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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확인 가능한 것은 확진자 숫자 뿐'

  • 인터뷰이 김지용(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 프로젝트팀 이틀 대표)
  • 인터뷰어 김연재(연극창작자)
  • 2020년 11월 16일
  •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확인 가능한 것은 확진자 숫자 뿐

김지용은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이자 프로젝트팀 이틀의 대표이다. 2020년에 부산시립극단에서 계획한 ‘체호프의 해’ 기획공연과 어린이연극, 교육연극, 찾아가는 공연이 대부분 무산됐다. 민간극단인 프로젝트팀 이틀에서 기획한 <코뿔소>도 내년 2월로 연기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든 7월에 <갈매기> 공연을 연출했고, 체호프 단편 5작품을 엮은 <체홉의 이야기>를 11월에 예술감독으로 올렸다. 이외 부산금정문화회관 개관 20주년 행사로 의뢰받아 창작한 오라토리오를 두 차례 연기했다가 9월에 올렸다.


4월에 공연 예정이던 <벚꽃동산>은 연습이 50% 진행됐을 때, 운영 중단 지침이 내려왔다. 객원 연출과 객원 배우가 많이 참여했었는데, 계약서에는 없던 내용이지만 부산시립극단측에서 공연을 중지했기에 연습일수에 상계하여 인건비를 지급했다. 공연은 내년 7월로 연기했다. 7월에 공연한 <갈매기>에서는 원형무대를 카메라 15대로 촬영했다. NT LIVE처럼 제작해보려 했으나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상편집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으며, 영상화할 때 연극에서 중요한 건 소리인데, 나중에 합쳐서 들어보니 잡음이 생겼다. 이때 촬영한 것을 부산국제연극제에서 상영했는데, 조회수는 높았지만 끝까지 봤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공연에 참여한 인원들 중 단 두 명만 영상을 끝까지 관람했다.


11월에 공연한 <체홉의 이야기>는 2~30분 분량의 체호프 단편을 5명의 연출이 공연했다. 평소 공연연습 기간은 2~3개월이지만, 단막극이고, 코로나로 엄중한 시기이기 때문에 연습일정을 4주로 제한했다.


코로나로 예상 불가능한, 불확실성 속에서 작업을 했다. 그나마 공립이기 때문에 작업을 연기하는 ‘희망고문’이 가능했다. 민간극단은 회계 연도마다 지원금을 집행해야 하니 연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기약없는 작업을 해야하는 건 모든 연극인이 마찬가지였다.


예술감독으로서, 모든 사람이 본인에게 앞날을 물어보는 게 힘들었다. 만약 확진자가 발생하면, 방역지침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의 비난을 감수할 수 없었다. 이미 부산시립극단은 단원중심제 공립극단으로 단원 전체가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부산지역 예술인 안에서도 눈총을 받고 있었다. 부산지역 예술인 대부분이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며, 무방비로 팬데믹에 노출되어 있는데,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집단이라는 이유로, 팬데믹으로 인한 분노를 시립극단에 쏟고 있었다. 사적인 관계에서도 증오와 분노를 마주하기도 했다. 굉장히 곤란했다.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더욱 난감했다. 공연을 안 하면서도 월급을 받는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기관에 소속되어 있기에 공연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기관의 대처: 예술활동 중단, 요식주의

상위 기관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1/3은 재택근무를, 2/3는 출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분리된 상태로 연습을 할 수 없는 연극 장르만의 특성이 있었다. 전체가 모여 합을 맞추는 앙상블이 중요했다. 연극장르에 대한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사무직 중심의 지침이었다. 공공기관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공연예술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중단을 선택했다. 프로젝트팀 이틀 사업으로 부산문화재단과 소통을 했다. 공연 일주일 전에 극장측으로부터 공연중단 연락을 받았다. 재단은 공연을 상연하는 것 이외에 어떤 결과물로도 활동이 인정되며, 교육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것도 허용했다.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인정해주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연극의 3요소에 ‘관객’ 대신 ‘지원금’이 자리하고 있는 현실이 선명해졌다고 본다.

* 관객소외가 불러올 예술인 멸종

연극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관객(티켓)수익을 기반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이행돼야 하는데, 오히려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코로나가 보여줬다. 민간극단은 관객을 모집하는 것에 애쓰기보다는 증빙서류를 만드는 것을 중요시하게 된다. 관객이 공연을 보지 않아도 증빙서류만 제출하면 지원금을 집행할 수 있기에 민간극단에게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큰 재정적인 변화가 없다. 영상화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영상화는 모두 기록용에 지나지 않는다. 관객이 관람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영상물이 아니다. 라이브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며, 형식적으로 영상을 결과물을 올려서 지원금을 받고 사업을 끝내는 것은 관객소외를 불러온다. 관객소외는 장기적으로 보면, 예술의 존립에 큰 의문을 던질 것이며, 예술가를 지원금과 기관에 의존하게 한다.

* 극장

코로나로 시행한 띄어앉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에게 쾌적한 관극 환경을 조성했다. 관객이 극장을 ‘올 만하고 볼 만한’ 곳으로 인식한다. 생각해볼 만한 점이다. 현재는 극장을 만들거나 리모델링 할 때 관객수용규모만을 생각한다. 그런데 관객에게 중요한 것은 많은 관객 사이에서 보는 것보다는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다. 집에서 편안하고 편리하게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관람하는 시대에 극장도 관객에게 즐거운 관극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과 관련된 시설, 부대시설 등을 신경써서 관객이 꾸준히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지원사업

현재 작품 중심으로 이뤄지는 지원사업에서 예술인 중심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급여 형태로 지속적으로 예술인을 지원하는 제도/정책이 정착되어야 한다. 현재 산발적으로 시행하는 코로나 관련 지원사업 대신, 아무 조건없이 생존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지원금 전부를 환수한 뒤에 1/n로 배분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상상을 했다. 영상화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비대면으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영화이고, 예전에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극장에서 하는 행위를 촬영하는 형태가 관객의 외면을 받아서 없어졌는데, 왜 우리가 시대를 역행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던졌다. 또한 기술의 발달에 맹목적으로 전환을 촉구하기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지용은 40대 남성 연극인이다. 29세에 데뷔하였으며, 15년 동안 활동하였다.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극, 오페라, 뮤지컬 장르에서 극작가, 연출가로 작업하고 있다. 2006년부터 프로젝트팀 이틀에서 작품활동을 해왔으며, 2016~2019년 포항시립연극단 예술감독으로 재직했다. 2019년부터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재직하여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외 외부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김지용 :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이자 ‘프로젝트팀 이틀’(이하 ‘이틀’)이라는 극단 대표로 있다. 공공극장/극단의 예술감독이기도 하지만, 민간극단의 대표이기도 하다. 상임단원들은 겸직이 인정 안 되는데, 예술감독은 임기 후에 극단으로 돌아가 작품활동을 이어가야하니 허가해준다.


김연재 : 작품활동을 양 극단에서 하고 있나?


김지용 : 부산시립극단 임기 동안 ‘이틀’에서 연출은 자제하고 있고, 극단 운영과 제작 분야에서 서포트를 해준다. 연출은 부산시립극단에서 하고 있다.


김연재 : 시립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김지용 : 부산시립극단 같은 경우는 단원제로 운영되고 매달 고정된 급여를 받으므로 단원 개인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진 않은 것 같다. 나도 그렇다. 공연을 못 할 뿐이다.


김연재 : 작품 상연 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월급제인가.


김지용 : 부산시립극단은 단원중심제 공립극단이다. 보통 공립극단은 작품 중심의 극단과 단원 중심의 극단으로 분류된다. 기본적으로 단원중심제는 단원의 존재가 확립돼 있기에 고정적으로 월급이 나온다.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이 다들 소속돼있는 것처럼. 오래전부터 있던 극단들은 단원중심제로 많이 확립돼 있는데, 최근 10년 이래로 생긴 국공립극단들은 거의 다 시즌단원제나 작품중심제를 많이 택하고 있다. 왜냐면 훨씬 돈이 덜 들어가니까. 실제적으로 작품에 돈을 투입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술감독제라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예술감독들이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다. 단원중심제에서는 소속 단원의 특성을 고려하여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 왜냐면 단원 월급이 고정적으로 나가니까. 출연시키지 않으면 예산낭비가 될 것이다. 물론 항상 부산시립극단 소속 인원 안에서만 공연하는 건 아니다. 작품에 따라 객원연출, 객원배우도 초빙해서 같이 작업한다. 심각할 때는 연습 자체를 할 수 없었다. 4월에 공연하기로 한 <벚꽃동산>은 연습이 50%쯤 진행됐을 때 시 당국에서 운영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왔다.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객원연출과 상임단원 10명, 비상임단원 10명 모두가 졸지에 그냥 연습을 멈추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래도 외부에서 섭외한 스태프들에게는 연습 기간에 상계해서 비용 지급을 해드렸다. 물론 조명이라든지 실제로 극장에 들어와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분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장을 못 해주지만, 연출이라든지 안무가라든지 연습 과정에 참여하는 배우, 조연출, 이런 분들은 연습 일수에 따라 상계해서 드렸다.


김연재 : 원래 계약서에 있던 내용인가.


김지용 : 계약서에는 없다. 근데 연습을 멈추는 주체가 우리니까. 천재지변에 준해서 계약내용을 해석했다. 부산이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변방이고, 예술인들이 살기 진짜 어렵다. 기회도 별로 없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너무 힘들다. 멈춘다고 해서 진짜로 멈춰버리면 아무도 살 수가 없다. 부산에서 투잡 안하는 배우가 거의 없다. 시립극단에 소속된 사람들이나 가족극, 아동극, 교육 쪽과 연계되지 않은,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렇기에 객원 창작자들의 보수는 어떤 식으로든 챙겨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분들이 다음 작업을 못 한다. 어쨌든 연극이나 예술 분야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멈춘 거니까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조금씩 상황이 좋아질 때, 민간극단은 공연을 시작하고 있었지만, 시립극단은 계속 대기 상황이었다. 국공립극장 같은 경우는 굉장히 엄격한 제한을 받았다. 4월 중순까지 재택근무를 했다. 지침이 2/3는 출근하고, 1/3은 재택근무를 하라는 거였다. 공무원들 근무방식이 적용됐다. 오케스트라단이나 국악관현악단은 파트별로 연습하는 게 가능했다. 악보를 기반으로 하는 재현적인 예술이니까. 반면에 연극은 집단예술이고 사람들이 다 있어야 한다. 앙상블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해야 하고, 연습 기간도 길다. 2/3만 출근해서는 작품을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오래 했다. <갈매기> 공연이 7월에 끝나고 나서 확진자가 폭증하는 바람에 또 한 달 반 정도 재택근무를 했다. 그런데 어제 오늘 또 확진자가 늘기 시작하고 있다.

1. 부산시립극단을 중심으로 둘러본 주변 상황: 갈등의 심화, 부산연극 플랫폼 중단

김연재 : 확진자 증가로 서울은 다시 극장을 닫을 거 같더라.


김지용 : 연초에 극장문 닫을 때는 길어봤자 3개월, 반년 내로 진정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폐쇄를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쉽게 못 받아들인다. 국공립 입장에서는 작품을 올려야만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월급은 나오는데 작품 활동은 안 하니까 사회 전체적으로 쌓인, 예술계 전체적으로 쌓인 분노를 시립극단이 받고 있다. ‘시립극단 사람들은 공연도 안 하고 재택근무하면서 잘 먹고 잘 사네’ 라는. 사실 평소에도 그런 공격을 많이 받는다. 워낙에 소득 수준에 차이가 심한 곳이니까. 일반 직장인에 비해서 많이 받는 것도 아닌데, 고소득이라는 인식에 눈총을 받아왔다. 코로나 상황에서 공격이 더 심해졌다. 그들도 잘못 됐다는 걸 알 테지만, 어쩌겠나. 지금 본인들이 너무 힘든데.


김연재 : 예술인 안에서도 갈등이 있는 건가.


김지용 : 그렇다. 그런 부분들은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있던 요소들이긴 한데. 팬데믹 상황에서 훨씬 더 극대화됐다. 그런 증오심을, 분노를 맞닥뜨렸을 때 참 곤란했다. 친밀한 동료 관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였으면 ‘철밥통’이란 농담에도 웃으며 넘어갔는데, 이번엔 넘어가지지가 않더라. 화가 많이 난다. 왜냐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는데,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는 사람인데,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하나.


김연재 : 원래 계획은 어땠나?


김지용 : 2월에 뮤지컬 <피터팬>(2.20~23)이 4회 예정되어 있었다. 작년 10월부터 어린이 배우 오디션을 보고, 12월부터 연습하고 있었다. 공연 한 달 전에 이미 1,000석 넘게 표가 판매되었다. 교육이나 아이들 공연은 늘 관객이 많다. 그러나 코로나로 취소가 됐고, 4월에 <벚꽃동산>(4.6~11) 공연을 6회 했어야 했다. 그리고 부산시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1만원씩 지원해서 공연을 보러가게 하는 교육연극이라는 게 있다. 그걸 겨냥해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국악가족극 <얼씨구 왕국의 삼총사>(4.16~5.4)를 만들려고 했다. 비상임단원 위주로 1/3쯤 연습했다. 음악연습은 다 끝났는데, 무산됐다. 슬프다. 시립극단에서 하는 찾아가는 공연도 중요하다. 극장에 못 오는 분들을 위해서 찾아가서 하는 공연으로, 올해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있는 요양병원으로 가려고 했다. 15~20회 계획했는데, 코로나에 걸려서 한 군데도 못 갔다. <갈매기>(7.3~12) 공연할 때는 코로나 확산세가 멈추고 문재인 대통령이 거의 종식 되었다고 말할 때였다. 10회 공연하고, 경주 국공립페스티벌에서 2회 공연했다. 객원배우를 많이 모집해서 공연했다.


김연재 : 일부러 객원배우를 많이 모집했나.


김지용 : 코로나와 무관했지만, 코로나 상황이 되니까 객원배우를 모은 게 잘 됐다 싶긴 했다. 단원중심제 극단이라 폐쇄성을 늘 지적받았다. 많이 예술인이 오고갈 수 있도록, 일단은 극단을 개방하고자 한다. 11월에는 <체홉 이야기>(11.12~14)를 했다. 원래 2020년 체홉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축제처럼 기획한 공연이다. 상황이 엄중하니까 축제처럼 되지는 못했고, 회식도 못 했고, 연습일수도 줄였다.


김연재 : 원래는 연습을 얼마나 하나.


김지용 : 프리프로덕션 빼고 보통 두 달 정도 연습한다. 창작극을 하게 되면 거의 세 달 연습한다. <체홉의 이야기>는 체홉이 쓴 단편소설 5작품을 각색해서 5팀이 올리는 것이었다. 각 팀별로 4주만 연습하라고 지침을 정했다. 5명의 객원연출과 23명의 객원배우, 시립극단 배우 9명이 함께했다. 한국연극협회 부산지회 회원이 300명이 넘고, 민예총에 200명이 있고, 두 곳에 등록되지 않은 배우들이 조금 있을 거다. 객원배우 23명이면 부산에서 활동하는 배우의 1/10은 될 것 같다.


김연재 : 2월에 특별공연 <피터팬>, 4월에 정기공연 <벚꽃동산>, 특별공연 <얼씨구 왕국의 삼총사>, 찾아가는 공연 <봄봄>. 네 작품이 취소됐다.


김지용 : <벚꽃동산>은 내년 7월에 할 예정이다. 올해 계획된 일정을 모두 소화했으면 50회 정도 공연하는 거였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쫄딱 망했다. 이달 말에 예정된 찾아가는 연극 <봄봄 >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학교 강당 같은데서 전교생이 관람했는데, 이번에는 하루에 2~3회 공연을 요구하더라. 1교시에 5~6학년, 2교시에 3~4학년 관람하도록.


김연재 : 공연 취소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


김지용 : 힘들었다. 다 그만두고 싶고, 진짜 미칠 것 같았다. 준비를 해놓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받아들여야 한다. 분노로 활활 타오르다가 누구한테 분노를 표하겠나. 아무에게도 분노를 표할 수 없다. 예술감독이 힘든 건, 모든 사람들이 나한테 물어본다는 거다. ‘하는 거예요?’ ‘네. 합니다.’ 이 말을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나도 내 말을 믿을 수 없다. 처음에는 ‘네. 반드시 합니다. 우리에게는 K-방역이 있고 우리가 마지막이 아닙니다. 우리가 마지노선이 아니니까. 우리 뒤에는 보건당국이랑 의사선생님이랑 병원이 있으니까. 우리가 최전선에 있는 전사처럼 안 움직여도 된다.’고 얘기했다. 우리가 연습하다가 누군가 확진을 받았다. 그때 우리는 멈추고 방역지침에 따라서 움직이면 되지 않나. 초반에 내 마음은 이랬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연습 안 해도 공연 안 올려도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는데, 왜 당신들은 하려고 하느냐’ 극단 이외 외부활동을 가끔씩 한다. 부산의 금정구에 있는 금정문화회관이 개관 20주년이라고 개관 기념 오라토리오를 만들었다. 그것도 8월에 하기로 했는데 밀려서 9월에 하기로 했다가 또 밀렸다가 10월에 근근이 했다. 그런 오라토리오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단이 30명이 있어야 되고, 합창단이 30명, 주역들이 10명, 무용수가 10명이 있어야 된다. 작년에 대본을 청탁받아 썼더니, 연출까지 부탁받아서 어렵지만 하기로 했는데, 계속 밀리고, 부산시립극단, 프로젝트팀 이틀, 다 밀려서 힘들었다.

2. 민간극단: 지원금 문제

김연재 : 민간극단인 ‘이틀’은 어떠한가?


김지용 : 이틀에서도 공연을 하나 하려고 했었다. 9월 추석 전에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코뿔소>라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중단됐다. 국공립극장이기에 극장측에서 공연을 못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 공연은 부산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고 하는 거였는데, 그 예산이 다음해로 넘어가면 사라지게 되는 거라서 복잡한 문제가 있었다.


김연재 : 민간극단 운영은 유지가 되나? 재단에서 지원금 받는 활동 대부분은 작품 상연을 전제로 하지 않나. 내 주변에서는 연습을 시작해서 제작비를 사용했는데, 공연을 올리지 못한 경우, 지원금 지급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었다. 열심히 준비하다 갑자기 중단되는 바람에 개인 관계도 조금씩 어려워지는 것들도 있었다.


김지용 : 민간극단인 ‘이틀’은 ‘프로젝트 팀’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틀의 단원은 각자도생이다. 각자 생활하다가 같이 공연 계획 세우고 1년에 한 작품씩만 한다. 그래서 예고를 하면, 자기 일정을 비워놓고, 같이 뭉쳐서 하고, 그리고 헤어지고, 다음해에 모이는 식이다. 그래서 코로나가 있든 없든 고정된 운영비가 안 나가니까 타격은 별로 없다. 근데 문제는 1년 동안 계획하고 준비한 작품을 못 한다는 것이다. <코뿔소>는 상연 일주일 남기고 취소됐다. 문화재단 쪽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제출하면 지원금 지급을 해주겠다고 했다. 홍보물까지 인쇄된 상황이었으니 증빙자료는 충분해 지원금은 받을 수 있었다. 교육프로그램으로 전환해도 지원금을 지급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확한 용도로 돈을 집행하는 게 아니니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굉장히 특수하고 특별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서 일단 내년 1월부터 다시 연습을 시작해서 2월 초에 공연하는 것으로 연기해 놨다. 해를 넘겨도 예산 집행하는 것을 재단이 인정해주겠다고 하더라. 만약에 2월에도 공연을 못 하게 되면,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서 팀원들에게 지원금을 나눠주겠다고 재단에 얘기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김연재 : 팬데믹 상황에서 공연 일정을 미룬다고, 다음엔 공연할 수 있다고 확실하게 보장할 수 없다. 나는 3월 공연이 7월로 미뤄지고, 또다시 변경될 뻔한, 기약 없는 상황에 힘들었다.


김지용 : 시립극단에서 <피터팬>을 올해 2월에 올리려 했다. 못 해서 8월로 연기했다. 못 했다. 내년 1월에 하겠다고 기안을 올렸다. 본부장님이 “내년 1월에 과연 가능하겠나?” 하시더라. <피터팬>은 아이들이 직접 출연하는 공연이기에 안 될 것 같더라. 1월에 공연하려면 지금 오디션 봐야 하는데, 지금은 못 한다. 그래서 “하기는 할 텐데 코로나가 종식되고 난 다음에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내년 8월로 연기시켰다. 임기 내내 <피터팬>이랑 같이 가고 있다. 그나마 시립극단이니까, 예산을 가지고 있으니까 기다릴 수 있는 거다. 민간극단은 이렇게 희망고문을 줄 수 없다. 회계 연도마다 잘려나가는 민간극단의 지원금 체계에서는 미루기 어렵다.


김연재 : 연습을 재개할 때마다 제작비가 계속 드는 것도 문제다. 연기할 때마다 제작비가 불어나는데, 지원금은 그대로다.

3. 코로나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 관객소외, 거리감, 관객이 찾고싶은 쾌적하고 안전한 극장

김지용 : 부산은 티켓 수익이 미미해서, 제작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연극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관객수익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구조로 이행돼야 하는데, 오히려 그것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작품 활동도, 관객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지원금을 받아서 써야하니 하고 있는 것 같다. 관객과 멀어지고 있다.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이다. 연극의 3요소 중에 관객이 들어가 있는데. 코로나는 이런 현상을 더 확실하게 보여줬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극단에겐 다르지 않다. 관객상황 측면에서는. 극단이 공연영상이라도 찍어서 증빙하면 관객이 보든 말든 지원금을 받게 된다. 스트리밍도 제대로 하려면 비용이 정말 많이 든다. 장비도 우수해야 하고. 나는 아직 공연 라이브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공연영상은 기록용일 뿐이다. 이번에 <갈매기>를 촬영했는데, 원형무대라서 카메라를 15대 썼다. 만들어보긴 했다. 영상은 NT LIVE에 뒤지지 않을 것처럼 내가 보기엔 괜찮았다. 근데 아니더라. 현장의 느낌은 절대 오지 않더라. 그런데 보통의 공연들은 카메라 1대로 SNS나 유튜브에 공연을 스트리밍 한다. 그렇게 하면 지원금이 나오니까.


김연재 : <갈매기>는 관객이 있는 상태에서 녹화한 것인가. 관객과의 관계 변화를 느끼나.


김지용 : 그렇다. 예전에는 배우들의 침방울이 보이는 게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배우와 관객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생각됐고, 비말이 조명에 비쳐 너무 잘 보이는 게 걱정됐다. 이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객석과 무대의 거리감에 대해서 고려해봐야 한다.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심리적인 것들. 옛날에 박정희 연출가가 만든 <철로>를 보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신나통 뚜껑을 열었을 때, 극장 전체에 신나 냄새가 확 퍼졌다. 무대 위에서 일어난 상황과 객석 상황이 그 냄새를 맡고 완전히 밀착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그런 연출기법을 구사하다가는 잘못하면 뭇매를 맞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코로나 이후에는 관객이 무대 쪽에 몰입하는 것을 잠깐 멈추는 것 같다. 몰입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머뭇거린다. 물리적인 것들로 강제를 했을 때 거부감도 있을 것 같다.


김연재 : 그렇다. 이제 극장 안 관객과의 물리적인, 심리적인 거리도 생각해봐야 한다.


김지용 : 또 하나는 관객들이 공연장에 와서 코로나 시대에 더 좋다고 한다. 편하다고. 더 쾌적하고 더 볼만하다고 얘기하더라. 공연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이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된다. 관객은 소극장에서 좁고 불편하게 관람한다. 그런데 극장 측에서는 리모델링할 때 극장 시설은 나아진 게 없는데, 객석 수 늘인 것만 얘기한다. 극장 규모만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게 지금 무슨 소용인가. 관객이 옆 자리가 비어 있고, 넓어지니 공연장에 올 만하고 볼 만하다는데. 회의감이 든다. 물론 서울 같은 경우는 다를 수도 있다. 워낙에 인구밀도가 높고 관객 수가 많으니까 부산이랑 비교할 수 없다. 서울에선 괜찮은 작품이라고 입소문이 나면 매진이 나니 좌석을 확대해야 할 필요를 느끼겠지만, 지방에선 그런 경우는 드물다. 시립극단이 부산지역 안에서는 가장 많은 예산을 들여서, 경력 있는 배우들,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데도 객석점유율이 평균적으로 60% 남짓 된다. 중극장이 800석 가까이 되는 극장인데 만석을 못 채운다.


김연재 : 맞다. 극장시설도 관객을 염두에 두고, 관객이 찾고 싶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김지용 : 관객의 쾌적함이라는 부분들이, 사실은 관객이 불안하기 때문에 공연장에 못 오겠다라는 거잖나. 근데 코로나 때문에 관람 여건이 쾌적해졌다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시대에 자기가 편안한 곳에서 감상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인데, 사람들 사이에 꽉 채워놓는 것은 좀 고려를 해봐야 할 것 같다. 극장 환경이나 그런 부분들. 소극장 주차에서부터 여러 가지 여건들, 부대시설들도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극장의 시설이 관객들에게 안 보이는 거니까. 안 보인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결국 그것들이 행위자들의 생존과 직결된다.

4. 지원사업

김연재 : 예술관련 지원사업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김지용 : 다 쓸데없다는 생각이다. 내가 선호하는 지원은 예술인패스처럼 예술인 활동이 증명되면 급여 형태로 지급되는 것이다. 적은 돈이라도 아무 조건 달지 않고, 전제조건 없이 생존을 위해 쓸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런데 현재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접촉해야 하고 뭔가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냥 줘라. 다 공연하지 말라고 막아놨으면, 지원금 전부 환수해서 참여자들에게 1/n로 나눠주면 된다. 나는 작품 단위로 지원금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 관이나 자본에 예속되는 방법 같다. 사람에게 돈을 줬으면 좋겠다. 예전에 칼럼에도 쓴 적 있다. 복지급여처럼 그렇게 줬으면 좋겠다.


김연재 : 생활의 안정이 있어야 작품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인가.


김지용 : 모든 복지의 개념이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생각이지만, 출산율 문제도 출산하면 아이 한 명당 매달 100만원을 줘라. 그럼 생활비 되고 그 안에서 다 된다. 한편에선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과연 그렇게 준다고 해서 일을 안 할까? 나는 일을 한다고 본다. 복지도 해결하고 출산율도 해결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게 해주고, 본인의 일이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거고. 그런 개념인 거다. 그러다보면 연극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고, 자기도 돈 벌고 그렇게 모아서 연극 만들 거고. 삶의 질이 해결이 되면 작품을 너무 많이 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나쁘지 않을 거다. 연극을 맨 처음 할 때 어떤 선배가 나한테 “연극이 등산이라고 생각을 하자. 너는 사람이냐? 산이냐?”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 예전에는 산이다,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다. 사람이 좋으면 굳이 등산을 안 가도 되지 않나. 연극을 안 해도 사람 만나면 되는데, 내가 연극을 하는 이유는 좋은 작품, 내 속에 들어있는 그런 것들을 무대에서 표현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내가 포항, 부산에서 예술감독으로 있다 보니까 공적인 극단의 역할을 생각하게 됐다. 내가 하고 싶은 작품만을 고집할 수 없다. 예전에는 당차게 “제 꿈은 부산시립극단을 코메디 프랑세즈(Comédie-Française)처럼 만드는 겁니다. 최고의 작품을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지금은 “부산시립극단이 터미널이 돼야 된다는 생각이다. 여기 소속된 분들이 굳이 최고가 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터미널이 돼야 되고 누군가가 자주, 많이 왔다갈 수 있게 해야 된다. 그게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공립극단의 정체성이다”라고 얘기를 한다. 그게 맞는 거 같다. 나도 왔다 가잖나. 여기 끝까지 있는 분은 상임단원, 배우들뿐인데. “터미널의 벤치, 매표구, 이정표면 충분하다. 여기는 내 거야, 나만의 공간이야, 이렇게 바리케이트를 치면 사람들은 발길을 끊는다.”고 얘기한다. 이게 공공극장에 소속된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극단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걸작들이 나올 수 있다.


김연재 : 연극을 영상화하는 지원사업도 활발하게 추진 중에 있다.


김지용 : 연극에서의 영상은 기록이면 족하다. 영상화를 하려면 형식적으로 연구가 되어야 한다. 영상으로 보는 집중력은 5분에서 10분이다. 이동하고, 다른 일 하면서, 일상의 빈틈에 채워넣는 건데, 연극은 기본 포맷이 90~120분으로 잡혀있다. 연극적 호흡으로 영상을 볼 수 없다. 여기에 맞는 무언가가 적용되면 살아날 수 있겠지만, 웹드라마 이런 것들도 못 들어오고 있다. 넷플릭스나 왓챠도 본 데까지 멈춰놓고 다음에 재생할 수 있는 형식이긴 하지만 아직 연극을 완전하게 영상으로 즐길 수 없다.


김연재 : 온라인으로 상영한 <갈매기> 반응은 어땠나?


김지용 : 반응이 있었겠나? 부산국제연극제에 <갈매기>가 초청공연이었는데, 코로나로 엎어졌다. 그때 부산문화회관에서 공연한 영상을 제공해달라고 해서 상영했다. 연극제 측에서 말하길, 조회수는 높았다고 하더라. 공연 기간 3일 동안 800뷰 정도 나왔다. 부산국제연극제 다른 콘텐츠에 비해 조회수가 굉장히 높았다고 얘기하는데 내 생각엔 클릭만 했을 거다. 130분짜리를 누가 볼까. 단원들에게도 물어봤는데, 2명 정도만 다 봤더라. 참여배우는 총 18명이었다. 본인들이 어떻게 찍혔는지 궁금할 텐데, 그들조차도 2명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온라인 상영 확인만 하러 들어가 본 거다. 그리고 영상 만들기는 굉장히 힘들었다. 전체 무대를 찍는 고정식 카메라를 빼면 카메라가 13대니까 한 씬에 맞는 걸 13개를 봐야 한다. 영상화시킬 때 연극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소리였다. <갈매기> 촬영 때 소리들을 배우별로 다 따로 담았고, 편집할 때 모두 합쳤는데 잡음을 잡느라 힘들었다.


김연재 : 그럼 비대면 예술활동은 전혀 생각을 안 하나.


김지용 : 비대면으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영화다. 영화가 있는데 연극을 영상으로 찍어야 하나. 역사적으로 보면 예전에 무대예술에서 영상예술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극장에서 하는 행위를 그대로 카메라로 찍던 형태가 있다. 관객이 외면해서 없어졌다. 근데 왜 우리가 역행해서 그 상황으로 가야 하는가.


김연재 : 영상매체는 소통이 가능하다는 기능을 부각하고 있다.


김지용 : 이미 소통은 잘 이뤄지고 있다. 현재 관객들은 자기 의사나 호불호를 표시하는 게 굉장히 강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표현한다. SNS에 작품명만 검색하면 개인적인 생각이 나온다. 옛날에는 그런 장이 없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생생하고 날카로운 표현들이 검색하면 나오니까 너무 힘들었었다. 너무 거르지 않고 오니까. 이것도 문제인 것 같다. 2007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외국과 동시공연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다. 외국의 한 도시에서 오케스트라단이, 한국에서는 그 음악에 맞춰 무용공연을 하는 식이었다. 시차를 극복하고 지구촌을 연결하는 획기적인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공연 중에 인터넷 연결이 안 돼서 중단됐다. 이런 문제들이 있다. 연극은 종합예술이고 참여하는 분야가 많은 관계로 변수가 많아 과정이 훨씬 복잡하다. 일본에 이런 직업이 있다고 한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영상편지를 남기는 거다. 그걸 편집하고 녹화해주는 일자리가 있다. 기술이 발전하니까 나중에 자녀들이 비석 앞에 가서 QR코드를 대면 날짜가 인식되고, 홀로그램으로 등장해서 그 시점에 맞는 영상이 나온다고 하더라. 기술이 발달되면 연극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뭘 위해? 차라리 시집 한 권 읽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김연재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달라.


김지용 : 확실히 반년이 지나면서 다들 팬데믹 상황에 노련해진 것 같다. 선택할 건 선택하고 가져갈 건 가져가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시립극단 예술감독으로서는 기획된 작품을 취소하고, 일정이 연기되었다는 답답함이 있지만 다행히 경제적으로 죽을 상황은 아니다. 단지 현장에 내재된 관습적인 부조리들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느낀다. 부족하나마 시립극단의 연극적 자원을 동료들과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나름대로 연구해서 찾고자 한다.



▲ 김지용 인터뷰 워드 크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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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 (작, 연출, 드라마터그, 월간 ‘한국연극’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