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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기록

성인수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이제는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게 뭔지를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 인터뷰이 성인수(만화가, 만화평론가, 온라인 독립만화서점 ‘사이드비’ 운영)
  • 인터뷰어 성상민(문화평론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상근활동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지털문화정책 석사 재학)
  • 2020년 11월 15일
  • 건대입구역 부근 카페 탐앤탐스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이제는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게 뭔지를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성인수 작가는 한국 독립만화 영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멀티 플레이어’이다. 2014년 스스로 독립출판사를 세워 자신의 작품을 낸 ‘창작자’로 처음 독립만화 활동을 시작한 그는, 독립만화를 비롯한 다양한 만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팟캐스트 ‘성인수의 만화클래식’을 만들었고, 뒤이어서는 만화 평론 활동과 함께 독립만화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리뷰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이드비’를 만들었다. 만화 전시나 강연을 기획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 활동 대다수는 결국 오프라인을 통한 소통이 뒷받침이 되는 것들이다. 오프라인을 통한 활동이 큰 제약을 받게 된 상황에서, 성인수 작가는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 코로나가 활동에 미친 영향

성인수 작가는 먼저 팟캐스트 녹음이 어려워진 것을 언급했다. 장소를 잡는 것은 물론, 게스트를 섭외하여 진행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게 되었다. 현재 독립만화가 제작, 출판 비용을 모으기 위해서 많이 애용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예년에 비하면 큰 폭으로 모금액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당연히 오프라인 행사 개최도 어려워졌다. 이전부터 준비했던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독립만화 소개 모임’은 당분간 불가능하게 되었다. 소규모 워크숍이나 수업도 중단되었다. 그가 올해 큐레이터를 담당하기로 되어 있던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형식이 전환되며 대대적인 변화를 겪어야 했다. 그는 별도로 다른 직장에 다니면서 독립만화 작업을 하고 있어서, 수입에는 큰 타격이 없다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 코로나19 유행에 대처하는 기관에 대한 입장

성인수 작가는 일단 코로나19에 대한 기관의 대처를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적어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는 평가를 보류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계속되었던 지원기관이 만화 창작 현장에 대한 인지가 낮은 문제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도 되풀이된 것을 아쉬워하였다. 대표적으로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전시 프로그램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대관비를 비롯한 여러 비용이 절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차액을 작가에 지급하는 고료로 전환하지 않는 것을 지적하였다. 이후로도 성인수 작가는 만화 지원기관들이 현장에 대한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지원을 빌미로 한 필요 이상의 간섭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피력했다.

* 만화계 전반, 코로나19로 어떤 변화가 생겼는가

코로나19로 많은 문화예술 활동이 영향을 받은 가운데, 성인수 작가는 물론 많은 만화 작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파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대다수의 독립만화 창작자들이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같은 독립출판물 유통 행사를 목표로 작품을 제작하는 상황에서, 행사 대다수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규모가 대폭 축소되었다.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작품 제작 편수가 줄고, 다시 작품을 구입하는 독자의 수도 큰 폭으로 감소헀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독립만화 판매 플랫폼 ‘사이드비’에 입고하는 작품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의 원인을 ‘오프라인 행사의 감소’에 있다고 판단했다. 작가의 심리나 생계 측면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앞서 언급했던 대로 성인수 작가는 독립만화 활동 이외에 생계를 위해 별도로 근무하는 회사가 있어서 생계 차원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 동시에 코로나19의 유행을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자신이 아닌 다른 작가의 경우 전반적인 일이나 작업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 활동의 변화는

성인수 작가는 코로나19의 유행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아무리 (전시장을 찾고 하는 움직임들이) 평생습관이었어도 멀어지면 그 뒤로는 안 찾아요..”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이 최소 2 ~ 3년간 계속 될 것이라 생각했고, 현재도 발생하고 있는 오프라인 행사의 중단과 제약, 온라인으로의 이행이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내년 활동 계획 상당수, 특히 전시에 대한 기획은 온라인에 맞춰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이전에도 작가 본인이 운영하는 ‘사이드비’나 온라인 만화 게재 플랫폼 ‘딜리헙’, ‘포스타입’ 같은 곳을 통해 독립만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성인수 작가는 코로나의 유행이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인수 작가는 이러한 변화가 낳을 부작용을 함께 걱정했다.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은 비용이다. 만화를 소개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제작하려 해도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스튜디오를 빌리는 것이 꺼려지게 되었다. 전용으로 사용하는 녹음실이나 장비를 구해야 안심이 되는 상황에서 당연히 구축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전시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시물을 감상하고, ‘굿즈’ 등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장갑을 비롯해 다양한 장비를 구매하는 것들, 아무리 대비를 잘해도 ‘무증상 감염자’가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까지 모두 신경써야 함을 지적했다.


그러나 성인수 작가가 제일 고민한 것은 온라인으로의 급격한 변화가 낳을 파장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고, 그 자본이라는 게 창작자의 입장에서 창작자가 주도되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다 판매자와 소비자 주도입니다.” 그는 온라인이 자본의 영향력이 오프라인 이상으로 많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 보는 동시에, 작가에 대한 존중과 예의도 더욱 감소할 것을 우려했다. 그런 고민을 끝으로 성인수 작가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하였다.



성인수 작가는 한국에서 ‘독립만화’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 중에서는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며 다채로운 움직임을 모색하는 작가이다. 그는 맨 처음에는 창작자로 데뷔하였지만, 한국에서 독립만화를 유통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스스로 독립만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 공간’이 되기로 했다. 독립만화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팟캐스트 ‘성인수의 만화클래식’을 꾸준히 진행하는가 하면, 독립만화 단행본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동시에 리뷰나 평론을 함께 지속적으로 게재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이드비’를 만들었다. 이후로도 부천국제만화축제나 여러 만화 관련 전시,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동시에 만화평론가 이재민 등과 함께 2018년부터 <만화 읽고 쓰다>라는 만화 비평 기획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근래 한국 만화는 물론, 독립만화 영역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창작 활동과 비평, 전시, 플랫폼 기획을 동시에 수행하는 문화 활동가이다.

1. 코로나가 작가 자신의 독립만화 활동에 미친 영향

성상민 : 그간 어떻게 활동을 해왔는가.


성인수 : 2014년부터 만화회사인 ‘인수니즘코믹스’를 세워서 처음에 웹툰으로 데뷔했다. 그다음에 책 작품 하고 싶어서 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국내 환경에서 1인 출판사가 예스24나 알라딘 이런데 책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더라. 독립서점들 안에서도 만화는 주류가 아니었다. 그것들을 감당하기 다 힘들어서 차라리 플랫폼을 만들자고 해서 ‘사이드비’라는 독립만화 온라인플랫폼을 만들었고, 그 이후에 여기저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다 보니 전시기획이나 큐레이팅, 이런 것들에 섭외가 많이 들어와서 ‘전진과 시간의 만화방’이라는 전시를 작년에 하게 되었다. 올해는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였던 ‘독립에서 독립하기’라는 전시 큐레이팅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18년에는 매년 ‘만화 읽고 쓰다’라는 만화비평도서를 여러 평론가들과 같이 내고 있으며, 그 사이에 ‘성인수의 만화클래식’이라는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간간이 여러 미디어 활동 같은 데서 섭외가 들어오면 그런 것도 활동을 하고 있다. 동시에 홍대에 있는 일종의 학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크(아티스트 커뮤니티)라는 곳에서 만화 관련된 강의 같은 것도 하고 있다.


성상민 : 팟캐스트나 ‘사이드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가.


성인수 : 독립만화시장에 처음 왔을 때 느낀 게 여기에는 작품만 있고 다른 건 아무것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모아서 파는 플랫폼도 없었고, 이들을 조명해주는 평론가나 이런 사람들도 잘 없었다, 평론가나 작가가 싸우거나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런 기사를 전문적으로 써주는 미디어도 없었다, 그래서 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지만, 그 문제의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기 때문에 아무도 나서서 하려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사람들, 동료들 끌어모아서 세팅을 하는 과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상민 :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1월 말부터 번지기 시작해 한국에서는 2월부터 서서히 퍼졌다. 본인에게 있어 코로나19는 본인의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성인수 : 일단 팟캐스트 녹음할 때 스튜디오 잡기가 어려워졌다. 혼자 녹음하는 건 상관없는데, 여러 사람을 모으는 경우에는 섭외가 잘 되지 않았다. 3월, 4월.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잘 안 되었다. 텀블벅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도 그 때를 기준으로 완전히 전멸하다시피 했었다. 오프라인 행사 같은 거,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많았는데, 그런 것들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무래도 독립만화라는 게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웹툰이랑은 다르게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사람들이 살 비비고 얘기하고 이런 방식인데 그런 것들을 하나도 할 수 없게 돼버렸으니까.


성상민 : ‘사이드비’나 부천국제만화축제와 같은 전시에서는 어떤 영향이 있었나?


성인수 : 사이드비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이다 보니 그것 자체에 대해서는 큰 타격이 있거나 그러지 않는다. 그런데 입고 작품이 줄고 있다.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 수 없으니까. 독립만화 작가들은 독립 출판물이 유통되는 한국 최대의 행사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기준으로 신작을 낸다. 그런데 올해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비롯해 행사들이 간단하게 치르고 사라져 버렸다. 그러니 당연히 작가에게 들어오는 돈들도 줄고 그러니까 작가들이 신작 만드는 것도 줄게되고, 다시 그 신작 중에서 괜찮은 작품들도 줄어든다. 제가 그중에서 선별할 수 있는 작품도 줄어 결과적으로 입고 작품이 줄었다. 부천국제만화축제 같은 경우도 처음에 오프라인으로 하려다가 여러 문제가 생겨서 온라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여러 문제들이 있었다.


성상민 :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성인수 :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독립만화 가지고 전시하는 파트를 맡았는데, 그러면 전체 예산이 있을게 아닌가. 그중 절반을 잘라서 오프라인 전시를 준비하는 데 쓰고, 절반은 작가들 원고료 쪽으로 사용했다. 올해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전시가 온라인으로 바뀌게 되면서 전시하기 위해 남겨뒀던 돈이 있다. 그럼 그걸 작가들 고료를 올리는 데 써야 한다. 고료가 올라간다는 게 적정금액을 받는 데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들이 받은 고료는 엄청나게 적었다. 올려야 되는데 그 돈을 그냥 다 가져가 버렸다.


성상민 : 지금까지 말한 것들이 그래도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진행한 기획들이었다면 아예 코로나 때문에 완전히 중단하거나 무기한 연기한 것도 있을 것 같다. 어떤 게 있을까.


성인수 : 첫 번째는 전시다. 올해 오프라인 전시를 3개 정도 준비했었는데 다 못했다. 동시에 항상 독자들한테 만화를 어떻게 읽느냐에 대해서 조금 쉽게 알려줄 방법이 없을까, 그것 때문에 2주에 한 번씩 모이는 모임 같은 거를 만들려고 했었다. 일반 독자들이 모여서 작품 리뷰하는 모임을 만들려고 했었는데, 당연히 못 했다. 그리고 소규모 워크숍이나 수업 이런 것들도 진행하려고 했었는데, 당연히 그것들도 못 한다. 사람 모이는 건 아무것도 못 한 거다.

2.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하여 생겨난 영향들, 그리고 고민들

성상민 : 비대면으로, 온라인으로 볼 수 있긴 하지만, 말씀대로 직접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직접 봐야 할 수 있는 작업도 있다..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게 굉장히 큰 거 같은데, 그런 모임이든 워크숍이든 안 될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


성인수 : 근데 이거는 절대적인 거라.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예 못 바꾼다’라고 생각을 하고, 그러면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뭘 할 수 있나.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게 뭔지를 찾아 한 케이스다, 솔직히 1월과 2월, 3월에 계속 확진자 나올 때까지는 저도 공포에도 많이 떨고 화도 났고, 사람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런 건 있었지만 4월부터는 정신을 차리고 지금부터 2 ~ 3년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지금도 계속 찾고 있다. 온라인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안에서 어떻게 조립/재정립해서 할지 길을 좀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그걸 고민하고 있다.


성상민 : 심정적인 변화 말고 올해 활동에 좀 도움이 됐던 것들이 있다면? 방금 전 답변에서 3 ~ 4월까지 감정적으로 동요가 있었다고 했는데 활동을 지켜낼 수 있었던 주변 사람이든, 그런 것들이 있었는지?


성인수 : 나는 내가 태생이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예술가 하려고 태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대가 제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에 몇 가지를 막는다고 해서 그것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냥 했다. 어디서 동력을 얻는 게 아니라, 내 자신한테 동력을 얻는 스타일이라 남한테 기대거나 누구 말을 듣고 이런 건 전혀 없고 내가 알아서 내 동력으로 움직인 것 같다. 근데 약간 힘이 되었던 것이 있다면, 나 말고도 포기하지 않는 작가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계속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작가들이랑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래도 내가 헛짓거리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던 것 같다.


성상민 : 작가님이 하신 활동 중 하나가 작품에 대해서 비평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그런 활동 같은 경우는 변화가 있었나.


성인수 : 원래 만화 쪽 비평 일은 잘 없다. 제일 위에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일을 많이 받고, 그 밑에 제 나이 또래에서 일을 많이 받는 사람은 한두 명 정도다. 저는 전문적으로 크리틱을 하거나 리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거에 대한 일이 줄고 늘고는 잘 없다, 다만 그런 건 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비평이 어떤 시대적인 상황, 그런 거에 의해 작품이 그 시대에 어떻게 부합하느냐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고 무게 중심을 두는 편이라 그런 얘기만 하고 있다는 게 다소 아쉽긴 하다,


성상민 : 작가님과 알고 지내거나 친한 작가들의 상황들은 전반적으로 어떤가.


성인수 : 일이 줄었다. 물론 지금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다른 외주들이 늘어났을 순 있다. 그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량을 충족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만화 제작 자체는 줄었다.


성상민 : 제작이 줄었다는 거는 그만큼 활동이라든가, 생계유지가 쉽지 않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을까?


성인수 : 그걸 모르겠다. 다들 만나면 ‘돈 없어서 미치겠다.’ 이런 얘기는 안 하니까. 다들 고고하게 앉아 있긴 하지 않나. 그래서 그런 걸 물어볼 수도 없고. 하지만 확실한 건 만화 제작 자체는 줄었다. 그래서 만화로서의 수입은 준 것 같다, 출판 쪽은 그렇게 생각한다.


성상민 : 작가분들 얘기를 하셨는데, 작가님이 보셨던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지금 상황을 극복하거나 버티려고 하는지?


성인수 : 일단 밖에 나갈 일이 원래도 잘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전보다 더 현저히 줄었기 때문에 돈을 더 많이 안 쓴다. 그런 상황이 있고. 그리고 외주는 늘었을 것이다. 왜냐면 온라인상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외주들이 늘었을 거라고 추측이 된다. 그런 것들을 해서 여기서 못 버는 분들은 거기서 충당해서 벌면서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대부분 그렇게 버틴다고 보시면 되고. 그분들이 딱히 어마어마한 대책을 생각해 내지는 못 하는 것 같고. 왜냐면 절대적인 거라. 일단은 그런 상황이다.

3.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유관 기관의 대처에 대한 단상

성상민 :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만화 영역의 대표적인 지원 기관이다. 올해 코로나19 시기에 이들 기관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그리고 이 시기에 그들 기관에서 적절한 지원을 하는 정책이 있었다고 생각하나.


성인수 : 정책은 아직 없다. 하지만 올해는 제가 봐도 그 사람들한테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 왜냐면 너무 급작스럽게 터졌고 예산은 이미 배정돼 있고 그 예산을 어떻게 돌려쓸지가 고민인 것뿐이다. 그 사람들이 도움이 되게 변화했나, 움직였냐는 2021년, 2022년 한 2년 정도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올해는 어딜 가나, 누구나, 나를 포함해서 다 패닉이다. 혼돈 속에서 이게 맞나?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그 사람들한테 너희 정책적으로 뭘 내놓지 못했어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


성상민 : 그 외에도 올해 서울문화재단 같은 지자체 산하기관이라든가 예술인복지재단 같은 국가 차원의 재단들에서 코로나19로 긴급지원들을 했었다. 그런 지원들을 신청하거나 받은 적이 있나.


성인수 : 나는 직장이 따로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런 지원 기관들이 정한 일 년 수입 최저 기준보다 내가 현재 버는 수익이 더 높더라. 그래서 받지 못했다. 대신 주변 작가들한테는 최대한 알렸다. 이런 지원 제도에 대해서 걱정하는 지점이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냥 돈 받았다, 우와 이런 느낌이 강하다. 이 돈이 왜 나한테 왔는가. 국가에서 돈을 준다는 게 그저 돈 받으니 좋아요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이 준 것이다. 시민들 돈으로 쓰는 것이다. 그거에 대한 무게감을 알아야 하는데, 당신을 예술가로서 존재하게 하는 데 있어 이렇게 세금을 써 가면서 당신의 생명 연장을, 예술가로서의 생명 연장을 시켜주는 이유에 대해 서로 증명하기 위한 무게감을 이런 것들을 느껴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 대부분 돈 받았는데 좋았어요. 이런 느낌이라서. 제가 너무 진지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거에 대한 걱정은 있다.


성상민 : 지원 제도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알고 싶다.


성인수 : 돈을 쥐고 있는 곳에서 사전 조사를 안 하고 있다는 게 크다고 생각한다. 돈을 쥐고 있는 곳에서 발로 뛰면서 작가들도 알고 지내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알아야 한다. 물론 알고 지낸다고 해서 어떤 지원사업이 있을 때, 어차피 심사는 다른 사람들이 가는 것이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직원들은 그런 것에 대해 강요할 권한이 없다. 심사 평가에 들어가 보면 그런 것들을 강요할 수 없게 여러 장치를 통해 세팅해서 한다. 그러면 걱정하지 말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직원들이 평소에 외근하고 발로 뛰면서 이런 작가들을 만나야 한다. 지금 작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문제가 뭔지. 근데 대부분 안에 앉아서 저 같은 사람을 불러서 통합적인 얘기만 들으려고 한다. 그럼 디테일이 약하고 그러면 돈을 제대로 적재적소에 쓸 수가 없다. 이게 비단 한국만화영상진흥원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체적인 여러 진흥원의 문제인 것 같다. 전문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성상민 : 그렇다면 현재의 지원 제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성인수 : 지원사업을 해 주시는 분들이 만화 잘 모른다. 원래 예술진흥이라는 게, 메디치 가문도 돈 주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돈 되는 것들은 장사꾼들이 다 알아서 걷어 간다. 그러면 지원사업이라든지 여러 공공기관에서 하는 것들은 돈은 안 되지만 다양성 차원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지원을 해 주는 것이지 않나. 그러면 그냥 돈만 달라고 하고 싶다. 아니면 정말 전문성을, 특히 거기서 공무원 일을 오래 하실 거면 좀 더 전문성을 갖추는 공부를 하신 다음에 참견이라는 걸 했으면 좋겠는데. 대부분의 관공서 윗분들은 위에서 꽂혀서 내려온다. 밑에서 일하는 분들은 오랫동안 거기서 일을 하기 때문에 다 실력 있고 알지만, 제일 위에 장이라든지 이런 분들은 다 위에서 날라오지 않나, 그분들은 잘 모르는데 자기 마음대로 하고, 그러면서 정책이 잘 못 되거나, 물론 전혀 도움이 안 되지는 않겠지만, 쓸데없는 곳으로 돈이 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지금. 그럴 거면 일단 돈을 주고 가민히 있었으면 한다.

4. 코로나 이후의 활동을 고민하다

성상민 : 만화에 대한 전시 작업은 앞으로 어떤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가.


성인수 : 일단 전부 다 체온 검사하는 건 기본적으로 다 할 거고. 아직 완벽하게 확답을 내릴 수 없는데, 저도 여기저기 전시장을 다니고 있다. 어떻게 대처를 하나 궁금해서. 그런데 대부분 검사하고 QR 체크인 하고 장갑 주고, 장갑의 종류만 다를 뿐 똑같다. 어디는 치킨 먹을 때 주는 위생 장갑을 주더라. 다른 쪽은 수술용 장갑을 줘서 그런 데는 다른 작품들이나 굿즈를 만질 때 편하다. 디테일이 약한 거다. 올해 처음이니까. 그걸 다 욕할 수 없고, 점점 나아지겠지 싶긴 한데 앞으로 전시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방역을 어떻게 할 건지, 방역 비용을 따로 빼야 된다는 것이다. 그게 어마어마한 돈이 들 텐데. 그게 큰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러저러하게 아무리 대비를 잘해도 이거는 거의 우발적으로 사건이 터질 수도 있는 것이지 않나. 자기도 모르게 무증상 감염자가 나타날 수 있는 거잖아, 현장에. 그렇게 올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가 원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그 상황이 됐을 때, 누가 그 전시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가. 그 책임감이 큐레이터나 디렉터들이 질 만큼의 무게인가라는 걸 봤을 때, 다들 그 직업을 했으니까 돈 벌어야 해서 하는 것이다. 그 무게나 책임감에 대해서는 엄청난 고민이 있을 거다라는 게 제 걱정 중 하나다. 지금 방역 실태가 뭐가 문제냐면 이미 전시장에 들어와서 체크를 하고 있지 않나. 문 앞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는데 중간에 있는 사람이 걸렸다고 쳐보자.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30분 정도 서 있었다고 해보자. 그럼 그냥 다 큰일 나는 거다. 검사해서 이 사람이 ‘이상해요, 나가세요’라고 하더라도 그 30분 동안 바이러스라는 게 퍼질 만큼 퍼진 것이다. 그런 걱정이 있다.


성상민 : 모임을 만들거나,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는 활동들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 것 같은지.


성인수 : 팟캐스트 제작의 경우 일단 스튜디오 렌탈에서 녹음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업실을 더 크게 만들어서 우리만 쓰는 녹음실이라든지, 이런 것들의 설계를 준비해 놓고 모시려고 한다. 그래야지 바이러스 노출 확률을 줄이는 거니까. 어찌되었든 돈이 많이 들 것은 확실해 보인다.


성상민 : 조금 있으면 올 한 해가 가는데 올해 활동을 전반적으로 회고한다면?


성인수 : 제 개인적으로 준비했던 것은 1/3밖에 못 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문제는 절대적인 것이라 이걸 제가 바꿀 수 있는 함수가 아니다. 그래서 적응은 해야 되는데 어떻게 적응을 해야 하나. 적어도 창작자의 존엄을 지키면서 소비자도 만족하고 돈도, 수익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한다. 이게 첫 바퀴가 잘못 끼워지면 독자들은 ‘이렇게 소비해도 돼’ 이렇게 돼 버리고, 그 사이에서 저같이 돈을 버는 사람들도 ‘이렇게 돈 벌면 돼’ 이렇게 돼 버리고, 작가들은 자기가 당연히 받아야 될 여러 가지 요소들을 포기하면서 ‘만화를 그려야 되는구나’ 이렇게 돼 버리기 때문에 첫 바퀴를 잘 끼워야 되는데. 다행인 건 독립만화라는 건 어차피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자본이 흘러들어오거나 사기꾼이 판을 치거나 이러지는 않는다. 다들 진정성 있는 사람들만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금 천천히 서로 길을 모색해도 된다는 느낌은 받는다. 어쨌든 내 자신도 일종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미디어 활동, 평론도 하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아까 앞서 말했던 내용들을 충족하면서 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 중이다.


성상민 : 만화 창작 활동 이외에 문화예술 활동 전반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가장 크게 변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는가?


성인수 : 아무래도 오프라인 활동이다. 근데 만화는 그래도 온라인이 많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작가들이 ‘딜리헙’이나 ‘포스타입’ 자유로운 만화 게시 플랫폼으로 자기 작품을 올린다거나 아니면 웹툰 연재를 준비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판로라도 있다. 그런데 연극, 뮤지컬처럼 공연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아무리 차를 가져다 놓고 자동차극장처럼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차 안에서 유리창을 올리고 들으면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궁여지책일뿐이다. 거의 현장감이 전혀 안 느껴질 것이다. 대면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진짜 힘들 것이다, 만화는 그런 점에서는 그분들에 비하면 그래도 기회는 있는 거니까. 어떤 판로는 하나 뚫려 있는 거니까 그나마 괜찮다고 본다. 대면 예술이 진짜 걱정이다.


성상민 : 만화 활동이 현재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작품이 제공되는 일이 많다 보니 딱히 밖에 나갈 일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많지는 않아도 작가와의 만남이라든가 워크숍이든 모임이든 이거를 보는 독자들과의 관계들이 있었다. 사실 그 부분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독자와의 관계와 소통, 만남에 있어서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성인수 : 오프라인 행사는 거의 없어질 거라고 본다. 왜냐면 코로나가 단기적으로 6개월 그러다 반짝 말면 사람들이 뭐랄까. ‘아, 그동안의 해방감’ 이러면서 다시 나타날거다. 근데 지금 상황은 2 ~ 3년 동안 계속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믿을 수 없고 변종바이러스는 또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아무리 평생습관이었어도 멀어지면 그 뒤로는 안 찾는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뭘 하는 거는 진짜 많이 줄 것이고, 그래서 내년 전시도 온라인으로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은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고, 그 자본이라는 게 창작자의 입장에서 창작자가 주도하는 게 하나도 없다. 판매자와 소비자 주도이다. 넷플릭스도 그렇고 여러 가지 콘텐츠 분야에서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수익을 많이 내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나 존중, 작가에 대한 존중이나 예의, 이런 게 없다. 그런 게 없는 상태로 독자들한테도 너희도 그렇게 소비해도 되라고 하면서 이미 10년, 20년 달려온 세상이다. 앞으로 온라인 시장이 더욱 본격화된다면 작가도 사람인데 사람으로 보지 않는 일이 더욱 만연하지 않을까. 그런 것들이 걱정이다.



▲ 성인수 인터뷰 워드 크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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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민 (문화평론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상근활동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지털문화정책 석사 재학)