <바람을 먹는 아이>를 쓰고 공연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로 인해 생긴 감정과 소통의 형태가 바뀌고 만남의 형태가 바뀌어도 인간이기에 겪어야 하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다. 불과 1년 전인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의 세상을 판타지의 세상으로 놓고 팬데믹 상황을 일상으로 설정하여 창작하는 중이다. 10월에 첫 공연을 증평문화회관에서 하고 한 달간 수정 보완해서 11월에 공연을 올릴 계획이었다. 8.15 이후 심해졌을 때, 연습 날짜가 많이 확보가 안되어 공연을 미뤘다. 문화재단에서는 온라인 송출을 권했다. 촬영 예산이 따로 잡혀있지 않았기에 상황에 따라 수정하면서 진행했다. 올해는 예산 수정이 꽤 많았다. 증평문화회관에서는 하루만 공간을 오픈하겠다고 해서 군청 문화과와 충북문화재단에 연락을 해서 증평문화회관에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공연 셋업 날짜를 확보했다. 12월 24일에 무대 셋업 및 리허설을 하고, 12월 25일일에 온라인 송출용 촬영을 한다. 계속해서 내부 논의와 사업 관련 담당자들과 소통하면서 대처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민경은 : 공연 변경 및 취소에 따른 대처는 어떻게 해왔나


김지영 : 증평문화회관은 증평군의 시설과 담당이다. 증평군청 내부에서 회의를 거치고 바로 담당자와 우리 극단이 회의를 하게 되는데, 증평군이 정한 안전관리 지침과 공공 공연장 안전관리 지침에 따랐다. 극단 내부만이 아니라 사업 담당자와도 모집관련해서 빠르고 긴밀하게 회의를 한다. 왜냐면, 오창에서 증평까지 40여명 정도가 관극을 하러 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취소 사태에 따른 대응이 중요하다. 공연이 취소될 때는 예매신청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안내하고 소통하기도 했다. 지금도 계속 변경에 따른 소통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6월 <백두산 호랑이>, 8월 <떡보>는 공연실황 녹화를 했고 9월 <왼손이>는 700석 규모 공연장에 50명 만 초대해서 공연하고 촬영하고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했다.

3. 온라인 영상콘텐츠 제작

민경은 : 공연실황 녹화 및 유튜브 생중계는 어떻게 운영되고 관리 되었나.


김지영 : 촬영은 공연과 다르게 다시 찍을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잘 안 나온다. 다시 찍고 또 다시 찍고 욕심을 내게 되더라. 그런데 결국 처음이 제일 좋았다.(웃음) 관객이 대꾸해주는 반응이 없어서 기운이 안나기도 하지만 호흡을 쭉 끌고 이어가지 않으니까 반복할수록 기운이 계속 떨어지는 거다. 그래서 형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공연을 온라인으로 할 거면 공연 연출가하고 영상 연출가하고 같이 협업하는 방식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증평군하고 협력해서 들어간 거여서 증평군 유튜브에 일주일 올리고 내렸다. 일주일 동안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길다. 온라인 공연은 스트리밍이 가능한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차차 논의 및 협의가 필요하다.


민경은 : 계속된 공연 취소와 변경에 따라 촬영을 하게 되면서 촬영 기법과 영상 제작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아졌다.


김지영 : 그렇다. 전통연희를 잘 담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 있다. 우리는 탈을 쓰면 거의 눈을 감고 공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탈의 구멍도 작지만, 정면 무대이기에 탈의 옆면과 뒷면을 보여줄 수가 없다. 탈을 쓰고 춤추고 노래를 하면 숨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탈속에서 갖은 애를 쓴다. 숨소리가 크게 나가면 촬영을 멈추고 다시 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예술적 감흥으로 이끌었던 공연이 촬영을 위한 기술과 체력에 맞춰진다. 기술에 관련해서 더욱 탐색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야 하는 시기를 맞이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4. 코로나 19에 대해

민경은 : 코로나19를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때는 언제이며 이유는 무엇인가


김지영 : 학교에서 예술 강사를 하면서 가끔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살짝 내릴 때가 있다. 강의하면서 숨이 차니까 은연중에 내리게 되는데, 아이들이 격하게 반응을 해서 놀란다. 안전 수칙이 점점 강화되어서 ‘중간에 물 먹고 오게 하지 말라.’, ‘애들이 만약에 화장실 가거나 물 먹고 들어왔을 때 마스크 확실히 돼있는지 확인해라.’ 등의 지침이 계속 추가된다. 아이가 필기구를 가져오지 않아서 내게 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내가 필기구를 소독을 해서 주기를 기다린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많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다. 서로 접촉하기를 꺼려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들 일상과 타인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된다. 안전이 제일 우선이기는 하다. 만났을 때 안전수칙과 공동체 내의 규칙을 공유하고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만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민경은 : 코로나 이후의 활동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가


김지영 : 아무래도 수입이겠다. 우리는 사업자가 있어도 소상공인이 아니다. 그래서 융자를 받을 수도 없다. 우리 같은 경우는 공간을 담보로 이미 90%를 대출받았다. 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알아보았고 보증보험회사에서 보증을 받아 은행에 갔는데 사업자가 아니라서 반려되었다. 결국 가족찬스를 썼다.


민경은 : 코로나19로 나온 긴급지원사업 받은 것이 있나.


김지영 : 충북문화재단으로부터 창작지원금을 200만원 받았고 충청북도로부터 긴급지원금 50만원을 받았다. 활동 기획을 한 시간보다 가난을 증명할 첨부 서류들을 발급받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민경은 : 코로나 19 이후에 이전에 비해 달라진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김지영 : 시간의 여유가 많아지니 심리적 안정 또한 생겼다는 이야기를 극단 식구들과 나누곤 한다. 경제적으로는 답이 없지만, 그 동안 바빴을 때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챙기지 못했는데, 더 깊이 서로를 보게 된다. 세 자녀들도 엄마가 무슨 공부를 해왔기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반대로 나 또한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특성과 취향을 새롭게 알아가기도 한다. 청암탈춤골 공간이 만들어진지 6년 가까이 되었는데 한 번도 와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방문이 많아졌다. 그래서 1층 갤러리에 전시를 한 번도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시간이 많으니까 함께 작업 했던 작가들의 무대 의상을 전시해 놓았다. 그 전에는 바빠서 미뤄놨던 게 있다면 지금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끄집어내보는 여유가 많이 생긴 거라고 본다.


민경은 : 팬데믹 이후의 예술 활동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지영 선생님과 극단 꼭두광대의 예술 작업에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김지영 : 김지영이라는 예술가 입장에서는 판소리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판소리에 대한 애정이 다시 올라왔다. 나는 판소리를 하면서 예전에 했던 것들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데, 카이스트에 있는 사촌동생과 함께 과학 기술과 융합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해 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꼭두광대 극단의 계획은 수제작으로 무대와 소품의 모든 것을 새롭게 구성해보고 싶다. 지금까지의 꼭두광대 무대미술을 보면 탈 같은 경우는 전통을 고수했었고 그 밖의 소품은 현대적인 미를 부가해서 제작했었다. 우리는 박탈을 주로 쓰는데, 떨어지면 그냥 깨진다. 똑같은 것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소품과 무대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다시금 새롭게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공연장 상주단체를 계속 해오면서 든 생각은 공연장에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객을 만나는 방법을 바꾸기 위한 작은 혁명들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주단체들이 쓰는 공연장들 대부분이 관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공연을 그냥 보는 구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부분의 모임은 50명 정도의 적은 인원 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관객들을 만나는 방법이라든가, 아니면 우리가 공연하는 방법이라든가, 제작 방법이라든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찾아보려고 한다. 아마 이번 창작 작품 <바람을 먹는 아이>도 그런 실험적인 무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경은 : 팬데믹 이후의 예술 활동의 변화를 예상하며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지영 : 우리 작업 자체가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기술과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이 많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빨리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은 조바심도 일어난다.(웃음) 그런데 또 그렇게 달려가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전통을 훼손시키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와 연결하면서 변화해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마음속에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의 작업 태도와 방향을 잘 만들어나가려 한다.


민경은 : 예술가, 공동체 구성원, 시민, 지구생태계 일원 등등의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정체성중에서 팬데믹 이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활동은 무엇인가.


김지영 : 지역 공동체, 극단과 극단 둘레의 창작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삶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아이 셋을 키우고 있고 청암탈춤골을 만들었고 올해는 꼭두 판타스틱 소극장을 만들었다. 소극장에 마을 주민들을 초대하며 새롭게 관계를 맺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문화생활 동향도 파악된다. 나를 만나는 예술가들이든, 마을 주민이든, 누구든 그럼 우리가 계속 어떤 관계를 계속 맺어야 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이번 코로나로 통해서 깊어졌다. 덧붙여서 관심의 공동체를 상상한다. 나의 관심이 뻗치는 곳과 접속하고 또 우리 작업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분들과의 로컬을 상상한다.



▲ 김지영 인터뷰 워드 크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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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은 (문화예술 커뮤니티 '여러가지연구소'의 대표이자 동명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작가로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자기 삶의 연구자가 되어가는 과정과 비정형적인 만남을 구성하고 때로는 맞이하며 나와 타인, 세상을 탐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